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하준이’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유… “엄마니까”

[법을 만드는 시민들] ‘하준 엄마’ 고유미,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씨 경사진 주차장 차 미끄러짐 사고로 아들 잃어 국민청원·편지 호소에 정부가 대책 내놨지만 사고 후 지금까지 안전 시설 달라진 게 없어 ‘정치하는엄마들’과 힘 합쳐, 법안 통과 목표 “하늘에서 하준이와 다시 만나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너를 아프게 한 그런 일은 이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에 머리가 하얗게 새버린 엄마는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다고 했다. 혼자서 외롭게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이제는 동지가 생겨 버틴다고 했다. ‘하준이 엄마’ 고유미(37)씨 이야기다. 고씨는 2년 전 차량 미끄러짐 사고로 다섯 살 최하준군을 잃었다. 그날 이후, 그는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사고로부터 다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법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이유는 하나다. “엄마니까.” 고씨에게 힘이 돼 주는 사람도 엄마들이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고씨와 함께 입법 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 13일 고씨와 함께 만난 장하나(42)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말했다. “엄마 고유미, 엄마 장하나는 힘이 없어요. 하지만 ‘엄마들’이 뭉치면 다릅니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요.” “같은 사고로 아이가 둘이나”… 엄마는 뭐라도 해보기로 했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2017년 10월 1일 고씨는 남편과 하준군,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서울랜드를 찾았다. 남편이 트렁크에서 카메라를 꺼내는 사이에 SUV 차량이 고씨와 하준군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추돌 차량의 운전석은 비어 있었다. 경사를 따라 수십m를 굴러 사람을 덮친 것이다. 이 사고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 믿고 해외봉사 갔는데… ‘불법 체류자’ 신세라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코이카가 운영하는 해외봉사단 ‘WFK’ 정부의 무상원조기금으로 활동하지만 위탁 운영하며 비자 관리까지 NGO에 네팔 등 개도국, NGO 비자 정책 ‘깐깐’ ‘편법적인’ 관광·학생 비자 받을 수밖에 봉사자들, 현지 단속 걸릴까 ‘전전긍긍’ “태극 마크 달고 봉사활동 하러 왔는데, 여기서 저는 정부 관계자를 보면 숨어야 하는 불법체류자였어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하 코이카)이 운영하는 봉사단 ‘월드프렌즈코리아(World Friends Korea·이하 WFK)’ 단원 자격으로 네팔에 있는 한국 NGO 사무소에 파견된 A씨는 “그 시간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현지 주민 수십명 앞에서 교육을 하다가도 “정부 사람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리면 옆 건물, 부엌 등으로 헐레벌떡 뛰어가 그들이 돌아갈 때까지 몸을 숨겨야 했다. A씨가 학생비자 소지자였기 때문이다. 네팔 정부는 외국인이 비자에 명시된 체류 목적 외 활동을 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A씨가 학생비자로 NGO 활동을 한다는 사실이 적발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벌금 부과는 물론 심한 경우 구금되거나 추방될 수도 있다. 네팔 정부의 단속이 잦아지자 A씨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현지의 한국인 사무소장에게 이런 심경을 호소하자 돌아온 대답은 “다음엔 더 빨리 숨으라”는 핀잔이었다. 최대 2년을 계획하고 네팔에 간 A씨는 결국 몇 달 만에 귀국했다. WFK 소속으로 해외로 봉사활동을 떠난 한국 청년들이 현지에서 비자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다. WFK는 정부의 무상원조기금으로 운영하는 해외봉사단을 통칭하는 브랜드명으로, 외교부 산하의 무상원조기관인 코이카가 총괄하고 있다.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NGO 활동을 하려면 ‘NGO비자’나 ‘취업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코이카가

문화 샘솟는 비옥한 땅 옥천, 지루할 틈 없답니다

[청년이 지역을 살린다] ③ 충북 옥천 문화기획사 ‘고래실’ 대전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충북 옥천군은 인구 5만의 소도시다. 옥천군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중 9000명이 20~30대 청년이지만, 실제로 옥천에 사는 청년 수는 훨씬 적다. 대부분 주소만 옥천에 등록해놓고 대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청년이 귀한 옥천에서 문화기획사 ‘고래실’은 보기 드물게 청년 직원이 많은 회사다. 이범석(47) 대표를 제외한 직원 8명 전부 20~30대다. 고래실 청년들은 매달 옥천 소식을 담은 잡지를 펴내고, 마을여행 코스를 짜고, 독서 모임과 전시회도 연다. 이 대표는 “옥천은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자 동학농민운동과 3·1운동 등 역사가 깃든 흥미로운 지역”이라며 “지역 콘텐츠를 활용해 이런저런 일을 벌이며 옥천을 좀 더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고래실은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을 거쳐 2017년 문을 열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지역 잡지 ‘월간 옥이네’ 발간이었다. 지역 명소와 향토 음식, 주민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월간 옥이네에서는 모두 기사감이 된다. 월간 옥이네 초대 편집장을 지낸 장재원(37)씨는 “옥천의 역사서를 만드는 마음으로 월간 옥이네를 발행해왔다”며 “월간 옥이네가 한 권 한 권 쌓이면 옥천의 역사도 축적되는 셈”이라고 했다. 2대 편집장을 맡은 박누리(34)씨는 “독자 중에 매달 두 권씩 사서 한 권은 보관용으로 따로 모으는 분도 있다”며 “옥천 하면 ‘월간 옥이네’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다”고 했다. 폐허 상태로 방치된 막창 구이집을 카페로 고쳐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 ‘둠벙’도 열었다. 저렴한 가격에 음료와

[키워드 브리핑] 기빙플레지

“제게는 남들과 나눠야 할 과도한 양의 돈이 있습니다. 계속 신중하게 자선 활동에 임하겠습니다. 금고가 텅 빌 때까지 나누고 베풀겠습니다.” 지난 5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의 전 아내 매켄지 베이조스는 이혼 위자료로 받은 40조원 상당의 재산을 자선 활동에 쓰겠다고 공개적으로 맹세했다. 세계 내로라하는 부자들이 참여한 기부 캠페인 ‘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204번째 참가자가 되면서다. 기빙플레지는 말 그대로 ‘기부(giving)를 서약(pledge)’하는 것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의 주도로 2010년 시작됐다. 캠페인에 참여하려면 순자산이 10억달러(약 1조 2000억원) 이상인 ‘울트라 갑부’여야 한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이 요건을 충족한 부자들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공개 서약을 하면 된다. 시작 첫해에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부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피에르 오미디아르 이베이 회장 부부 등 50여 명이 기부 서약을 했고, 매년 10~20명가량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내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시작된 캠페인이었지만 현재 해외로도 전파돼 인도·러시아·중국 등 해외 22개국 최고 부자들이 참여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확히 얼마를 어디에 기부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실제로 서약을 지켰는지 감시하는 조직도 없기 때문에 실효성 논란도 있지만 기부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기빙플레지에서 영감을 얻은 비슷한 기부 서약 캠페인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업가들이 수익의 2% 이상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할 것을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파운더스플레지(Founders pledge)’, 기업 또는 개인이 수익의 1%에 상응하는 돈이나 물품을

[진실의 방] 아름다운 이별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난 우리의 끝을 생각했어.’ 대중가요 가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요즘 기업 사회공헌 분야에서 이런 종류의 파트너십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10년 이상 꾸준히 사회공헌 업무를 해온 기업 담당자들을 만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영원한 파트너는 없다. 우리는 끝을 생각하고 시작한다.” 끝이라는 말이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수많은 국내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헌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빈곤과 분쟁으로 고통받는 해외 저개발국 주민들을 돕기도 하고, 쇠락한 국내 중소도시와 마을을 살리는 지역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인데요. 사업 기간이 종료돼 기업이 빠져나가면 그동안 쏟아부었던 모든 게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사태가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개발국에서는 기껏 지어놓은 건물이나 시설이 관리가 안 돼 폐허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무한정 도울 수는 없는 일. 그래서 기업들이 생각한 게 ‘아름다운 이별’입니다. 기업과의 협업이 끝난 뒤 파트너가 완전히 ‘자립’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철저하게 이별을 준비하자는 것입니다. 이달 초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바가모요 지역의 푸가요시 마을에서 뜻깊은 ‘이별식’이 열렸습니다. 기아자동차와 굿네이버스가 5년 전 건립해 운영해오던 푸가요시 중등학교에 대한 소유권과 운영권을 지역사회에 완전히 넘기는 이양식(移讓式) 행사였습니다. 저개발국에 건물을 지을 때 보통 준공식이나 완공식은 해도 이양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에서는 이양식이 준공식이나 완공식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단순히 운영권을 넘기는 자리가 아니라, 파트너의 ‘진정한 자립’을 축하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사업 담당자들은 이날을 위해 최소

“남북 청년들 한 테이블에 앉는 날 기다려”

박석길 링크 한국지부장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았다.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노 딜(no deal)’ 정상회담 이후 얼어붙었던 미북 관계에 다시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 재가동 카드를 꺼내 들면서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을 풀어보겠다고 나섰다. 1953년 한국 전쟁 휴전 이후 66년간 지속한 강 대 강 대결 구도에 균열이 생긴 지금을 북한의 ‘장마당 세대’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장마당 세대는 북한판 ‘밀레니얼 세대’다. 1990년대 태어나 ‘고난의 행군’에서 겨우 살아남은 이들은 현재 북한 체제를 이끄는 주역으로 평가된다. 국가 배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경제 안에서 스스로 돈을 벌어 삶을 꾸리는 데 익숙하다. 북한을 벗어나 중국을 거쳐 한국과 미국으로 떠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처럼 자유를 갈망하는 장마당 세대의 도전을 돕는 단체가 있다. 국제 비영리단체 링크(LiNK·Liberty in North Korea)는 지난 2004년부터 1000명이 넘는 북한 주민의 탈북을 지원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소셜미디어로 알렸다. 재미교포들의 주도로 세워져 현재 미국과 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난 박석길(35) 링크 한국지부장은 “북한 사회의 변화는 권력을 쥔 위로부터가 아니라 희망을 갈구하는 아래로부터 이뤄지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은 감시와 억압으로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지만, 장마당 세대는 그 속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고 말했다. ‘자괴감’부터 느끼는 탈북자들에게 용기 심어주는 일 중요해 박 지부장은 한국계 영국인이다. 런던 정경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과정을 밟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인턴으로

‘창업’으로 제2의 인생 꿈꾸는 북한이탈주민들, ‘산 넘어 산’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총 3만2705명의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에 정착했다. 북한이탈주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1998년부터 지금까지 연평균 1557명이 북한을 떠나 한국에 왔다. 북한이탈주민이 낯선 한국땅에 적응하는 과정은 지난하다.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지만, 차별적인 시선과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다. 단순생산직 외에는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좌절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창업’에 도전하는 북한이탈주민이 늘고 있다. 늘어나는 북한이탈주민 창업 “남한 직장에 적응하기 어려워” 통일과나눔재단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680명이었던 창업자 수는 지난해 800명으로 늘었다. 한국에 사는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약 50%. 경제활동을 하는 북한이탈주민 100명 가운데 5명은 창업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직장생활에서 겪는 불평등은 북한이탈주민이 창업에 나서게 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통일부의 지난 2017년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월평균 임금은 한국 근로자 평균임금의 3분의 2 수준인 160만원에 머물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이탈주민은 “같은 직장에서 일해도 북한과 남한의 사회적 지위 차이 때문에 대우가 좋지 않다”며 “탈북자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일도 있어 갈등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성은 운송업, 여성은 서비스업 창업을 희망하는 북한이탈주민에게 무담보·무이자로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해주고, 사업이 안착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을 제공하는 열린나눔재단 메리스타트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성별에 따라 희망하는 창업 아이템이 확연하게 갈린다. 남성의 경우 운송업에 가장 많이 뛰어든다. 북한에서는 운전면허가 귀하다. 면허가 있다는 것은 지역과 지역을 오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면허 발급 자체를 잘 해주지 않는다.

흠집 있고 못생겨서 버려지던 시대는 갔다!…소비자 만날 기회 느는 ‘비규격품’ 농산물

“가정용 복숭아 시중가 30%에 판매합니다.” 복숭아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최근 들어 온라인 농산물 장터와 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에 ‘가정용’ 복숭아를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하나 둘 올라오고 있다. ‘가정용’ 복숭아는 흠집이 있거나 색이나 모양이 고르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져 정상 유통이 불가능한 ‘비규격품’ 복숭아를 뜻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비규격품 농산물은 전체 물량의 10~20% 수준. 복숭아 100알을 수확하면 이 중 10~20알은 출하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aT관계자는 “비규격품 농산물은 맛이나 영양 측면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소비자들에게 ‘불량품’으로 인식돼 폐기되거나 헐값에 판매되는 등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최근 이 같은 비규격품 농산물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공기관, 대형 할인점, 스타트업 등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마트는 판촉전 열고 스타트업은 가공식품 개발 지난 1월 aT는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 탐앤탐스와 ‘비규격품 딸기 유통활성화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그동안 비규격품 딸기를 규격품 가격의 20% 수준인 1kg당 2000원에 팔아야 했던 딸기 농가들은 탐앤탐스에 1kg당 3000원에 팔 수 있게 됐다. 농가는 비규격품의 판로 걱정을 더는 동시에 수입도 1.5배 늘고, 탐앤탐스는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딸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비규격품 딸기 유통에 이어 aT는 여름 대표 과일 수박의 비규격품 유통 판로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aT 관계자는 “수박 농가에 안정적으로 비규격품을 납품할 업체를 중개해주는 것과 더불어 포장재·홍보물 제작을 지원하거나 거래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등 비규격품 농산물 유통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공변이 사는 法] “소규모 NPO들이 ‘행복한 고민’ 하는 날까지 법률 지원할 것”

[공변이 사는 法] 송시현 변호사 송시현(34)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비영리단체(NPO)에 대한 법률 조력을 전문으로 한다. 법률 분쟁보다는 단체의 설립과 운영 전반을 전문적으로 자문해주는 게 주 업무다. 송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동천에 2016년 합류했다. 이후 4년째 공익전업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 6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동천 사무실에서 만난 송 변호사는 “NPO들의 법률 역량을 늘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느라 하루가 짧다”고 말했다. NPO 설립·운영 관련 법, 필수 체크리스트만 200개 넘어 “비영리단체 안에서도 사단법인, 재단법인, 사회복지법인 등에 따라 적용받는 법률이 달라요. 활동가들이 잘 챙기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단체에서 자가진단할 수 있게 법률 체크리스트를 만들었어요. 꼭 챙겨야 할 부분만 가려낸다고 한 건데도 항목이 200개가 넘더라고요.” 송시현 변호사가 전담하고 있는 ‘동천NPO법센터’에서는 비영리단체에서 법률 관련 이슈를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NPO 운영 셀프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단체 운영에 관련한 법률을 크게 ▲운영 ▲세무 ▲노무 ▲기부금품모집 ▲저작권 ▲개인정보 등 여섯 가지로 분류하고, 단체의 형태에 따라 세부 항목을 나눠 총 201개 항목으로 구성했다. 각 항목별로 위반시 처해지는 벌금이나 과태료 등 제재사항도 함께 정리했다. 송시현 변호사는 요즘 정관 변경에 대한 자문 요청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그는 “일례로 사단법인의 경우 회원이 참석하는 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회원 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면 정회원과 후원회원으로 나누는 작업을 정관 변경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며 “정관 변경은 단체 운영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봉사활동도 트렌디한 ‘취미생활’될 수 있어요”…봉사활동 기획·운영 플랫폼 ‘서울케어즈’

‘청소 본능을 깨워보자’ ‘서울숲 갔다 성수 핫플 가자’ ‘처음인 사람도 3시간 만에 뚝딱’. 봉사활동과 참여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서울케어즈(Seoul Cares)’에는 이 같은 제목의 프로젝트들이 올라와 있다. 순서대로 골목 쓰레기 줍기, 서울숲 공원 가꾸기, 베이비박스에 놓인 아기를 위한 털모자 뜨기 봉사활동 프로젝트 제목들이다. 프로젝트에 봉사활동답지 않은 제목을 붙인 이유는 사람들이 ‘취미생활’ 하듯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장승규(29) 서울케어즈 대표는 “사람들이 주말에 몇 시간 짬을 내 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서울케어즈의 목표”라며 “주요 대상은 봉사활동 참여율이 낮은 20·30대 직장인이고, 운영진들이 주로 활동하는 서울시내 안에서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케어즈 플랫폼 자체도 운영진들에게는 일종의 취미 같은 봉사활동이다. 모두 직장생활을 하면서 퇴근 후나 휴일에 서울케어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2일 장 대표와 서울케어즈 창립멤버 김민경·송지연·오우택(이상 28)씨를 만나 서울케어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 년에 하루만 봉사활동 가자!” 서울케어즈는 장 대표가 미국 뉴욕의 지역 기반 봉사활동 플랫폼인 ‘뉴욕케어즈(New York Cares)’를 본떠 2017년 만들었다. 뉴욕케어즈는 뉴욕 시민이 일상에서 쉽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매달 1500개가량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으며, 연간 참여자 수만 5만명에 이른다. 장 대표는 뉴욕에서 회계사로 일하며 뉴욕케어즈를 알게 됐다. 그는 “참여자가 각자 형편에 맞게 원하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뉴욕케어즈 모델을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도입해서 지역 기반 봉사커뮤니티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본격적으로 서울케어즈 모델을 구상하기

“콤프마저 없으면 가게 문 닫아야 해요”…강원랜드 ‘콤프’에 울고웃는 주민들

지난 6월 27일 강원 정선군 고한읍에 위치한 구공탄시장.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연다는 알뜰 시장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 안은 텅 비어있었다. 상인들은 가게 안에서 TV를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고한읍 옆에 있는 사북읍도 사정은 비슷하다. 과일가게 앞에 쌓아놓은 과일은 손님에게 팔려나가는 것보다 진열만 돼 있다가 상해 버리는 게 더 많을 정도다. 고한읍과 사북읍의 재래시장에서 손님이 사라졌다. 이곳에서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광경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시장에서 물건이 사고 팔린다면 십중팔구 강원랜드 하이원 포인트, 일명 ‘콤프’로 거래되는 경우다. 콤프는 카지노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무료로 숙식이나 교통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강원랜드에서는 카지노 고객이 이용 실적에 따라 받아가는 마일리지를 ‘하이원 포인트’라고 부르는데 이를 통칭 콤프라고 부른다. 원래는 하이원 직영 영업장 내에서만 콤프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2004년 강원랜드가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선·삼척·태백·영월 4개 시·군의 가맹점에서 콤프를 화폐처럼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제도가 시행된지 15년. 콤프는 지역 주민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강원랜드와 가까이 있어 카지노 고객의 왕래가 잦은 사북·고한읍의 경우 지역경제가 콤프에 좌우된다고 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다. “콤프가 마감되면 사람이 안 와요”…중순 넘어가면 발길 뚝 “콤프가 유일한 밥줄이 됐어요. 지역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물건을 못 사고 카지노 사람들은 콤프로만 물건을 사려고 하니까요. 콤프가 없으면 굶어야 해요.” 사북시장에서 닭집을 운영하는 이모(64) 씨는 “사북의 지역 경제가

함께 코딩하고 알고리즘 공부하며 IT업계 ‘우먼 파워’ 키운다

IT업계 여성 글로벌 네트워크 ‘위민후코드’ 서울 커뮤니티 지난 5월 25일 서울 강남구의 ‘구글캠퍼스서울’에 20~30대 여성 60여명이 모였다. IT업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네트워크인 ‘위민후코드(Women Who Code, 이하 WWC)’ 서울 커뮤니티 발족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WWC는 IT업계 여성들이 서로 교류하며 업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결성된 글로벌 비영리 조직이다. 2011년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8년 만에 전 세계 20개국 60개 커뮤니티에 회원 약 19만명을 거느린 대규모 조직으로 성장했다. 발족식은 지난 5월에 치렀지만 WWC서울이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2017년 서로 다른 IT기업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셋이 ‘서울에도 WWC 커뮤니티를 만들어보자’며 WWC본부에 메일을 보냈던 것이 계기가 됐다. 본부로부터 승낙 메일을 받고서 세 사람은 본격적으로 WWC서울 커뮤니티 만들기에 돌입했다. ‘IT업계 여성들의 일’을 주제로 한 커리어 세미나를 열고 국제 규모의 해커톤에 함께 참여하는 등 매달 다양한 행사를 열며 꾸준히 WWC서울을 알린 결과 1년 3개월 만에 회원 800여명을 모았다. 운영진도 창립멤버 3명에서 10명으로 늘었다. 지난달 23일 일반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운영진에 합류한 김수정(28)·정유진(29)·조혜선(27)씨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나 WWC서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 사람은 현재 온라인 교육 플랫폼, 건강관리 앱 개발 스타트업, 블록체인 기술 기반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회원 주도 스터디·코딩 모임, 해외 커뮤니티와의 교류 통해 성장 WWC서울 커뮤니티 회원들의 주요 소통 플랫폼은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다. 스터디 팀원 모집 공고, 교육 프로그램 소식 등 매일 다양한 글이 업데이트된다. 김수정씨는 “운영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