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신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
[메타버스와 사회혁신] 아바타와 페르소나

중·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함께 종종 컴퓨터 게임을 즐기곤 했었다. 내신 시험이나 모의고사가 끝나는 날이면, 부리나케 PC방으로 달려가 가상세계에서의 특별한 조우를 즐기곤 했었다. 그곳에서는 특수부대의 유능한 스나이퍼가 되기도 했고, 멋진 도끼를 휘두르는 바바리안이기도 했다. 어느 날은 대규모 우주함대를 지휘하는 외계종족의 사령관이 될 수도 있었다. 가상세계는 늘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했지만, 온종일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학생의 주머니 사정도 그러했지만, 다시 학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모종의 압박감이 더 컸다. 그래서 매번 PC 사용 시간을 미리 결제하는 선불제를 끊고는 했다. 약속된 시간에 도달하면 컴퓨터 시스템은 1초의 오차 없이 차단됐다. 현실로 돌아올 시간. 정신을 추스르고, 등가방을 챙겨 그곳을 나설 때마다 나는 모종의 부적응을 잠시간 겪었던 것 같다. 다시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는 현실도 그러했지만, 조금 더 나아가자면 아마도 그것은 우리는 모두 똑같은 디자인의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에 불과하단 정체성의 자각에서 비롯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여러 학생 중 한명 일뿐이라는 자각이, 오히려 나를 강력하게 가상세계에 매료되게끔 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곳에서는 사회적으로 부여된 ‘나’를 잊고, 내가 바라는 ‘누군가’로 살아 볼 수 있었다. 대학 진학 이후 게임에 대한 욕구는 크지 않았다. 현실 세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이리도 다양하고 짜릿했기에 굳이 게임이 제공하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치 않았던 것이다. 이때부터는 가상의 나 자신을 살게 하는 게임보다, 나의 실제 삶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에 더 관심을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
[메타버스와 사회혁신] 관망과 실천

6월의 마지막 주, 국제영화제로 잘 알려진 프랑스 칸의 드넓은 해안가에 수많은 미디어, 광고회사들이 모였다. 구글, 아마존, 메타와 같은 세계적인 미디어 플랫폼 회사들이 모래사장 위에 거대한 부스를 세웠고, 낮에는 세미나로 밤에는 네트워킹 파티로 쉴새 없이 열렸다. 지중해의 태양만큼이나 사람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칸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매년 국제광고제 ‘칸 라이언즈(Cannes Lions)’가 개최된다. 규모 면에서나 참가 인원, 예산으로도 영화제를 훨씬 압도하는 큰 행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 2년은 온라인 행사로만 진행됐고, 올해 다시 오프라인 행사를 시작했다. 파울러스는 이번 칸 라이언즈 광고제에 총 3개의 프로젝트를 여러 부문에 출품했다. 팬데믹이 막을 내리는 시점에서 글로벌 광고계의 동향도 경험하고 세계인들과 네트워킹도 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수상에 있어서는 기대보다 성과가 좋았다.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점자패드 ‘닷패드’의 광고 캠페인이 가장 영광스러운 상으로 알려진 ‘티타늄(Titanium) 상’을 받았고, 독립 광고대행사 이노레드와 함께 진행한 ‘우유안부(Greeting Milk)’ 캠페인 등으로 총 5개의 본상을 받게 됐다. 국내 광고 회사로는 으뜸가는 성적이다. 수상하게 된 ‘닷패드’의 캠페인은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Accessibility) 문제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유안부’는 독거노인의 건강 및 고독사 방지를 위한 우유활용 캠페인에 더해 일반인의 기부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광고제라고 해서 재미있거나 멋진 연예인을 기용해 대중의 기억에 각인시킨 광고를 발굴하고 시상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적 광고제 칸 라이언즈에서 커뮤니케이터와 브랜드의 사회적 참여, 혁신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공로를 인정해온

지난 24일(현지 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국제광고제 '칸 라이언즈'에서 국내 영상프로덕션 파울러스가 시각장애인용 점자태블릿 '닷패드' 광고 캠페인으로 최고상인 티타늄 라이언즈를 수상했다. /파울러스 제공
韓 프로덕션 ‘파울러스’, 점자태블릿 광고로 칸 라이언즈 최고상 수상

지난 24일(현지 시각) 폐막한 국제광고제 ‘칸 라이언즈’에서 국내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기기 ‘닷패드(DOT PAD)’의 광고 캠페인이 최고상인 티타늄 라이언즈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2013년 제일기획의 자살 예방 캠페인 ‘생명의 다리’로 티타늄 라이언즈를 수상한 이후 두 번째다. 이번 수상작은 국내 영상프로덕션 파울러스가 독일 광고대행사 서비스플랜 뮌헨과 함께 제작·출품한 작품이다. 칸 라이언즈는 ‘광고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광고제로 매년 프랑스 칸에서 열린다. 올해는 칸 영화제가 열린 ‘펠레 드 페스티벌’에서 개최됐다. 이번 칸 라이언즈 시상 분야는 커뮤니케이션·크래프트 등 9개의 부문 29개 세부 시상으로 나뉘며 각각 그랑프리와 금·은·동 사자상을 수여한다.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는 전 세계 87개국에서 출품된 2만5000개의 본선 진출작이 경합했다. 티타늄 라이언즈 부문에는 출품작 198개 중 5개가 선정됐다. 그 중 파울러스가 제작한 닷패드 광고 캠페인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 세계 최초의 점자태블릿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파울러스는 지난 2018년 점자 북리더기인 ‘닷미니’로 금상, 2019년 점자 번역기 ‘닷트렌스레잇’으로 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광고 캠페인으로 그랑프리 수준의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캠페인을 담당한 사판 카디르 파울러스 크리에이티브디렉터는 “한국의 독립 광고회사도 글로벌 수준의 화법과 내러티브를 구사할 수 있다는 걸 세계에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파울러스와 독립 광고대행사 이노레드가 함께 출품한 매일유업의 ‘우유안부(Greeting Milk)’ 캠페인도 이번 대회에서 두 개의 상을 받았다. 고객이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작품에 수여되는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액티베이션 부문에서 은사자상, 광고의 스토리와 메시지가 대중에게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
[메타버스와 사회혁신] 친절의 별점

대학 시절 1년간 갭이어(Gap-Year)를 가진 적이 있다. 3학년을 마친 직후였다. 30kg짜리 배낭을 둘러메고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거쳐 서유럽과 중남미 여행을 떠났다. 당시 고생도 했지만 값진 경험들도 많이 얻었었다. 애초 계획은 영국 어학연수였지만, 오랜 벗이자 선배인 영곤 형이 줬던 책 한 권이 방향을 틀게 했다. 2007년 출간된 ‘어학연수 때려치우고 세계를 품다’라는 책이다. 저자의 파란만장한 여행기에 큰 자극을 받은 나는, 또 다른 오랜 벗 월호 형과 함께 긴긴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 중에 얻은 대부분은 거저 주어진 것들이었다. 굶주린 여행객을 위해 기꺼이 먹을 것을 내어주는 분들도 있었고, 하룻밤 묵을 자리를 제공한 분들도 있었다. 매번 값을 치르고 비용을 계산해야 하는 ‘여행 시장’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선의와 친절, 환대의 영역이다. 그것이야말로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진짜 값진 경험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생의 진짜 소중한 것들은 비용을 내고 구입했던 것들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동네 어른들로부터 받았던 사랑과 관심, 친구들과 함께 나누었던 놀이와 간식의 추억, 첫사랑과 함께 주고받았던 배려와 희생 그리고 다툼의 기억들. 모든 것이 불현듯 찾아왔다. 인류와 커뮤니티를 지탱해온 실체는 거래가 아닌 공유는 아닐까. 유럽에는 전통적인 환대의 문화가 있다. 집마다 방 한 칸은 꼭 손님방(Guest Room)으로 꾸며 놓고는 하는데, 손님이 찾아오면 방과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쉬어가도록 한다. 반대로 누군가의 집에 손님으로 방문하면 그런 환대를 받게 된다. 손님방 문화를 여행 상품화한 것이 바로 ‘에어비엔비(Airbnb)’다. 재독(在獨)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
[메타버스와 사회혁신] 쓰레기 마을과 웹 3.0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로 접어들자 승합차가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아스팔트 포장된 도로가 끝난 곳부터 쓰레기 마을 ‘단도라(Dandora)’라고 했다. 마을의 중심부에 당도하자 악취가 코를 찌른다. 차창을 열지 않았는데도 농축된 쓰레기의 강한 냄새가 유쾌하지 않은 환영 인사를 건넨다. 우리를 살찌우고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 소비한 모든 것들의 껍데기와 잔반들이 뒤엉켜서 충격적인 냄새를 만들어냈다. 그 거대한 쓰레기 산 위에는 마치 시체를 노리는 듯 독수리 떼가 하늘을 선회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쇳덩이나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으로 팔 수 있는 것들을 수집하려고 이곳 빈민가 사람들은 쓰레기 산을 열심히 뒤진다고 했다. 6년 전 방문한 케냐 나이로비의 기억이다. 그 뒤로 3년 동안 나는 단도라에 3번을 더 방문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동료 사판(Saffaan)을 6개월간 현장에 파견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당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소수의 아이를 모아서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노트북의 자판 타이핑부터 배워야 했던 아이들은 3년 만에 직접 유튜브에 채널도 개설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제작해서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모바일 기술의 발전이 창출한 ‘플랫폼 경제’가 빈민가 아이들도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며 광고 수익의 혜택을 받을 기회를 가져다준 것이다. 플랫폼 경제는 많은 이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유튜브는 더 재밌고 인기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여 기존 광고 시장에서 광고 매체비를 점유하고 있던 지상파 방송사들과 경쟁하지 않았다. 모든 이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참여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매체비를 나누어주기

“휴머니즘 전파가 우리 역할… 北 주민 이야기 다루고 싶어”

미디어스타트업 ‘파울러스’ 김경신 대표·정다훈 감독-최고 권위 국제광고제서 3개상-‘레밀리터리블’ 영상 만든 주역들-미디어 중심의 사회공헌에 힘써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면 재미없잖아요. 현장에서 틀어진 계획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때도 많습니다.” 미디어스타트업 ‘파울러스’의 김경신(33) 대표는 현장에서의 직관을 믿는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라이언스 국제광고제’에서 3개 상을 휩쓴 데도 ‘직관의 힘’이 한몫했다. 파울러스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점자 기기 ‘닷 미니’의 광고·캠페인 영상으로 황금사자상 2개(보건·건강, 혁신 부문)와 은사자상 1개(제품디자인 부문)를 수상했다. “처음부터 광고제 출품을 염두에 두진 않았어요. 원래 계획은 케냐와 인도에서 광고 영상을 찍어 오는 거였어요. 그런데 제가 케냐에서 지갑이랑 여권을 도둑맞아서 귀국을 못 했어요. 대사관에 협조를 구하고 하루 더 머물게 됐는데, 대행사 측에서 광고제 출품용 캠페인 영상도 하나 만들자고 하더라고요. 잘됐다 싶어서 먼저 귀국한 스태프를 다시 케냐로 불러들여 즉석에서 추가 촬영을 했고, 그게 수상으로 이어진 거예요. 이걸 운이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이들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 꿈을 키워가는 시각장애 선생님과 학생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정다훈(31) 연출감독은 “특별한 디렉션을 줄 필요가 없었다”면서 “점자 책이 부족해 제대로 공부도 못 하던 학생들이 스마트 점자 기기를 만났을 때 느낀 놀라움과 반가움을 고스란히 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고 말했다. 파울러스는 지난 2016년 김경신 대표와 정다훈 감독의 의기투합으로 시작된 신생 스타트업이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 공군 온라인 홍보팀 ‘공감’에서 선·후임 장교로 처음 만났다. 공군 복무 당시인 2013년에는 영화 ‘레미제라블’을 군대 제설 상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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