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에서 비영리로] 기업과 복지현장 잇는 다리가 되겠습니다

전통적으로 국가는 제1섹터, 영리기업은 제2섹터, 비영리는 제3섹터라고 불린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영리기업과 비영리단체 사이에 존재했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영리에서 비영리로, 비영리에서 영리로, 두 영역 간의 직업 이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기업은 비영리단체의 ‘문제해결형’ 현장 노하우를 배우고, 비영리단체는 기업의 ‘목표달성형’ 역량을 배운다. ‘영리-비영리 크로스오버 시대’가 국내에도 확산되는 추세다. 편집자 주   ◇ 브랜드 마케팅 강화로비영리 위상 높이겠다. 김미셸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신임 사무총장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항상 ’50대부터는 아동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꿈꿨었거든요. 그 소원을 이루게 돼서 벌써 행복합니다.” 국제아동보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의 신임 사무총장이 된 김미셸(51)씨는 미국을 대표하는 보석브랜드 ‘티파니앤컴퍼니’ 아태지역 부사장 출신이다. 16세에 미국 시애틀로 이민을 갔고, 워싱턴대학을 거쳐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재료공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티파니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코디네이터, 한국 지사장, 아시아 지역 총괄 부사장까지 단숨에 오르며 20년간 전문 경영인으로 활약하던 그녀는 지인으로부터 ‘세이브더칠드런에 지원해보라’는 제안을 받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김 총장은 “한 달 동안 세이브더칠드런의 국내 사업장 30곳을 둘러봤는데, 24시간 대기하면서 아동보호 현장을 누비는 직원들을 보고 놀랐다”며 “영리기업 CEO들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원을 투자하고 고민함에도 불구하고 회사와 직원들 사이에는 절대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는데, 세이브더칠드런에선 모두 확고한 비전과 열정을 갖고 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다. 김 총장은 “사람들이 ‘모자 뜨기 캠페인’은 알아도, ‘세이브더칠드런’은 잘 모르더라”면서 “세이브더칠드런에 대한 소개보다 당장의 캠페인

[날아라 희망아] 가난한 소년 알하지… 공부가 하고 싶어 매일 학교 앞을 서성입니다

아픈 외할머니 도우며 학업의 꿈 키우는 아이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NGO 직원 되고 싶어” 알하지(9)군이 흙먼지가 뒤덮인 가방을 열어 보입니다. 젓가락 길이의 나뭇가지가 한가득입니다. “숫자 공부를 하기 위해 직접 자른 것”이라고 합니다. 조그만 공책도 한 권 들어 있습니다. “글씨연습을 했다”는 페이지에는 알파벳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알하지는 이 흙투성이 가방을 항상 메고 다닙니다. 마을에 있는 움막 학교에서 공부하지만 매일 갈 수는 없습니다. 정식 등록을 하려면 1만2000세파(약 2만4000원)를 내야 하는데, 아직 500세파밖에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가방을 메고 마을을 서성이다가 가끔 움막이 한가할 때 들어가 앉습니다. 알하지의 등에서 가방이 떠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알하지는 아빠와 함께 차드 북쪽의 ‘니제르(Nizer)’ 국경지역에서 지냈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아빠는 돈을 벌기 위해 엄마랑 떨어져 살았는데, 6남매 중 셋째인 알하지만 데리고 갔습니다. 2년 전 갑작스러운 폐병으로 아빠가 죽자, 알하지는 엄마에게 돌아와야 했습니다. 차드 은자메나시 왈리아 지역에서 농사일을 하던 엄마는 아이를 다시 알리가르가 지역에 사는 외할머니께로 보냈습니다. “키울 여력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외할머니 마리암(60)씨의 사정도 녹록지는 않습니다. 집 근처 밭에서 피망, 토마토, 양상추 등을 재배하며, 한 달에 1만세파(약 2만원) 정도를 벌었던 마리암씨는 최근 농사일에서 아예 손을 뗐습니다. 가슴 통증과 다리 저림이 심해 거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2주 동안 수입도 뚝 끊겼습니다. 마리암씨가 힘겹게 손을 들어 집 앞 텃밭을 가리켰습니다. 풀이 아무렇게나 쓰러지고, 땅은 메말라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잘 돌봐야

[서울대 이상묵 교수] “한국은 장애인 IT 접근성 후진국… 그만큼 좋아질 가능성 커”

장애인 IT 접근성 보장법 미국서 올해 10월 시행 韓 대기업들 수출 비상 스마트폰 등 IT기기에서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법안이 오는 10월 미국에서 시행된다. 지난 2010년 제정·공표된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법(The 21st Century Communication&Video Accessibility Act)’이 36개월의 유예기간을 끝내고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 아직 아무도 모른다. 지난 4일, 자택에서 만난 이상묵(51)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스마트폰이나 IP TV 등을 미국에 수출하는 삼성·LG 등 국내 대기업이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 지난 2010년부터 서울대 QoLT(Quality of Life Technology) 산업기술기반지원센터장으로 재직, IT 분야 등 이공계 진출을 위한 장애인 인력양성프로그램 및 보조공학기기 산업 활성화 연구를 하고 있다.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법’이 시행되는 이유는 뭔가. “미국을 장애인의 천국으로 만든 혁명적인 법안은 1990년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장애인차별금지법(America’s with Disability Act)’이다. 일명 ADA법안이다. ADA법안은 건물, 교통, 고용, 의료, 교육 등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분야는 활발하지 않아 이 부분이 법안에 담기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 모바일기기도 생기고, 무선랜, 클라우드, SNS도 나오면서 IT 혁명이 일어났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정보통신 서비스에서 차별받는다는 문제가 제기돼 이 법안이 만들어졌다.” ―미국에 수출하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보는가. “ADA법도 이렇게 시작했다. ‘상식적 적용(Resonable accomodation)’이라는 게, 무서운 법안이다. ADA법안 시행 당시 정부는 예산 없이, 규제권만 있었다. 장애인이 기업을 상대로 차별받았다고 소송을 하면,

임상시험 앱 개발·에코백 제작… 사회변화 이끄는 직장인들

국제 네트워킹 넷임팩트 기업 지속가능성 위해 소셜 임팩트 추구하는 네트워크 단체 각자의 분야에서 건강한 사회발전 고민 지난달 24일 저녁, 서울 홍익대 근처 카페에는 유통·금융·제약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을 비롯,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 직원 등 30여명이 모였다. 모임 이름은 ‘넷임팩트’ 한국지부다. ‘넷임팩트’는 1993년 미국 아이비리그 MBA 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져 현재 120개 도시 1만5000명 이상의 회원이 있는 국제 네트워킹 조직이다. 목적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조직 내·외부에서 소셜 임팩트를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넷임팩트’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2005년. 현재 회원은 40여명 정도다. 지난 2007년에는 사회책임투자 컨설팅회사인 서스틴베스트 류영재 대표를 비롯해 애널리스트, 회계사 등 멤버들이 러셀 스팍스의 ‘사회책임투자:세계적 혁명'(홍성사)을 번역했다. 이들은 한국 소셜 벤처 대회(Social Venture Competition Korea: SVCK)에 참가하는 등 영리기업,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 등 각자의 분야에서 공익적 프로젝트 등의 활동을 하며 우리 사회의 작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제약회사 근무하는 김완주씨, 임상시험 정보 공유 앱 서비스 만들어 “회사에서 췌장암 신약을 들여오기로 계약을 했는데, 언론 보도가 나가자 환자분들이 전화가 오는 거예요. 약이 언제 출시되는지, 임상시험에 참여가 가능한지 물으시더라고요. 췌장암 같은 경우 걸리면 6개월 안에 대부분 사망하거든요. 임상시험이 치료방법은 아니지만, 그런 분들에게는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될 수 있겠다 싶은 거죠.”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김완주(35)씨는 1년째 임상시험 정보를 공유하는 ‘드러그인사이드(drug inside:약속)’ 아이폰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400여건의 임상시험이 진행되지만 대상자를 모집하는 정보는 폐쇄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김씨는 “만약 정보를 알아도 어려운

“좋은 회사 만들고 싶다면 자신만의 투자 원칙 중요”

공유 경제 투자자 ‘크레이그 사피로’ 지난 11일, 미국의 공유 경제 투자기업 ‘콜래보레이티브 펀드’의 크레이그 사피로(36·사진) 대표가 경험 공유 플랫폼인 위즈돔을 통해 10여명의 한국 공유 경제 관련 종사자들을 만났다. 2010년 설립된 ‘콜래보레이티브 펀드’는 킥스타터(Kickstarter), 태스크래빗(Taskrabbit), 스킬셰어(Skillshare) 등 협력적 소비와 공유 경제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회사들에 투자한 펀드로 유명하다. 창립 4년째인 킥스타터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지닌 창작가와 이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일반 대중을 연결하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다.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되는 작품 중 10%가 킥스타터를 활용해 모금 활동을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1만8109개의 프로젝트를 성사시켰고 매출액은 3억달러(약 3200억원)에 달한다. 태스크래빗은 가구 제작 등 일상 속의 재능을 평균 30달러 내외의 비용으로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로 월 사용 건수가 평균 3000건 정도다. ‘콜래보레이티브 펀드’는 이 같은 공유 경제 기업들에 초기 자본금(시드머니)을 투자하는 등 최대 1000만달러(한화 12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사피로 대표는 “투자한 기업들이 큰 수익을 내고 있고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공유 경제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은 멋지다(Cool)는 식의 의식 전환이 생기는 등 성과가 보인다”고 말했다. 200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2개밖에 없던 공유 경제 관련 기업이 현재 50여개로 늘어났다. 사피로 대표는 이날 ‘콜래보레이티브 펀드’의 실질적인 투자 원칙도 나눴다. 그는 “투자를 한 회사 대표들에게 한 달에 한 번 보고서를 꼭 제출하도록 한다”며 “자신을 아침에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3가지, 밤에 잠 못 이루게 하는 3가지를 쓰도록 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라이벌? 우린 협력하는 선의의 경쟁자

NPO 회장 신년 대담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 – 변화 없인 성장 불가능… 끊임없는 혁신 필요해 투명성 강조되는 시대… 관련 기관 자료 통합해 표준화된 기준 마련해야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 – NPO 성장 주요인은 방송모금·세제혜택 등 사회에 조성된 기부 문화… 규모 다른 단체 간에도 멘토 두고 결연 필요해 지난 5년 동안 국내 NPO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경제 위기와 NPO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이 성장세는 계속될 수 있을까. 한국NPO공동회의 이사장인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과 공동대표인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의 신년 대담을 통해 ‘한국 개발복지 NPO, 향후 5년의 과제’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사회=올해는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국내 대표그룹 회장들이 공통으로 ‘위기’를 강조하는 신년사를 했다. 신년사에서 어떤 점을 강조하셨는지 궁금하다. 이일하 회장(이하 이일하)=투명성을 강조했다.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법이 통과되면서 사회복지법인 이사의 3분의 1 이상은 사회복지위원회 또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서 추천해 선임토록 바뀌는 등 법인 운영의 투명성이 강화됐다. 시민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NPO는 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법인과는 다르지만, 곧 사단법인도 사회복지법인과 같은 사회감시망이 더 넓어질 것이다. 이를 대비해야 한다. 양호승 회장(이하 양호승)=지난 5년 동안 1년에 20~30%씩 성장해온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제 중대한 변화 없이는 성장률이 감소하거나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에게 ‘위기’와 ‘혁신’을 강조했다. NPO 단체가 늘어 모금이나 사업방법도 비슷해지고 있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사업과 성과를 창출하도록 주문했다. 투명하고 전문성 있는 사업을 통해 가장 신뢰받는 기관이 될 것, 월드비전의 60년 노하우를

[날아라 희망아] 상처가 덧나 아파하는 아이다… 치료를 도와주세요

피부병에 고통받지만 부모 월급 석달치 모아야 진료 겨우 한 번 받아 붉은 벌판 위에 세워진 움막은 금방이라도 스러질 것 같았습니다.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지붕 사이로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아이다(6)가 물기를 가득 머금은 축축한 바닥에 누워, 옅은 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소녀는 몸을 잔뜩 움츠렸습니다. 잔뜩 경계하는 눈빛을 보이더니, 엄마 뒤로 몸을 숨깁니다.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네자, 가늘게 떨리던 아이다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아픈 부위를 만질까 봐 무서워서 그런 거예요.” 크리시(41)씨가 딸을 살며시 안으며 말했습니다. 아이다는 지난해 5월, 피부병에 걸렸습니다. 왼쪽 턱에 작은 상처가 났는데, 날이 갈수록 쓰라리고 욱신거렸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충치 때문이라며 왼쪽 어금니를 뽑았답니다. 하지만 상처는 낫질 않았고, 고통은 심해졌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상처에서 피가 나더니 살점이 떨어져 나갔습니다.아이다의 왼쪽 볼은 움푹 패, 하얀 이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말라위의 의료 환경은 열악합니다. WHO는 말라위가 전 세계에서 전문의가 가장 부족한 나라라고 발표했습니다. 말라위 전체 인구가 1500만명인데, 전문의 수가 260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의사 한 명당 돌봐야 할 환자가 약 5만8000명에 달합니다(한국은 전문의 한 명당 환자 수 500명). 문제는 전문의들조차 수술할 역량이 부족해, 약을 나눠주는 수준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아이다 역시 그랬습니다. 어렵게 교통비를 마련해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병원 세 곳 모두 약만 나눠줄 뿐, 제대로 된 치료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지난 9개월간, 약을 먹어도 아이다의 상처는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다의 병이 낫질

홀로 사회 나와보니… 힘든 현실 실감나

쉼터 출신 정선민씨 “아는 오빠가 소년원에 있다가 퇴소하고 혼자 일하며 살았어요. 그러다 하루는 술을 잔뜩 먹고 있는 대로 때려 부수면서 그랬다는 거예요. ‘너무 힘들어서 못살겠으니까, 제발 소년원으로 다시 보내 달라’고요. ‘먹고, 자게만 해달라’고요. 쉼터를 나와 생활하는 동안 그 말이 참 공감이 갔어요.” 정선민(가명·23)씨의 첫인상은 지쳐 보였다. 어린 시절 집을 나와 쉼터 생활과 자립을 거치며 쌓인 피곤함이다. 정씨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 손에 컸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집안 사정이 크게 어려워졌다. 사정을 알게 된 담임교사는 정씨에게 쉼터를 소개했다. 적응은 쉽지 않았다. “외동딸로 자라 낯을 가리는 데다, 견제와 텃세도 심했다”고 한다.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 쉼터는 편한 곳이 돼 있었다. “친구와 선생님도 좋았고, 여행을 자주 갈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고 한다. 정씨는 당시 쉼터에서 진행됐던 프로그램을 통해 독도, 울릉도, 베트남 등을 다녀왔다. 정씨가 쉼터를 나온 것은 17세 때였다. “원래 놀기 좋아하고 사고도 많이 쳤는데, 허구한 날 사고를 치니까 민망해지더라고요. 민폐 끼치는 것 같았어요. 소장님은 계속 다시 들어오라고 하셨는데, 미안해서 못 들어갔어요. 사실은 계속 있고 싶었지만요.” 쉼터를 나온 정씨는 경기 성남시 상대원동에 있는 옥탑방에서 살았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집이었다. 그나마 지역의 한 후원자가 보증금을 마련해줘 얻은 방이었다. 혼자가 되자 막막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적당히 나쁜 짓 해가며 편하게 살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 했다. 아버지가 혼자 계셨지만, 같이 살지 않았다. “술 먹고 주정하는 모습을

감사의 마음이 자살예방 열쇠입니다

위드하우스 쉼터지기 정진씨 자살에 상처받은 이들 아픔 치료하는 쉼터 명상·텃밭 가꾸기 등 부지런한 생활 통해 우울증 예방 효과도 ‘식구들’ 서로 의지하며 삶의 용기 되찾는 계기 김민석(38·가명)씨는 27년간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해있었다. 병원 내에서도 벌써 다섯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약효가 가장 강한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해도, 그의 망상과 발작은 나아지질 않았다. 그런 그가 7개월 전, 마음쉼터 ‘위드하우스(with house)’를 만났다. 그의 우울증은 하루가 다르게 치료되기 시작했다. 온종일 병실에 누워 꼼짝하지 않던 그가 이제는 하루 일정을 미리 계획하기 시작했다. 명상, 식사, 청소, 운동, 텃밭 가꾸기, 독서 등 잠시도 누울 겨를이 없다. 아버지를 피해 폐쇄병동에 스스로 입원했지만, 이제는 아침마다 아버지를 포옹하고, 감사 인사를 전한다. 김씨는 “매일매일이 행복해졌다”며 미소를 짓는다. 위드하우스는 김씨처럼 자살을 시도했거나,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 자살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마음 쉼터’다. 지난 2년 동안 50여명이 위드하우스에서 마음을 위로받았다. “마지막 순간에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주면 삶을 포기하지 않아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지 못해 아파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위드하우스 쉼터지기 정진(55)씨가 나직이 말했다. 사회복지사이자 상담가인 정씨는 서울 연희동에 있는 자신의 주택 2층을 내어, 쉼터로 꾸몄다. “왜 이곳이었느냐”고 묻자, 정씨가 창밖 소나무 숲을 가리킨다. 8년 전, 서울 연희동으로 이사 온 그녀는 주택가를 감싼 소나무 숲이 민간에 매각돼, 보존이 어려울 것이란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소나무 숲에 살고 있는 초본 식물, 목본

“한국도 록펠러 재단처럼 전략적 자선사업 펼쳐야”

허브 서울 공동대표 정경선씨 록펠러재단·아쇼카처럼 전문적 생태계 키우고자 자선활동 전업으로 택해 업무와 카페가 결합된 코워킹 공간 ‘허브 서울’ 멤버 간 네트워크 통해 정보 교류와 협업 꿈꿔 자선도 규모의 경제 필요 열정과 진정성 가지고 인재 선발 심혈 기울여야 업무공간을 공유(일명 코워킹)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지난 2005년 영국 런던에서 이런 실험을 위해 설립된 ‘더 허브(The Hub)’는 현재 암스테르담·마드리드·샌프란시스코 등 전 세계 30여곳으로 퍼졌다. 지난 1월 초 한국에도 문을 열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문을 연 ‘허브 서울’이 바로 그것. 60평 규모의 공간은 카페와 회의실, 컴퓨터로 업무를 보거나 이벤트를 열 수 있는 공간 등으로 이뤄져있다. “이 공간이 소셜 섹터의 사랑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허브 서울’에서 만난 정경선(27) 공동 대표의 말이다. 지난해 2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현대가(家)의 3세다. “록펠러재단이나 아쇼카처럼 전략적이고 임팩트 있는 자선 활동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다”며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편한 길을 마다하고 고생길을 택한 이유는 뭘까. “2008년 무렵 일본의 한 보험 회사에서 인턴을 했는데, CSR팀이 기업의 전략을 세우는 데 상당히 큰 축을 담당하고 있더라고요. 그룹사에 CSR 본부가 따로 있어서, 이곳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전략을 짜고 협력사와 고객, 직원 등을 어떻게 챙기는지 관리하는 걸 봤습니다. 그때그때 어려운 이들을 돕는 걸 넘어서서, 한정된 자원을 이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는 이후 대학생 문화 기획 동아리 ‘쿠스파(KUSPA)’를 결성, 자선 파티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하거나

“국내 최초 재능기부 영화” 홍보가 끝난 뒤엔…

영화 ‘철가방 우수씨’ 조기 종영 이유는 개봉 전엔 ‘시끌’ 음악·의상·배우 재능기부, 배급기부 발표 기사 쏟아져 개봉 1주 만에 ‘시들’ 상영관 108개서 37개로… 밤 12시 등 관람 힘든 시각 “보여주기식 아니냐” 비판 CJ엔터테인먼트 측 “규모 면에서 배려했지만 객석점유율 따라 불가피” 지난달 27일, 손미경(27·서울시 성북구)씨는 연말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볼만한 훈훈한 영화를 찾고 있었다. 가수 션이 얼마 전에 트위터를 통해 ‘철가방 우수씨’ 영화를 언급했던 것이 생각나 인터넷으로 상영 시간표를 검색했다. 하지만, 주말 동안 서울에서 ‘철가방 우수씨’를 상영하는 영화관은 한 곳도 없었다. 전국적으로는 단 한 곳, 인천에 있는 독립영화관에서만 영화 관람이 가능했다. 결국 다른 영화를 봐야만 했다. ◇’철가방 우수씨’, 108개 상영관에서 일주일 만에 37개 상영관으로 축소 중국집 배달부로 월 77만원의 급여를 받으면서도 5명의 아동을 7년 동안 후원해온 고(故) 김우수씨의 삶을 영화화한 ‘철가방 우수씨’. 국내 최초의 재능 기부 영화로 주목을 받았던 이 영화는 이대로 개봉관에서 사라지는 것일까. 지난해 11월 22일, 전국 108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철가방 우수씨’는 일주일 만에 37개 상영관으로 축소됐다. 지금까지의 누적 관객 수는 9만2000명. 개봉 2주차에 접어들면서는 ‘철가방 우수씨’의 상영 시각도 아침 혹은 늦은 밤에 몰려 있어 사람들이 잘 볼 수 없었다. 지난달 5일, CGV 강변점 상영스케줄을 보면 ‘철가방 우수씨’는 아침 9시 30분, 오후 2시, 밤 12시로 세 차례 상영되고 있었다. 이마저도 ’26년’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등 세 영화와 함께 한

“고객 잘돼야 금융기관도 잘돼 제조업보다 사회적 책임 더 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불황, 금융권도 책임 있어… 경영 패러다임 바꾸고 과정부터 고객과 상생해야 생색내기에서 벗어나 특색있는 공헌 사업 필요 미국은 취약 계층·지역에 재투자했는지 평가해 성과에 따라 이익 부여 거스름돈 기부하는 등… 소액 기부가 활성화되길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은 제조업보다 훨씬 더 크다. 제조업은 물건을 팔면 끝이다. 금융은 그 물건이 바로 대출이다. 고객이 망하면 내가 망한다. 다른 어떤 업종보다 고객과 동반성장이 필요하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권혁세(57) 금융감독원장은 인터뷰 내내 ‘따뜻한 금융’을 강조했다. “사회공헌이나 복지는 내 전공이 아닌데…”라고 말문을 열었지만, 1시간 내내 조목조목 ‘사회적 책임이 왜 중요한지’ 설명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 민주화’와 ‘복지’가 화두다.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요구도 높아지는데,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우선 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종전에는 영업하고 남은 일부를 사회에 공헌하는 방식이었는데, 앞으로는 경영 과정에서도 고객과 상생해야 한다. 고객이 잘못되면 금융회사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게 저축은행 사태다.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지 몰라도 결국 망하는 길이다. 둘째가 ‘따뜻한 금융’이다. 경제 환경이 좋을 때는 돈 빌려가라고 해놓고 환경이 나빠지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서 돈을 안 빌려준다. 비 올 때 우산 뺏는 식이다. ‘금융은 원래 차갑다’고 하던 걸 바꿔야 한다. 셋째가 사후 사회공헌이다. 예전에는 일회성·생색내기식이고, 판촉과 연계된 사회공헌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제 경쟁 과정에서 탈락한 이들을 치유하는 진정한 사회공헌을 해야 하고, 전담 사회 공헌본부가 있어야 한다.” ―현재 금융권의 사회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