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서울 중랑구에 있는 사회적기업 '더사랑' 직원들이 컬러 점토를 소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강다현 청년기자
발달장애인과 시니어가 함께 일하는 ‘더사랑’ 사업장 방문기

장애인 특성에 맞춰 업무 배분시니어는 발달장애인 근무 지원 발달장애인 윤종혁(34)씨는 음식점 등에서 단순 노동직을 전전했다. 주로 설거지를 맡았는데 오래 서 있기가 어려워 일을 지속할 수 없었다. 휴식 시간을 가질 때면 일이 느리다며 상사에게 혼나기 바빴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놀림과 괴롭힘도 잦았다. 지난해 옮긴 새 직장 ‘더사랑’은 달랐다. 올해로 입사 2년을 맞은 윤씨는 “여기에선 일이 느리거나, 조금 쉰다 해도 혼내는 사람이 없어서 맘 편히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더사랑은 발달장애인과 노인 등 고용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앞장서는 사회적기업이다. 2011년 서울 중랑구에서 시작한 더사랑은 자체 쇼핑몰 ‘보킷’과 포장 업체 ‘굿패커’를 만들어 발달장애인과 은퇴 시니어의 경제 활동을 돕는다. 현재 발달장애인 22명과 시니어 7명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달 8일 발달장애인과 노인이 함께 일하는 더사랑 사업장에 방문했다. 더사랑 직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하는 오전반과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오후반으로 나뉘어 하루 4시간씩 근무한다. 이곳에서는 발달장애인을 ‘청년직원’으로, 고령자를 ‘시니어 선생님’으로 부른다. 이날 오후반에서는 청년직원 10명이 나란히 앉아 점토 포장 작업을 하고 있었다. 더사랑 청년직원 김동혁(33)씨는 자신을 “10년 차 베테랑”으로 소개하며 작업 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동료 직원에게 농담도 건네며 능숙하게 작업을 이어나갔다. 조영화 더사랑 대표는 “장애인 일터는 우울할 것 같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사랑에서는 유쾌함만을 이어 나가고 있다”며 “조금의 신경만 써도 발달장애인에게 친화적인 업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근무만족도는 이곳을 ‘작은 천국’이라 부를 만큼

시각장애인을 위한 낭독 봉사단체 '책 읽는 사람들'의 장영재(왼쪽) 대표와 보조강사를 맡고 있는 문하연 회원. /김지효 청년기자
“시각장애인의 ‘목소리 친구’ 돼보세요”… 낭독활동가 교육 현장을 가다

양질의 오디오북 제작 위해 목소리 훈련“누구나 따뜻하고 푸근한 소리 낼 수 있어” “하늘 높이 떠서도 뽐내지 않고 / 소리 없이 빛을 뿜어내는 / 한 점 별처럼 / 나도 누구에게나 빛을 건네주는 / 별 마음 밝은 마음으로 /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 ‘꽃마음 별마음’을 마이크에 대고 낭독한 수강생 권분조(74)씨가 눈가를 손으로 훔쳤다. 한 자 한 자 글귀를 읽어내리다 나온 권 씨의 눈물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지난달 12일 서울 양재동의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낭독활동가 교육 현장에서다. 낭독활동가 교육은 글을 소리 내 읽는 법과 나만의 목소리 재능을 만들어 가는 수업으로, 대부분 낭독봉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여한다. 낭독봉사란 시각장애인을 위해 글이나 책을 면대면으로 읽어주거나 오디오북을 제작해 지원하는 활동을 뜻한다. 시각장애인복지관이나 점자도서관 등에서 이따금 낭독봉사자를 모집한다. 권씨는 딸의 추천으로 낭독활동가 교육을 신청했다. 치매 환자인 남편이 주간 보호시설인 ‘데이케어센터(Day care center)’에 머무는 시간에 짬을 내 교육장을 찾는다. 평소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고, 남편 병간호에 치여 기회가 없었던 그에게 우연히 마주하게 된 수업이었다. 권씨는 경상도 억양을 가진 70대 노인도 수강할 수 있다는 말에 얼른 수강 신청을 했다. “낭독봉사라는 새로운 일을 하면서 마음에 활력소가 생겨요. 평소에도 집에서 혼자 소리 내 책을 읽곤 했는데, 여기서는 선생님들이 지도도 해주시고 글의 내용도 ‘탁’ 마음에 와닿고 좋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여기 오라고 이야기 해줘야겠다 싶어요.” 수강생 연령대는 30대에서 70대까지 폭넓다. 나이는

2년 전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보더콜리 '말론이'가 경기 파주에 마련된 동물보호소 '카라 더봄센터'에서 뛰놀고 있다. /카라
동물과 사람을 잇다… 동물보호소 ‘카라 더봄센터’ 가보니

전국서 구조된 동물 250마리 보호치료부터 교육, 입양까지 종합관리 경기 파주시 법원읍 금곡리. 병풍처럼 두른 파평산과 비학산 아래 둥근모서리의 삼각형 모양의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지난 2020년 10월 문을 연 ‘더봄센터’다. 이곳은 동물권 인식을 개선하고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건립된 동물보호소다. ‘수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기존 유기동물 보호소와 달리 ‘동물 복지’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대지 4022㎡(약 1216평)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센터는 동물병원부터 교육장, 놀이터, 산책로 등을 갖추고 있다. 동물 구조부터 보호, 입양, 교육까지 동물을 위한 종합복지센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현재 센터에서 개와 고양이는 250여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새로운 보호자 곁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센터를 직접 찾은 지난달 6일, 정문을 들어서자 높고 낮은 음정으로 개들이 짖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로비에 도착하자 유리창을 너머로 중앙정원 잔디밭을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보더콜리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이름은 ‘말론이’. 세살짜리 수컷이다.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김현지 더봄센터장은 “선천적으로 귀가 멀었는지 후천적으로 난청이 발현됐는지 모르지만 말론이는 소리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며 “유전적으로 매우 취약한 교배종이라 언제 시력 저하가 발생하거나 돌연사할 수 있다”고 했다. 말론이가 더봄센터로 온 건 2년 전이다. 경기 의정부에 있는 보더콜리 전문 훈련소에서 구조됐다. 김 센터장은 “당시 재개발로 철거를 앞둔 훈련소였는데, 제보에 따르면 불법 번식과 위탁 판매를 벌인 곳이었다”며 “텅 빈 밥그릇, 육안 상으로 앙상하게 마른 개들, 백골 사체가 흩어진 곳에서 말론이를 데려왔다”고

청세담 14기 면접대상자 발표
[알립니다] ‘청년, 세상을 담다’ 14기 면접 대상자 발표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 소셜혁신연구소가 함께하는 현대해상 소셜에디터스쿨 ‘청년 세상을 담다(청세담)’ 14기 면접 대상자를 발표합니다. ▲면접 일시: 3월 17일(금) 오후 1~6시, TV조선 라온홀 ▲면접 방식: 대면 면접 ▲문의: 더나은미래 청세담 담당자 (02)724-7867. 7869 / seihwa2@chosun.com※ 면접대상자에게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로 개별 안내될 예정입니다. ※ 10일(금) 오후 5시까지 개별 연락을 받지 못하신 분은 꼭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면접 시간 및 대상자 명단 13:00~ 13:20서*민 (19950524)이*진 (20020308)김*준 (19960523)정*진 (20021118) 13:20~ 13:40박*영 (19980618)이*민 (20000103)장*원 (20010626)김*지 (20010606)  13:40~ 14:00박*비 (20021109)이*빈 (19981120)강*현 (20020330)신*철 (19971010) 14:00~ 14:20김*미 (20020106)고*진 (19990525)성*현 (19991224)임*진 (20000413) 14:20~ 14:40전*정 (19971227)이*민 (19971002)최*진 (20010519)김*운 (19970127) 14:40~ 15:00정*연 (20030819)송*경 (20011022)이*림 (20030919)한*현 (19981216) 15:00~ 15:20김*효 (19991019)천*수 (20021211)정*진 (20031228)김*진 (20030111) 15:20~ 15:40박*은 (19980312)김*진 (19991221)이*   (19991212)이*빈 (20030807) 15:40~ 16:00안*진 (20010124)박*현 (20000214)천*승 (20020420)민*우 (20030328) 16:00~ 16:20윤*주 (19991103)조*빈 (20020506)성*영 (20020625)장*희 (19970126) 16:20~ 16:40임*비 (20020720)서*훈 (19970531)정*은 (20010609)김*주 (19961026) 16:40~ 17:00김*옥 (19991018)서*주 (20021023)정*림 (20010128)조*은 (20010301) 17:00~ 17:20김*아 (19990705)이*희 (19950501)최*아 (20010320)박*경 (20020912)  17:20~ 17:40김*빈 (20031020)이*림 (19990103)서*정 (20020428)정*경 (19990629) 17:40~ 18:00백*정 (19980216)김*영 (20010402)차*경 (20021220)이*윤 (19950730)

성문화연구소 ‘라라스쿨‘은 ‘성교육이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 하에 연령, 장애 유무를 떠나 누구나 양질의 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 7월 11일 서울 동작구 사무실에서 라라스쿨 구성원들을 만났다. /최다희 청년기자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재밌는 성교육’을 합니다”

[인터뷰] 성문화연구소 ‘라라스쿨’ 성교육 ‘사각지대’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성문화연구소 ‘라라스쿨’의 구성원이다. ‘성교육이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 하에 연령, 장애 유무를 떠나 누구나 양질의 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라라스쿨은 유네스코가 규정한 ‘포괄적 성교육’을 지향한다. 기존의 성교육이 성별의 생물학적 특징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포괄적 성교육은 모든 사람이 주체성을 갖고 평등에 기반한 성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기반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성교육과 배리어프리 성교육 교구를 개발한다. 지난 7월 11일 서울 동작구 사무실에서 성문화연구소 ‘라라스쿨’ 구성원을 만났다. 이수지(30)·노하연(31) 공동대표와 콘텐츠팀의 고지선(28)·손세희(23)씨, 업무지원팀의 이은솔(34)씨가 모였다. 성교육은 ‘평생 교육’ -라라스쿨을 창립한 계기는? 이수지=노하연 공동대표와 성교육 강사로 일하다 만났다. 강사 활동을 하면서 한국의 성교육이 청소년에게 집중돼 있다고 느꼈다. 그마저도 청소년기의 발달 과정에서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생애주기에 따라 즐겁게 성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었다. 노하연=성교육이라고 말하면 흔히 10대 청소년을 떠올린다. 성교육은 전 생애에 걸쳐서 이뤄져야 한다. 라라스쿨은 2017년엔 유아동 성교육을 주력으로 했지만, 이후 성인으로까지 교육 대상을 확대하면서 터부시 됐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마련했다. 갱년기 여성이 이 시기 자신의 변화를 정확히 인지하고 돌볼 수 있도록 돕는 ‘완경파티’, 평등하고 건강한 성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섹스 살롱’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기존 성교육에서 어떤 점이 터부시 됐나? 이수지=남성 신체에 비해 여성 신체에 대한 이야기가 터부시 됐다고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WeTee)'는 청소년 당사자의 입장에서 성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안하는 단체다. /위티 제공
심리·문화·윤리 아우르는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

“성(性) 평등은 우리 사회에 성적 욕망과 즐거움을 쫓는 것에 대한 억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성적 즐거움은 모든 사람에게 보장돼야 한다는 이야기죠. 그게 바로 성적 권리입니다. 그런데 여성·노인·청소년 등은 여전히 성담론에서 배제되고 차별받고 있어요. 전 생애에 걸쳐 성적 권리를 찾아갈 수 있는 ‘포괄적 성교육(CSE·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이유정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포괄적 성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 성적 욕망과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괄적 성교육이란 인간의 생애에서 성과 관련된 모든 경험을 포괄하는 교육을 뜻한다. 신체와 심리 발달,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 문화와 윤리 등을 아우른다. 이 사무국장은 “세계건강학회가 2019년 발표한 선언문에도 모든 사람은 포괄적 성교육의 권리를 갖고, 이는 연령에 맞게 과학적으로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서 인권, 섹슈얼리티, 성적 즐거움에 대한 긍정적 접근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성교육’에 대한 오해와 진실 국내 성교육 현실은 국제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지난 2018년 한국여성연구원에서 실시한 ‘청소년 성교육 수요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30%는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생각이 들 경우 어떻게 생각하거나 행동할 것인지를 물었을 때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항목은 ‘그런 생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였다. 한국여성연구원은 “청소년기의 성은 성적 욕구 충족뿐만 아니라 성정체감과 자아정체감 형성에 필요한 욕구도 포함하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사회적 통제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지난 2015년 내놓은 ‘성교육

임재원 인수마을밥상 대표는 "모든 생명이 순환으로 이어져야 하듯이 음식을 소비하고 생산하는 것에도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연 청년기자
“오늘 누구와 어떤 밥을 먹었나요?”…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마을밥상

[인터뷰] 임재원 인수마을밥상 대표 ‘이 밥이 어디에서 왔습니까? 우리는 온 생명 기운 깃든 밥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천천히 온 마음으로 먹고 서로 살리는 밥으로 살겠습니다.’ 서울 강북구 인수동에 있는 마을공동체 ‘밝은누리’가 운영하는 식당 ‘인수마을밥상’에 걸려 있는 글귀다. 인수마을밥상은 25년 전 육아 품앗이로 아이들을 함께 키우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하던 데서 시작됐다. 부모와 아이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이웃 주민들도 함께 어울려 밥을 나누던 중, 2010년 3월 한 청년이 마을밥상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인수동 주민들과 북한산 등산객, 인근 공사장 작업자들에게도 열린 지금의 마을밥상이 됐다. 지난 7월 21일 만난 임재원(47) 인수마을밥상 대표는 “마을밥상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모이는 곳이 아니라 서로 일상을 나누고 안부를 살피는 사랑방 같은 곳”이라고 했다. 연대와 순환, 마을밥상의 운영 비결 인수마을밥상은 평일 점심과 저녁마다 열린다. 한 끼 가격은 5500원. 차림은 현미잡곡밥과 김치를 기본으로 국과 반찬 2종류는 끼니마다 달라진다. 마을밥상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는 주로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구한다. 농부들로부터 얻은 유기농 제철 채소도 쓰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예전처럼 사람들이 한데 모여 밥을 먹진 않는다. 각자 챙겨온 그릇에 음식을 담아 집으로 가져간다. 이러한 상황에도 외부 지원금이나 후원 없이 자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 달 치 식권을 미리 구매하는 ‘달밥’ 회원제와 급여를 받지 않고 일손을 보태는 ‘지킴이’ 문화 덕분이다. 꾸준히 달밥을 등록하는 사람과 단골 주민을 합쳐 한 끼 평균 80명이 마을밥상을 찾는다. 인건비를 받고

찾탕 천막에서 식사 중인 노숙인들과 이대유(오른쪽) 찾탕 대표. /유민선 청년기자
“매주 목욕탕이 찾아갑니다”… 노숙인 자립 돕는 ‘찾탕’

휴일이던 지난 7월 31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지하철 종각역 5번 출구 앞에 4.5t짜리 트럭이 들어섰다. 운전기사는 차에서 내려 비닐 천막 두 동을 뚝딱 세우고 식탁과 의자를 배치했다. 오전 10시가 가까워 올수록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들었다. 커다란 등산 가방을 짊어진 남성이 있는가 하면 작은 크로스백을 멘 남성도 있었다. 가방 대신 ‘서초구’라고 적힌 종량제봉투 안에 마스크와 여벌 옷을 챙겨온 사람도 있었다. 이른바 ‘찾탕(찾아가는 목욕탕)’으로 불리는 이 트럭은 노숙인들을 위한 이동식 목욕탕이다. 매주 일요일마다 종각역 5번 출구 앞에서 노숙인을 맞는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을 중단했다가 올해 4월 재개했다.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용기 찾탕 대표인 이대유(60)씨는 지난 2018년 여름부터 노숙인들을 위해 직접 트럭을 몰기 시작했다. 그는 “몸을 씻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의 시작”이라며 “노숙인들이 편견에서 벗어나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한때 디자인회사를 운영했던 이씨는 경영이 악화하면서 사업을 접고 대리기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대리운전 기사 일을 하면서 지하철역에 들어가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었다. 직장을 다닐 때는 보이지 않던 노숙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씨는 “대화를 나누거나 돈을 건네기도 했지만, 그 돈으로 술이나 사 마시는 듯했다”면서 “매일 같은 옷을 입고 다니며 악취를 풍기는 노숙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날 오픈 준비를 마친 이씨가 발걸음을 옮겼다. 근처 다이소에 들러 칫솔, 면도기, 종이컵 등을 샀다. 찾탕에는 노숙인들이 목욕 후 갈아입을

지난 7월 29일 꿈고래놀이터 경기 수원점에서 임신화 꿈고래놀이터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났다. 임 이사장은 “장애 아동들이 지역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 협동조합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이슬이 청년기자
‘치료도 놀이처럼’… 발달장애 부모들이 만든 ‘꿈고래놀이터’

[인터뷰] 임신화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이사장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고 4년이 지난 2018년 4월,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요구하며 단체 삭발과 농성에 나섰다. 다시 4년의 세월이 흐른 2022년 발달장애인 8명과 그들의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발달장애인 참사’가 발생했다. 발달장애 부모들은 지금도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과 제2차 생애주기별 종합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두 아이의 엄마가 발달장애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했다. 장애아동 부모들이 주축이 돼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7월 29일 꿈고래놀이터 경기 수원점에서 임신화(48) 꿈고래놀이터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났다. 발달 장애 아동들을 위한 놀이터 꿈고래놀이터에서는 보건복지부 사업인 발달장애 방과 후 활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꿈고래놀이터 경기 화성 봉담점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을 연 수원점에는 현재 30명의 아이가 수업을 듣기 위해 방문한다. 화성 봉담점에서는 매주 75명의 아이가 언어, 인지, 미술, 통합, 감각 등 치료를 받는다. 전문 치료사들이 경기도 사설 센터의 평균 단가보다 약 1만5000원 저렴한 4만원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4년 봄 경기도 복지관에서 ‘협동조합의 이해’라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들었어요. 한 아이 치료비로 200만원씩 들 때였어요. 협동조합을 운영하면 ‘치료에 들인 돈을 다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쓰는 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꿈고래어린이집에 함께 다녔던 아이들 학부모가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이름은 ‘꿈고래놀이터’로 정했다. “놀이터에는 치료와 교육을 놀이처럼 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주말에도 항상 열려 있는 공간이에요. 아이들과

김현일 디스에이블드(THISABLED) 대표는 “회사 이름을 ‘장애’라는 뜻의 ‘디스에이블드(disabled)’의 철자 ‘d’를 ‘th’로 바꿔 ‘이것은 가능하다(THIS ABLED)’로 정했다”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한 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예술가 아닌 ‘한 명의 예술가’로”

[인터뷰] 김현일 디스에이블드 대표 국내 첫 장애인 예술가 에이전시 ‘디스에이블드(THISABLED)’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한다. 지난 2016년 설립 직후부터 작가들의 사회적·경제적 자립을 돕는 전시회를 열었고 이후 작품을 활용한 기획, 디자인, 상품, 영상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지난 7월 28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디스에이블드 본사에서 만난 김현일(31) 대표는 “회사 이름을 ‘장애’라는 뜻의 ‘디스에이블드(disabled)’의 철자 ‘d’를 ‘th’로 바꿔 ‘이것은 가능하다(THIS ABLED)’로 정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한 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 나이에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로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한 전시장에 들어갔어요. 거기에 걸린 그림이 전체적으로 좋았어요. 색감도 그렇고요. 그런데 관람객도 없고 심지어 인포데스크에 사람도 없이 텅 빈 채 방치돼 있었어요. 그림도 삐뚤빼뚤 걸려 있고요. 알고 보니 발달장애 예술가분들의 그림이었어요. 그날 이후, 이렇게 좋은 작품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작가를 직접 찾아가서 작가님 어머니에게 제안했죠. 그렇게 3개월 정도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2016년에 첫 계약을 했어요.” -우연히 발달장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가요? “학창시절 윗집 살던 형이 발달장애인이었어요. 피아노 되게 잘 쳐서 뉴스도 촬영하고 인터뷰도 많이 하고 나름 유명했어요. 발달장애인 중에 특별한 능력을 보이는 ‘서번트증후군’이었죠. 그래서 재능있는 발달장애인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죠.” -사업을 의지만으로 시작하긴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어머니께 돈을 빌렸어요. 무일푼으로 창업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당시 어머니께서 망하면 바로 취업하는 조건을 붙여서 빌려 주셨죠(웃음).”

국내 최초로 '반려견 순찰대'를 도입한 주역들. (왼쪽부터)김지민 유기견없는도시 대표, 이상국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과장, 강민준 경위. /최지영 청년기자
산책하며 동네 지키는 ‘반려견 순찰대’가 뜬다

공원에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시민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려견의 사회활동과 운동을 위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산책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에서는 형광 조끼를 입은 견주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반려견 순찰대’다. 반려견과 함께 동네를 산책하며 곳곳의 위험 요소를 살피고 방범 활동을 하는 주민 참여형 순찰대다. 순찰대원 선발시험도 있다. 견주의 ‘앉아’ ‘기다려’ ‘이리와’ 등 세 가지 신호를 이행하면 합격이다. 반려견 순찰대는 지난 5월 서울 강동구에서 전국 최초로 도입됐다. 두 달간의 시범 운영을 거쳐 최근 서울 내 9개 자치구로 확대 운영이 결정됐다. 7월 26일 서울 반려견 순찰대의 도입과 운영을 주도한 사단법인 ‘유기견없는도시’의 김지민 대표를 만났다. 이날 자리에는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이상국 과장과 강민준 경위도 함께했다. 매일 산책하는 반려견, 동네 지킴이로 -‘반려견 순찰대’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김지민=쉽게 말하면, 견주들이 매일 반려견을 산책시키면서 동네 순찰을 같이하는 거예요. 제복 입은 경찰이 동네를 순찰하듯 반려견과 견주가 활동복을 입은 채로 활동합니다. 덕분에 자연스레 범죄 예방 효과가 생겨요. 또 대원들이 순찰하다가 범죄 현장을 목격하거나 생활 불편사항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함으로써 빠르게 조처를 할 수도 있고요. 이상국=순찰을 통해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불편함을 해결하는 게 자치경찰의 근본 목적입니다. 이를 반려견과 함께 하는 거죠. 반려견 순찰대원들은 매일 자유로운 시간에 반려견과 함께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지역 내 방범 활동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시작이 궁금한데요. 강민준=자치경찰과 관련된 해외의 여러 시책을 찾아보다가, 일본의 ‘멍멍순찰대’ 운영

지난달 27일 만난 이원엽 씽즈 대표는 “여성이 스스로 건강을 케어할 수 있도록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 ‘먼슬리씽’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씽즈 제공
“맞춤형 펨테크 서비스로 여성 건강 지킵니다”

[인터뷰] 이원엽 씽즈 대표 “한국 사회에서 생리를 터놓고 말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여성은 생리와 같은 건강 정보를 엄마 혹은 주변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하기 어려울뿐더러 여성의 생리주기와 생리통은 개인별로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주변인의 추천이 항상 자신에게 맞으리란 법이 없습니다. 펨테크(femtech) 기업 씽즈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7월 27일 서울 마포구 씽즈 서울지사에서 이원엽(40)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아내의 부정출혈(하혈) 때문에 씽즈를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월경장애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여성 건강 제품을 알아봤지만, 아내의 몸에 맞는 제품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문제는 아내뿐 아니라 많은 여성이 맞춤형 제품을 찾기 어려워한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가 창업을 준비하면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리 시작 후 여성이 자신에게 맞는 생리대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5년이었다. 이 대표는 “맞춤형 제품을 찾는데만 평균 60만원의 기회비용이 드는 상황”이라며 “여성이 스스로 건강을 케어할 수 있도록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 ‘먼슬리씽’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먼슬리씽은 씽즈의 모바일 앱 서비스로 여성의 생리 예정일을 예측하고, 생리 주기에 맞춰 생리대·청결제 등 여성용품을 정기 배송한다. 앱에는 ‘다이어리’ 서비스도 탑재돼 있다.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생리용품의 종류와 사용량을 다이어리에 기록해 두면 이후에 생리용품을 구매할 때 필요한 수량만큼 주문할 수 있게 된다는 취지다. 인공지능(AI)을 통한 큐레이션 기술로 맞춤형 여성용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이용자가 다이어리에 컨디션·감정, 생리량 등 개인의 생체 정보를 적어놓으면, AI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