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헌신의 발자취… ‘2025 포스코청암상’ 주인공들

[현장] 2025 포스코청암상 시상식 과학·기술·교육·봉사 부문서 5인 수상 포스코청암재단(이사장 장인화)은 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2025 포스코청암상 시상식’을 열고, 과학상·기술상·교육상·봉사상 수상자 총 5인을 시상했다. 상금은 각 부문별로 2억 원이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이 상은 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창의·인재·봉사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6년 제정됐다. ◇ 고분자 말단 화학 개척, 세계 최초 연구 성과 낸 박문정 교수 과학상은 박문정 포스텍 화학과 교수가 수상했다. 여성 과학자로는 첫 수상자다. 박 교수는 ‘고분자 말단 화학’이라는 신개념 분야를 개척하며, 고분자의 말단부가 열역학 특성과 물성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박 교수의 연구성과는 2024년 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을 게재했다. 수상소감에서 박 교수는 “14년 전 청암재단에서 신진교수 펠로우십을 받으며 인연을 맺었다”며 “십수년간 고분자 밀단 화학 분야 연구에 매진해 어려움도 많았지만, 동료, 제자, 가족들의 헌신적인 도움과 지지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대한민국 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연구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 TMA 국산화, 산업 경쟁력 높인 김진동 대표 기술상은 김진동 레이크머티리얼즈 대표이사에게 돌아갔다. 김 대표는 카이스트 화학 박사 출신으로, 2010년 창업 이후 초고순도 화합물 ‘트리메틸알루미늄(TMA)’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는 반도체·석유화학 촉매 등 첨단소재 산업의 핵심 물질로, 기존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품목이다. 그는 “10년간의 연구와 두 번의 코스닥 상장을 거쳐 레이크머티리얼즈를 반도체 소재, 석유 화학 촉매 등 분야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며 “국산화 기술이 산업 경쟁력을 높였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대한민국 산업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더욱 크게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발달장애 학생 오케스트라 창단한 포항명도학교 교육상은 경북 포항의 포항명도학교가 받았다. 이 학교는 1989년 개교 이래 장애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해 운영해왔다. 특히 2013년에는 전국 최초로 발달장애 학생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창단했으며,

‘우리 마을 병원’ 만들어 왕진하는 동네 주치의 추혜인 [2025 포스코청암상]

‘2025 포스코청암상’ 봉사상 수상자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원장 인터뷰 처음부터 의사가 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해 겨울, 성폭력상담소에서 자원활동을 하던 중 한 피해자가 남긴 말을 듣고 삶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성폭력 피해자의 입장에서 진료해 줄 의사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한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의료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절실한 것이라면, 자신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 끝에 이듬해 의과대학으로 다시 입학했다. 그리고 수년 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병원’을 직접 만들었다. 그는 지난달 22일 ‘2025 포스코청암상 봉사상’을 공동 수상한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원장이다. 추 원장은 의대 진학 후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며 “여성이 직접 참여해서 만들고 운영하는 ‘의료협동조합’을 세우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의료협동조합’은 일반적인 병원과 다르게 “개인 의사가 아닌 시민과 의료인이 협동해 만들고 운영하는 조직”으로, 조합원의 출자금을 통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이다. 추 원장은 여성운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 함께 2012년 살림의원을 만들었다. ◇ 시민과 함께 만든 병원에서 ‘의료의 기본’을 지키다 살림의원의 시작은 단순한 개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환자를 위한 의료’가 사라진 현실에 대한 도전이었다.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서는 환자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고 30초 만에 진료를 끝내도, 15분 동안 꼼꼼하게 상담을 해도 진찰료는 똑같다. 그러다 보니 의료기관들은 진료보다는 검사와 처치를 늘려야 수익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추 원장은 이 구조를

빈곤의 현장에서 답을 찾다…이철용의 25년 동행기[2025 포스코청암상]

‘2025 포스코청암상’ 봉사상 수상자 이철용 사단법인 캠프 대표 인터뷰 필리핀 마닐라의 거대한 쓰레기 매립장.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폐기물 더미 사이를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다닌다. 폐품을 주워 하루 끼니를 해결하는 아이들.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던 그곳에서, 한 남자가 발걸음을 멈췄다. “저 아이들도 꿈을 꿀 수 있을까?” 이 작은 물음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는 바로 지난 22일 ‘2025 포스코청암상 봉사상’ 공동수상자로 발표된 이철용 사단법인 캠프 대표다. 25년 동안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빈민 등 소외된 이웃과 함께해 온 그는 IMF 이후 교회를 떠나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마주했다. ◇ 외국인 근로자에서 장애인, 빈민까지…‘현장에서 찾은 해답’ 이 대표의 활동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거리로 내몰린 외국인 근로자들을 돕는 일에서 시작됐다. 당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국제전화 요금은 큰 부담이었다. 이에 외국인 근로자와 그 가족이 서로 영상편지를 촬영해 서버에 올릴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인터넷방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의 관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거리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시위’를 우연히 지켜보며, 이들 또한 이동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에 한국 최초의 장애인 인터넷 신문 ‘위드뉴스(With News)’를 창간해, 장애인 이동권과 차별 문제를 세상에 알렸다. 2007년, 그는 필리핀을 방문하던 중 마닐라의 대규모 쓰레기 매립지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쓰레기 더미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이들을 돕기로 결심한 그는 국제개발협력 NGO ‘사단법인 캠프’를 설립했다. 그는 필리핀 최대 빈민 연합 단체인 ZOTO(Zone One Tondo

‘2025 포스코청암상’ 수상자 발표…봉사상 공동수상 이철용 대표, 추혜인 원장

포스코청암재단이 지난 22일 올해 포스코청암상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수상자는 ▲과학상 박문정 포스텍 화학과 교수 ▲교육상 포항명도학교 ▲봉사상 이철용 사단법인 캠프 대표,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원장 ▲기술상 김진동 레이크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각각 선정됐다. 과학상 수상자인 박 교수는 포스코청암상을 수상하는 첫 여성 과학자다. 그는 ‘고분자 말단 화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하며, 고분자 말단부가 고분자의 열역학적 특성과 물성을 지배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주목받았다. 박 교수의 연구성과는 작년 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지에 게재돼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교육상 수상기관인 포항명도학교는 1989년 개교 이후 장애 학생들의 맞춤형 특수교육 실현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해 왔다. 2013년 전국 최초로 발달장애 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역도, 배구, 육상 분야에서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도로 매년 각종 장애인 체육대회에서 수상 실적을 내고 있다. 봉사상 수상자인 이 대표는 지난 25여 년간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빈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2007년부터는 필리핀 빈곤 지역에서 자립마을을 만들어 주민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이 대표와 함께 봉사상을 공동 수상한 추 원장은 2012년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을 개원하고 현재까지 3200가구 이상의 조합원과 함께 의원, 치과, 건강센터, 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약 3300건의 진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기술상 수상자인 김 대표이사는 카이스트 화학 박사 출신으로 2010년 창업 이후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초고순도 화합물 TMA(트리메틸알루미늄)의 국산화를 이뤘다. 이에 더해 유기금속화합물 제조 플랜트 설계 기술을 독자 개발해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