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만 추구하니까 사고가 나는 것… 사람이 최우선인 경제관념 필요해”

[인터뷰] 피아시 카림 방글라데시 브락대학 교수의류공장 잇따른 산업재해는 정치·경제적인 문제가 원인생계 도맡던 이들 다쳤으니 국가 경제도 타격받게 돼 의류봉제공장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관련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장의 붕괴나 화재 등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방글라데시·파키스탄·캄보디아·베트남·중국 등지에 있는 의류·신발공장에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방글라데시 브락(Brac)대학 경제사회학자인 피아시 카림(Piash Karim·사진) 교수를 만나 의류 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실태와 사고 원인에 대해 들어봤다. ―라나플라자 사고를 비롯한 의류 공장에서 연이어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뭔가. “개발도상국의 산업재해는 그 안에 깔린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다. 우선 노동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최대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천민자본주의 사고다. 둘째로, 점차 심화하고 있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다.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간극이 점차 확대되다 보니 소외당하는 사람이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다. 끝으로 정치의 부패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국회의원의 35%가 의류 공장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도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실제 의류 공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실태와 이번 사고가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궁금하다. “아침 7시 30분쯤 샤바르처럼 의류봉제 공장이 밀집해있는 지역에 가보라. 1000명이 넘는 여성 노동자가 공장으로 걸어가는 걸 볼 수 있다. 8시부터 일을 시작하면 보통 밤 9~10시까지 일한다. 초과근무를 규제하는 노동법이 있지만 지키는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최저임금인 월 3000다카(한화로 약 4만원)만 받아서는 생활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 피해자의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이들 중

“내 옷장에도 그들이 만든 옷 있는데… 마음이 아파 안 도와줄 수가 없어요”

아름다운가게, 방글라데시 긴급지원 모금 3628만원 달성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아름다운가게의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붕괴사고 긴급지원 모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총 누적 모금액은 3628만원에 달한다. 아름다운가게는 전국 116개 매장에 자체 모금함을 설치했다. 지난달 말, 아름다운가게 상록수점에서는 안산시 여성비전센터와 함께 긴급모금을 위한 바자회를 진행했다. 평택 안중점에서는 포승중학교 환경 동아리 학생 16명과 함께 2시간가량 거리모금 캠페인을 펼쳤다. 네티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희망해(hope.agora.media.daum.net)에서는 모금 사이트를 오픈한 지 4일 만에 네티즌 548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달 22일부터 온라인 모금이 시작됐다. 다음 아이디 아**씨는 “내 옷장에 그녀들이 만든 옷이 한 벌쯤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프네요. 응원합니다!”라며 메시지를 보냈다. 기부 포털사이트 해피빈(happybean.naver.com)을 통해 모금에 참여한 네티즌도 200여명.현재까지 총 145만3885원(6월 7일 기준)의 모금액이 다음 희망해와 네이버 해피빈, 아름다운가게 홈페이지(www.beautifulstore.org)를 통해 모였다. 기업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창립기념일 주제를 ‘방글라데시 긴급모금을 위한 나눔활동’으로 정하고 임직원과 메트라이프코리아 재단의 기부금, 기증품 경매 등으로 모인 2032만원을 아름다운가게에 전달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민들의 모금이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 패밀리세일(www.famsale.com)은 지난달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방글라데시 사고 피해자를 돕기 위한 벼룩시장을 개최해 100여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아름다운가게를 방문한 중국청년방문단도 긴급지원모금에 참여했다. 아름다운가게에서는 오는 16일부터 모금과 더불어 ‘메이드 포 방글라데시(Made for Bangladesh)’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잘 입지 않는 ‘메이드 인 방글라데시(Made in Bangladesh)’ 티셔츠를 아름다운가게에

유통업자는 9290원 받는데 만든 사람 손에는 130원뿐

1만5600원짜리 티셔츠 가격의 비밀 “당신의 옷이 어떤 공장에서 생산되는지 알아보세요. 당신의 옷 가격을 알려 드립니다.” 미국 온라인 의류판매회사 에벌레인(Everlane)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에 적힌 문구다. 하얀색 여성 티셔츠를 클릭하자 가격 밑에 제품이 생산된 공장 정보가 나타났다. “이 공장은 LA 사무실로부터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공장 주인인 김 사장님은 LA 의류 산업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했고, 이 공장을 2004년에 열었습니다. 생산 과정이 투명한 것을 확인하고, 니트 생산의 대부분을 이곳에 부탁했습니다.” 제품 설명 하단에는 옷이 제작돼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지출되는 모든 비용이 공개돼 있다. “면화 가격 2.75달러, 재단 비용 35센트, 바느질 1.35달러, 염색 50센트, 마무리 작업 1.25달러, 운송 50센트 등 티셔츠 원가는 총 6.75달러입니다. 중간 유통 비용을 더하고 나면, 최종적으로 당신은 15달러에 티셔츠를 구매하게 됩니다.” 에벌레인은 지난 5월부터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정보와 옷 제작을 위한 모든 비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의류 생산 과정을 투명하게 알리기 위함이다. 벨기에의 고급 의류 사이트인 ‘아니스트바이(Honest By)’도 제품의 생산망과 가격을 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옷을 만드는 과정까지 알려준다. “해당 니트는 벨기에 베비코(Bewico)라는 회사의 18명 직원이 33분 동안 재단했고, 5명의 직원이 10분 동안 니트를 짜고, 5분 동안 다림질을 했고….” 지난 4월 1200명 이상 사망자를 낸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붕괴 사고 이후, 글로벌 의류 업계가 인식 개선에 나섰다. 소비자들에게 옷의 가격만 공개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옷이 제작되는 모든 과정과 비용들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

[청년, 기업사회공헌을 만나다] ① 신요한 SK 사회공헌팀 PL

“기업이 가진 IT역량, 사회공헌에 발휘할 수 있어 뿌듯하죠”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와 청년·대학생 대화의 장 취약계층 일자리 만든 ‘행복도시락’ 에피소드 등 사회공헌하며 겪었던 경험과 시행착오 전달 “2004년 초반에 유괴 사건이 많이 발생했어요. 사회공헌으로 ‘휴대폰 미아 찾기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당시 SK텔레콤에서 발신번호표시, SMS 서비스 등 상품 기획을 해본 경험을 살린 거죠. 경찰청,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연계해서 미아정보를 송출했는데 목포에서 잃어버린 자폐아를 두 달 만에 전주에서 찾았습니다. 그날이 일요일이었는데 방송 3사 뉴스에 보도되었어요. ‘휴대폰이 돈 먹는 하마인 줄 알았는데 잃어버린 아이들도 찾는다’는 최일구 앵커 멘트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울컥했습니다.” SK의 사회공헌을 담당하고 있는 신요한 PL(Project Leader)이 10년 전, 개인적인 ‘끼(강점)’를 살렸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전했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성수동의 카페 그랜드마고에서 열린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의 첫 번째 행사 현장. 신요한 PL을 만나기 위해 여고생, 소셜벤처 대표, 휴가 나온 군인, 대학생까지 30명에 가까운 다양한 청년들이 모였다. 10년 넘게 SK 사회공헌을 맡고 있는 신요한 PL은 ‘가장 완성도 있게 진행한 프로그램’으로 행복도시락 사업을 꼽았다. 그는 “SK는 통신·정유 등 장치사업 위주로 진행하고 있어 직접 고용이 적은 아쉬움이 있었다”며 “취약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자는 목표로 사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모델로 전국에 행복도시락 센터를 만들기 시작, 전국 29개소에서 380명을 고용하고 2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2012년 말 기준). 이 중 21곳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올해 초 ‘행복도시락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SK의

[책임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① 김영기 LG CSR 부사장

“CSR, 1년에 한 번 건강검진해야회사 경영도 더 좋아질 수 있어” 글로벌 사업무대 서려면 사회공헌은 이제 필수 건강한 CSR 발전 위해 자체 체크리스트 만들어 요즘엔 신제품 기획부터 CSR 담당자도 참여해 사회적 이슈 담으려 노력 기업이 못보는 사회문제 외부에선 볼 때 많아 냉철한 조언 받으려고 고객·투자자 등 포함한 자문회의 꾸준히 열어 멀게는 방글라데시 공장사고·유럽의 말고기 파동부터 가깝게는 남양유업·CU편의점 사태까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대한 요구가 전 세계적으로 거세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CSR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의 리더를 만나는 기획 인터뷰를 시작한다. 그 첫 번째 인물은 LG그룹의 사회적 책임활동을 총괄하는 김영기 ㈜LG CSR부사장이다 LG그룹은 최근 자체 CSR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7개의 국제 기준을 참고해 1300개의 지표를 발굴했다. 유니레버·필립스·바스프·GE 등 18개 글로벌 혁신 기업의 CSR 보고서를 벤치마킹했다. 이중 중복되거나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 것을 걸러내 150개 지표를 구성했다. 국내외 사업장에서 이를 시범 실시한 후, 최종 83개의 지표를 결정했다. 올 초 이뤄진 작업이 지난 5월 끝났고, 7월부터 국내 전 계열사와 해외 일부 지사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김영기(58·사진) ㈜LG CSR부사장은 이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1979년 럭키화학(현 LG화학)에 입사한 이래 34년째 LG그룹에서 근무해온 ‘LG맨’이다. ―왜 CSR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나. “LG의 CSR 건강도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계열사별로 CSR 민감도가 차이 난다.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계열사에선 ‘사업하기도 바쁜데 왜 CSR 하느냐’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LG전자처럼 글로벌 무대에서 CSR을 하지 않으면 아예 사업하기조차 힘든 계열사도 있다.

[Cover Story] 하루 1100개의 셔츠 만들다 다친 소녀… 가족을 위해선 다시 그 공장에 가야 합니다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참사 그 후] 아름다운가게·더나은미래 공동기획시리즈 <2> 당신의 옷은 떳떳합니까 “이제는 제발 시체만이라도 받고 싶어요. 죽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으니 떠날 수도 없고….” 나디아(여·50)씨가 손에 쥔 딸아이와 손녀딸 사진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방글라데시 수도인 다카에서 10시간 정도 떨어진 디나스푸르 마을에 산다. 딸 크리스티안(여·20)씨는 한 달 전 붕괴한 라나플라자 뉴웨이브 공장에서 재봉사로 일했다. 딸을 찾기 위해 이곳에 온 지도 벌써 한 달째. 딸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나디아씨는 “한 살짜리 손녀를 앞으로 무슨 수로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1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나플라자 사고 현장 옆 파란색 간이천막에는 끝도 없이 긴 줄이 있었다. 사람들의 손에는 앳된 얼굴을 한 소녀의 사진이 들려 있었다. 돌아오지 못한 딸들을 찾는 피해자 가족들이었다. ◇ 희생자는 어린 여성들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라나플라자’ 참사 현장에서 희생된 이 대부분은 어린 여성, ‘여공’들이다. 방글라데시는 의류공장이 4500개 있고, 350만명이 고용돼 있다. 방글라데시 의류제조수출협회 부사장 아짐 무하마드씨는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80%는 교육률이 낮은 빈곤 계층 여성”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장에 의류를 하도급했던 글로벌 의류 브랜드인 ‘자라(ZARA)’ 설립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375억달러로 세계 5위 부자, 스웨덴의 패션 브랜드 H&M의 스테판 페르손 소장은 260억달러로 세계 8위 부자다(2012년). 제조·유통 일괄형(SPA) 의류 산업의 글로벌 1위 브랜드인 H&M은 2006~2010년 연평균 영업이익률이 23.2%로, 애플(21.7%)을 능가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여공들은

“참사 낳은 노동착취… 소비자가 윤리적으로 구매하면 막을 수 있어”

[인터뷰] 이기대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 ‘아름다운가게’가 지난달 24일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의류 공장 참사 피해자를 돕기 위한 긴급 모금을 시작했다. 전국 130개 아름다운가게 매장에 모금함을 설치했고, 네이버 해피빈과 다음(Daum) 희망해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소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2002년 안국동에 1호점을 오픈한 지 11년. 누적 기부금 220억원, 상근 간사 300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가 세계로 나눔을 확산할 채비를 갖췄다. 이기대<사진>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는 “앞으로 해외 어려운 이웃을 위한 아름다운가게의 기부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름다운가게가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붕괴 사고 피해자를 위해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참사로 최소 1120명이 죽고, 1000명 이상이 다쳤다. 지금도 셀 수 없이 많은 노동자가 콘크리트 잔해 속에 남아 있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많은 관심이 필요한데, 이슈화되지 못하고 묻혀 버렸다. 외신들도 글로벌 의류 브랜드에 불통이 튈까 봐 소극적으로 보도하더라. 많은 사람에게 방글라데시 현장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고, 도움을 전하고 싶었다.” ―아름다운가게도 해외 구호 사업을 진행해왔나? 주로 국내 매장을 중심으로 물품 기부 문화를 확산해 왔는데. “아름다운가게 매장 수익금은 국내 소외 계층뿐만 아니라 해외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도 쓰인다. 2007년 갠지스 강 폭우로 인한 기후 난민 지원을 시작으로 베트남·방글라데시·우간다 등에서 긴급 구호를 진행했다. 시민들의 정기 후원금이나 기증 물품을 전달하기도 하고, 소외된 지역 마을에 도서관을 건립하고, 소수민족 어린이 교육도 지원한다. 주로 영국의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의 구호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개도국 현지 비영리단체를

나이키의 아동노동착취 소비자 불매운동 이어져

기업 노동조건 둘러싼 사건들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둘러싼 사건은 역사가 깊다. 1996년 미국의 ‘라이프’지에는 파키스탄 시알코트 지역 아동이 나이키 축구공을 바느질하는 사진이 게재됐다. 아이들에게 꿈을 줘야 할 축구공이 제3국의 가난한 아동 노동을 착취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미국과 유럽 전역을 뒤흔들었다. 미국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시알코트 지역 축구공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나이키의 주가 또한 떨어졌다. 사건 초기 “우리가 아니라 하도급 업체가 잘못한 것”이라고 발뺌하던 나이키는 결국 들끓는 비난 여론과 매출 감소에 무릎을 꿇었다. 이번 방글라데시 참사 공장을 하도급 업체로 두고 있는 글로벌 의류 브랜드 ‘갭(GAP)’은 2007년에도 인도의 하도급 공장에서 어린이를 고용해 저가 의류를 생산한 사실이 영국 옵저버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 지난해 12월 방글라데시 다카에 있는 타즈린 패션 공장에서 불이 났다. 월마트 등에 납품하는 의류를 생산하는 공장이었다. 노동자 600여명 중 112명이 숨지고 100명이 부상을 당했다. 2010년 12월에는 미국 브랜드 갭(Gap)과 J.C. 페니 등에 의류를 납품하던 방글라데시 ‘하밈 공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130명이 사망했다. 2006년 이래 방글라데시 의류 산업 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2000여명. 모두 공장주가 기본적인 건물 안전 및 화재 수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참사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해 9월 카라치 ‘알리 엔터프라이즈’ 의류 공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 289명이 사망했다. 같은 날 라호르 신발 공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21명이 숨졌다. 화재가 난 두 공장 모두 비상구가 없었고 화재경보기, 스프링 클러 등

“건물 무너진다” 해도 근무 강요… 밀어내기식 하도급이 낳은 최악의 人災

방글라데시 참사 근본 원인은 “건물 벽에 커다란 균열이 보였어요. 노동자들이 공장 입구에 모여서 ‘들어가지 않겠다’며 출근을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생산관리 매니저가 ‘걱정 말라’면서 저희들을 억지로 건물 안에 밀어 넣었어요. 오전 8시 반, 일을 시작하자마자 ‘쾅’ 하는 굉음이 들렸습니다.” 지난 24일, 방글라데시 다카 메디컬 대학병원에서 만난 로지나(여·23)씨는 가늘게 떨고 있었다. “모두 거짓말이었어요.” 그녀는 감각을 잃은 왼쪽 다리를 쳐다보며 눈물을 훔쳤다. 사망자 1130명. 부상자 2500명. 방글라데시 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다. 지난 4월 24일 의류 공장 ‘라나플라자’가 무너져내렸다. 사고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정확한 실종자 수가 집계되지 않을 정도다. 생존자들은 “공장주는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예견된 참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다? 사건 하루 전부터 건물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지난달 23일 화요일 오전, 빌딩 외벽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한 노동자들이 건물 밖으로 달려나갔다. 몇 시간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산업경찰관이 건물 상태를 점검한 후 공장 가동을 중지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공장주들은 “내일 일하지 않으면 3일치 월급을 깎겠다”며 출근을 강요했다고 한다. 참사 현장에서 만난 카디자(여·18)씨는 “사고가 이미 5년 전부터 예견됐다”면서 “라나플라자 건물이 원래 5층으로 지어진 건물인데, 5년 전부터 불법으로 3개 층을 증축했고, 건축법상 허용되지 않는 질 나쁜 콘크리트, 철근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사건 당일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발견하고 창문으로 나가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인구에 비해 땅이 좁은 방글라데시는 주로 큰 연못을 메워 그 위에 건물을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좋은 일’이 정말 좋은 일이 되려면

지난 1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나의 꿈, 사진(My Dream, photo) 개막식에서 조세현 사진작가를 만나 얘기를 나눴습니다. 조 작가는 지난 1년 동안 삼성의 후원을 받아 소외 계층 청소년을 위한 사진 교육 프로그램 ‘조세현의 그린프레임’을 통해 200명의 아이를 만났습니다. 조 작가는 개막식 인사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고 말했습니다. 내막을 들어봤습니다. 조세현 작가는 삼성의 지정기탁금으로 이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조세현 작가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교육시키려면 좋은 카메라도 사야 하고 찍은 사진을 맘껏 프린트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하는데, 모금회는 아직도 아이들 빵 사주고 학용품 사주는 것만 복지인 줄 알고 있어서 이런 부분을 일일이 설득하기가 힘들었다”며 “유명 사진작가인 내가 이 정도인데, 이름도 없는 복지기관은 오죽하겠느냐”고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생산자나 소비자보다는 이 둘을 이어주는 ‘유통’이 권력이 되고 있습니다. 콘텐츠 생산자인 종이신문은 갈수록 사정이 어려운데, 온라인 콘텐츠 유통망을 쥔 네이버는 승승장구하듯이 말입니다. 복지 분야로 눈을 돌려봐도 비슷합니다. 개인·기업의 기부금을 많이 거둬, 꼭 필요한 복지 현장에 이 기부금이 잘 쓰이도록 도와야 할 모금회는 어느새 복지 유통망의 ‘갑(甲)’이 돼버린 것 같습니다. ‘을(乙)’인 복지기관은 어떻게 하면 모금회 규정에 따라 사업을 잘 평가받아서 다음 연도 사업이 잘리지 않게 눈치 보느라 ‘할 말’을 못합니다. 자체 모금액이 수백억이 넘는 대형 NGO에선 “모금회 사업하려면 너무 피곤해서 아예 제안서를 내지 않는다”며 배짱을 부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풀뿌리 소규모 NGO는 ‘울며 겨자 먹기’로 비현실적인

[Cover Story] 하루 14시간의 살인적인 근무… 그리고 1130명의 죽음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참사 현장 르포 아름다운가게·더나은미래 공동기획시리즈 ① 당신의 옷은 떳떳합니까 지난 24일, 방글라데시 다카 대학 병원 입구에 들어서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환자들은 복도 바닥에 누워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샤바르 지역 희생자’라고 쓰인 종이가 붙은 병실 문을 열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30개의 침대 주변으로 환자, 보호자, 의료진들이 뒤엉켜 있었다. 한 달 전 무너져내려 1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8층짜리 의류 공장, ‘라나플라자’에서 살아남은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이다. “스스로 팔을 잘라야 했어요.” 베검(여·25)씨가 왼쪽 팔에 동여맨 하얀 붕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라나플라자 뉴웨이브 공장에서 재봉사로 일하고 있었다. 건물이 무너지던 날, 베검씨는 공장 매니저와 심하게 다퉜다. “건물 외벽에 심하게 금이 간 것을 보고, 무서워서 도저히 일할 수가 없었어요. 오늘 일을 쉬고 싶다고 했더니, ‘그럼 자르겠다’고 윽박지르더군요.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3층에서 일하고 있는 여동생에게 뛰어갔어요. 동생과 함께 짐을 싸고 있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갔고, 그 이후론 기억이 나질 않아요.” 눈을 떴을 땐 사방이 컴컴했다. 건물 기둥 사이에 끼여 움직일 수도 없었다. 하루 뒤, 응급 구조대가 그녀를 발견했다. 하지만 엉킨 건물 더미 사이에서 그녀의 팔을 짓누르고 있는 기둥을 찾을 수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포기하려는 구조대에게 베검씨는 애원했다. “구조대원이 ‘혹시 칼을 주면 스스로 팔을 자르고 나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어요. 나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아픔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틀이 더 지나서야 베검씨는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잘려진 그녀의 팔은 이미 썩어들어가고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사람의 값’ 안 매기는 연습이 더 중요

차별 없는 사회는 없습니다. 경중(輕重)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선진국에도 차별은 있습니다. 미국에서 살 때, 한국의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프리스쿨(preschool)’ 월 보육료가 3개월째 100불씩 추가 청구된 적이 있었습니다. 첫 달에 분명 수정을 요구했는데, “알았다” 하고선 반복됐습니다. 프리스쿨 행정실에 찾아가 항의하니, 처음 듣는다는 태도로 “지역 교육청에 가서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역 교육청 담당자는 “프리스쿨에서 잘못된 정보를 준 것이니, 그쪽에서 해결하라”고 싸늘하게 말했습니다. 양측의 핑퐁을 거친 끝에 다시 프리스쿨. 도로시라는 행정담당자는 경멸하는 듯한 투로 “알았어. 해주면 되잖아”라고 했습니다. 내 잘못도 아닌 일로 하루 종일 여기저기서 무시당하고 집에 오니, ‘한국의 결혼이주 여성 심정이 이렇겠지’ 하면서 억울하고 서러워 눈물이 났습니다. 최근 포스코에너지·프라임 베이커리·남양유업 사건, 뒤이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지켜보면서 저는 ‘사람값’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모든 것에 값이 매겨지는 자본주의 사회에 익숙하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사람한테도 값을 매기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포스코에너지 임원, 프라임 베이커리 사장,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맘속에는 ‘나는 쟤들보다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을 겁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 또한 스물한 살 여성인턴에 대해 ‘좀 함부로 해도 괜찮겠지’ 하는 무의식이 있었을 겁니다. 기념식 행사 내빈소개를 할 때, 사망자 위로금이나 이혼 위자료를 산정할 때 등등 서열과 사람값이 매겨지는 건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갑을 관계의 ‘을’만이 아니라, 아동·청소년·장애인·여성·다문화 가정·노인 등 소위 ‘돈 안 되는’ 대상에 대한 차별은 뿌리 깊습니다. 헌법 제2장에는 ‘모든 국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