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英 아동 정책과 비교해보니 지난해 12월, 아버지의 학대와 굶주림을 피해 맨발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한 소녀가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이후 전국적인 아동학대 실태 조사가 이뤄졌지만, 현실은 더 잔혹했다. 4년 만에 냉동된 주검으로 발견된 부천의 초등학생, 11개월간 시신을 집 안에 방치했던 목사 아버지와 계모, 3개월 동안 화장실에 감금됐다 암매장 당한 아동…. 하나씩 발견되는 학대아동 사망 사건들은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관련 정책들이 쏟아지고 대응 방안이 발표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아동학대 근본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고, 황교안 국무총리는 “범 정부 아동 학대 예방·근절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라”고 뒤를 이었다. 사실 정부 차원 대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2월, ‘아동학대 특례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해 9월부터는 아동학대 특례법도 시행됐다. 변화는 있었을까. 특례법 시행 후 2년, 아동 선진국과의 비교를 통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영국, ‘정부·의회’ 리더십으로 아동보호체계 전환 이끌어 2000년 2월 24일, 코트디부아르 출신’빅토리아 클림비'(사망 당시 9세)의 죽음이 영국 사회를 뒤집었다. 클림비의 몸엔 128군데 상처가 있었다. 담뱃불로 지지고, 자전거 체인이나 망치와 쇠사슬로 때린 흔적이었다. 학대자였던 고모할머니와 동거남은 이듬해 종신형에 처해졌다. 잔인한 아동학대에 영국 사회가 들끓었다. 그러나 영국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1년 4월, 영국 의회와 보건성 장관은 ‘빅토리아 클림비의 죽음을 철저히 복기하라’는 주문을 내렸다. 158명의 관계자와 121명의 아동보호 전문가가 청문회에 섰다. ‘클림비의 죽음을 막을 기회는 없었는가’, ‘아동보호체계의 구멍은 무엇이었나’ 같은 질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