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
다문화 장애인 가족의 첫 여행… 휠체어 타고 제주도 누비다

하이원 행복더하기 희망여행 부부는 한결같았다. 3살배기 아들을 무릎에 앉힌 남편은 전동휠체어 방향을 바꿀 때마다 아내를 바라보며 웃었다. 생소한 나무, 꽃이 보일 때마다 아내는 어눌한 발음으로 남편을 불렀다. 그러곤 “너무 좋다~”며 연신 감탄했다. 팔을 움직이려면 얼굴이 찡그려질 정도로 힘겨운데도, 부부는 틈날 때마다 손을 포갰다. 두 사람을 태운 휠체어는 더디더라도 항상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향했다. 결혼 5년 만의 첫 여행, 제주도에서 맞이한 부부의 신혼여행이다. 남편 난송(34·뇌병변 1급)씨와 아내 김기애(43·지체장애 2급)씨 부부는 2010년 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처음 만났다. 살아온 환경도, 문화도 달랐지만 두 사람은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누구보다 가까워졌다. “말도 안 통하는 제 이야길 귀 기울여 들어주고, 존중해주던 모습이 감동이었어요.” 난송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생후 한 달 무렵, 머리를 부딪혀 뇌성마비를 앓게 된 그는 중국에서 태어나 자랐다. 조선족 어머니가 한국인 남편과 재혼하면서, 2009년에야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김씨는 난송씨의 한글 선생님이자, 상담사가 돼줬다. 겪어온 사연이 비슷한 두 사람이었다. 김씨 역시 한 살 때 뇌성마비를 앓아 말하는 것과 걷는 것이 힘겨웠다. 부모와 떨어져 홀로 살아온 그녀는 “남편과 함께하니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미소를 보인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2년간의 열애 끝에 아이도 생겼지만, 결혼식은 물론 혼인신고조차 못했다. 남편이 아직 한국 국적을 얻지 못했기 때문. 결국 김씨가 정부에서 받는 100만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비로 세 가족이 살아간다. 난송씨는 “국적도 없고, 변변한 직업도 없는 남편이라 항상 미안하다”면서 “가족이 함께하는

군인 되고 싶던 꿈 오늘 이뤘습니다

하이원리조트 중증장애인 병영캠프 황인학(21)씨는 어려서부터 군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군인처럼 경례를 한다. 하지만 군대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 중증발달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입대가 소원이던 황씨는 지난 29일부터 1박 2일 동안 육군 11사단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병영 체험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하이원리조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MBC 나눔이 진행하는 ‘2014 중증장애인 가족을 위한 하이원 행복더하기 희망여행’ 사업의 일환이다. 이날 중증장애인 가족 43가구와 대학생 자원봉사자, 군부대 장병 총 300여 명이 모였다. “약진 앞으로!” 각개전투훈련 교관이 외치자, 병영캠프 체험자들이 언덕 위를 달렸다. 훈련 참가자들은 돌무덤·흙무덤·쇠창살등 장애물들을 넘고, 뛰고, 기었다. 중증장애인 훈련생들이 장애물을 넘을 동안 장병들은 이들의 훈련을 도왔다. 시각장애인 훈련생에게는 특별히 두 명의 장병이 함께했다. 시각장애인 정민석(13)군은 “흙바닥에 배를 깔고 쇠창살을 통과하는 장애물 코스가 특히 힘들었지만, 훈련을 끝내니 뿌듯하다”고 했다. 이날 중증장애인들과 그 가족들, 자원봉사자들은 전투식량을 나눠 먹었다. 이튿날엔 참가자 모두 연병장을 달려 전차에 탑승해본 후, 퇴소식을 치렀다. 1박 2일간 병영캠프에 참가한 중증장애인들은 명예 전역증을 받았다. 도우미 병사로 참가한 이찬우(22) 상병은 “군 생활을 체험하길 원하는 중증장애인들을 보며,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홍천

[희망 허브] 불협화음만 내던 우리, 이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2014 하트포르테 페스티벌 발달장애 청소년 160명 1년여 연습, 합창·난타·클래식연주 등 공연 선보여 “입 닫고 눈도 안 마주치던 아이들 한목소리 내는 것 보며 감동” “난타를 처음 배울 때 우람이는 무조건 빨리만 치려고 했죠. 천천히 속도를 맞추라고 하면 자존심 상하고, 화를 내던 아이였어요.” 관객들 시선이 한곳에 꽂힌 모습을 바라보던 박명옥(44·종로장애인복지관 음악 강사)씨가 대견한 듯 말했다. 아이 12명은 ‘더블유(W)’자 형태로 펼쳐 서 있고, 제 앞엔 모두 키 반만 한 북이 놓여 있었다. 음악과 함께 서서히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아이들은 그룹 퀸(Queen)의 노래 ‘위윌록유(We will rock you)’의 박자에 맞춰 ‘둥둥 탁! 둥둥 탁!’ 북을 내리쳤다. 검정 반짝이 옷으로 멋을 낸 권우람(가명·11)군은 의상만큼 과감했다. 신이 났는지 북소리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내 박자를 놓쳐버린 우람이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얼굴을 찡그린 채 북채를 몇 초간 허공에 잡아두더니, 이내 다시 친구들의 박자를 찾아 속도에 맞게 북을 쳤다. ‘하트포르테’ 활동 1년 만에 발달장애를 가진 우람이는 이렇게 바뀌어 있었다. 어머니 장미옥(가명·38)씨는 “엄마 없인 한 발짝도 안 움직이던 아이가 난타 수업을 받고 나선 친구네 집에 놀러 가는 게 자연스러워졌다”며 “음악을 통해 어울릴 줄 아는 아이가 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저녁,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장천아트홀에서 열린 ‘2014 하트포르테 페스티벌’은 우람군 같은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자신의 변화를 뽐내는 자리였다. 총 10팀, 160여 청소년이 그간의 노력을 무대 위에 올렸다. 합창을 하거나, 클래식 연주를 하거나,

공동모금회·적십자사·구세군… 연말 모금 성적은?

대표 모금기관 3곳 실적 분석 우리나라는 매년 연말 집중모금 열풍이 분다. ‘사랑의 온도탑’으로 대표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집마다 30㎝의 지로용지에 나눔의 기적을 담아내는 대한적십자사, 빨간색 자선냄비로 연말 기부 아이콘이 된 구세군 등 3곳이 대표적이다. 지난 연말 대표 모금기관 3곳의 성적은 어떨까. 공동모금회는 ‘희망2014나눔캠페인'(12월1일~1월31일)을 통해 4253억원을 모금했다. 지난해 모금액(3020억원)보다 무려 1233억원이 늘었다. 기업기부가 2312억원(54.4%)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개인기부도 1941억원(45.6%)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모금액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바로 개인기부금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기부금은 77억원 증가에 그쳤다. 공동모금회는 “월급기부에 참여한 직장인과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 착한가게 회원(매출의 일부를 정기 기부하는 자영업 기부자) 모금활동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현재 직장인 기부자는 55만2000여명이고, 착한가게회원도 7128곳에 달한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도 461명(2월 5일 기준)으로, 집중모금 기간에만 무려 50%에 달하는 213명이 가입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삼성 임직원들이 받은 연말 보너스의 10%를 모금회에 기부한 덕분이다. 한편 대한적십자사의 적십자회비 집중모금 기간(12월10일~1월31일) 모금액은 30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5% 증가했다. 이중 개인기부금은 70%로, 공동모금회에 비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편이다. 특히 이번 기간에는 정기후원자 모집에 주력해 전년 대비 정기후원자가 23.5%가량 늘었다. 작년 12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명동 한가운데서 ‘희망풍차 SR(유명인사들이 72시간 동안 DJ를 맡아 유리로 된 박스 안에서 나눔생방송을 진행하는 이벤트) 나눔 축제’를 열어, 이 기간에만 14억의 성금이 모였다. 구세군은 연말 집중모금 기간(12월2~31일) 동안 63억2543만5289원을 모금했다. 전년보다 12억가량 늘었다. 63억여원 중 기업모금은 22억원, 나머지

피드백 안 주는 90년대 스타일 이제는 싫어요

[기업 관계자들이 바란다] 1년 넘게 계획서 안 주거나 사업 끝난 뒤 연락 잘 안 해… 현장 반영 부족한 점도 문제 프로그램 다양하고 적극적인 다른 NGO에 기부하고 싶어 ‘역량 강화, 다양성, 파트너십.’ 기업 관계자들은 공동모금회에 바라는 점을 이렇게 세 가지로 압축했다. 공동모금회 전체 모금액의 70%는 기업 기부로 이뤄진다. 2012년 공동모금회의 총 모금액은 4159억원. 그 중 2924억원이 기업 모금액이다. 이에 공동모금회는 맞춤형 기업사회공헌, 공익 연계 마케팅, 현물 기부 등 기업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최근 개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업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엇갈리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공동모금회 지정기탁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S기업 CSR 담당자는 “1년이 넘도록 지정기탁 사업 계획서를 주지 않거나, 뒤늦게 단순 지원형 프로그램을 쭉 늘어놓는 경우가 많아서, 기업 담당자들이 부랴부랴 사업 기획안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D기업 10년차 사회공헌 담당자는 “시대가 요구하는 니즈(needs·필요)나 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하고 90년대 스타일로 사업 기획을 하는 경우가 많고, 사업이 끝나고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면서 “공동모금회 지정기탁이 ‘기부’가 아니라 ‘복지 세금’처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분위기만 아니라면, 트렌드에 민감하고 피드백도 빠른 다른 NGO들에 100% 기부하고 싶다”고 귀띔했다. 현장 전문성을 키우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J기업 CSR 담당자는 “공동모금회가 제안한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현장과의 간극이 클 때가 잦다”고 했다. 배분의 다양성을 요구하는 기업도 있었다. 공동모금회 배분이 복지 소외계층 지원에만 한정돼 있다는 것. H기업 담당자는 “시대의 요구에

영수증 때문에 몇 시간 허비… 효율성 높여야

[비영리단체가 바란다] ①과도한 행정처리 다과 구매시 전부 사진 첨부… 아프리카 등 해외사업은 증빙서류 챙기기 더 힘들어 ②가이드라인 부족 모금회로 기부액 몰리면서 영세한 기관은 늘 순위 밀려… 복지기관들 운영도 고려를 ③지정기탁 문제 기업과 진행하는 협력사업 상대 기업 따라 대우 달라져… 사업 제안 눈치 볼 수밖에 “몇몇 지역아동센터에선 모금회 사업을 오히려 기피한다. 아이들 문화 활동 명목으로 읍에서 시로 이동하려고 버스를 대절했는데 세금계산서가 없어 감사에서 걸렸다. 시골 수퍼, 식당에선 점심을 먹을 수 없다. 영수증 발행이 되는 식당에 가려고 택시를 타고 왕복 1시간을 오가야 한다. 도서 산간벽지 등 열악한 환경일수록 증빙 문제 때문에 사업 진행이 어렵다. 정말 필요한 곳엔 돈을 못 쓰는 구조다.”(A사회복지법인 사회복지사 J씨) 사회복지계의 ‘맏형’ 역할을 해야 할 공동모금회 사업이 복지 현장에선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더나은미래 특별취재팀이 만난 비영리단체 실무자들은 여전히 ‘과도한 행정 처리와 시대에 뒤떨어진 지침’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공동모금회 사업을 결산할 때는 사업보고서와 영수증은 물론, 지출 항목마다 해당하는 증빙 자료가 필요하다. I사회복지기관 관계자는 “다과를 구매하면 사진을 다 찍어 첨부해야 한다”면서 “워낙 서류가 많아 분실사고도 빈번한 편이라, 두 박스 분량의 결산 서류가 나오면 꼭 우체국에 가서 등기로 부친다”고 했다. 해외 사회공헌 사업이 많아지는데, 모금회의 지침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W비영리단체 실무자는 “지정기탁사업에서 해외사업의 비중이 늘어나는데 모금회는 저개발국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면서 “아프리카 오지에서 영수증 발급되는 곳을 찾기 쉽겠냐”고 반문했다. 배분

126도 넘긴 사랑의 훈훈함이 식지 않도록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나눔문화 이끌어갈 수 있도록 민간부문과 다양한 연계 기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델이 된 미국 유나이티드웨이(United Way)의 경우 단발성 행사나 캠페인보다는 사회복지단체·학교·교회·기업 등 민간 부문의 다양한 영역과 연계해 모금 활동을 전개한다. 모금회 역시 앞으로 민간과의 접점을 많이 만들어 나눔문화를 이끌어야 한다. 50인 이상 기업에서 ‘임직원 모금(workplace fundraising)’을 적극 전개해 1조원 시대를 열어주고, 모금뿐만 아니라 배분 방식에서 ‘하이 임팩트(High Impact)&파트너십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공동모금회는 법적 기구라서 순수 민간 독립기구와 다르다. 독립과 협력의 균형점을 잘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운호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 “기부문화 저변 확대할 수 있도록 소액기부자 모으는 역할 해주길”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해 파일럿성의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긍정적 성과를 내고, 이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형 복지단체 배분 쏠림 현상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영세 비영리단체(NPO)에는 사업 기획 과정을 지원한다든지 역량 강화에도 앞장서야 한다. 모금 기법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NPO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도 좋다. 지금은 아너소사이어티(고액 기부자)에 주력하고 있지만, 기부 문화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선 소액 기부자를 끌어들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 영입해 새로운 아이디어 마련할 필요” “아직 우리나라는 복지 대상자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사업 과정에서 과도한 행정 등 ‘규제’에 초점을 맞춘 비효율적인 태도의 변화도 필요하다. ‘잘못을 적발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단 어떤 성과를 냈는지 사업의 ‘임팩트(Impact)’를 고려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Cover Story]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내일을 말하다

한국 공익분야의 맏형…낮추고 손잡고 똑똑해져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가 새로운 사령탑을 맞았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지난 15일 제8대 회장으로 취임, 3년 임기를 시작한 것이다. 1999년 설립돼 16년째를 맞는 공동모금회가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모금 배분 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어떤 역할이 필요할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각 분야 사회복지기관 협의체 대표 10명, 공익 분야 대표 교수진 10명을 만나 ‘공동모금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중점 지원 어젠다 설정 ▲비영리단체와의 협력적 파트너십 강화 ▲임팩트(Impact)를 고려한 문제 해결력 향상에 힘을 키울 것 등을 제시했다(가나다순). ☞인터뷰 전문 보러가기 편집자 주   ※ 김순택 자원봉사협의회 상임대표 “자원봉사 분야와 협력해기부문화 시너지 이끌길” “다양한 분야와 협력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동모금회와 자원봉사 분야가 협력하면 기부문화 확대에 큰 시너지가 있을 것이다. 많은 국내외 조사를 보면, 자원봉사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들이 기부하는 경향이 크다. 기부가 문화로 정착된 선진국에서는 모금 자원봉사자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모금전문가 양성 및 시민교육, 모금 프로그램 개발, 인프라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것도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공동모금회의 중요한 임무다.” ※ 문용훈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회장 “소규모 시설에 문턱 낮춰시민에 더 가까운 기관으로” “공동모금회의 모금액 누계와는 별도로, ‘사회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느냐’는 측면에서는 10년 가까이 의구심이 제기돼 왔다. 현장과 밀접한 비영리단체에 비해 사회복지의 변화를 감지하는 속도가 다소 느리다. 또 소규모 단체들에 대한 문턱을 낮춰야 한다. 제안서를

[미래 Talk!] 어디로 갔을까요… 공동모금회가 필리핀에 지원한 100만달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는 긴급구호를 하는 한국 NGO들이 많단 사실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21일, 필리핀 타클로반에서 만난 한 국제구호 NGO 관계자의 말입니다. 태풍 ‘하이옌’의 참사 현장에서 수많은 한국 NGO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20여개 단체 실무자들은 SNS로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며, 매일 밤 모여 정부·지자체와의 소통 방법, 배분 상황, 일정 등을 놓고 새벽까지 토론했습니다. ‘기안(Guiuan)’ 마을에서 만난 WFP(유엔세계식량계획) 관계자는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구호하는 한국 NGO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런 한국 NGO들의 역량을 국내에선 몰라주고 있습니다. 공동모금회는 지난달 12일 “태풍 하이옌으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입은 필리핀에 100만달러(약 10억)를 지원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어느 단체에 지원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는데, 취재해 보니 각각 50만달러씩 WFP와 IOM(국제이주기구)에 전달되었습니다. 공동모금회는 2010년 1월 아이티 대지진 때에도 긴급구호 지원사업비 50만달러와 국민성금 50억원을 WFP에 기부했습니다. 우리 국민의 성금을 모아 매번 국내 NGO가 아닌 해외 구호단체에 기금을 전달해온 것입니다. 당시 긴급구호를 진행했던 한 국내 NGO 담당자는 “공동모금회에 지원을 요청했는데, ‘해외 단체에 지원하니 수송기에 사랑의열매 로고를 박아주는 등 홍보 효과가 더 좋고, 극진 대우를 해주더라’는 답변을 듣고 당황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국제구호단체 활동가는 “아이티 현장에서 만난 WFP 관계자가 ‘우리도 사랑의열매로부터 많은 돈을 지원받았다. 한국 단체들은 사랑의열매한테 전달받은 기부금으로 어느 마을을 도왔는지 궁금하다’고 물어보는데, 대답을 할 수 없어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귀띔했습니다. 이에 대해 공동모금회 나눔사업본부 관계자는 “긴급구호가 발생하면 사무처에서 관련 자료를 검색하고,

[기고] 모금회 사업 신청절차가 더 가벼워집니다

김석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외협력본부장 5월 28일자 ‘더나은미래’의 사회복지사 관련 특집은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자살사건을 계기로 짚어본 적절한 기획이었다. 복지가 국가적 화두가 된 요즘에도 여전히 열악한 민간 사회복지사들의 근무 여건을 전했다. 개인적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복지의 일선 현장을 지키는 그들의 의욕이 꺾인다면 그 손실과 피해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이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들이 얘기한 애로점 가운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관련된 부분이 있어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공동모금회에 관한 지적은 한마디로 ‘사회복지기관·시설들이 공동모금회에 배분 신청을 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것으로, 그동안 현장에서 종종 제기돼온 내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동모금회는 이러한 현장의 불편을 덜기 위해 절차 간소화 작업에 들어가 있다. 신청 기관과 사업 내용에 대한 사전 심사, 그리고 사후 평가 과정에서 제출 서류 등을 줄여 행정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대신 현장 실사와 다면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럼에도 일선 현장의 어느 정도 수고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국민의 소중한 성금이 투명·공정하게 배분되기 위해선 세밀한 검증 장치가 함께 가동되어야 한다. 허위 기재나 지원금 부당 사용 등 소수의 일탈 사례로 인해 선의의 많은 시설이 피해를 보아선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동모금회에 지원 신청을 할 여력이 부족한 소규모 시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공동모금회는 이들의 취약한 행정 여력을 감안해 지난해 소규모 시설만을 대상으로 22억원을 별도 배정했고, 올해는 두 배로 늘려 45억원을 전국 16개 시·도 지회를 통해 배분한다. 많은

복지가 필요한 사회복지사 “우린 천사도 수퍼맨도 아닙니다”

열악한 근무 환경 속 사회복지사의 눈물 청소년·노숙인·수급자 등 돌봄 대상에게 신변 위협 업무 강도 비해 임금 낮아 사회복지사 이직 잦고 구인난 가중되는 악순환 최근 근무 실태 알려지자 3교대 근무 도입 등 보건복지부가 대책 추진 사회복지사 A씨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휴대폰을 계속 지켜봤다. 자신이 돌보는 아이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경기도 안성의 한 그룹홈(소규모 공동가정생활) 시설에서 4~5명의 소년소녀 가장들을 돌보고 있는 A씨는 7년이 넘도록 명절에 고향을 방문하지 못했다. A씨 대신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곁에서 돌볼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1년, 정부는 사회복지사 2인이 교대로 24시간 동안 그룹홈 청소년을 돌볼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2명 중에 1명은 행정 및 후원업무에 전념하느라 시설에 거의 오지 못한다. 대체 인력이 사실상 없다. 얼마 전, 아이들이 A씨에게 화를 내면서 물건을 던졌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을 위협한 아이들에게 묵묵히 밥을 차려줬다. A씨는 그 순간을 덤덤히 회고하며 “아이들이 욕을 할 때, ‘우리에게는 과연 인권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해 동료 사회복지사들이 오래전에 그룹홈을 떠났다. A씨는 사회복지사들의 잦은 이직으로 아이들이 자꾸만 상처를 받는 것이 안타깝다. 1년 동안 아이들과 호흡하면서 겨우 마음을 열면, 사회복지사가 시설을 떠나버린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사회복지사의 인권을 보호하는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해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들이 가장 많이 겪는 문제 중 하나는 ‘돌봄 대상자들로부터의 위협’이다. 돌봄 대상자들 중 일부는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폭언 및 욕설, 폭행,

“乙도 아닌 丙 신세… 사회공헌 액수 늘어도 근무 여건 더 나빠져”

민간 사회복지사들의 고백 사업계획, 質보다 量 우선 하던 대로 해야 승인받아 1000원짜리 사업 하려면 5000원 드는 증빙 요구 “사회복지 대변할 모금회 오히려 기업 편에 서 있어” 사회복지사들 한목소리 “완벽한 배분 하려다 보니 평가 까다롭고 문서 많아” 공동모금회 측도 고민 “모금회 사업을 위한 사회복지사를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해야 한다. 모금회 사업 평가가 1년 단위로 진행되고 이 결과를 기반으로 사업의 연속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행정 절차도 아주 복잡하다. 만약 1000원짜리 사업비를 받는다면 비용이 5000원 드는 증빙서류를 요구한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침을 따르는 게 아니라, 지침을 위해 엄청난 일이 계속 생긴다. 모금회 사업은 단기 계약직 사회복지사를 양산하고 있다.”(A 복지법인 사회복지사 K씨) “애초에 평가 결과가 명확한 사업 제안서를 내야 한다. ‘몇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몇 아이가 외국을 탐방하고 왔다’ 등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할 수밖에 없다. 질보다 양이다. 아이들의 실질적 변화를 기대하며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어도, 1년 내 어떻게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 포기한다.”(H 복지단체 사회복지사 J씨) ◇민간 사회복지 전달 체계 ‘빨간불’ 복지 예산 103조원, 대기업 사회공헌 비용 지출액 3조1241억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액 4000억원. ‘복지 때문에 나라 결딴난다’며 복지 포퓰리즘까지 대두하는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올 초부터 벌써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4명이 자살했다. 그나마 공무원(1만335명)은 안정적 신분과 급여를 보장받지만, 복지시설·비영리단체 등에서 일하는 6만여 민간 사회복지사 처지는 더 열악하다. 민간 사회복지사들은 ‘더나은미래’ 심층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은 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