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의 공익마케팅-⑩]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대학 시절, 친한 교수님께 믿음이 무엇인지 여쭈었다. 교수님은 주머니에서 100원 동전 하나를 꺼내서, 오른손에 쥐고 물으셨다. ‘내기 하나 할까? 동전은 어느 손에 있니? 네가 맞추면 내가 만 원을 주고, 틀리면 내게 만 원을 줘야 해’ 눈앞에서 보여주셨기에 의심의 여지 없이 오른손을 가리켰다. 교수님은 약속대로 만 원을 주셨다. ‘다시 한번 할까?’ 그런데, 이번에는 손을 허리 뒤로해서 동전을 어느 손에 쥐는지 보여주지 않았다. 다시 손을 앞으로 내밀더니 ‘이번에도 오른손에 동전을 쥐었어. 어느 손에 동전이 있는지 맞춰볼래? 똑같이 만 원 내기야.’ 어차피 만원을 벌었기에 주저 없이 오른손을 가리켰다. 교수님은 만원을 또 건네주셨다. 다시 손을 허리 뒤로 하고 동전을 쥔 후에 손을 앞으로 내밀고 세 번째 내기를 하셨다. ‘이번에도 오른손에 동전을 쥐었어. 어느 손에 있는지 맞춰볼래? 그런데, 이번에는 10만 원 내기야.’ 이번에는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맞추지 못하면 10만 원을 내놓아야 했고, 세 번 연속 오른손에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런 생각으로 주저하고 있는데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우리는 판단을 한다. 그 사람이 어떤 배경과 외모를 가졌는지, 평소에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최근에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등을 생각한 후, 저 사람은 믿을만하다고 판단한다. 믿기로 판단한 후에도 끝까지 그 믿음을 점검한다. 예상과 달리 실수를 하거나, 기대했던 행동을 하지 않으면 믿음을 철회한다. 우리의 판단은 믿을만한가? 우리는 그 판단을 믿을 힘이 있는가? 몇 년 전, 홈쇼핑에서 ‘만능 걸레’를

[오승훈의 공익마케팅-⑨] 교주가 아닌 리더를 위한 리더십

뜬금없이 친구가 물었다. “내일 부산 갈까?” 당신은 뭐라고 할까? ‘뭐 타고 갈 거야?’일까, ‘부산은 왜 가는데’일까? 가는 방법을 되묻는다면, 당신은 그 친구에 대한 절대 믿음이 있다. 흔히들 맹목적인 믿음이라고 한다. 보통은 ‘왜’를 묻는다. 이 ‘왜’가 목적이고, 조직의 경영에서 미션이다. 구성원들이 리더에 대해 어느 정도의 믿음을 가졌는지에 대해 아는 방법은 간단하다. 리더가 하는 일에 ‘그거 왜 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이 없다면, 그 리더는 교주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리더가 모든 일을 결정하고 주관할 수 있으며, 성공했을 때의 권리와 실패했을 때의 책임을 모두 갖게 된다. 그야말로 ‘완벽한’ 리더십이다. 완벽한 리더십을 가질 수 없다면, 미션에 의한 리더십을 고려해 보라. 어떤 일을 하든 ‘우리에게 이 일이 왜 필요한지, 우리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성원들과 충분한 토론을 해라. 구성원과 리더가 미션과 목적에 공감대를 이룬 후에 시작하라. 일하는 방법은 그 후에 필요하다. 목표와 방법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는 일의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부산으로 가보자. 왜 부산으로 가야 하는지 모른 체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에 가서 뭘 해야 할까? 부산에 도착했다고 뿌듯할까? 심지어 부산에 간 것은 잘한 일일까?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부산에 가는 이유가 신선한 회를 먹고 싶어서였다고 하자. 부산이 아니라 강릉이나 제부도를 가도 되지 않았을까? 부산에서든 제부도에서든 신선한 회를 먹었다면, 우리는 그곳에 다녀온 것을 잘했다며 뿌듯해 할 수 있다. 조직이 가려는 방향은 미션에 기인한다. 왜 출발해야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⑧ 문제 정의에 관한 문제 #2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아침에 눈을 떴더니 집 앞에 지름 30m의 싱크홀이 생겼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더니, 모두 삽 한 자루씩을 들고 왔다. 문제가 해결될까? 지질, 토목, 건축 등 관련 전문가와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도 모두 모여야 한다. 반대로 지름 1m의 웅덩이가 생겼다. 이웃집에 연락했더니, 지질, 토목, 건축 전문가와 정부, 지자체에 연락하겠다고 한다. 이때는 삽 한 자루만 들고 오면 된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해결 대안은 크기가 맞아야 한다. 큰 문제를 지향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지나치게 크다’라는 말은 상대적이다. 큰 문제를 정의했다면 그에 맞는 대안이 있어야 하고, 문제를 작게 정의했다면 또 그에 적절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환경 문제’를 제기할 때는 그에 맞는 해결 대안을, ‘한강 수질 오염 문제’를 제기할 때는 또 그에 맞는 해결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해결될 것 같고, 사람들이 이 문제 해결에 동참한다. 몇 년 전, ‘과자 과대포장 고발’ 영상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만약, 그 청년이 ‘과자 업체의 부도덕성 고발’이라고 했거나, ‘대기업의 사회적 윤리 위반’이라고 했거나,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로 발생하는 대기업의 시장 지배’라고 했다면, 우리가 그만큼 관심을 두고 목소리를 냈을까? 우리가 만약 그 문제에 그만큼의 관심이 없었다면, 언론은 그 문제를 다루었을까? 광고, 홍보 등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된다. 100만 명의 어린이들이 영양 부족을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월 2만 원의 후원금이 필요하다면, 도무지 해결될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⑦ 문제 정의에 관한 문제 #1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수많은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 사회복지 등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왜, 세상은 바뀌지 않는 것인가. 점진적으로 더 나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인류의 역사는 문제 해결의 연속이었다. 하늘이 비를 내려주지 않아도 혹은 너무 많이 내려주어도 농사를 잘 짓기 위해 저수지와 수로를 만들었다. 추위와 더위를 견디며 동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집을 지었고, 질긴 음식을 편히 먹기 위해 날카로운 도구를 만들었다. 각기 기후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 생명이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 음식을 자유롭게 먹지 못하는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문제보다는 해결책을 먼저 찾는 것이 아닐까. 포드 자동차의 창업가 헨리 포드(Henry Ford)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동 수단을 원하는지 묻는다면, 더 빠른 말이라고 했을 것’이라 했다. 고객은 자신의 니즈를 잘 모른다는 의미의 격언이기도 하지만, 문제를 제대로 정의해야 좋은 해결책이 나온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된다. 지금의 이동 수단은 느리다는 문제로부터 시작되어야 하건만, 말이 느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성공하는 제품은 고객의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데서 나오고, 세상을 바꾸는 일은 사회의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데서 출발한다. 어느 비영리단체가 저개발국가를 갔더니 학교가 없었다. ‘어! 여기에 학교가 없네!’ 생각하고 학교를 지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오지 않는다. 부모님을 설득해도 어쩔 수 없다. 농사로 먹고사는 곳이기에 아이들도 학교 대신 논과 밭으로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⑥ 그래서, 세상이 바뀌었는가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아무리 물을 부어도 소용없는, 구멍 난 항아리가 있다. 한 사람이 큰 바가지로 물을 붓지만 금세 메마른다. 다른 한 사람은 실과 바늘로 구멍을 메우지만 요원하다. 전자는 사회문제에 대한 ‘지원’, 후자는 사회문제의 ‘해결’을 의미한다. 결과와 성과가 있다. 결과는 ‘구멍 난 항아리에 물을 100번 부었다.’ 또는 ‘항아리의 구멍에 100번의 바느질을 했다 ’이고, 성과는 ‘그래서, 무엇이 변화하였는가?’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그것이 무엇이든 100번의 물 붓기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상품이 판매됐다고 마케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판매는 결과일 뿐이다. 우리의 상품을 통해 고객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마케팅의 성과다. 지금 입고 있는 옷과 신발, 앉아 있는 책상, 보고 있는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 마시고 있는 커피가 당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가. 그것들로 인해 당신의 삶이 더 나아졌다면, 그 기업의 마케팅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기업이 상품을 만드는 것도, 비영리 단체가 캠페인을 하는 것도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려 함이다. 사회적 경제의 기업은 상품을 몇 개 팔 것인지가 아니라, 사람들의 소비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변화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 소비는 상품을 탐색하고 구매하고 사용하며, 만족도에 따라 평판을 확산하는 등의 활동을 포함한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져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졌기에, 이제는 윤리적 소비 시대를 맞이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마케팅을 여러 관점에서 정의할 수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가치의 교환’이다. 공급자가 상품이라는 가치를 제공하면 수요자는 그 가치에 상응하는 대가를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⑤ 우리의 고객에 대해 서술하시오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당신의 조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분명히 보여주겠다. 지금 조직의 구성원들을 한 자리에 모은 다음 A4 한 장씩을 나눠주자. 맨 위에 한 줄만 적어놓으면 된다. ‘우리의 고객에 관해 서술하시오.’ 대부분 조직에서 3가지 중 하나 이상의 현상이 나타난다. 첫째, 구성원마다 다른 고객을 서술한다. 대표는 30대 주부, 팀장은 30~40대 여성, 팀원은 젊은 여성. 이렇게 각기 다른 고객을 서술한다. 고객이 다르면 제품이 다르다. 대표는 30대 주부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팀장은 30~40대 여성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다. 한 배를 탔으나 서로 다른 목적지를 보고 있다는 증거다. 둘째, 포괄적으로 고객을 정의한다. 31세의 신혼 주부와 39세의 10년 차 주부가 원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같은 39세의 10년 차 주부라도 자녀의 나이,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 소득 수준에 따라 필요한 상품은 다르다. 30대 주부 전체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상품은 없다. 셋째, 서술하지 못한다. 선물을 고를 때도 받을 사람의 직업, 지위, 나이, 성별, 패션 스타일, 습관 등을 고려하는데, 돈을 내고 상품을 구매하라면서 고객에 대해 모르는 것이 가능할까? A4 반 장 이상을 채우지 못한다면 고객을 안다고 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고객을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해법은 간단하다. 하나의 고객으로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고객을 ‘37세의 결혼 8년 차 주부이며, 5살 남자 자녀가 있고, 남편은 중소기업 과장’처럼 구체적으로 정의하자.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저렇게 고객을 정의하지만 실제로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④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결핍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얼마 전 야외에서 큰 행사를 치르는데, 행사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사진을 찍고 싶었다. 지상에서 찍기엔 한계가 있고, 주위에 높은 건물도 없었다. 드론이 있었다면 여러 각도에서 멋진 항공 촬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간혹 지방에 강의를 다녀오다 보면 하늘에서 바라본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곳이 있다. 이때도 ‘드론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나는 드론이 없다. 내게 드론은 결핍되어 있다. 아침에 옷장을 열었는데 ‘입을 옷이 없어요, 입을 옷이…’하고 푸념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당신이 패션에 민감한 여성이고 환절기라면 더욱더. 실제 옷장에는 옷이 있지만, 당신의 머릿속에는 옷이 없다. 이것이 결핍이고, 니즈다. 마케팅에서 니즈(needs, 욕구)는 ‘결핍을 지각하는 상태’로 정의된다. 자신에게 무엇인가 부족하거나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지각된 결핍을 메우는 행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고픈 배를 메우고, 불안전한 주거를 메우고, 불편한 생활을 메우고, 부족한 지식을 메우고, 낮은 지위를 메우려 하고, 허전한 마음을 메우려 한다. 결핍을 메우기 위한 구체적 대안이 요구(Wants)다. 요구는 문화와 개인의 성향에 영향을 받는다. 배고플 때 미국 소비자는 햄버거, 스테이크 등이 생각나지만, 한국 소비자는 설렁탕, 김치찌개를 떠올린다. 여기에 구매력을 더하면 수요(Demands)가 된다. 배고픈 니즈에 김치찌개에 대한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돈이 부족하다면 수요는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이들이 손을 씻게 하려면, 먼저 그들에게 어떤 결핍이 있는지를 발견하고 이해해야 한다. 만약 그들에게 장난감이 풍족하게 있었다면, 다시 말해 니즈가 없었다면 아이들은 투명 비누로 손을 씻지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③ 어떻게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해 수천 명의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장티푸스, 폐렴, 콜레라 등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지 못해서다.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의료 지원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이 손을 씻게 하는 것이 더 근원적인 해법일 것이다. 보통의 경우, 아이들에게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를 교육하고 손 씻기 운동을 했을 것이다. 광고대행사 ‘Y&R Cape Town’은 지역의 비영리단체 ‘블리키스도르프포호프(Blikkiesdorp4Hope)’와 함께 ‘Hope Soap’라는 새로운 비누를 제작했다. 투명 비누 안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심었다. 비누의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질병 발생은 70%, 호흡기 질환 감염은 75% 감소했다. “무엇이 아이들에게 손을 씻게 했을까?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킨 것에는 어떤 원리가 있을까?” 쉽게 유추할 수 있겠지만, 비밀은 장난감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장난감이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손을 씻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장난감이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효과는 유효했을 것이다. 마케팅은 이것을 ‘혜택(Benefit)’이라고 한다. 구매자, 수요자, 수혜자 등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했을 때 얻는 이득을 일컫는다. 사람은 자신에게 이득이 생기는 쪽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이런 성향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교환 이론(Exchange Theory)’이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는 두 가지가 수반된다. 비용과 보상. 행동에 드는 비용보다 보상이 크면 행동을 하고, 낮으면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교환이론의 핵심이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글을 보는 시간이라는 기회비용보다 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을 거라는 판단을 한 후에 클릭하고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② 채리티워터, 비영리 브랜딩의 힘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브랜딩이란 사람들이 우리와 우리가 아닌 것을 구분하게 해주는 것이다. 애플과 애플이 아닌 것, 코카콜라와 코카콜라가 아닌 것, 제주도와 제주도가 아닌 곳, 난타와 난타가 아닌 공연, 달라이라마와 달라이라마가 아닌 사람, 그리고 당신과 당신이 아닌 사람을, 사람들이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브랜딩이다. 다른 말로 정체성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정체성은 존재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이고, 브랜딩은 그 본질이 여타 존재의 본질과 다름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채리티워터와 다른 비영리단체가 다른 점은 ‘100% 모델’이다. 신용카드로 100만원을 기부했다 하자. 수수료로 3만원이 빠져나가고 97만원이 기부금 통장에 입금된다. 억울하긴 하지만, 이해 못하는 사람은 없다. 채리티워터는 3만원을 별도의 방법으로 메꾼 다음에, 기부자가 낸 100만원을 온전하게 깨끗한 물 프로젝트에 사용한다. 이것이 ‘100% 모델’이며, 브랜딩이다. 참고로 채리티워터는 기부금 통장과 운영비 통장이 따로 있고, 단체의 운영비는 별도의 펀드레이징으로 충당한다. 왜 이렇게 어려운 길을 선택했을까? 채리티워터의 설립자 ‘스캇 해리슨’은 유흥과 마약에 찌든 클럽 매니저였다. 어느 날 신의 계시를 받은 듯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를 타고 여러 곳을 다니며 의료 봉사를 하는 ‘머시 쉽(Mercy Ship)’에 참여하면서 간단한 치료를 받지 못해 팔을 잃은 사람, 얼굴의 반을 덮는 종양으로 고통받는 소년, 무료 수술을 받기 위해 한 달을 걸어온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그 후로 우연히 마을 우물을 파는 친구를 따라갔다가, 마을 사람들이 웅덩이에서 쓰레기만 건져내고 물을 마시는 장면을 목격했다. 의료상의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① ‘빈곤 포르노’의 마케팅 심리학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마케팅은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초점이 있다. 경쟁사에서 구매하던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켜 우리 브랜드에서 구매하게 하고, 한 가지만 구매하는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켜 두 개, 세 개 구매하도록 변화시킨다. 똑같은 원리로 손을 씻지 않는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켜 감염병으로부터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도 있다. ‘오승훈의 공익마케팅’은 마케팅이 어떻게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지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으로 우리는 어떻게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이 아이를 위해 1달러만 기부하세요.  가냘픈 팔, 유난히 동그랗고 큰 눈, 흑백의 무표정은 모금 광고의 전형이다. 오랫동안 모금 광고를 해오면서 쌓인 일종의 노하우일 것이다.  최근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 연출까지 하면서 빈곤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이것을 ‘빈곤의 포르노(Poverty Porn)’라고 일컫는다. 외국의 한 방송사는 에티오피아의 식수난을 촬영하러 갔는데 생각보다 물이 깨끗하자 어린 소녀에게 썩은 물을 마시게 하고, 어느 NGO는 아동 노동 현장을 고발하기 위해 수심이 깊은 강물에 베트남 아이들을 수차례 빠뜨렸다 건지며 촬영을 했다고 한다.  일부의 사례지만, 비난만 할 수도 없다. 구호단체들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모금액이 줄어들고, 짧은 시간에 촬영하지 않으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이들을 비난하기 전에 우리는 왜 저런 사진에 더 안타까워하고, 기부를 더 많이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마케팅의 근간에는 ‘경제학’과 ‘행동경제학’이 있다. 둘의 차이는 인간이 선택과 판단을 하는데 얼마나 합리적인가에 있다.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선택하고 판단한다고 가정한다. 행동경제학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