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Cover story] ‘가야금병창 인간문화재’ 꿈꾸는 소녀 은진이

“생활비 때문에 전단 돌리지만 괜찮아요, 제겐 꿈이 있으니까요” 굳세어라, 은진아 가야금 열두 줄 위로 오른손이 춤을 췄다. 왼손은 천천히 현을 짚었다. 구성진 가야금 가락에 맞춰 열다섯 소녀 은진(가명)이는 가야금병창곡 ‘고고천변’을 불렀다. ‘고고천변’은 판소리 ‘수궁가’에 나오는 곡 중 하나로, 자라가 용왕의 약을 구하기 위해 육지로 나왔을 때 처음 본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곡이다. 맺고, 풀고, 꺾는 판소리 가락 속에 은진이는 어느새 자라가 되어 있었다. 난생처음 뭍에 오른 자라처럼 목소리에 어떤 경이로움이 묻어났다. “무대가 너무 좋아요. ‘우리 것’인 전통 음악과 한복도 좋고요.” 은진이는 잇달아 네 곡을 부르고서야 무대에서 내려왔다. 숨이 차오를 법도 하건만, 눈빛에 흔들림이 없었다. 목소리에는 강한 확신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은진이가 ‘가야금병창’을 처음 배운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방과후교실’에서였다. 일주일에 두 번 1시간씩 배우는 게 전부였지만 처음부터 가야금병창에 푹 빠져들었다. 소질도 빼어나 1년 4개월 만에 전남도지회 주최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에서 개인 일등을 차지했다. “대회에서 입상한 후에 가야금병창을 평생 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는 내내 ‘더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만 했어요.” 당시 어려운 집안형편을 몰랐던 은진이는 ‘레슨받고 싶다’며 엄마를 졸랐다. 은진이를 가르치던 선생님도 부모님에게 “은진이는 정말 소질이 있다”며 “레슨비를 조금만 받아도 좋으니 꼭 가르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은진이는 결국 1시간에 5만원을 내고 다른 친구들보다 저렴하게 개인 레슨을 받게 됐다. 친구들이 방과 후에 분식집에 들러 수다를 떨며 놀 때 은진이는 밥도 거르며 연습을 했다. 개인 레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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