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변호사
[세상은 여전히 따뜻한 法] 정신장애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 

정신장애 당사자와 대화를 나눠본 것은 2018년 홈리스 법률상담 현장에서였다. 당시 의뢰인은 ‘나를 단톡방에 계속 초대해 욕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청소년들의 사이버 따돌림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던 시기였던 터라, 유사한 피해를 입은 것이라 짐작하고 상담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휴대폰 어디에도 욕설이 담긴 대화창은 존재하지 않았다. 홈리스 상담에서는 명의도용, 파산 등 경제 관련 문제가 많았고, 이혼이나 가정폭력 사건도 적지 않았다. 그런 사건들도 해결이 쉽지 않을 때가 많았지만, 앞선 사례와 같이 현실과 망상의 경계에 서 있는 분과 대화를 이어 나가기에는 당시 필자의 정신장애에 대한 이해도, 상담 경험도 턱없이 부족했다. 그 당혹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홈리스 인권을 주제로 강의할 기회가 생기면, 홈리스는 고정된 지위가 아니라 ‘일시적 상태’이며 개인의 실패나 의지 부족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문제라고 강조하곤 한다. 그러나 정신장애에 대해서는 달랐다. 소송과 상담 현장에서 종종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의뢰인들을 마주해 왔음에도, 이를 개인의 불행이거나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정도로만 여겼다. 그러던 중 정신장애인의 강제입원 문제를 다룬 화우공익세미나에서 당사자와 가족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기회를 가졌고, 더 결정적으로는 정신장애인 옹호기관 설립을 위한 자문변호사단 활동 중 맡은 한 형사 사건이 필자의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정신장애 역시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 나가야 할 인권 문제임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공무집행방해죄 변호를 위해 만난 의뢰인은 차분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해 왔고, 성인이 된 후에는

“이론보다 실무, 공공엔 최고 대우를” 美·싱가포르가 법조인을 키우는 방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한국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 국제 심포지엄’ 개최싱가포르 LSC의 통합 인사관리·미국 로스쿨의 ‘경험 중심’ 공익 교육 조명 싱가포르와 미국에서 공익 법조인을 개인의 선택이나 헌신에 맡기는 것이 아닌, 국가와 교육기관이 제도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구조가 공개됐다. 3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개최한 ‘한국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다. 채용과 배치, 교육, 보상, 경력 관리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핵심으로 제시되며, 한국 역시 공익 법조인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 “정부 전체가 하나의 조직”…싱가포르 공공 법조인 관리 시스템 싱가포르는 공공영역 법조인을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제프리 심(Jeffrey Sim) 싱가포르 법률서비스위원회(LSC) 사무총장에 따르면, LSC는 싱가포르 헌법 제9장에 근거해 설립된 독립 기관으로, 국가 법률 인력의 임용과 승진, 전보 등을 총괄한다. 제프리 사무총장은 “정부 전체를 하나의 조직으로 보고 법률 인력을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변호사들은 임용 초기 법무부 범죄과나 민사과, 법률구조국 등에서 수년간 기초 배치를 거치며 실무를 익힌다. 이후 본인의 적성과 조직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부서를 거치는 ‘순환 근무 경로(Rotational Track)’나 특정 법률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전문 분야 경로(Specialist Track)’를 선택해 경력을 개발하게 된다. 제프리 사무총장은 경쟁력 있는 임금 체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공공서비스 분야 역시 민간 영역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법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임금 체계를 유지하되, 공무원 투명성 원칙에 따라

“로스쿨은 변시 학원 전락, 공익 변호사는 고용 불안” 법조계 겨냥 연구 나왔다  

엄선희 두루 변호사·장보은 한국외대 교수 등 연구팀, 공익 법조인 실태 및 개선안 발표지자체 변호사 97% 비정규직·전업 공익변호사는 전체의 0.33% 불과“로스쿨 선택과목 P/F 도입하고, 시간 채우기식 공익활동 평가 ‘임팩트’ 중심으로 바꿔야” 한국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변호사시험 합격’이라는 단기 목표에만 매몰되어 사회가 요구하는 공익적 법률가 양성 기능을 상실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더불어 공공과 시민사회, 민간기업, 학계 등 전 분야에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법조인들이 영역을 불문하고 고용 불안과 재정적 취약성에 노출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3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주최한 ‘한국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협의회 발주로 11명의 변호사가 참여 중인 ‘공익적 법률가 양성을 위한 연구’의 중간 결과가 발표됐다. 발제에 나선 엄선희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그동안 전업 공익변호사 활동에 대한 연구는 일부 있었으나, 다양한 영역에 진출한 공익적 법조인의 경로와 현황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공익 법조인을 ▲공공 영역 ▲시민사회 ▲민간기업 ▲교육·연구 ▲개별 변호사의 공익활동(프로보노) 등 다섯 영역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 공공·시민사회 전반 ‘불안정 구조’…“지속 가능성 한계” 엄선희 변호사는 각 영역별 변조인들의 고용 불안과 취약한 재정적 현실을 조명했다.  공공 영역의 경우 44개 중앙행정기관에 총 313명의 변호사가 재직 중이나, 이 중 35.8%가 임기제 및 계약직으로 승진이나 연수 기회에서 배제된 채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전국 107개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283명의 변호사 역시 정규직 비율이 3%에

[세상은 여전히 따뜻한 法] 경계를 넘어선 사람들, 그 곁을 지키는 법

법은 여전히 차갑고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은 법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법은 마지막 안전망이자, 무너진 존엄을 다시 세우는 도구가 된다. 그리고 그 법을 통해 권리를 회복해가는 과정에는, 그들 곁에서 함께하며 힘이 되어주는 이들이 있다. 이 칼럼의 제목이 ‘세상은 여전히 따뜻한 法’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로펌을 중심으로 한 공익활동은 점차 조직화·전문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법무법인(유) 바른은 공익사단법인 ‘정’을 설립해 다양한 공익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난민과 이주민, 북한이탈주민 등 경계를 넘어선 사람들을 대상으로 법률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난민 법률지원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국경을 넘어온 난민신청자들을 위한 상담과 소송을 포함한다. 많은 난민신청자들은 통역의 한계와 낯선 재판 절차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채 난민불인정결정을 받는다. 재판 절차를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그들은 자신의 삶이 판단되는 과정에서조차 배제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들이 겪는 좌절은 쉽게 위로하기 어렵다. 소송대리인으로서 내가 하는 일은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이를 재판부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다만 내가 더 마음을 쓰는 부분은 그보다 사소한 지점에 있다. 반가운 인사와 따뜻한 태도로 맞이하고, 차 한 잔을 나누며 일상의 대화를 이어가는 일이다. 그들의 여정 속에서 잠시라도 고단함을 내려놓고, 소소하지만 따뜻한 기억 하나를 남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에 고향을 두고 남한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먼저 온 통일’이다. 그러나 이들은 제도와 정보의

“집 계약에 학대한 부모 동의 받으라고?”…아동 법률조력 로드맵 나왔다

‘아동·청소년 인권옹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아동 전문 공익변호사 전국 10여 명 불과 복권기금 등 공적 예산 활용, 필수적 국선대리인 제도입 등 4대 개선안 제시 부당한 권리 침해를 당해도 사법 절차에서 소외되는 아동·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률 조력 생태계’ 구축 방안이 공개됐다. 1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아동·청소년 인권옹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국회의원 김남희·박은정·백선희·최기상·최보윤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변호사협회와 공익법단체 두루 등이 참여해 마련됐다. ◇ 공익변호사 0.5%…아동 분야는 10명  이날 발제를 맡은 조소연 사회복지연구소 마실 대표는 ‘아동·청소년 법률 조력 생태계 로드맵’을 발표했다. 연구는 2025년 공익법단체 두루의 지원을 받아 사회복지연구소 마실, 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 사단법인 온율 연구진이 공동 수행했다. 조 대표는 “헌법과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법률 조력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실에서는 형사나 소년 사건 중심으로만 작동한다”고 말했다. 민사·가사·행정 영역은 여전히 제도 공백이라는 설명이다. 대한민국 헌법(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 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명시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제40조 제2항) 역시 ‘변론의 준비 및 제출 시 적절한 법률적 지원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변호사 약 3만 명 가운데 공익 인권 활동 변호사는 약 150명이다. 전체의 0.5% 수준이다. 이 중 아동·청소년 분야 활동 변호사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대한법률구조공단 계약직 전담 인력 45명이 전부다. 전국 약 600명의 비전담 변호사가 매년 3만 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한다. 서울가정법원의 2025년 국선보조인은 55명이다.

“이게 범죄라고?” 휠체어·난민 사건 깨는 ‘변호사들’의 소송전

소송 넘어 법·제도 개선, 정책 연구로 활동 방식 확대  국내 공익변호사 활동 지형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공익법단체 두루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는 변호사 중심 공익단체와 로펌 후원 법인, 시민단체 등 약 30곳에서 공익 전담 변호사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난민, 장애인, 아동뿐만 아니라 환경, 해외입양, 재난 등 우리 사회의 세분화된 갈등과 소수자 인권 문제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이주민·난민] 우리 사회의 구성원은 어디까지인가 이주민과 난민 분야에서는 공익법센터 어필, 법무법인 덕수, 이주민지원센터 감동, 난민인권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청년경찰’ 속 대림동 중국동포들에 대한 부정적 묘사는 단순한 창작의 자유일까. 법무법인 덕수 조영관 변호사는 이를 명백한 혐오 표현으로 보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020년 항소심에서는 영화사의 공식 사과를 끌어내며 화해권고로 종결됐다. 조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이기기 어려운 소송이었으나, 동포들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문제라는 기록을 명확히 남기고 싶었다”며 “이 판결이 이후 미디어 내 혐오 표현을 거르는 나름의 방파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공익법센터 어필 이일 변호사는 코로나19 당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난민 인정자를 제외한 정책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난민 인정자는 자국의 보호를 상실해 한국 정부의 보호를 받는 사회 구성원임에도 지원에서 배제한 것은 평등권 위반이라는 취지였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 [장애인권] “전동휠체어도 신체의 일부…동등한 보행권 보장해야” 장애인권 분야는 장애인권법센터, 화우공익재단, 법조공익모임 나우 등이 주도하고 있다. 화우공익재단 정지민 변호사는

“급여는 반토막, 업무는 두 배”…0.3% ‘괴짜’ 변호사들의 기막힌 생존기

난민·이주민·장애인 사건 맡는 ‘법의 최전선’낮은 급여·불안정한 재정…공익법 생태계의 현실 “70년이 넘도록 법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누군가는 계속 고통받아왔다는 뜻 아닐까요? 법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야말로 고귀한 사명입니다.” 지난 1월 종영한 tvN 드라마 ‘프로보노’에서 주인공 강다윗(정경호)이 국회 청문회장에서 한 대사다. 강다윗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사건을 맡는 변호사, 이른바 ‘공익변호사’다.  공익 변호사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공익활동을 직업으로 삼고 공익법 단체나 시민단체 등에서 상근 형태로 활동하는 ‘공익전업변호사’, 그리고 일반 사건(민사·형사·기업 자문 등)을 수행하면서 공익 사건이나 공익활동을 병행하는 변호사다. 변호사 3만 명 시대. 이중 공익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변호사는 얼마나 될까. 공익법단체 두루와 법률신문이 공동 조사한 결과, 2023년 12월 기준 국내 전업 공익변호사는 117명으로 파악됐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전체 변호사 3만4660명 가운데 0.33%에 해당한다. 이들은 난민·이주민, 장애인, 아동·청소년, 노동, 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법률지원과 제도 개선 활동을 수행하며 한국 공익법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낮은 급여와 불안정한 재정, 수도권 집중 등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공익변호사의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일반 변호사의 공익활동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공익변호사? 변호사라면 누구든 공익 활동해야” 업계 전문가들은 ‘공익변호사’를 특별하고 유별난 존재로 가두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정은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변호사법 1조 1항을 보면 변호사의 사명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엄밀히 말하면 모든 변호사가 공익변호사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은 여전히 따뜻한 法] 아동·청소년과 ‘함께 가는’ 법

법무법인(유한) 지평은 ‘나눔, 배려, 참여’의 정신을 바탕으로 2014년 공익법단체 두루를 설립했다. 두루는 평등한 접근, 구금으로부터의 자유, 공익법 생태계 조성을 주요 목표로 삼아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평은 단순한 설립자를 넘어, 분야별 법률 전문성과 프로보노(pro bono) 역량을 지속적으로 보태 온 협력자로 함께해 왔다. 필자가 2018년 두루에서 아동·청소년 권리옹호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 맡았던 업무 중 하나는, 2014년부터 두루와 지평이 함께 이어온 위기임산부·여성 청소년 지원 시설에서의 법률교육 프로그램 운영이었다. 해당 시설의 생활인 다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소년으로,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와 직결된 법률 정보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었다. 두루와 지평의 변호사들은 생활인들이 거주하는 공간을 직접 찾아가 출생등록, 양육비, 노동인권, 채무와 신용 문제, 디지털 성착취·성폭력,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 이후에는 개별 상담이 이어졌고, 필요할 경우 지평의 프로보노 활동을 통해 추가 자문이나 소송 지원으로 연계되기도 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축적된 법률교육과 법률지원 경험은,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권리를 이해하고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자료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다. 이에 두루와 지평은 그간의 교육·상담 자료를 토대로 ‘2025 아동·청소년 법률 매뉴얼’을 공동 기획·제작했다. 매뉴얼에는 아동학대, 가정폭력, 노동, 금융, 성착취·성폭력, 온라인 폭력, 출생등록·입양·양육비, 친권·미성년후견 등 아동·청소년이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주요 법적 쟁점을 문답 형식과 쉬운 언어로 정리했다. 당사자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세상은 여전히 따뜻한 法] ‘나누는 법’이 만드는 힘

‘나누는 法’은 우리 사회의 공익적 가치를 다루는 특별한 영역이다. 법률을 나눈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모두가 법의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일상에서 실천하도록 돕는 일이다. 더 넓은 시각과 이타적 관점이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존중과 배려를 기반으로 한 이러한 나눔은 사회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기반이 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나누는 法’은 1999년 사내 공익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한 ‘공익활동위원회’에서 출발했다. 사각지대를 줄이고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지속성’과 ‘진정성’을 원칙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2007년에는 공익 실현의 가치를 구성원 전체와 공유하기 위해 ‘공익활동연구소’를 설립했다. 이후 2013년 5월에는 공익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를 출범시키며 틀을 갖췄다. 사회공헌위원회는 ‘동행과 나눔’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공익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찾아가는 법률교육, 공익단체 법률 지원, 사회봉사, 법제도 개선 등 활동 분야도 폭넓다. 특히 법률지식을 직접 나누는 사업을 중점에 두고 다문화가족, 소상공인, 탈북민, 해외 청소년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법률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플랫폼 기반 접근의 필요성을 반영해 법률 교구와 맞춤형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법교육은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2022년부터 국내외 청소년과 함께 문제 해결 중심의 프로그램인 ‘리걸마인드로 더 나은 세상 만들기(리더)’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시와 협약해 성인 청년을 위한 법교육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젊은 세대가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유산기부

[세상은 여전히 따뜻한 法] 위기청소년 곁에, 변함없는 마음으로 

법무법인(유) 세종은 2014년 공익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공익사단법인 ‘나눔과이음’을 설립했다. 주요 사업은 위기청소년 법률 지원이다. ‘위기청소년’이란 청소년기본법상 청소년 연령(만 9세~24세)에 속하면서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 다양한 사유로 위기에 놓인 이들을 뜻한다. 나눔과이음은 ‘아웃리치 활동’으로 청소년을 만난다. 청소년이 모이는 거리에 천막을 치고 식사를 함께 나누며 안부를 묻는다. 의료·법률·상담 등 필요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법률지원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평소 얼굴을 트고 대화하던 활동가가 법적 조력자가 되니 청소년들도 비교적 쉽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유진 어딨어?” 하며 현장에서 곧장 법률 상담을 찾는 경우도 잦다. 이렇게 쌓인 일상의 신뢰는 재판 과정에서도 힘이 된다. 청소년이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재판부 역시 그들의 목소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현장 밖에서도 지원은 계속된다. 청소년이 구인되거나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곧바로 접견을 예약해 달려가고, 재판 중이면 1~2주 간격으로 꾸준히 면담한다. 경찰 조사에는 수사 입회로 동행하고, 재판에도 직접 출석한다. 이런 과정 속에 전체 공익업무 시간의 56~63%가량을 청소년과 함께 보내게 된다. 그러나 법률지원만으로 청소년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진 않는다. 재판에서 무죄, 집행유예, 사회처분을 받아도 빈곤·방임·우울 같은 일상의 위기는 여전하다. 결국 범죄의 굴레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공익활동도 성과와 수치로 평가받는 시대다. 위기청소년 지원은 ‘범죄 연루 청소년 돕기’라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그래서 많은 단체가 성공 사례를 발굴해 홍보하려 애쓴다. 그러나 나눔과이음에는 재범으로 다시 찾아오는 청소년이 많아 내세울 만한 ‘선도 사례’가 없다. 그럼에도

[세상은 여전히 따뜻한 法] 자립의 무게, 빈틈에 놓인 무연고 탈북청소년

무연고 탈북청소년을 처음 마주한 것은 2016년의 일이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한 멘티에게 추석 연휴 계획을 묻자, 그는 담담히 “가족이 없어 아무런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혼자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털어놓은 것이다. 이미 몇 차례 멘토링을 진행하며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고백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그는 학업이나 진로 대신 교우관계, 연애상담 등 일상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부모와 함께라면 가정에서 시시콜콜하게 나눌 대화들이었다. 2024년 4월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북한배경학생은 2600여 명. 이 가운데 일부는 직계존속을 동반하지 않고 입국한 무연고 탈북청소년이다. ‘북한이탈주민법’은 북한에 주소·가족·배우자·직장 등을 두고 탈북한 사람 중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자를 ‘북한이탈주민’으로 정의한다. 이 중 보호 및 지원을 받는 대상자를 ‘보호대상자’라 하고, 필자가 만난 멘티처럼 보호대상자로서 직계존속을 동반하지 아니한 만 24세 이하 무연고 아동·청소년에 대해서는 ‘무연고청소년’ 추가적인 보호 규정이 있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통일부 장관은 무연고청소년의 보호를 위해 ‘무연고청소년보호 및 지원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워원회)’를 두고 있다. 필자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위원회는 보호자 선정, 후견인 선임 필요 여부, 개인별 보호 및 정착 지원 방안 등을 심의한다. 선정된 보호자는 거주지 전입 이후 청소년의 생활 지원과 교육 지원을 맡는다. 통일부는 2024년 11월부터 무연고청소년 가산금을 신설하는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 많다. 첫째, 보호자의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자’는 민법상 친권자와 별개다. 따라서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은 ‘난민 그리고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박애란 나우 이사와 토크콘서트를 했다. /최지은 기자
공익변호사 1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다… 법조공익모임 나우, ‘공변이 사는 세상’ 개최

나우, 국내 공익변호사 140여 명 지원공익변호사 대상에 이주언 두루 변호사 법조공익모임 나우는 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공변이 사는 세상’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그동안 인권 보호를 위에 뛰어 온 공익변호사들의 활동을 돌아보고, 공익변호사 생태계를 활성화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나우는 재정적, 경험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발로 뛰는 공익변호사를 지원하기 위해 2013년 12월 설립된 단체다. 현재 변호사 자격을 가진 14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공익변호사들과 공변 활동에 관심이 있는 청년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축사를 맡은 김용담 전 나우 이사장은 “10년 전, 나우 창립 멤버들이 내게 찾아와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개발, 확장해야 한다’며 함께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공익활동 지원에 대한 나의 피상적인 생각이 후배들의 적극적이고 진취적 사고와 비교돼 부끄러우면서도, 올바른 생각을 가진 후배들에게 고마웠다”고 말했다. 유지원 나우 이사는 ‘법조공익모임 나우 10년의 기록’을 발표했다. 유 이사는 “나우라는 이름은 ‘조금 많이, 조금 낫게’라는 뜻을 가진 순 우리말”이라며 “법조인들이 공익활동을 좀 더 많이, 좀 더 낫게 하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뜻에 맞게 지난 10년 동안 나우는 공익변호사들에 대한 ▲법률 멘토링 ▲자립 지원 ▲역량강화 ▲연구활동 ▲네트워킹과 교육 등 분야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펼쳐왔다”고 말했다. 이날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공익변호사 10년의 발자취’를 소개했다. 박 변호사는 “인권은 보편적인 것이어서 얼핏 당연하게 느껴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