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관객들은 뭘 보고 싶을까’ 늘 고민… 이거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섭외”

정창훈 대표가 말하는 LG아트센터 운영 철학 “최근에 모 공연장으로부터 연간 공연 캘린더를 받고 깜짝 놀랐어요. 공연은 물론, 캘린더의 모양까지 우리와 비슷하더라고요. 내심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가 15년 동안 임팩트 있는 활동을 한 것이니까요(웃음).” 정창훈(50·사진) LG아트센터 대표를 만나 LG아트센터의 운영 철학과 기업 메세나 활동이 나아가야 할 바를 들어봤다. 지난 2008년부터 ㈜LG의 브랜드 담당 상무를 역임했던 정창훈 대표는 2013년부터 제3대 LG아트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다. ―호암아트홀, 두산아트센터, 금호아트홀 등 기업이 메세나의 일환으로 지은 공연장은 많다. LG아트센터만의 운영 철학은 무엇인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다양성과 새로운 시도다. 초대 대표님부터 늘 고민했던 게 ‘지금 이 순간 관객들은 뭘 보고 싶을까’였다. ‘컨템퍼러리(contemporary) 예술’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선택한 것도 그래서다. 지금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나 프랑스 아비뇽 같은 데서 열리는 예술 페어에 1년에 몇 차례씩 가는데, ‘우리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공연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섭외를 시작한다. ” ―일각에선 ‘마니아를 위한 공연장’이란 지적도 있는데. “10년 전만 해도, 캠핑·글램핑·아웃도어 이런 건 굉장히 마니아적인 문화였다. 지금은 오히려 대중적인 레저에 가깝지 않나. 처음엔 생소하기 때문에 특별히 관심 있는 애호가나 관계자가 먼저 찾을 수는 있지만, 그런 마니아들이 확산을 부추기고 저변을 넓힌다. 연극의 유료 관객 수가 연평균 30%씩 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LG아트센터는 기업 메세나의 좋은 모델로 꼽힌다. 후발 주자로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조언한다면. “기업 내에 강력한 리더십과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LG아트센터의 누적회원은 2000년 2만명에서 현재

[더나은미래 논단] 사회적경제기본법, 기본이 가장 중요

더나은미래 논단 우리 사회의 커다란 문제 중 하나는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세월 동안 앞만 보고 달려 오느라 원칙과 기본은 무시되는 대신, 편법과 적당주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래서 배는 가라앉고, 다리와 도로는 무너지고, 사회는 나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다. 언제라도 무언가 터질 것 같은 불안한 사회이다. 그러다 한 군데서 터지면 서로 손가락질하면서 네 책임이라고 소리지른다. 잘못된 것이 본인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국회를 중심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추진 중이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양극화와 사회문제로 공동체가 무너지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복지 확대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나선 것이다. 사회적경제 개념의 도입은 2007년 제정된 사회적기업육성법과 2012년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에 이어, 우리 사회의 취약한 구조를 메워주는 매우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새누리당에서 앞장서고 이어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경쟁하듯 뒤따라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였다. 그런데 여당 원내대표가 발의하고 야당이 지원하는 이 법안이 상임위 소위원회도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정부도 법안 제정에 그다지 적극적인 것 같지 않다. 다분히 정치적인 동기에서 시작되었고 정치적인 이유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전 국민을 포용하지 못하는 자본주의와 경제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만들고, 우리 사회의 취약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철학보다는, 정치적인 동기와 고려가 더 앞서기 때문이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가져다주는 결과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지연되고 있지만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법의 제정이라는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법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눈높이 맞춘 인성교육, 아동의 다양성 인정해주는 사회 만들 것

전영순 월드비전 국내사업본부장 작년 12월, 정부는 ‘3차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015~2019)을 확정지은 가운데, 인성을 함양하는 학교 문화 개선으로 학교 폭력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성교육은 2011년 말, 친구의 괴롭힘 때문에 대구의 한 중학생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계속해서 부각되고 있으며, 올 7월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릴 정도로 인성교육을 중요시하던 우리나라가 이 교육을 법으로까지 제정하며 시대적 목표를 바로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동 학대, 학교 폭력 등 가정과 학교, 군대, 사회로 이어지고 있는 폭력 문화에 대한 해법을 ‘인성교육’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인성교육은 특정한 프로그램을 통해서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더 효과적으로 학습된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교육과 체험학습이 아동의 사회적 기술을 발달시키는 중요한 배경은 되지만, 인성교육의 책임을 학교 현장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인성을 자라나게 하는 것은 가정, 학교, 사회 등 우리 모두의 몫이고 특별히 아동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교사, 부모에게는 모델링의 역할이 더욱 요구된다. 2013년 월드비전이 5000여 명의 아동, 가정, 학교,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존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은 재미가 없고, 반복되기 때문에 식상함을 느끼고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장에서 진행되는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이 기대만큼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월드비전과 EBS가 공동 주최하는 ‘교실에서 찾은 희망’ 캠페인은 학교 폭력이 사회문제로 이슈화되며, 다양한 예방 정책 및 방법이 쏟아져 나오던 2012년 처음 시작되었다. 올해 4회째를 맞는

“보니하니가 우리 교실에 떴다”… 같이 춤추니 재밌는 일이 자꾸 생겨요

월드비전·EBS캠페인 ‘교실에서 찾은 희망’ 학교폭력 예방 내용 담은 노래·춤… 반친구와 함께 하며 협동심 배워나가… 유튜브에 플래시몹 영상 공유까지 행복한 학교 만들어주는 ‘짝 찾기’… 주변 사람의 고마움 깨닫는 기회 돼 “으아! 선생님. 이게 꿈이에요, 생시예요?” 교실 문을 열고 갑작스레 등장한 이들로 인해 우면초등학교(서울 서초구) 3학년 은방울반 교실은 금세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은방울반을 찾은 사람은 EBS의 어린이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를 진행하고 있는 ‘보니’ 신동우(17)군과 ‘하니’ 이수민(14)양. ‘초등학생들의 아이돌’로 여겨질 만큼, 두꺼운 팬층을 확보한 청소년들이다(실제로 옆 반에서 “7세 때부터 팬이었다”며 사인을 받아가는 학생도 있었다). 보니와 하니가 초등학교를 급습한 이유는 월드비전과 EBS가 함께하는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 ‘교실에서 찾은 희망’을 돕기 위해서다. 올해로 벌써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캠페인은 학교 폭력 예방의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송에 맞춰 플래시몹(여러 사람이 특정 장소에 모여 벌이는 깜짝 공연)을 촬영하고, 이 영상을 유튜브로 공유하는 활동이다. 올해부턴 여기에 특별한 이벤트가 하나 추가됐다. ‘교실에서 찾은 희망’의 홍보대사가 신청한 학급을 방문, 함께 플래시몹을 진행하는 일명 ‘스쿨어택’이다. 이날 은방울반 학생 26명은 지난 2주간 구슬땀을 흘려가며 연습한 플래시몹 안무를 보니와 하니에게 선보였다. 아이들은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언니, 오빠가 자신들이 만든 안무를 따라 하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학급 담임인 이정은(39) 교사는 “새 학년이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친구관계를 어려줘하는 아이들을 보면 참 속상했는데, ‘교실에서 찾은 희망’ 캠페인에는 유난히 말썽꾸러기이던 녀석까지 관심을

“네팔, 대지진 이어 전염병 예방해야”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의사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네팔 지진과 여진의 비극은 또 다른 재앙의 전조가 될 수 있다. 다름 아닌 몬순(Monsoon), 즉 장마철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이 위생이 열악한 난민촌에 오랫동안 거주하고 있는데, 현재는 드물게 발생하는 설사 질환이 급속히 확산할 수 있다. ‘전염병의 폭풍(storm)’이 오기 전에 국제사회는 콜레라·장티푸스·홍역·간염 등 감염 질환의 창궐을 막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콜레라는 자연재해로 인해 창궐하는 대표적인 수인성 질병이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콜레라 환자는 탈수 증세로 인해 몇 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다. 풍토성 콜레라 지역인 ‘말라위’에서는 올해 초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인해 20여만명이 집을 잃었다. 수재민 캠프에서는 이후 몇주 동안 콜레라가 창궐했다. 사망자들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국제백신연구소(IVI), 한국 정부, 기아자동차,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국제 협력기관들이 말라위 정부와 힘을 합쳐 긴급 콜레라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이재민 캠프와 그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 10만여명에게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접종했다. 특히 사용된 백신은 한국 정부,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 스웨덴 정부 등의 지원으로 국내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인 IVI가 개발한 것이다. 말라위의 발 빠른 대응 뒤에는 지난 시절 아이티와 르완다, 남수단의 뼈아픈 사례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 특히 아이티는 2010년 대지진 후 대규모 콜레라 창궐 사태를 겪었으며, 역설적이게도 이 사태는 네팔 평화유지군의 주둔으로 인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난 초기에 백신 접종이 실시되지 않았고, 뒤늦게 국제 구호기구들이 아이티 주민들에게 백신을 접종했다.

자연이 주는 아픔까지도 宿命으로 받아들인 그들

엄홍길 대장 특별 기고 네팔 지진 긴급구호 현장 ’20일간의 기록’ 카트만두 북동쪽 산간지대, 7.8도 지진 발생… 지진 피해 지역 산간 오지로 접근 어려워… 구호 단체, 구호품 나르기조차 힘든 상황 무너진 건물·학교, 사람들 기거할 곳 없어… 의료품만 아닌 천막·텐트 공급 가장 시급 네팔을 찾은 지 보름째, 네팔 대지진이 발생한 지 17일째 되던 5월 12일 오전. 최초 진앙지인 고르카 만드레 지역을 찾았다. 주민들에게 구호물자를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산 아래 광활한 평지에 주민 200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트럭에서 쌀 포대를 내리려던 찰나 갑자기 주변이 술렁거렸다. ‘둥둥….’ 발끝부터 느껴지던 진동은 이내 ‘쿵쿵’으로 변했다. 외마디 비명이 쏟아졌다. ‘지진 노이로제’에 걸린 주민들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또 왔다’는 걸 말이다. 수백명이 한꺼번에 주변 건물 없는 평지를 향해 내달렸다. 울부짖는 여인들도 있었다. 나도 따라 뛰었다. 수초 후 300m 옆의 산 한쪽 면 전체가 종잇장처럼 뒤틀리더니 거대한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귀를 찢는 굉음과 흙 폭풍에 주변은 금세 아수라장이 됐다. 순간 ‘이 사람들이 구호물자를 받으러 내려오지 않고 산속에 있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니 머리카락이 삐쭉 서는 공포감이 들었다. 에베레스트를 내 집처럼 드나들며 자연이 주는 공포를 여러 번 경험했었다. 1988년에는 산 정상에서 진도 6.6의 지진을 맞닥뜨린 적도 있다. 눈사태가 순식간에 주변 지형을 바꿔놓을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12일 고르카 지역에서 맞은 두 번째 지진은 수십년간 산에서 느꼈던 공포를 새록새록 살아나게 했다. 대낮에 눈앞에서 맞는

“전문성 가진 비영리 조직 되도록… 정부·기업의 관심 필요”

한동우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업·국가 의존도 높은 국내 비영리조직… 역량 강화 및 성장 돕는 전문 기관 없어 “비영리 조직을 지원하는 조직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정부나 기업에서 나서 비영리 지원 조직에 대한 고민을 해줘야 한다.” 한동우<사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말이다. 한 교수는 ‘비영리 조직’을 전공한 국내 몇 안 되는 비영리 조직 전문가 다. 비영리 조직이 지속 가능하려면 어때야 할까. ―현재 한국 비영리 조직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비영리 섹터의 핵심은 자발성이다. 그러나 한국의 비영리 조직은 시장과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후원 구조가 취약해 재원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보니 정부 기금이나 기업에 의존한다. 지속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 자발성 관점에서도 비영리조직의 정체성을 위협한다.” ―이유가 무엇인가. “비영리 조직은 많은데 비영리조직을 지원하는 구조가 없다. 미국의 경우, 비영리 조직을 지원하고 역량강화를 돕는 조직들이 굉장히 많다. 국내엔 거의 없다. 서울시 NPO지원센터 정도다. 사회공헌정보센터가 있긴 하지만 정보센터로서의 기능이 부족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역시 역량 강화는커녕 사업 영수증 확인하기에 급급하다. 역량강화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해도 굉장히 산발적으로 이뤄진다. 조직의 역량은 커지지 않으면서 사업비만 지원받다보니, 지금으로선 이 지원금 없어지면 망한다. 비영리 조직이 투명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도 의지가 아닌 ‘능력의 문제’라고 본다. 투명해지고 싶어도 ‘투명할 능력’이 없는 거다. 그런 역량을 누군가 계속해서 키워줘야 하는데 그런 조직이 없다.” ―한국 비영리가 지나 온 맥락과도 연관이 있나. “1987년 이후 많은 비영리조직이 생겼다. 큰

[Cover Story]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 짐 콜린스 인터뷰

[비영리 분야 위대한 조직, 5가지 특징은…] 1… 미션에 부합하는 ‘성과’ 찾기 2… 자발적으로 따르게 하는 리더십 3… 적합한 사람 찾는 걸 최우선 4… 지속 가능한 ‘자원’을 개발 5… 브랜드 구축해 팬층 넓혀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로 꼽히는 짐 콜린스(Jim Collins)와의 인터뷰에는 무려 2개월 반이 걸렸다. 수차례의 이메일과 전화통화 끝에 지난 7일, 그와의 스카이프 인터뷰가 이뤄졌다. 그를 꼭 인터뷰하고 싶었던 건 책 ‘비영리 분야를 위한 좋은 조직을 넘어 위대한 조직으로(Good to Great and the Social Sector)’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기 때문이다. 2005년 미국에서 출간된 지 10년 만에야 번역된 셈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비영리 영역 전문가들 사이에서 커다란 화제가 됐다. ‘경영의 구루’가 비영리 조직을 연구한 건 왜였을까. ―영리 기업에 대한 연구와 책으로 이름난 경영 석학이 비영리 조직에 대한 책을 냈던 게 생소하다. “2001년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출간하고 나서 많은 독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그중 3분의 1 가까이가 비영리에 종사하는 이들이더라. 굉장히 놀랐다. 들어오는 질문들도 비슷했다. ‘비즈니스 모델과는 다른 비영리 단체의 위대함은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하나’, ‘(비영리 단체같이) 권력이 분산되어 있는 경우에 리더십은 어때야 하나’, ‘기업에서는 재정적으로 이윤을 내면 또 다른 자본이 들어와 동력이 생기는데, 비영리의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은 식이었다. 위대한 비영리 조직엔 어떤 원칙들이 있고 기업에 적용되는 원칙과는 어떻게 다를까 하는 호기심에서 연구가 시작됐다. 이 책은 그

[희망 허브] ‘복지사회 원동력’·’행복의 연장선’… 나눌수록 더 나은 미래가 찾아옵니다

창간 5주년 특집 / 기부왕 10인이 말한다 정부의 복지는 한계 있어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후원받은 학생이 성장한 후 또 다른 선행을 실천했으면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나눔도 삶의 일부로 거듭나길 전쟁 고아 도와주던 부모님 더불어 사는 삶 중요성 느껴 미국의 공익 전문 매체 ‘크로니클 오브 필란스로피(The Chronicle of Philanthropy)’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고액 기부자 톱 50인이 낸 기부금은 110조원(약 1020억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올해 보건복지 예산 52조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19억2000달러(약 2조1000억원)를 기부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게이츠와 그의 아내가 ‘기부왕’을 차지했고, 프로풋볼(NFL) 버팔로 빌스의 전 구단주인 랄프 윌슨 주니어(Ralph C. Wilson Jr.)가 10억달러(약 1조800억원)를 유산 기부해 2위를, 스포츠 기념물 등 수집품을 판매하는 MBI의 창업자 테드 스탠리(6억5239만달러·약 7000억원)가 3위에 올랐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다. 2010년 5월 국내 유일의 공익 섹션으로 창간한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국내의 수많은 ‘숨은 기부왕’을 만나왔다. 창간 5주년을 맞아 그동안 ‘더나은미래’를 응원해준 숨은 기부왕 10인에게 ‘당신이 기부를 통해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지’를 물었다.(가나다순) 편집자 주   1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기업이 사회를 더 밝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정부에서 어렵고 소외받는 우리 이웃을 모두 책임질 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인 기업들, 특히 대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눔에 앞장서야 한다. 세상은 혼자서 살 수 없고 함께 가야 더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100년 후 떡갈나무처럼… 느리고 건강한 성장이 목표

美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리사 파이크 쉬히 환경담당이사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본사 현관 입구엔 미국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브라워(David Brower)가 남긴 글귀가 커다랗게 적혀 있다. 환경 단체인가 싶지만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얘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매년 총매출의 1%는 지역 환경 단체들에 기부하고,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땅을 사들여 자연보호 구역으로 만들기도 한다. ‘댐을 없애자’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과소비도 줄이라고 권유한다. 특이한 건 또 있다. 본사 복도엔 서핑보드가 줄지어 있고, 회사 알림판엔 그날의 파도 정보를 공유한다. 좋은 파도가 오는 날엔? 서핑보드를 들고 10분 거리 바다로 뛰어들면 끝이다. 1984년 회사 내 어린이집을 만들고, 직원들을 위한 ‘근무시간 선택제’를 도입한 곳. 미국 유명 경제 잡지 포천지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쿨한(coolest) 기업’으로 꼽힌 곳, 1972년 만들어져 올해로 43년 된 ‘오래된 기업’이다. 지난달 24일 국내 파타고니아 도봉산점 개점을 기해 한국을 찾은 리사 파이크 쉬히(Lisa Pike Sheehy·사진) 파타고니아 환경프로그램 담당 이사를 만나 인터뷰했다. ―파타고니아를 설명하는 말들이 여럿 있다. 환경을 위해 애쓰는 기업, 직원이 중심이 된 회사, ‘필요하지 않으면 재킷을 사지 말라’는 광고 문구까지. 실제 본사 분위기가 궁금하다. 이본 쉬나드의 책 제목처럼 정말로 파도가 치면 서핑을 하러 나가는 게 가능한가(파타고니아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는 기업에 대한 본인의 철학을 책에 담았다. 제목은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물론이다(웃음). 근무 환경은 직원들에게 굉장히 우호적이다. 본사 직원이 500명 정도인데, 모두가

7년새 100배 커진 ‘아너 소사이어티’… 초고액 기부 시대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창간 5주년 특별 좌담회… 기부의 미래를 말한다 ‘백만달러 기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백만달러(10억원) 이상 기부자의 기부금 총액은 총 263억달러(28조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70억달러(7조6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이른바 ‘수퍼 리치(Su per rich)’들이 기부에 눈을 뜨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에선 ‘메이저 기프트(major gift·고액기부)’보다 한 단계 높은 ‘메가 기프트(mega gift·초고액 기부)’가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 새 고액 기부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초고액 기부 시대를 준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정부, 학계, 비영리단체, 금융기관 등 전문가들과 함께 ‘초고액 기부 시대 열리나’를 주제로 창간 5주년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강학봉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본부장, 김현아 아름다운재단 나눔사업국장, 배정식 하나은행 신탁부 상속신탁팀장, 성열기 삼성패밀리오피스 센터장, 이상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이재란 보건복지부 나눔정책팀장, 최임열 법무부 상사법무과 검사(가나다순) 등이 참석했다. ◇부동산·주식 등 비현금성 자산 기부 늘어… 초고액기부 시대 열렸다 사회=우리나라도 기부금 10조 시대를 넘어섰다. 고액기부자들이 몇 년 새 부쩍 늘어나는 등 기부 문화 확산 속도가 무척 빠르다. 현장에선 초고액 기부 시대에 얼마만큼 근접했다고 체감하는가. 강학봉=1억원 이상 기부하는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수가 2008년 6명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가입자만 272명에 달할 정도로 7년간 100배 이상 덩치가 커졌다. 매년 2배 이상 늘면서, 수십억원대 기부를 문의하는 자산가들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소 10억~20억원대 부동산·주식·보험 등 비현금성 자산 기부를 약속하는 분들이 한 달에 2건

“작지만 좋은 회사 응원하려 대중과의 다리 놨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 신혜성 대표 인터뷰 ‘100인의 배심원단’·’댓글’ 등차별화된 소통 앞세워 급성장 “평생을 기술 개발에 몸 바친 중소기업 사장님이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했죠. 담보가 없었거든요. 종업원 100명을 해고시켜 원가를 절감한 기업은 ‘좋은 회사’ 소리를 들었고요. ‘뭔가 잘못됐다’ 싶었습니다.” 신혜성(36·사진) 와디즈 대표의 말이다. 대표는 증권·은행에서 9년 동안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했다. 직접 방문한 회사만 500곳이 넘는다. 그런데 기업을 알면 알수록 고민이 깊어졌다. 신 대표는 “증권에선 주가가 오를 수 있는 곳, 은행에선 돈을 안 떼이는 곳이 좋은 회사였다”며 “더 다양한 관점에서 기업을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급기야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 2012년 5월 탄생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다. 가치 있는 회사들을 지원하겠다는 비전을 갖고서였다. 지난 3월까지 약 300건의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모금 성공률이 70%나 된다.(와디즈는 프로젝트별로 5~7%의 펀딩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달 29일, 신혜성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좋은 기업과 크라우드 펀딩 생태계를 직접 들어봤다. ―설립 초기, 국내 크라우드 펀딩 분야는 ‘불모지’에 가까웠을 텐데. “2012년 초반, 스타트업 모임에 강연을 갔는데, 한 청년 기업가가 ‘사기꾼이 판을 치겠다’며 비아냥거리더라. 지인들에게 ‘돈 되겠냐’는 무시와 질타도 많이 들었다. 당시 몇몇 펀딩 플랫폼이 운영되긴 했지만, 해외에 있는 모델을 그대로 들여온 방식에 불과했고 잘 굴러가지도 않았다. 인식도, 시스템도 미비했던 거다. 성급히 사업적으로 접근해선 승산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크라우드산업연구소’를 먼저 차렸다. ‘나부터 정확하게 이해해야 시장에 알려줄 수 있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