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우리의 바다가 텅텅 비어간다

노부부가 장터에서 거위 한 마리를 사옵니다. 다음날 아침, 놀랍게도 거위는 번쩍번쩍 황금빛을 내는 황금알을 낳았습니다. 가난했던 노부부는 거위가 하루 한 개의 황금알을 낳는 덕분에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이 집에서 더 이상 황금알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황금알을 가지려는 욕심에 노부부가 거위의 배를 갈랐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이솝 우화입니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과한 욕심이 화를 불렀다고. 그리고 누구나 생각합니다. 나 같으면 이런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라고. 오늘 날, 황금 알을 낳는 거위는 매일같이 수천 종의 물고기가 탄생하는 바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생물학자 토마스 헨리 헉슬리는 말합니다. “대구, 청어, 정어리, 고등어 등 바다의 어류자원은 무한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무엇을 하든 물고기 수는 줄지 않을 겁니다.” 헉슬리의 말처럼, 우리 모두의 기대처럼, 물고기는 정말 잡아도 잡아도 줄지 않는 황금알일까요? ◇바다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다 속을 상상하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형형색색의 해초와 산호초, 그 사이를 한가로이 떠도는 아름다운 물고기와 바다거북, 해마가 떠오르지는 않나요? 안타깝게도 해양 전문가들은 바다가 텅텅 비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세계자연기금(WWF)의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세계자연기금은 보고서에서 지난 40년간 절반 가량의 해양 생물이 사라졌다고 설명하며, 해양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등어, 참치와 같은 고등어과에 속하는 종들은 1970년에서

[김동훈의 인사이트 재팬] ① 섹터와 국경을 넘는 재난대응 민관협력플랫폼, 아시아퍼시픽얼라이언스

“거대한 재난은 거대한 플랫폼으로 막는다” ‘아시아 퍼시픽 얼라이언스(ASIA PACIFIC ALLIANCE)’. 줄여서 ‘A-PAD(Asia Pacific Alliance for Disaster Management)’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재난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간 주도 재난대응 전문 국제기구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한국 등 아시아 6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방재전문가인 ‘파이잘 잘랄(Faisal Jalal)’이 의장(Chairperson)을 맡고 있고 본부 사무국은 일본 도쿄에 있다. 각 국가의 A-PAD는 1,2,3섹터가 연합한 국가별 재난대응플랫폼을 만들고, 국가별 플랫폼들은 다시 국경을 넘는 국제적 플랫폼으로 묶여 상호지원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작년 4월 25일에 발생했던 네팔 대지진 때 A-PAD 활동을 보면 이들의 특징이 드러난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의료진을 파견했고, 스리랑카에서는 구호전문가들을 파견했다. 일본에서는 긴급구조팀과 구조견을 파견해 인명구조작업을 실시하였다. 각 나라 A-PAD는 기본적으로 독자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상호연계 되어 활동한 것이다. 당시 네팔에는 A-PAD의 멤버들이 없었지만 ‘ISAP(Institution for Suitable Actions for Prosperity)’,  ‘NEST(National Society for Earthquake Technology-Nepal)’ 등 현지 단체들이 재난공동대응에 참여했다. 이들 현지 단체는 네팔 정부군의 도움을 받아 헬기를 이용, 접근이 어려운 네팔-중국 국경의 오지마을까지 진출해 구호활동을 펼쳤다. 국제구호사업에 대한 한국의 상식으로는 방글라데시나 스리랑카 같은 개발도상국가가 다른 나라를 돕는 것이 생경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A-PAD 안에서는 모든 국가가 스스로의 재정과 인력으로 피해국가를 지원한다. 피해국가 역시 주체로서 구호활동에 함께 참여한다. 이는 재난대응에서만큼은 선진국이 후진국을 지원한다는 통상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각각의 나라가 자국 내의 자원을 모아 스스로 문제에 대처해야 하며, 국제적으로는 모든 나라가 주체가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행복한 육식주의자 되기② 공장식 축산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행복한 육식주의자 되기」 첫 번째 이야기(클릭하면 해당 칼럼으로 이동합니다)에서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언제 어디서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이유는 공장식 축산 덕분입니다. 이 때문에 수천만 마리의 가축들은 걸어 다니지도 못할 만큼 비좁은 공간에서 몸을 부대끼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도 누군가는 ‘인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주장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공장식 축산은 우리에게 이로움만 가져다 주고 있을까요?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공장식 축산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몸집만한 우리에 갇혀 있어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일뿐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운동을 하지 못하니 당연히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안에 있는 가축 중 한 마리라도 병에 걸리면 다른 동물에까지 쉽게 전염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류 독감, 구제역이 한 번 돌 때마다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목숨을 잃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농가에서도 전염성이 강한 질병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 대비책이 바로 ‘항생제’입니다. 항생제는 치료 효과도 탁월하지만, 성장을 촉진시키는 효과도 있어서 농가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 축산 농가들은 사료에까지 항생제를 섞어가며 가축들에 항생제를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한 없이 이로울 것만 같았던 항생제, 하지만 지금은 양날의 검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가축에 사용되는 ‘항생제’가 오히려 재앙을 낳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조용한 살인자, 항생제 내성균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④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결핍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얼마 전 야외에서 큰 행사를 치르는데, 행사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사진을 찍고 싶었다. 지상에서 찍기엔 한계가 있고, 주위에 높은 건물도 없었다. 드론이 있었다면 여러 각도에서 멋진 항공 촬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간혹 지방에 강의를 다녀오다 보면 하늘에서 바라본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곳이 있다. 이때도 ‘드론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나는 드론이 없다. 내게 드론은 결핍되어 있다. 아침에 옷장을 열었는데 ‘입을 옷이 없어요, 입을 옷이…’하고 푸념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당신이 패션에 민감한 여성이고 환절기라면 더욱더. 실제 옷장에는 옷이 있지만, 당신의 머릿속에는 옷이 없다. 이것이 결핍이고, 니즈다. 마케팅에서 니즈(needs, 욕구)는 ‘결핍을 지각하는 상태’로 정의된다. 자신에게 무엇인가 부족하거나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지각된 결핍을 메우는 행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고픈 배를 메우고, 불안전한 주거를 메우고, 불편한 생활을 메우고, 부족한 지식을 메우고, 낮은 지위를 메우려 하고, 허전한 마음을 메우려 한다. 결핍을 메우기 위한 구체적 대안이 요구(Wants)다. 요구는 문화와 개인의 성향에 영향을 받는다. 배고플 때 미국 소비자는 햄버거, 스테이크 등이 생각나지만, 한국 소비자는 설렁탕, 김치찌개를 떠올린다. 여기에 구매력을 더하면 수요(Demands)가 된다. 배고픈 니즈에 김치찌개에 대한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돈이 부족하다면 수요는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이들이 손을 씻게 하려면, 먼저 그들에게 어떤 결핍이 있는지를 발견하고 이해해야 한다. 만약 그들에게 장난감이 풍족하게 있었다면, 다시 말해 니즈가 없었다면 아이들은 투명 비누로 손을 씻지

사회복지 이끄는 공익법인 리더… 그들의 리더십 파워는 어디까지

[국내 100대 공익법인 이사회 대해부] (3·끝) 리더십 분석 7곳 대표 평균 근속 15년 넘어 20년 넘게 단체와 성장하기도 이사진 임기·연임 규정 제각각… 리더십 분배하는 25인 이사회도 대한민국의 사회복지를 이끄는 공익법인 리더들은 누구일까. 더나은미래 특별취재팀은 지난 3개월간, 모금액 기준 상위 100대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이사회 관련 심층 취재를 진행했다. 1차로 ‘직군 분석’, 2차로 ‘연령 및 성별 분석’ 기획 기사를 보도했다. 마지막으로 100대 공익법인 중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 사업을 펼치는 기타 법인을 대상으로, 리더십 분석을 실시했다. 우선 ①국세청에 의무 공시된 이사회 정보 확인(2014년 결산 기준) ②해당 법인 대상 개별 확인 요청 ③법인 홈페이지에 공시된 이사회 업데이트 정보 확인(2016년 6월 기준) ④대법원 인터넷 등기소 사이트(www.iros.go.kr) 법인 정보 열람 등 4차례에 걸쳐 팩트를 체크했다. 분석 기준은 미국 사회를 이끄는 비영리단체 12곳을 4년 동안 심층 분석한 책 ‘선을 위한 힘'(제7장 리더십 부분)을 참고했다. 취재에 응답한 공익법인은 총 19곳이다. ◇단체의 성장과 궤를 함께한 공익법인 리더들 대표 중에서는 긴 시간 단체에서 활동한 ‘성장의 주역’들이 돋보였다. 가장 오랫동안 단체에서 활동한 지도자는 정형석(59)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로 1993년부터 장애인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친 인물이다. 서정인(53) 한국컴패션 대표도 2003년 한국컴패션을 설립했으며, 백경학(53)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도 2005년 푸르메재단을 설립한 창업자이자 리더다. 사무국 직원에서 시작해 리더까지 오른 인물들도 있었다. 지난 7월 취임한 양진옥 굿네이버스(사단법인, 사회복지법인 2곳) 신임 회장은 1995년 공채1기로 입사해 사무총장을 거쳐 21년 만에 리더에

[비영리활동가의 일과 삶의 균형] 관계가 풀려야 활동도 풀린다 ⑥

“인간관계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사이가 나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자기와의 사이가 나쁘기 때문에 고민한다” – 조셉 머피(Joseph Murphy)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할 때라고 한다. 행복이라는 것이 참으로 소박하고 정겹고 쉬워 보인다. 그런데, 직장회식, 조찬모임, 동기모임, 동호회, 동창회 등등 수많은 모임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무엇 때문에 만나는 목적성의 만남들은 또 하나의 일이고 부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장 가깝고 편한 가족들과의 만남조차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명절 때 스트레스를 받는 건 대한민국의 며느리들만은 아니다. 입시를 앞둔 고3생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 대학을 졸업한지 1-2년이 넘었는데 취업을 못한 취준생들, 서른이 훌쩍 넘은 3,40대 싱글들, 결혼하고 3-4년이 지났는데 아직 애가 없는 부부들까지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친지들이 던지는 걱정과 관심에 오히려 멘탈이 너덜너덜해진다. 상대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다면 모 건강식품 광고처럼 ‘올 추석엔 어떤 말보다 엄지척’ 해주는 것으로 끝내는 게 최선이다. 사람은 자의반 타의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과 동일한 친밀도를 가지지는 않는다. 관계의 질이 개인의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관계 안에는 진심으로 같이 기뻐해주고 같이 슬퍼해줄 수 있는 친구도 있고, 다소 거리감이 있는 어퀘인턴스(acquaintance: 아는 사람)들도 있다. SNS와 휴대폰 주소록에 수 천 명의 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개인의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음을 터놓고 애기할 수 있는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숫자·돈이 아닌 사회 문제 해결의 진정성

지난달 22일, 재클린 풀러 ‘구글닷오알지(Google.org)’ 대표와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필자를 포함한 국내 비영리 현장 전문가 5명과 함께였다. 그녀는 구글의 자선활동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구글닷오알지는 교육, 발전, 신재생에너지 등 혁신적인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매년 1억달러(1100억원) 이상을 기부한다. ‘왜 갑자기 밥을 먹자고 하지?’ 궁금했는데, 2시간 대화를 나누다 알게 됐다. 이것이 글로벌 기업이 말하는 ‘이해관계자 미팅’이라는 것을. 그녀는 다음 날 있을 구글 임팩트챌린지(비영리단체들의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젝트) 결승을 위해 내한했는데, 자신들의 사회공헌을 설명하고, 외부 평판도 물어보며, 국내 상황에 맞는 발전 방향은 없는지 등이 자유롭게 공유됐다. “예전에는 비영리단체의 오버헤드(Overhead·운영비)에 상한선을 뒀는데, 하다보니 단체마다 상황이 다른 걸 알게 되면서 그런 상한선을 없앴다. 2~3년 주기로 선정된 비영리단체를 모니터링해서 성과가 좋은 곳은 재투자를 한다.” 놀란 건, 다음 날 구글 결승전에서였다. 원래 구글은 결승 진출 10개 프로젝트 중 4개 팀에 5억원의 상금과 1년의 멘토링을 제공할 예정이었으나, 선정되지 못한 6개 팀에 대해서도 2억5000만원의 깜짝 상금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구글 사회공헌이 흥행을 거두고 삼성도 100억원 규모의 혁신적 사회공헌 공모 방식을 시도하자, 기업 사회공헌 관계자들 또한 궁금함이 많은 모양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해줬다. “사회공헌 공모 방식은 새로운 게 아니다. 기업이나 재단에서 한 번쯤은 다 시도한다. 근데 왜 구글이 화제가 됐을까.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잘 봐야 한다. 국내 기업의 경우 초기에 1~2년 공모전을 한 후 이 중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행복한 육식주의자 되기 ①우리가 사랑하는 고기, 어떻게 만들어 질까?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치느님과 맥주’ 그리고 ‘삽겹살에 소주’까지, 우리는 행복할 때나 슬플 때나 화가 날 때면 고기를 찾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의 고기 사랑은 어느 정도일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1.3kg으로 OECD 평균인 63.5kg에 비하면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1980년, 11.3kg이었던 육류소비량을 고려한다면, 매우 빠른 증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고기 사랑 덕분인지 동네 골목마다 고깃집과 치킨집이 들어서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치킨 가게 숫자는 매년 9.5%씩 늘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스타벅스 매장 2만 3,043개보다 많은 3만 6,000개에 달합니다. 고기 사랑에 푹 빠져 있는 당신, 그러나 식탁에 오르는 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동물농장이 아닌 동물공장입니다 동물농장이라는 표현이 동물공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좁은 공간에 많은 수의 가축을 몰아넣고 기르는 생산 방식 때문입니다. 일명 공장식 축산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을 사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길러, 빠르게 운반하고, 빠르게 식탁에 올리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부터 공장식 축산이 대대적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은 그 인기만큼이나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평생소원은 걸어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먹는 닭은 A4 한 장만한 공간에서 평생을 삽니다. 이 정도 공간으로는 편하게 이동할 수도, 마음껏 날개를 펼 수도 없습니다. 문제는 이 조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년 사이, 한

아동학대 특례법 2년… 정부의 “대책 수립” 말 잔치로 끝나나

美·英 아동 정책과 비교해보니 지난해 12월, 아버지의 학대와 굶주림을 피해 맨발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한 소녀가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이후 전국적인 아동학대 실태 조사가 이뤄졌지만, 현실은 더 잔혹했다. 4년 만에 냉동된 주검으로 발견된 부천의 초등학생, 11개월간 시신을 집 안에 방치했던 목사 아버지와 계모, 3개월 동안 화장실에 감금됐다 암매장 당한 아동…. 하나씩 발견되는 학대아동 사망 사건들은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관련 정책들이 쏟아지고 대응 방안이 발표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아동학대 근본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고, 황교안 국무총리는 “범 정부 아동 학대 예방·근절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라”고 뒤를 이었다. 사실 정부 차원 대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2월, ‘아동학대 특례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해 9월부터는 아동학대 특례법도 시행됐다. 변화는 있었을까. 특례법 시행 후 2년, 아동 선진국과의 비교를 통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영국, ‘정부·의회’ 리더십으로 아동보호체계 전환 이끌어 2000년 2월 24일, 코트디부아르 출신’빅토리아 클림비'(사망 당시 9세)의 죽음이 영국 사회를 뒤집었다. 클림비의 몸엔 128군데 상처가 있었다. 담뱃불로 지지고, 자전거 체인이나 망치와 쇠사슬로 때린 흔적이었다. 학대자였던 고모할머니와 동거남은 이듬해 종신형에 처해졌다. 잔인한 아동학대에 영국 사회가 들끓었다. 그러나 영국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1년 4월, 영국 의회와 보건성 장관은 ‘빅토리아 클림비의 죽음을 철저히 복기하라’는 주문을 내렸다. 158명의 관계자와 121명의 아동보호 전문가가 청문회에 섰다. ‘클림비의 죽음을 막을 기회는 없었는가’, ‘아동보호체계의 구멍은 무엇이었나’ 같은 질문을

2박3일간 심리치료·댄스 테라피… “이제 조금 숨통 트인 느낌”

굿네이버스 상담원 소진예방 프로그램상담원 71%가 2년 미만 근무… 트라우마 치료 지원 필요 “가끔 동네를 걷다가 두려울 때가 있어요. ‘너 죽이겠다’ ‘퇴근길 조심하라’는 말은 수없이 들어요. 학대하는 아이 떼놓았다고 사무실로 쫓아와서 행패 부리는 분도 한둘이 아니고요. 괜찮다가도 문득 불안하죠. 그만두는 직원들이 많은데, 안타까워도 막지를 못해요. 저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고요.”(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A) “업무량도, 정신적 스트레스도 갈수록 너무 심해요. 10시, 11시쯤 퇴근하면 ‘오늘 좀 빨리 퇴근했네’ 해요. 보통 새벽 2~3시까지 아동학대 신고 현장 출동하고, 학대아동 상황 보고서 기술하다 보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요.”(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B) 학대아동 보호의 최전선,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의 호소다. 2016년 6월 발간된 ‘지역 아동보호 전문기관 업무량 분석’에 따르면, 2년 미만 근무한 상담원이 전체 상담원의 71%에 달한다. 상담원들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금세 지쳐 떠나는 것이다. 김선희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동학대 사건을 계속 접하는 사회복지사나 전문가가 적시에 심리정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학대 피해자와 비슷한 괴로움에 시달리는 등 심리적인 외상을 입는다”며 “미국 등 해외에서는 사회복지사의 소진을 예방하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 상담을 중시하는데,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지난해 굿네이버스에서는 상담원 소진예방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김지연 굿네이버스 복지사업부장은 “상담원들은 줄줄이 현장을 떠나는데 법인 차원에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작년부터 기획해 두 차례 소진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했다”며 “아동보호 전문기관 총 근무 경력 5년 이상 된 이들 중에서 2년

[공익, 직업의 세계] “연구·분석으로 가난 해결… 나의 ‘공대 감성’과도 잘 맞아” ⑤

“국제적으로는 워낙 잘 알려진 NGO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옥스팜을 모르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재미를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통신기업과 비영리단체를 거치며 ‘NGO’ 와 ‘디지털’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는 박재순(사진) 옥스팜코리아 디지털마케팅팀 차장은 요즘 일하는 맛에 푹 빠져있다. 영국에서 시작한 국제구호개발 전문 NGO 옥스팜에 입사하면서 부터다. 옥스팜은 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가난이 없는 공정한 세상’을 목표로 활동해왔으며, 지난 2014년 우리나라에도 정식으로 사무소를 설립했다. 현재 12명의 직원이 한국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다. -옥스팜은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가? “글로벌 NGO의 주요업무는 ‘긴급구호’ ‘국제개발’ ‘캠페인’ 세 가지로 나뉜다. 옥스팜은 기본적으로 긴급구호와 국제개발에 대응하면서, 가난의 구조적 변화를 위한 캠페인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가난한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낚시를 가르치라’는 말이 있는데, ‘가난한 사람이 물가에서 고기를 잡을 권리를 보장해줘야,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옥스팜의 관점이다. 불공정한 가난은 후원금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의 개혁과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옥스팜은 이 같은 목소리(캠페인)를 통해 정부와 지역사회를 바꾸고자한다.“ -어떻게 옥스팜에서 일하게 됐나? “대학에서 미디어통신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이동통신사에서 데이터센터 운영, 웹 기획자 등으로 7년간 일했다. 그러다 가정을 꾸리고 아빠가 되면서 후원자로 있던 어린이 양육 전문 NGO로 이직했다. 봉사나 후원을 넘어 ‘세상에 이로운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연계는 에너지가 많은 데서 적은 데로 이동하는데, 왜 사람이 소유한 자원이나 힘은 그렇지 않을까’ 라는 개인적 의문도 이직에 한 몫

[더나은선택] 여성의 그날, 당신을 지켜줄 제품은?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휴지 감싼 깔창을 썼다는 소녀의 사연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생리대는 여성의 보건과 교육, 사회활동에 혁신을 가져온 발명품이자 생필품이다. 반면 안정성과 환경문제 논란으로 끊임없이 ‘대안’이 시도되는 제품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결정을 위해 마련된 ‘더나은선택’, 그 일곱 번째 주인공은 ‘생리대’다. 비교 대상은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 1위 유한킴벌리와 2위 엘지유니참이다. 권보람 기자= 저소득층 소녀들의 생리대 문제를 돕기 위해 유한킴벌리는 지난 6월 한국여성재단을 통해 생리대 150만개를 무상지원했다. 엘지유니참도 질세라 한국여성복지연합회를 통해 생리대 29만개를 기부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가격에 있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는 10.6% 오른 반면 생리대 가격은 두 배가 넘는 25.6% 상승했다(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게다가 김승희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일부 제품의 경우 납품가에 비해 판매가가 2.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스크림값을 망쳐놓았던 ‘오픈프라이스’가 여기서도 한몫한 듯싶다. 유한킴벌리는 “기존 제품 가격을 동결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일반형 생리대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엘지유니참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한킴벌리(55%)와 엘지유니참(23%)의 생리대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강미애 기자= 유한킴벌리 사명만큼 유명한 사회공헌활동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시작된 지 올해로 32년째. 덕분에 전국엔 500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졌고, 735개 학교에 87만㎡ 숲이 조성됐다. 더 놀라운 건 여전히 매년 수십억원을 투자, 활동을 유지 및 확대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공유가치창출(CSV) 활동 일환으로, 시니어 비즈니스 전문 소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하반기부터 물리치료사, 요양보호사 등 전문직 은퇴자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