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평 남짓한 원룸. 이지연(가명)씨와 세 자녀는 이곳에서 함께 산다. 이씨는 남편과 이혼한 이후 가계를 홀로 떠안으면서 하루하루 빠듯하게 살았다.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기초생활급여 대상이 아니라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올해 들어 월세가 밀리기 시작했고, 요금이 체납돼 가스 공급도 끊겼다. 사춘기에 접어든 삼 남매를 볼 때마다 이씨는 벼랑 끝에 놓인 심정이다. 지난 201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세 모녀 사건은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에 살던 60대 여성과 30대 두 딸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당시 이들은 수입이 없었지만, 부양의무자 조건 탓에 기초생활급여를 받지 못했다. 이처럼 극도의 빈곤 상황에도 정부 지원을 못 받는 이른바 ‘비수급 빈곤층’은 전국 144만명(2017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특히 차상위 계층과 같은 잠재적 빈곤 계층은 갑작스레 닥친 실업이나 의료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순식간에 극빈층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공과금 미납, 위기 가정 발생의 첫 신호 보건복지부는 단전·단수 가정, 국민연금·건강보험료 체납 정보, 주택관리비 체납 정보 등을 통해 위기 가정을 발굴한다. 지난 2018년 기준 보건복지부가 빅데이터로 추정한 고위험 취약계층은 36만명에 이른다. 이를 전국 지자체에 전달하면 복지 담당 부서에서 경제적 위기 상황을 판단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위기 가정의 붕괴는 대부분 작은 돈에서 시작된다. 거액의 빚을 한 번에 떠안기보다 지속적인 생활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