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휴먼재단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등산보다 힘든 精算(정산)

한 페이스북 친구가 ‘사업보다 정산이 더 어렵다’는 글을 올리자, 댓글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에베레스트 등반을 다녀온 산악인 엄홍길님이 ‘어느 때가 가장 힘드셨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정산’이라고 하셨단다ㅠㅠ”라는 글부터 “기업이 공동모금회처럼 변해간다” “모두가 공감하는데 바뀌지 않는 이유는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 “적정 수준의 행정이 투입되고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불신사회라서 그렇다. 관급공사에서 디폴트가 ‘을’을 사기꾼으로 생각하고 시작하니…” “행자부 회계지침부터 뜯어고치고 쓸데없이 서류 늘리는 공무원들 없게 정산매뉴얼 만들어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정산 어렵게 하면 사업을 철회할 정도로 압박할 필요가 있다”까지. 분노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다른 한편에선 기획재정부의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한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e나라도움 때문에 사업 못하겠다는 단체도 있어, 입찰 응모단체 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분명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보조금의 투명한 검증이 가능해진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이건 무슨 말일까. 신용카드를 통해 모든 지출을 검증하겠다는 것인데, 입찰 과정에서 이미 1차 서류심사 2차 PT와 면접을 통해 뽑아놓고, 사후엔 ‘사업 담당 기관을 못 믿겠으니 모든 통장 내역을 공무원인 우리가 들여다보겠다’는 식이다. 복지와 문화예술 등 올해 e나라도움이 시작된 현장에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 때문에 겪는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방산비리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차장급 직원이 처남 회사에 200억원어치 용역을 몰아준 뒤 잠적한 사건이 또 발생한 걸 보면, 정부의 고충도 이해할 만하다.하지만 이런 비리사건은 만국 공통으로 생긴다. 다른 점은 사후 처리다. 이 같은 사건이 생기면,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통제와 규제의 강도를 점점

[Cover Story] 산을 정복한 남자, 산속에서 나눔을 외치다

최태욱 기자, 네팔 ‘엄홍길휴먼스쿨’ 동행 취재 7년전 “산과 나누며 살겠다” 재단 출범 에베레스트 산자락 해발 4060m에 첫 학교 이후 11개 설립… 신세계·롯데 등 후원 “이제 교사 트레이닝 등도 진행할 계획” 에베레스트부터 로체샤르까지 등반 후 그 산자락에 16개의 학교 짓겠다 다짐 “빵·옷 아닌 교육을 주고 싶었다” ‘DMZ평화통일대장정’ 장학금 기부도 해발 8500m 절벽. 정상은 100m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숨 쉴 힘조차 없었죠. 해는 벌써 떨어졌는데, 더 오를 수도 내려갈 수도 없었어요. ‘나도 여기서 끝이구나’ 싶었죠.” 지난 2000년 봄, 히말라야 산맥의 ‘칸첸중가(Kanchenjunga·8586m)’ 정상에 도전했던 엄홍길(53·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 산악대장의 회상이다. 그날 엄 대장은 로프에만 의지한 채 영하 30도가 넘는 절벽에 밤새 매달려 있었다. 북한산 백운대(850m)만 올라가도 몇 시간만 있으면 저체온증이 온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날은 8500m 상공에 바람 한 점이 없었다. 비행기가 오가는 고도가 ‘무풍지대’라니…. 엄 대장은 새 아침 여명에 힘입어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나중에 베이스캠프에서 찍은 영상을 보니, 마치 ‘우주여행’하는 사람처럼 슬로 모션으로 꾸물거리며 기어올랐더라고요. 8000m를 일명 ‘신들의 영역’이라고 해요. 그 아래까지는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산의 기운이 끌어당겨 줘야 하죠. 그래서 빌고 또 빌었어요. ‘제발 나를 허락해 달라. 그러면 나도 산을 위해 헌신하며 살겠다’고 말이죠.” 세계에서 셋째로 높은 데다 워낙 오지(奧地)라 산악인들조차 꺼린다는 산, 이미 앞선 두 번의 도전에서 동료 2명을 잃으며 실패했던 마의 고지 ‘칸첸중가’는 그렇게 엄홍길 대장에게 정상을 내줬다.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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