크립톤
양경준 크립톤 대표
[로컬 패러다임] 수도권을 향하는 청년, 수도권을 떠나는 청년

지방대 소멸은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중 하나다. 과거에는 지방 명문대로 불리는 학교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역 인구가 줄어서 혹은 실력이 없어서 이 대학들이 소멸 위기를 겪는 게 아니다. 전적으로 학생 수가 줄기 때문이다. 입학생도 줄어들지만, 설령 입학했어도 졸업 전에 떠나는 학생이 많다. 이유는 지방 대학을 나와서는 기회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자 매슬로우에게 대한민국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려가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하면 ‘생존의 욕구’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한 욕구의 발동으로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결혼도 하지 않으며, 결혼해도 출산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존조차 담보할 수 없는데 가족과 후세의 생존까지 생각하는 건 사치다. 대세가 이러함에도 언젠가부터 탈(脫)수도권하는 청년들이 나타났다. 제주의 로컬 콘텐츠를 깊이 있게 담아내는 매거진 ‘제주iiin’을 창간한 고선영 대표는 제주 출신이 아니다. 여행 전문기자로 전 세계를 누비던 그녀는 어느 날 방전(放電)됐고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서 도피하듯 제주로 내려왔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자신만의 여행 전문 매거진을 만들었다. 방전된 그녀를 제주가 다시 충전(充電)해준 것이다. 이전보다 더 달릴 수 있는 수준으로 말이다. 현대카드와 라인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다 제주에서 서핑을 테마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베러댄서프’를 만든 김준용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그에게도 어느 날 번아웃이 왔고, 지칠 때마다 재충전을 위해 찾던 제주에서의 서핑을 떠올리며 아예 제주로 내려온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치지 않고서도 제주에 내려온 청년들도

양경준 크립톤 대표
[로컬 패러다임] 로컬은 취향의 대상이 아니다

‘패러다임(paradigm)’은 패턴, 예시, 표본 등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파라데이그마(παράδειγμα)에서 유래한 말로 ‘한 시대의 보편적인 사고의 틀(frame)’을 뜻한다. 우리말로는 시대정신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과학사학자이자 과학철학자 토마스 쿤(Thomas S. Kuhn)이 1962년 자신의 책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에서 처음 사용했는데 그는 이 책에서 과학의 발전은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의해 혁명적으로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이후 보통명사화 되면서 상황이나 생각이 혁명적으로 바뀌는 상황을 뜻하는 표현이 됐다.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예로 천동설과 지동설을 들 수 있다. 지금이야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한 16세기 이전에 우리가 살았다면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지동설과 마찬가지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패러다임들이 있는데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은 아마도 산업혁명일 것이다. 과학혁명이 산업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적용되면서 구축된 산업혁명 패러다임의 가장 큰 특징은 ‘대량생산 대량소비’다. 1760년대 기계의 발명으로부터 촉발된 산업혁명은 짧은 시간 안에 인류를 규정해 버렸는데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하려면, 다시 말해 대량생산 기계를 작동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이는 농촌의 노동력을 빨아들이면서 도시화를 가속했다. 엄마 아빠를 모두 공장에 뺏긴 아이들을 관리(탁아)해야 했기 때문에 공장 시스템과 똑같은 형태의 공교육이 등장했다. 아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등교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공부하고, 정해진 시간에 쉬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정해진 시간에 하교했다. 대량으로 생산해 대량으로 소비하는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