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국내 1세대 사회적기업이 말하는 혁신] ③ 엔비전스, 전시로 편견을 깨다

어둠속의대화, ‘엔비전스’ “보는 눈을 감고, 통찰의 눈을 떠라.” 지난 28년 동안 유럽·아시아·미국 등 30개국 160여 도시에서 950만 명의 관람객이 경험한 전시 ‘어둠속의대화’의 캐치프레이즈다. 한국에서는 2009년 네이버의 투자를 받은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인 ‘엔비전스’가 2010년부터 상설 전시를 이어나가고 있다. 엔비전스는 현재 시각장애인 25명과 비장애인 10명, 총 35명을 고용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어둠속의대화’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100분간의 전시가 진행된다. 관람객은 오로지 로드마스터에 의지해 시각 외의 청각·촉각·후각 등의 감각만으로 전시를 체험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서울 북촌에 상설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토,일,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15분 간격으로 하루 총 37회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매 회차마다 최소 1명에서부터 8명까지 팀을 이뤄 전시를 체험하게 된다. 인터파크 예매를 통해 분기별로 티켓을 판매하고 있는데, 현재 전시/행사 주간 랭킹에서 10월~12월 전시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움이 앞서지만 끝날 때쯤에는 끝내기 싫을 정도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30년 동안 겪었던 경험 중 단연 최고의 경험”, “꼭 소중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는 등 색다른 데이트나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라는 평이 많다. 사실 상설전시장을 열고 초기 몇 년은 적자를 봤지만, 지금 서울 전시장의 누적 관람객 수는 25만 명이 넘는 등 독일 함부르크와 이스라엘 홀론 다음으로 반응이 좋다. 송영희 엔비전스 대표는 “전시 산업은 최소 2년은 지속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엔비전스의 월 매출은 1억에서 1억5000만원

이런 연예기획사 보셨나요?

시각장애인 아티스트 기획사 ‘좋은이웃엔터테인먼트’ 지난 6월 29일 저녁 6시 반, 서울 동대문구 두산타워 앞을 지나던 사람들의 발길이 멈췄다. 금세 모여든 사람들은 무대를 에워쌌다. 외국인 관광객도, 쇼핑백을 든 시민들도 눈길은 한 곳을 향했다. 즉흥환상곡을 재즈로 편곡해 화려하게 연주하는 한 남자. 그는 시각장애인 정명수(31)씨였다. 한 곡이 끝나자, 무대 위로 두 명의 아티스트가 올라왔다. 시각장애인 아티스트 그룹 ‘더블라인드(The Blind)’의 멤버 김국환(32), 이현학(31)씨였다. 선글라스를 쓴 이들은 해리포터 주문으로 유명한 곡 ‘타란탈레그라(주문에 걸리면 춤을 추게 된다는 내용)’에 맞춰 신나는 안무와 노래를 선보였다. 관객들이 하나 둘 머리 위로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준비된 공연이 끝나자 보컬 이현학씨가 무대 앞으로 나왔다. “여러분 즐거우셨나요? 위 아 더 블라인드(We are the Blind)! 저희는 모두 시각장애인입니다.”   ◇재능 많은 6인이 뭉쳤다···시각장애인의 ‘좋은 이웃’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이 전부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기획사가 있다. 바로 ‘좋은이웃엔터테인먼트’다. 이곳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은 총 6명. 그룹 ‘더블라인드’의 멤버 3명과 자매 듀오 ‘좋은이웃’, 최초의 시각장애인 앵커(KBS) 이창훈씨 등이다. 인원은 적지만 경력은 화려하다. ‘좋은이웃’의 자매 듀오는 KBS ‘인간극장’과 SBS ‘스타킹’에 출연해 유명인이 됐고, 이현학씨는 JTBC ‘히든싱어’의 왕중왕전까지 진출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아 현재 KBS 제3라디오(장애전문 채널)에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더블라인드의 재즈 피아니스트 정명수씨 역시 ‘스타킹’과 Mnet ‘슈퍼스타K’ 시즌3 등에 출연해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매스컴의 이목을 끌었고, 김국환 대표 또한 2009년 ‘슈퍼스타K’ 시즌1에서 ‘이효리를 울린 목소리’로 보도되는 등 언론의 관심을

[2016 서울숲마켓⑦] 비밀의 언어 ‘점자’로 진심을 전하세요

점자 디자인 브랜드 도트윈 살며시 눈을 감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오돌토돌. 손 끝이 간지럽다. ㅂ.. ㅏ.. ㄱ.. 한 글자, 한 글자씩 손끝으로 읽어졌다. 점자 디자인으로 만드는 브랜드 ‘도트윈(Dotween)’의 지갑이다. 지난 16일, 서울숲 근처의 스튜디오에서 ‘도트윈(Dotween)’의 박재형 대표와 김애나 공동 창업자를 만났다.  이들은 왜 하필 점자로 디자인을 만들까.     “점자는 손으로 만지는 언어예요. 플라스틱이나 철 위에 있으면 차갑고 안 예쁘죠. 손으로 만지는 느낌도 좋고 자연스럽게 와 닿는 소재를 찾던 중 가죽을 선택했어요.” 도트윈은 고객이 원하는 메시지를 제품 위에 ‘점자’로 새겨 준다. 도톰한 가죽에 새긴 점자들은 규칙적인 배열도, 오돌토돌한 촉감도 재미있다. 실제 제품군들도 다이어리, 여권 커버, 필통 등 항상 손 위에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모든 제품은 가죽 재단에서 염색, 마지막 바느질 한 땀 한 땀까지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개개인의 진심을 전하는 선물이기에 제작 과정에도 ‘정성’이 담겨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점자에는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전하는 암호 같은 매력이 있어요.” 많은 고객들이 진심이 담긴 선물을 위해 도트윈을 찾는다. ‘항상 고마워, 너랑 밥 먹을 때 가장 행복해’ 같은 로맨틱한 멘트부터, 스스로를 다잡는 메시지까지 매 주문마다 개성 넘치는 문구들이 가득하다고. 제품과 함께 점자를 풀어볼 수 있는 ‘점자 해석지’가 제공돼 읽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다. 디자인에도 사회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 도트윈은 ‘디자인에도 사회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모토 아래 시작됐다. 도트윈은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과

시각장애인 도서 대출 이젠 좀 쉬워질까

국립장애인도서관 ‘드림’서비스 明暗 낮과 밤 정도만 구별할 수 있는 1급 시각장애인 김헌용(29)씨는 책 한 권을 읽으려면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느 도서관에 어떤 책이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책이 많다는 시각장애인도서관은 전부 회원으로 가입해서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그래도 없으면 전화기를 붙들고 여기저기 수소문해야 한다. ‘지도 없는 보물찾기’다. 겨우 원하는 책을 찾았다 해도 끝이 아니다. 오·탈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페이지 표기조차 안 된 ‘꽝’ 도서가 버젓이 대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보니 이런 책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요즘 점자 책은 거의 안 읽어요. 녹음 도서나 데이지 파일(txt 파일을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게 음성 재생한 파일)을 선호합니다. 소설을 읽을 때는 주로 육성으로 읽은 녹음 도서를 이용하는데, 소장 도서관만 알면 전국 어디에서나 책나래(장애인 도서 대출 택배 서비스)를 통해 테이프나 CD를 대출받을 수 있어요.” ◇드림 서비스, 장서 47만권 목록 제공… 중복 도서 제작도 방지 김씨와 같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획기적인 서비스가 만들어졌다. 시각장애인용 도서(일명 ‘대체 자료’) 정보를 한번에 볼 수 있는 허브 ‘드림(DREAM)’이 만들어진 것. 올 1월 국립중앙장애인도서관이 첫선을 보인 드림 서비스는 현재 전국 19개 시각장애인 전용 도서관의 장서 47만권(일반 도서, 시청각 자료 19만건 포함)의 목록을 제공하고 있다. 드림 서비스 이전에는 각 도서관끼리 정보 공유가 안 돼 대체 자료를 중복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드림에 검색해

14만 개의 목소리,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착한 도서관 프로젝트 시즌4′ 책·명화 작품 해설을 낭독해 목소리 기부 시각장애인·성우 등 자문단 꾸려 피드백 임직원 재능기부로 시작해 일반인도 참가 시즌4는 서울 문화재 해설 제작할 예정 ‘내가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민지에게 책을 읽어주고, 영화 이야기를 해주고,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려줄 수 있을 텐데.’ 서울의 한 고궁 담장 앞. 소녀 옆에 선 하얀 강아지의 독백이 영상에 흘러나왔다. 계단을 올라갈 때도,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강아지는 앞이 보이지 않는 민지의 ‘눈’이 돼준다. 그러곤 같은 생각을 반복한다. 민지를 위해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영상 말미, 강아지는 우리에게 이런 부탁을 건넨다. ‘당신이 대신 내 목소리가 되어줄래요? 당신의 착한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지난 12월,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민지의 사연을 담은 1분짜리 이 영상은 보름 만에 유튜브 조회 수 35만건을 돌파했다. 이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착한 도서관 프로젝트 시즌4’의 일환으로, 서울의 문화유산을 시각장애인에게 읽어주는 목소리 재능 기부자를 찾는 참여 독려 영상이다. 지난 한 달간 목소리 재능 기부를 신청한 이들은 무려 1만여명에 달한다. ◇사회공헌으로 재능 기부 참여의 장(場) 넓혀 14만명. 2011년부터 시작된 착한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의 숫자다. 착한도서관 프로젝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영화·미술 작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 보급하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대표 사회공헌이다. 2003년 창립 150주년을 맞은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전 세계 2만8000명(당시 그룹 전체 직원 숫자)의 시력을 회복하자며 시작한 실명예방사업(‘Seeing is Believing’)이 계기가 됐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고객의 직접 참여율을 높이는 것은

이모티콘 읽어주는 카카오톡… 라인은 못 읽네

모바일 메신저, 장애인 배려 점수는? 카카오톡, 장애인 접근성 테스트로 세부 음성 안내 등 100여개 상황 개선 라인, 이모티콘·친구 선택 등 액션 읽는 기능 막혀 있어 불편 애플보다 안드로이드 접근성 떨어져 “오늘 별일 없었어?” “14pads.” “무슨 일인데?” “버튼, 버튼.”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으로 친구와 이야기하던 김수민(가명·28·시각장애 1급)씨는 한숨을 푹 쉬었다. 친구가 보내는 이모티콘을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 모바일 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가 이상하게 작동한 탓이다. 이는 라인이 채팅창에서 사용하는 이모티콘·이미지 등에 대체 텍스트를 넣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도움을 요청하고자 다른 친구들을 채팅방에 초대하려 했지만 이 역시 번번이 실패했다. 초대할 친구를 선택해도, 스크린리더는 묵묵부답이었다. 200여명 중 어떤 친구를 초대했는지 읽어주질 않았다. 결국 엉뚱한 이들을 잔뜩 초대한 김씨는 “모바일 메신저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필수적인 의사소통 창구란 것을 IT업체들이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메신저, 시각장애인 배려 점수는? 스마트폰 사용자 3500만 시대다. 장애인의 스마트폰 보유율도 2010년 1.6%에서 2013년 39.9%로 3년 새 25배가량 늘었다. 모바일을 활용하는 장애인의 정보화 수준도 2012년 30.2%에서 2013년 41.8%로 껑충 뛰어올랐다.(2013년도 정보격차 실태조사, 미래창조과학부) 반면 모바일 앱들의 장애인 배려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에게 은행 뱅킹·쇼핑보다 중요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선 접근성 격차가 현저하다는 지적이 많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함께 국내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카카오톡·페이스북 등 세 곳을 비교·시연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시각장애인 모니터링단은 카카오톡에 가장 높은 점수를, 라인에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한국웹접근성센터 모니터링단은

“직접 체험하는 기회 적은 아이들 책 통해 다양한 세계 접했으면”

강원 명진학교 박홍식 교장 인터뷰 공공도서관 10%만 장애인 자료실 있어 보조기구·점자책·확대독서기 등 설치 지역 장애인 정보 접근권 향상에 도움될 것 시각장애인들의 ‘책 읽을 권리’가 화제다. 작년 6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채택한 국제조약 때문이다. 이 조약은 시각장애인 등 책을 읽기 힘든 독서 장애인에게 콘텐츠를 다른 형태(점자 등)로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으로 현재 미국·EU·중국 등 67개국이 서명을 마쳤다. 반면 국내는 공공 도서관 중 장애인 자료실을 설치한 곳이 10%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전국 도서관 장애인 서비스 현황, 2011년). 강원 명진학교가 하트하트재단의 도서관 환경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홍식(43·사진) 교장을 만나 시각장애인 도서관 환경 개선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봤다. ―명진학교는 강원도에서 유일한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다. 이번 개선 사업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장애 특성에 맞춘 도서관 환경이다. 저시력 학생 중에는 밝은 곳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어두워야 집중을 잘하는 친구도 있다. LED 조명으로 바꾸면서 한층 밝아졌고, 조명 밝기도 아이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약 5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천장에 일부 포함된 석면도 제거했다. 서가 배치도 문제였다. 도서관 중앙에 있던 책꽂이들이 벽을 따라 재정비되면서 이제 부딪치거나 넘어질 위험도 사라졌다. 9000여권의 책도 분류와 상관없이 꽂혀 있었는데, 정리 정돈도 새롭게 했다. 특히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찾을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을 마련하면서 주도적인 독서가 가능해질 것이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이 도서관에 없다면 학교에 직접

눈 안보이면 춤출 수 없단 생각, 뒤집으니 희망이 보였다

명상舞 알리는 기업 ‘춤추는 헬렌켈러’ 눈감고 추는 즉흥무, 시각 장애인에 딱 장벽 뛰어넘는 다양한 직업 발굴이 목표 지난 11일 저녁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교회 세미나실. 단소, 꽹과리 등 국악으로 어우러진 한국의 가락이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하나, 둘, 셋.”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는 손을 두어 번 휘젓고, 빠르게 한 바퀴 턴을 했다. 그가 옆 여자의 어깨를 살짝 터치하며 순서를 알렸다. 머리를 곱게 묶은 여자는 오른손을 위로 둥그렇게 올리고, 바닥에서 살포시 뛰었다. 발레 동작과 비슷했다. 즉흥적인 몸짓이지만 음악과 묘하게 분위기가 맞았다. 두 남녀는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시종일관 눈을 감고 있었다. 유창호(23·시각장애 3급), 최희정(39·시각장애 1급)씨는 시각장애인 댄서다. ‘보이지 않는데 춤을 출 수 있을까.’ 예비 사회적기업인 ‘춤추는 헬렌켈러’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명상무(舞)’를 보급하는 단체다. 이날 연습에 매진하던 시각장애인 5명도 이달 말 ‘세종과 지화, 춤을 추다!’ 공연을 앞둔 명상무 수련생들이다. 명상무는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되 음악이나 연주에 맞추어 자신의 내면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춤이다. 정형화된 안무가 아닌 즉흥무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정안인(正眼人)들도 명상무를 출 때 눈에 까만 두건을 두른다. 시각장애인에게 명상무가 ‘잘 맞는 옷’인 이유다. 정찬후(43) 춤추는 헬렌켈러 대표는 명상무가 “맹인이 명인(名人)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년 넘게 호흡 명상과 명상무를 지도해온 정찬후 대표가 ‘시각장애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2009년 그는 석가탄신일 기념 공연에 참가했다가 시각장애인 자녀를 둔 한 어머니를 만났다.

시각장애인이 그렸습니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엄정순 ‘우리들의 눈’ 디렉터 17년 전 회화과 교수 관두고 시각장애인예술협회 설립 처음엔 예술적 호기심에 시작 점차 깊은 사회적 편견 느껴 사진 찍고 그림 그리고… 그들도 예술활동 할 수 있어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 같죠 ‘바람도 찍을 수 있나요?’ 한 여성의 귀를 촬영한 사진 옆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한빛맹학교에 다니는 김희수(15·중3)양이 찍은 사진이다.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사진을 찍을까’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난 16일 찾은 서울 종로구 화동 ‘우리들의 눈’ 갤러리에는 한빛맹학교·서울맹학교·청주맹학교·충주성모학교 등 시각장애인 학생 100여명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어나더 아트 클래스(ANOTHER Art Class)’라는 제목의 전시회엔 사진뿐 아니라 그림·입체·타일·판화 등의 작품도 있었다. “보이지 않아도 다른 감각을 활용해 시각적인 표현을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를 뿐이죠.” 엄정순(52) 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 우리들의 눈(이하 ‘우리들의 눈’) 디렉터가 입을 열었다. 뮌헨 미술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건국대 회화과 교수로 활동하던 그녀는 17년 전, 교수를 그만두고 시각장애인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단체를 설립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 생각을 표현하는지 알고 싶어 3년간 맹학교에서 미술 자원봉사활동을 한 게 계기였다”고 한다. 예술적 호기심에서 출발했지만, 엄 디렉터는 점차 시각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은 아무것도 못 보고, 미술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면서 사회는 이들의 가능성을 외면했다는 것. ‘우리들의 눈’은 현재 4개 맹학교를 찾아가 매주 1회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11개 맹학교와 함께 순회 아트프로그램 ‘장님 코끼리 만지기’ 프로젝트(시각장애 학생들이

어릴적 빛을 잃은 시각장애인 소년 세계적인 음악가 되어 희망 전파한다

이상재 교수 인터뷰 미국 피바디 음대박사 재능 기부하고 싶어서 시각장애인들 모아 체임버 오케스트라 운영 연간 100회 이상 공연 “악기 부는 재주 하나로 남에게 도움돼 기뻐” 술래잡기를 하다 차에 치인 소년은 그 길로 빛을 잃었다. 3년 동안 9번의 수술을 해봤지만 허사였다.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년이 기댈 곳은 음악뿐이었다. 쓸쓸한 소리가 좋아 고른 악기는 ‘클라리넷’. 음악은 취미로만 하라던 부모님의 반대에 이틀을 굶으며 버텼던 소년은 미국 3대 음대 중 하나인 피바디(PEABODY) 음대 140년 역사상 최초의 장애인 박사학위 수여자가 됐다. 이상재 한국나사렛대 관현악과 교수는 몸값 높은 연주자가 된 지금도 오케스트라 운영, 재능 나눔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는 9월 2일에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주최하는 ‘나눔음악회’에 초청 연주자로 나서, 재능 기부를 할 예정이다. ―교통사고로 인해 갑자기 시력을 잃었는데,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되었나요. “일곱 살 되던 해, 동네 형들하고 술래잡기하다가 차에 치였습니다. 몇 미터를 날아갔대요. 발목은 부스러졌고 머리도 많이 다쳤죠. 처음엔 눈은 다친 줄은 몰랐는데, 나중에 병원에 갔더니 사고 충격 때문에 망막이 손상됐대요. 3년 동안 수술을 9번 받았는데 다 실패하고 열 살 때 완전히 실명했어요. 지금은 불빛도 감지가 안 돼요. 시력을 잃은 이후 초등학교 4학년 때 바이올린을 처음 시작했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클라리넷을 했어요. 클라리넷의 어원은 ‘클리어(Clear)’예요. 가을바람처럼 맑은소리를 내요. 그런데 소박하고 쓸쓸한 느낌도 있거든요. 시각장애인이 돼서 힘들고 어려운 시절, 강한 바이올린 소리보다 제 마음을 더

[12가지 핵심과제] ③ 장애 극복한 판사·앵커 뒤에 훌륭한 시스템 있었다

사법연수원 시각장애인 판사 최영씨 모든 교재·기록 음성 변환 시험 시간 약 2배 제공 KBS 앵커 이창훈씨 위해 장애 등급·배려 사항 공부 점자프린터 등 장비 마련 동료로 곁에서 지내보니 장애 대한 편견 사라져 정부, 유형별 직업 개발 기업, 의무고용률 지켜야 21세에 갑자기 얻은 루게릭병. 온몸의 근육이 마비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곤 손가락 두 개와 얼굴 근육 일부뿐. 목소리까지 잃어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던 스티븐 호킹(70) 박사가 ‘세계적 물리학자’가 된 데에는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 호킹 박사가 간단한 버튼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 인텔은 음성변환장치(전용 PC)를 개발, 지원하고 있다. 호킹 박사의 전용 PC는 그의 건강 상태에 따라 계속 진화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도 장애의 벽을 허문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최초의 시각장애인 앵커 이창훈(27)씨가 KBS에 채용된 데 이어, 올 2월에는 최영(32)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로 임용됐다. 장애인의 직업적 한계를 뚫은 이 최초 기록 뒤에는 숨은 조력자와 지원 시스템이 함께하고 있었다. ◇모범 사례 찾아 일본으로 떠난 사법연수원 교수진 2008년 10월, 경기도 일산의 사법연수원 교수진 8명이 회의실에 모였다. 이들은 최초의 시각장애인 사법시험 합격자인 최영씨의 적응을 도울 태스크포스(TF)팀이었다.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수업을 받고, 시험을 치르며, 현장 실무수습을 할 것인가.’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가 필요했다. 일단 해외의 비슷한 사례부터 수집하기 시작했다. 사법연수원 기획총괄교수(판사) 2명이 2009년 1월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1981년 시각장애인 판사를 배출한 일본의 20년

“보이지 않아도 읽을 수 있어요… ‘이것’만 있으면요”

SK텔레콤 ‘행복을 주는 도서관’ ‘문자→음성 전환’ 단말기 개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선보여 홍은녀씨는 선천적인 1급 시각장애인이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하지만 은녀씨의 입에는 ‘본다’는 말이 익숙하게 붙어 있다. “시각 장애가 있다고 해서 텔레비전을 듣는다고 하진 않아요. 우리도 본다고 이야기하죠.” 엊그제도 책을 한 권 읽었다는 은녀씨는 줄거리를 자세하게 얘기해줬다. “톨스토이의 단편이에요. 단편집 제목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고요. 읽다 자다 해서 줄거리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죄를 지어서 지상으로 쫓겨난 천사의 이야기였어요.” 소설을 좋아하는 은녀씨는 신문도 자주 본다. 신문을 봐야 사회생활에 참여할 수 있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래서 하루에 한 시간씩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는 데 투자한다. 그런데 은녀씨와 같은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책과 신문을 읽을까? 그동안 은녀씨는 컴퓨터에 ‘스크린리더’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해 인터넷 신문을 읽었다. 스크린리더는 화면에 등장하는 문자들을 읽어주는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것도 편하지는 않았다. “웹사이트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요. 솔직히 말하면 컴퓨터 부팅부터 줄줄이 넘어야 할 산들투성이죠.” 그런 은녀씨에게 하루 한 시간 마음 편하게 책과 신문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은 SK텔레콤의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이었다. SK텔레콤은 2010년 7월 문자를 음성으로 전환해주는 기능을 강화한 시각장애인 전용 단말기를 개발해 5000대를 중증 저소득층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했다. 그리고 신문과 도서 등 다양한 자료들을 음성으로 녹음해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호응은 폭발적이다. 지난 1년간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에 등록된 자료들의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