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공익, 직업의 세계] “연구·분석으로 가난 해결… 나의 ‘공대 감성’과도 잘 맞아”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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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는 워낙 잘 알려진 NGO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옥스팜을 모르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재미를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통신기업과 비영리단체를 거치며 ‘NGO’ 와 ‘디지털’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는 박재순(사진) 옥스팜코리아 디지털마케팅팀 차장은 요즘 일하는 맛에 푹 빠져있다. 영국에서 시작한 국제구호개발 전문 NGO 옥스팜에 입사하면서 부터다. 옥스팜은 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가난이 없는 공정한 세상’을 목표로 활동해왔으며, 지난 2014년 우리나라에도 정식으로 사무소를 설립했다. 현재 12명의 직원이 한국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다.

-옥스팜은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가?
“글로벌 NGO의 주요업무는 ‘긴급구호’ ‘국제개발’ ‘캠페인’ 세 가지로 나뉜다. 옥스팜은 기본적으로 긴급구호와 국제개발에 대응하면서, 가난의 구조적 변화를 위한 캠페인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가난한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낚시를 가르치라’는 말이 있는데, ‘가난한 사람이 물가에서 고기를 잡을 권리를 보장해줘야,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옥스팜의 관점이다. 불공정한 가난은 후원금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의 개혁과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옥스팜은 이 같은 목소리(캠페인)를 통해 정부와 지역사회를 바꾸고자한다.“

-어떻게 옥스팜에서 일하게 됐나?
“대학에서 미디어통신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이동통신사에서 데이터센터 운영, 웹 기획자 등으로 7년간 일했다. 그러다 가정을 꾸리고 아빠가 되면서 후원자로 있던 어린이 양육 전문 NGO로 이직했다. 봉사나 후원을 넘어 ‘세상에 이로운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연계는 에너지가 많은 데서 적은 데로 이동하는데, 왜 사람이 소유한 자원이나 힘은 그렇지 않을까’ 라는 개인적 의문도 이직에 한 몫 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내가 가진 정보통신기술이 비영리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이더라. 3년 정도 일하다보니 ‘한 아이의 삶’을 넘어 사회 전체 구조를 바꾸고 싶다‘는 두 번째 욕심이 생겼고, 그래서 자리를 옮긴 게 옥스팜이다.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와 분석을 통해 국제사회에 행동을 요청한다는 점이 나의 ‘공대감성’과 잘 맞는 곳 같다.”

-옥스팜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나.
“옥스팜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캠페인 페이지 제작하고, 우리의 활동이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널리 공유되도록 하는 것도 디지털마케팅 팀의 몫이다. 지난해 MBC와 함께하는 기부프로그램 ‘러브챌린지’ 사이트를 만들 때는 슬프고 힘든 이미지 대신 밝고 재미있는 콘셉트를 도입하는 시도를 했다. 일정이 빠듯해 과정 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사이트 트래픽도 많았고 행사 참여도 활발했다.”

옥스팜_물부족_우물_지속가능개발_개발도상국_식수문제

-영리조직과 비영리조직을 모두 경험했는데 개인의 발전에 어떤 보탬이 됐나?
“원래는 기술적인 면에 직무가 집중됐었는데, 비영리에 오면서 영역이 늘었다. ‘일당백’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인 것 같다. 평소에는 디지털마케팅을 담당하지만 ‘푸드트럭(음식을 통해 세계 빈곤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 행사가 있을 때면 냉장차 담당이다(웃음). 세계 각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온 파트너와 일할 기회가 많다보니 시야도 넓어진 것 같다. 인생의 다양성을 배워가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담당자로서 고민은 무엇인가.
“SNS로 소통하는 가운데서도 어떻게 하면 우리의 가치관과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가 항상 고민이다. 페이스북을 열심히 한다고 인간관계가 좋아지지 않듯, 온라인상에서 이슈를 모으고 기부 전환율을 높이는 것도 결국은 공감과 지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부분도 그렇다. NFC(near field communication·10cm 내외의 거리에서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기술)나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이 유행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우리에게 맞는 방식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마케팅담당자로서 늘 고민해야한다.”

-직원으로서 느끼는 옥스팜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NGO는 금전적 보상이 어려운 조직 중 하나다. 대신 옥스팜은 직원의 복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다. 휴일에 근무를 하면 대체휴가 쓰라고 쫓아다니면서 이야기 할 정도다.”

-자랑하고 싶은 조직문화가 있다면?
“전체 직원이 10명 남짓이다 보니 구성원에 따라 업무 환경이 크게 좌우되는데, 그런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평균연령 30대 중반의 젊은 조직이라 캐주얼한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직급에 관계없이 즉각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점, 타 부서와도 거리낌 없이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점이 특히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한국사무소의 지경영 대표님 같은 리더와 일할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관리자급 직원을 뽑을 때 함께 일할 실무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모습에서 특히 감동을 받았다.”

옥스팜_자립_여성_개발도상국_일자리2016

-옥스팜을 비롯한 글로벌 NGO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NGO는 이성적인 단체다. 착한마음 선한 동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우선 영어를 비롯한 국제 감각이 필요하다. 단순히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들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이나 원조 체계 등 시스템 적인 부분을 미리 공부하고,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기업, 후원자, 현지 관계자 등 협업하는 모든 이들이 곧 우리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NGO 입사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염두에 둔 단체나 기관을 객관적으로 보길 바란다. ‘입사하면 나 자신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처우는 합당한가’ ‘조직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 개인의 가치와 조직의 방향이 맞는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스스로를 냉정하게 볼 줄도 알아야 한다. ‘단순히 명예나 명성에 끌린 것은 아닌지’ ‘기업에 가지 않기 위한 도피처로 생각한 것은 아닌지’ ‘ 봉사자나 후원자 등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충분히 고려했는지’ 등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해봐라. 여러모로 고려해본 후 결심이 섰다면 밀고 나가길 바란다. 닫혀있던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듯, 한 번 이 세계에 발을 들이면 이전까지는 몰랐던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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