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⑤ ‘신고의무자’ 책임 묻기 전 예방 교육 먼저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5)신고의무자, 촘촘한 안전망 역할 하려면 ‘상세 불명의 두개골 내 손상’ ‘대퇴부 골절’ ‘양쪽 손·발 2도 화상’…. 지난해 10월 계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난 울주군 서현양의 병원 진단 기록이다. 여덟 살 아동이 “그냥 다쳤다”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많았다. 불볕 더위에도 긴 소매 옷을 입고 등교했고, 육안으로 멍 자국이 보였으며, 잦은 결석이나 지각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초등학교 교사 2명, 병원 의사 2명, 간호사 1명, 학원장과 학원교사 2명 등 총 7명이 서현양의 학대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현행법상 모두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유치원집 및 학교 교사·의사 등 신고의무자들의 아동학대 신고율이 30%대에 그친다. 지난해 12월 3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 특례법)’과 개정된 아동복지법이 통과된 이후, 정부는 “신고의무자 역할을 강화시켰다”고 발표했다. 교사·의료인 등 22개이던 신고의무자 직군도 24개 직군 140만명으로 확대하고, 300만원이던 과태료도 500만원으로 올렸다. 과연 이 특례법이 시행되면 ‘제2의 서현이’는 주변 안전망을 통해 걸러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법안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3가지 맹점을 잘 극복해야 한다고”고 주장한다. ◇맹점 1. 신고의무자 증명 어떻게 할까… ‘몰랐다’고 하면 땡? “한번은 ‘어떤 집에서 부부 싸움을 심하게 해 아이들이 걱정된다’며 기관으로 신고가 들어왔다. 부모 모두 알코올 중독이었다. 현장에 가보니 엄마가 싸우면서 던진 유리병이 깨져,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여자아이의 팔뚝에 깊이 박혔다. 응급수술을 하러 병원에 가보니 둘째는 머리가 빡빡 밀려 있었고 초등학교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배려와 소통을 알려주는 새내기 선생님의 가르침 이런 작은 리더가 대한민국호에도 많아졌으면…

“엄마, 오늘 창체(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라면 파티해요~. 우리 반 친구들이 노력해 시범 수업을 잘 끝마쳐서 사랑의 온도계가 1℃ 올라갔어요~.” 초등학교 4학년인 큰딸이 아침부터 신이 났습니다. 딸의 반에는 ‘사랑의 온도탑’이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다투지 않고 협력해서 일을 할 때마다 온도계가 1℃씩 올라간다고 합니다. 라면 파티, 영화 상영 등 단계별로 ‘선물’이 주어지는데, 최종 단계는 근처 산을 함께 등반하는 것입니다. 딸아이는 사랑의 온도탑을 통해 경쟁만이 아닌 협력과 배려를 몸소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흐뭇한 일을 하는 딸아이의 담임은 스물다섯 살인 2년차 젊은 교사입니다. 반 배정이 이뤄진 첫날, 선생님은 부모들에게 ‘편지’ 한 장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에 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부모님도 글을 써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일기 쓰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직접 A4 한 장에 스스로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90가지의 주제 일기 아이템을 프린트해주었습니다. ‘나만의 숨겨진 비밀 한 가지’ ‘친구 3명에게 상장을 준다면’ ’30년 후 나의 자식에게’ ‘나는 왜 공부를 할까’ ‘나에게 100만원이 생긴다면’ 등 재미있는 주제 일기를 3개씩 쓸 때마다 스티커 한 장을 받도록 했습니다. ‘클래스팅’을 통해 아이들과 온라인으로 소통도 하는 담임선생님의 이런 신선한 시도를 보면서 고맙고 기뻤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이뤄진 첫 선거를 통해 우리는 또다시 ‘희망을 걸어보기 위해’ 리더를 뽑았습니다. 딸아이의 담임선생님을 보면서 훌륭한 리더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④ 금고 바닥난 지자체… “100년 지나도 아동학대 문제 해결 안돼”

아동학대 예방체계 이대로 괜찮은가 (4)아동학대 예산 실태 및 지자체 전수조사 충청남도와 경상남도. 서울시 면적의 14배, 17배에 달하는 이 지역의 아동학대 문제는 각각 아동보호전문기관 2곳이 관할한다. 그러나 지원받는 예산은 천지 차이다. 경남은 11억4570만원인 반면, 충남은 4억8550만원에 불과하다. 보조받은 예산이 6억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아동학대 상담 인력도 다르다. 경남에선 지난해 각각 3명씩 상담원을 6명 늘려 23명이 됐다. 이전까지 상담원 17명이 63만9730명의 아동을 담당해야 했다. 반면 충남은 상황이 훨씬 더 열악하다. 상담원 16명이 충남 전역 40만2947명의 아동을 맡는다. 충청남도 관계자는 “올해 내포에 9명 정원의 아동보호전문기관 한 곳을 신설할 예정이라, 예산을 3억 이상 증액했다”며 “예산이 꼭 필요한 사업인 건 알지만 확보하기가 쉽진 않았다”고 했다. 운이 좋아 아동학대 문제에 돈을 많이 쓰는 지자체에 태어나면 보호받을 확률도 높아지고, 운이 나빠 예산 지원이 거의 없는 지역에 태어나면 그만큼 확률이 낮아지는 상황. 지역에 따라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왜일까.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예방 사업이 전적으로 지자체 예산에 맡겨 있다 보니, 지자체별 재정 상황이나 의지 여하에 따라 예산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지자체마다 재정 여건이 다른 데다, 정부에서 ‘최소 얼마 이상은 아동학대 사업에 써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지자체가 ‘알아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예방·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중앙정부에서 맡아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돈줄’을 쥔 기재부는 여전히 “아동학대 예산을 중앙에서 편성하는

여가부 나선 아동학대 대책… 복지부에 협력 대신 경쟁?

현장선 “보여주기식 대책 혼란스럽기만…” 여성가족부가 ‘아동학대 예방사업’과 관련, 뒤늦게 별도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정책 분절화만 가중시킨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달 11일, 여성가족부는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가정 내에서 발생한다”며 “여가부가 가정 폭력 방지 인프라를 구축해 온 경험을 토대로, 학대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대책 및 성과 지표 마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달 15일 여성가족부는 “가정 폭력 피해아동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자체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은 보건복지부가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들과 ‘아동학대 예방·보호 대책’을 논의하는 현안점검회의가 있던 날이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20년간 아동학대 사업을 담당해온 보건복지부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법무부, 경찰청과 공조 체계를 잡아가는 상황에서, 여가부가 공조 체제에 협력하기는커녕 분절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반응이다. 현장 실무자들은 “여가부는 일반 학대아동 중에서도 ‘가정폭력 피해아동’이라고 대상 범위를 좁혀가며 전면에 나서니, 현장에선 혼란스럽다”면서 “가정폭력 인프라나 제도로는 학대아동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아동학대 사업을 여가부가 주도적으로 가져오겠다는 건 아니고, 다만 가정 폭력 방지 업무와 성격이 비슷하리라고 생각해 여가부가 가진 역량을 지원하겠다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③ 경찰서 50곳(경기도 5개시 관할) vs 아동보호전문기관 1곳… 함께 출동 불가능해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3)아동학대 예방정책 전문가 좌담회 세월호 침몰 참사로 온 나라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추모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사실, 아이들을 속수무책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월호 사고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울산 서현이 사건’이나 ‘경북 칠곡 계모 사건’ 모두 ‘막을 수 있었던’ 참사다. 하루 18건의 아동 학대가 발생하고, 매달 학대로 인해 아동이 한 명꼴로 사망하는 나라. 더나은미래는 정부, 학계, 현장을 대표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실효성 있는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 체계 구축’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사회로 이뤄진 이날 좌담회에는 김정미 경기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장화정 중앙아동보호기관 관장,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한선희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홍종희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과장(가나다 순) 등이 참석했다. 이봉주(사회)=지난해 12월 ‘아동학대 범죄 및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 특례법)과 아동복지법이 제·개정됐다. 오는 9월 특례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장에서 느끼는 우리나라 ‘아동학대 보호 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김정미=아동학대 특례법으로 경찰이 동행하게 되면서, 그간 누수(漏水)됐던 아동학대 사건들이 더 많이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내에 총 10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는데, 작년 3~4월 192건에서 올해는 219건으로 14%나 증가했다. 경기도 5개 시를 관할하는 경찰서·파출소가 50곳인데,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딱 1곳이다.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 인프라로는 쏟아지는 사례를 감당하는 게 불가능하다. 한선희=지금처럼 아동학대 방지 사업이 지자체 예산으로 이뤄지는 한 인프라 확충은 불가능하다. 전라남도는 재정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공익 향한 4년의 길… 이제 그 내비게이터로

100장 가까운 원고를 읽다가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창간 4주년을 맞아 공익 분야 전문가 100명에게 설문을 부탁했고, 마지막 질문에 ‘더나은미래에 바란다’를 슬쩍 집어넣었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정성스러운 코멘트가 고맙고, 따끔하고, 힘이 났습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겁도 납니다. “해외에서 정부, 기업, 비영리 섹터가 함께 사회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우수한 사례들을 더 많이 소개해줬으면.” “공익 분야 롤모델 리더들을 발굴해 우리 사회의 영웅으로 만들어주길.” “정책과 제도가 커버할 수 없는 사각지대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기사가 많아지길.” “규모는 작지만 변화를 이끄는 작은 NGO를 많이 소개해주길.” “보수 진보를 넘어 사회 혁신가를 발굴하고 서로 연결해주는 장을 마련해주길.” “NGO가 자칫 매너리즘에 빠져 사회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때 자극받을 수 있는 NGO의 거울이 되어주길.” “우리 사회에 도움이 필요하지만 스스로의 목소리가 약한 계층에 대한 권리 옹호에도 힘써주길.” “공익 활동과 활동가를 지나치게 미화하지 말고, 언론으로서 건강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해주길.”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 및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이자 브리지 역할을 해주길.” “복지에 치우치지 말고, 사회·경제·환경 등 주제별로 균형 있게 접근해주길.” “자선적 관점의 접근보다는 권리의 관점에서 이슈를 다뤄주길.” “공익 분야의 의제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공익 분야 전문기자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등 네트워크와 인적·물적 DB를 구축하길.” 이처럼 많은 분이 “더나은미래가 공익 분야의 내비게이터가 되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세월호 참사’를 보며, 저는 사실 ‘언론은 뭘 할 수 있을까’를 되물었습니다.

“아동학대 예방 위해 서명해주세요”

아동보호 전문단체 3곳, 공동 캠페인 시작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운영해 온 민간 단체 3곳이 정부의 ‘아동 학대 예방 전달체계’ 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모였다. 굿네이버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세이브더칠드런 등은 지난 11일부터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캠페인 ‘대한민국이 미안해, 약속해’를 공동으로 진행키로 했다. 현재 전국 50곳 아동보호 전문기관 중 굿네이버스는 25곳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7곳, 세이브더칠드런은 5곳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전국 244개 지자체 중 50개만 설치돼 있어 50개 기관이 평균 5개 지자체의 아동 학대 사건을 담당한다. 이순기 굿네이버스 복지사업부장은 “지역에 따라 상담원이 출동하는 데만 3~4시간씩 걸리는 등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아동보호 체계가 달라진다”며 “미국, 영국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아동 학대 전문 상담원 또한 10분의 1에 불과해 아동 학대 예방 및 보호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9월 29일부터 시행 예정인 ‘아동학대특례법’에 근거해 책정됐던 예산은 기획재정부에 의해 전액 삭감됐다〈4월 8일자 더나은미래 C1·C3면(http://futurechosun.com)〉. 민간 단체들은 공동 캠페인을 통해 ▲지자체에 맡긴 아동 학대 예방사업을 국가 사무로 환원하고 ▲전 지역 시·군·구 단위에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설치하고 상담원 인력을 확충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민간 단체들은 100만명의 서명을 모아 관련 정부 부처에 전달키로 했다. 온라인 서명은 각 단체 홈페이지에서 참여할 수 있다. 5월 어린이 주간에는 전국에서 집중 서명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온라인 서명에 참여하려면 굿네이버스(www.goodneighbors.kr), 초록우산어린이재단(www.childfund.or.kr), 세이브더칠드런(www.sc.or.kr) 홈페이지를 클릭.

폭언·폭력·조폭 대동 협박·트라우마… 정작 보호 받아야 할 사람은 그들입니다

아동보호기관 상담원 20명의 목소리 정부 대신 민간이 학대 보호 사업 맡아 상담원 보호는커녕 책임 전가·비난만 “몇 년 전 한 부인이 남편을 아동 학대와 가정 폭력으로 신고하기 위해 기관을 찾아왔어요. 칼을 들고 뒤쫓아온 남편은 부인을 찔렀어요. 같이 상담하시던 관장님이 급히 의자로 칼을 쳐 떨어뜨렸지만, 부인은 그 자리에서 과다출혈로 죽고 남편도 결국 자살했어요. 너무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충청 지역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만난 한 상담원의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하루 18건의 아동 학대가 발생하고, 매달 아동 학대로 인해 아동 한 명꼴로 사망한다. 아동 학대 발생 건수도 2001년 2105건에서 2012년 6403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아동 학대 상담원 수는 전국 338명(중앙 13명 포함)이다. 고작 338명의 상담원이 933만명 아동을 대상으로 한 학대 사건을 모두 커버하는 셈이다. ‘더나은미래’가 만난 20명의 상담원은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할 여건도 안 되고, 아이들 죽음에 가장 상처받는 건 상담원 본인인데, 비난만 퍼부으니 답답하다”는 반응이었다. ◇상담원 신체적·심리적 위험 노출 커 2011년 11월 아동 학대 가해자인 부모가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건물에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사무실은 완전히 불타버렸다. 이를 운영하던 민간 법인은 이후 “이 지역의 아동 학대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며 기관 운영을 반납했다. 당장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이 관할하는 시·군·구는 거창군, 함양군, 산청군, 진주시, 하동군, 사천시, 남해군의 아동 학대 사건을 맡을 곳이 없어진 것. 경상남도는 이후 아동 학대 사업을 할 기관을 공개 모집했지만 나서는 민간 단체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② “인력 턱없이 부족, 기존 사례만 관리해도 더 많은 학대 막을 텐데…”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2)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동행취재 울주와 칠곡의 아동 학대 사망 사례로 인해 전국이 떠들썩하다. 아동 학대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전국 50개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선 매일 이 같은 사건을 접하지만, 정작 아동 한 명이 죽기 전에는 주목조차 받지 못한다. 지난 11일 더나은미래 주선영 기자는 경기 지역의 한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의 하루를 동행 취했다. 편집자 주 “근래 아슬아슬한 현장이 많았어요. 며칠 전 한 초등학생이 아버지로부터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심하게 맞아 긴급 분리한 사건이 있었어요. 아버지는 ‘내 아이 돌려주지 않으면 농약 먹고 자살하겠다’고 난리였고요. 오늘 현장에선 어떤 돌발 상황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오전 10시. 간단한 브리핑이 끝나자 김정환(가명·30) 상담팀장이 이날 동행할 신고 사례를 설명했다. “할머니가 중학생, 초등학생 남매를 돌보는데, 아이들끼리만 지내서 보호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엊그제 신고가 들어왔다”고 했다. 우선 학교에서 해당 아동을 만나기로 하고, 김 팀장과 올해 경력 4년차인 박민주(가명·27) 상담원이 2인1조로 함께 차에 올랐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출발한 차는 고속도로로 내달렸다. 이 기관에서 담당하는 시(市)는 총 4곳이다. 서울시의 3배에 달하는 면적을 상담원 9명이 담당한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에게 “아동 학대 사건이 이렇게 많으니 인력 예산을 지원해달라”고 몇 차례 설득한 끝에 그나마 올해 계약직 상담원 1명을 늘린 것이라고 했다. 신고 현장까지는 2시간 넘게 걸렸다. 학교 담당 교사의 도움을 받아 정예솔(가명·11)양을 상담실에서 만났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정양은 “할머니가 가끔 다녀가시고, 중학생인 오빠는 집에 잘 안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수학여행, 꼭 필요한가요”

세월호 참사가 터진 다음 날인 17일 다음 아고라에는 ‘초중고 수학여행, 수련회 없애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하루 만에 2만명이 넘게 서명했습니다. 청원 제안자는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80년대처럼 경제가 어려워 가족 여행이나 캠핑 등이 드문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수학여행과 수련회 등 단체 이동으로 인한 사고 위험 노출과 행사 이후 후유증(요즘 초딩들도 수학여행 후 왕따, 폭력 등에 시달린다고 합니다)이 있는 관행적인 행사를 수십년째 없애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 주위에는 이런 관행이 참 많습니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좀 이상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한 NGO 사무국장은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외국계 기업 CEO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대부분 피드백을 하지만, 국내 기업 CEO는 절대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 외국계 기업 사회공헌 담당 임원은 협의할 일이 있으면 아무 거리낌 없이 우리 사무실로 찾아오지만, 국내 기업 임원은 바로 코앞에 사무실이 있어도 반드시 우리가 그 사무실을 찾아가야 한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비슷합니다. 아동 학대 문제를 애초에 정부에서 주도권을 쥐고 담당했더라면 지금쯤 어떤 모습일까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드림스타트센터’와 같이 200개가 넘는 센터를 지정하고, 담당 인력과 인프라 예산을 확보했을 것입니다. 민간단체가 아동 학대 사업을 해왔다는 이유로 정부는 이 사업의 우선순위를 낮게 책정해왔습니다. 이번 ‘더나은미래’ 인터뷰에서 유명 석학인 기 소르망도 말하듯 이제 정부와 시장(기업)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대는 갔습니다. 이 흐름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겁니다. 우리는 과연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역 내 전문성·네트워크 다 무시… 乙이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이상한’ 계약

“‘을'(운영법인)은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하여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 ‘갑'(지방자치단체)은 ‘을’이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다수의 민원을 야기하거나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어 사업수행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 경우 계약의 해지 등을 할 수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올해 초 각 지자체로부터 받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 위탁 표준계약서’의 일부다.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지정’ 형태로 운영해온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올해 3월 안에 ‘위탁’으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위탁은 계약 기간이 끝난 이후엔 평가 및 경쟁을 통해 위탁 기관을 재선정하게 되어 있다. 이를 두고 한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아동학대 문제는 일반 복지사업과 다르게 위기 상황에 개입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2000년부터 길게는 15년 동안 한 민간 단체가 지역 내에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쌓아왔는데, 이제 와서 관에서 민간 단체를 ‘갑을 관계’로 규정해 단체끼리 경쟁체제를 만드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위탁 방식 자체도 을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불공정 계약’이다. 지자체마다 위탁 기간도 다르다. 사회복지사업법 제34조에 의하면 복지기관의 위탁 기간은 ‘사례 관리 지속성’ 등을 위해 통상 5년으로 되어 있지만, 지자체에 따라 ‘지자체별 위탁조례’를 들이밀며 짧게는 3년마다 위탁 기관을 재선정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법상 ‘사회복지시설’이 아닌 ‘아동복지전담기관’으로 되어 있으니 사회복지사업법을 적용해줄 수 없다는 지자체도 있다.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민간 단체가 아동보호전문기관 하나를 맡으면 많게는 기관당 2억원 이상씩 자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위탁으로 변경됐다고 해도 경쟁이 치열하거나 쉽게 이 사업을 수행할 단체가 많진 않다”면서도 “잇속 챙기는 사업 하는 것도

학대받는 아동 놓고 중앙정부·지자체 책임 떠밀어

아동정책조정위원회, 6년 만에야… 돈줄 쥔 기재부 요지부동 보건복지부 종합 대책 발표했지만 예산 알맹이 빠져 있어 신고 의무자 교육·가해 부모 상담 민간 위탁 기관 부담만 가중 예산 지자체마다 들쑥날쑥 지방 이양 후 학대 아동 141명 사망 지난 2월 28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제5차 아동정책조정위원회’가 열렸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 번도 열리지 않은 회의였다. 2007년 제4차 위원회 이후 6년 만이었다. 이날 위원회에는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 이복실 여성가족부 차관, 서남수 교육부 장관 등 아동 관련 단체의 장관 및 아동 분야 민간 전문위원 10명이 참석했다.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보자”는 자리였다. ‘예산’ 문제가 제기되자 자리는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민간위원 측에서 “(아동예산이) 지방으로 이양된 이후 지난 10년간 아동 141명이 학대로 숨졌다”며 “아동학대 사안의 경우 중앙으로 국고 환수해서 아동보호전문기관 개수도 늘리고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기관당 3억원씩 최소 100곳 정도로 300억원의 국비를 아동학대 분야로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현오석 기재부 장관은 “지방으로 이양했을 때는 다 이유가 있지 않았겠느냐”며 “아동이 학대로 사망한 수가 지방으로 이양해서 더 많은지 아닌지는 데이터를 갖고 와서 이야기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박하며 분위기가 싸늘해졌다고 한다. 2015년 ‘노인’과 ‘장애인’ 예산은 국고 사업으로 환수되는 데 반해 아동예산이 지자체 사업으로 남은 데 대한 이유를 묻자 현 장관은 “충북 음성에 있는 꽃동네는 전국에 있는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 국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