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구하기와 아이들 교육지원이 제일 절실해요”

결혼이민여성들이 진짜 원하는 지원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06년, 여성가족부가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만들면서부터다. 결혼이민여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5년 전에는 이들이 한국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결혼이민여성이 한국사회에 어느 정도 정착하고 다문화가족을 이룬 채 살아가는 요즘에는 이들의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2011년 현재를 살아가는 결혼이민여성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다문화가족 지원은 무엇일까를 알아봤다. 편집자 주 결혼이민여성에게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언어문제(22.5%), 경제적 어려움(21.1%), 자녀교육(14.2%)이 어렵다고 답했다. 한국에서의 거주기간이 길어질수록 언어문제로 겪는 어려움은 줄어들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자녀교육으로 힘들어하는 결혼이민여성이 많았다. ‘2009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이민여성과 다문화가족이 진짜로 원하는 지원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취업지원과 자녀교육 지원이었다. “일자리 구하는 거랑 애들 교육하는 게 제일 어렵죠.” 다문화가족네트워크 ‘물방울나눔회’의 회장인 와타나베 미카(49·일본·결혼 23년차)씨와 회원인 베로니카 카야소토도라배로니캬(32·페루·결혼 12년차), 왕리영(38·중국·결혼 3년차)씨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 한국어도 어느 정도 되고 한국생활에도 잘 적응한 베로니카씨는 현재 다문화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다문화를 알리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처음에 하고 싶었던 일은 쥬얼리 디자이너였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하는 쥬얼리 만들기 강좌를 들으면서 쥬얼리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던 베로니카씨는 강좌가 폐강되는 바람에 그 꿈을 접었다. 센터에서 하는 강좌 가운데는 이처럼 몇 개월 하고는 사라져버리는 강좌가 많다. 그나마 그런 강좌들도 취업, 창업 교육이라기보다는 비즈공예, 퀼트,

[Cover story] 굿네이버스 20주년 100번의 새로운 ‘도전’… 20년 만에 일궈낸 ‘기적’

굿네이버스의 성공 비결 1. 비전 공유 통한 인재 육성 2. 투명성·전문성 등 국제 감각 3. 앞선 계획과 끝없는 도전 세계적인 구호단체의 상당수가 한국 전쟁을 통해 만들어졌다. 한국 땅을 밟았던 선교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스러져가는 생명 앞에서 오열했고,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 모금을 시작했다. 월드비전·컴패션 등의 역사가 이 땅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토종’ 구호단체가 나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스스로 도울 힘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1991년, 굿네이버스가 ‘한국이웃사랑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할 때만 해도 ‘토종’ NGO의 성공에 대해서는 대부분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불과 20년 만에 굿네이버스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회원 수 33만1456명(월 1만원 후원자 기준), 사업비 482억여원(2009년 기준), 국내 44개 지부와 해외 28개 지부를 둔 초대형 조직으로 거듭났다. 매년 20~30%의 초고속 성장세를 거둔 셈이다. 굿네이버스 이일하 회장은 그 성공 비결을 크게 3가지로 꼽았다. ①비전 공유를 통한 인재 육성 ②투명성·전문성 등의 국제 감각 ③앞선 계획과 끝없는 도전이다. “처음 8명으로 시작했던 굿네이버스가 이만큼의 성장을 거두는 동안 100번이 넘는 새로운 도전을 했습니다. IT 붐을 보면서 인터넷을 통한 모금을 시도했고, 돈 있는 사람이 그저 자선의 의미로 돕는 게 아니라 왜 우리가 나눠야 하고 세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등을 알려주는 사회개발교육을 시작했습니다. 100번의 도전 중 90% 이상이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굿네이버스가 인터넷을 통해 시작한 ‘100원의 기적’ 프로젝트는 지금까지도 가장 성공한

“사고 후 지체장애 판정… 봉사하면서 마음이 더 건강해졌죠”

경희대 정영현씨 3년째 월드비전 자원봉사 “정신적으로는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자원봉사가 저 스스로를 건강하게 만들 기회가 되겠구나 싶었죠.” 서울 종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경희대 경영학과 정영현(25)씨는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새하얀 피부에 검은 테 안경을 쓴 정씨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지체장애 1급이라고 했다. 정씨가 장애를 갖게 된 것은 2006년 1월, 수능을 치고 나서 대입 논술고사를 앞두고 있을 무렵이었다. 큰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목이 부러져 목 아래로 몸이 마비됐고, 눈을 다쳐 시야까지 좁아졌다. 그나마 양팔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러나 치료를 받느라 대입논술은 포기해야 했다. 정씨는 그 후 1년 3개월간 병원 신세를 졌다. 스무 살의 봄은 병원에서 맞았다. 주먹을 쥐지 못하는 손으로는 실험도 할 수 없어 ‘신약개발연구원’이 되겠다던 꿈도 접었다. “사고 후 ‘죽고 싶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옆에서 계속 우는 엄마와 가족들을 보면서 다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이왕 살 거면 제대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그때부터는 모든 일에 적극적이 됐고요.” 정씨는 모질게 마음을 먹고 2008년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9학년도에 경희대 교정을 밟았다. 대학에 입학한 후 그는 무엇보다 자원봉사에 열심이었다. 정씨는 올해로 3년째 국제구호개발 NGO인 월드비전에서 편지번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후원 아동들이 후원자에게 보낸 편지를 번역하는 것이 그가 맡은 역할이다. “아이들이 쓴 편지를 읽다 보면 저까지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에요. 아이들이 ‘후원자님 덕분에 꿈을 갖게 됐고, 공부도

“지역사회가 자생력 갖도록 교육과 컨설팅 지원하겠다”

김재현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장 ‘CB시범사업단’ 작년 9월 출범 ‘간세인형’ ‘성미산 마을’처럼 지역 스스로가 문제해결해야 요즘 뜨는 제주도 관광코스 ‘제주올레’에 가면 특별한 기념품을 볼 수 있다. 버려지는 옷과 자투리 천을 이용해 만든 조랑말 인형인 ‘간세인형’이다. 제주의 상징인 조랑말 모양으로 만들어진 간세인형은 관광객들 사이에 꽤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간세인형 판매수익의 3분의 1이 이 인형을 만드는 18명의 제주지역 여성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아는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다. 평생을 집안일만 하며 살아온 제주 지역 여성들은 간세인형을 만들면서 수입도 올리고, 자신이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낀다. ‘간세인형 공방사업’은 제주 지역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사업이다. 간세인형을 판매하는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안은주 사무국장은 지난달 22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커뮤니티비즈니스 국제심포지엄에서 “몇십년을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분들이 공방에서 형형색색의 천을 늘어놓고 디자인을 서로 상의하는 모습이 일류 디자이너 못지않아 보여 감동을 받았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간세인형 공방사업’처럼 지역사회의 현안을 비즈니스를 통해 해결하는 기업형 사업체를 ‘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라고 한다.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과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커뮤니티비즈니스가 이제 막 싹을 틔우고 있다. 작년 9월 정식 출범한 ‘커뮤니티비즈니스 시범사업단(이하 CB시범사업단)’은 커뮤니티비즈니스라는 새싹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CB시범사업단은 지난해 전국의 커뮤니티비즈니스를 꿈꾸는 47곳의 사업지원신청을 받아 그 중 10곳을 선정했다. CB시범사업단은 이들을 위해 지역자원을 조사하거나 인재육성교육을 하거나 상품개발

“ISO26000 전문 참고도서 발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 향상 기대”

김기태 GS칼텍스 대외협력부문 상무 국내 기업들에 사회 책임 이행이란 아직 낯선 분야다. 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하거나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마다 알음알음 다른 기업의 관계자를 찾아 비공식적인 질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관행이 안타까워 사회 책임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기업이 있다. GS칼텍스의 사회 공헌을 총괄하는 김기태<사진> 대외협력부문 상무는 “함께 성장해야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발표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가이드 라인인 ISO26000에 관한 책을 펴낼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수년 전부터 ISO26000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수집해 왔다. 작년 6월부터는 별도의 TF를 조직해 대응전략 수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작년 11월 외부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ISO26000에 근거한 GS칼텍스의 사회 책임 진단지표를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올해 2월 ISO26000 대응전략 수립을 마무리했다. 이번에 개발한 진단지표는 지식경제부의 지속 가능경영 포털 사이트에도 공개할 예정이다. 노한균 교수가 집필한 ‘ISO26000을 통해 사회 책임 살펴보기’라는 전문 참고도서도 3월 중에 출간할 예정이다. 다른 기업이나 조직에서 활용한다면 사회 책임의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개발했던 사회 공헌 프로그램 평가지표도 공개했었다. “우리의 사회 공헌이 효과적인지, 효율적인지 알고 싶어 지표 개발을 결심했다. 평가지표가 있어야 우리의 모습을 보고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족스러운 평가지표가 나왔고, 다른 기업들도 이 지표를 적용하면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겠다고 판단해 공개했다.” ―’함께 수준을 높이겠다’는 점에서 사회 책임과 사회 공헌의 리더십이 돋보인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께서 현재 지속발전가능기업협의회(KBCSD)의

주영훈·이윤미 부부의 생활 속 나눔

선물을 ‘착한카드’로 구입하면 사랑·나눔까지 선물할 수 있죠 어느덧 돌을 맞는 딸아이 아라에게 좋은 옷도 입히고 싶고 예쁜 장난감도 사주고 싶은 주영훈(42)·이윤미(30) 부부는 옷과 장난감뿐만 아니라 사랑과 나눔에 대해서도 함께 선물하고 싶어 ‘착한카드 캠페인’에 참여했다. ‘착한카드 캠페인’은 착한카드를 발급할 때 연회비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의 5000원 매칭기부금이 기부되고, 사용할 때마다 최대 3% 적립되는 포인트가 모두 기부된다. 주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 제 아버지가 6·25 전쟁고아였어요. 배고프고 춥고 외롭던 그때, 아마 누군가의 도움으로 저희 아버지가 컸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저는 그다지 다른 사람, 소외된 이웃, 가난 속에 고통받는 지구촌 아이들에 대해 잘 몰랐어요. 관심도 없었죠. 그저 저만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2007년, 한국컴패션을 알게 됐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외롭고 우울하던 시절에 한국컴패션을 만났다. 자신이 마주하는 문제들, 어려움들만 생각하며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던 그때, 그렇게 눈을 돌린 곳에 아이들이 있었다. “꼭 60년 전 내 아버지와 같은 그 모습이었어요. 저 혼자만 생각할 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불평하고 억울해할 때가 아니더라고요.” 그렇게 어린이 후원을 시작했다. 기부를 시작하면서, 봉사를 시작하면서 삶도 바뀌었다. “감사가 시작되었어요. 사실 제가 그렇게 우울했던 건 기쁘지 않기 때문이고, 기쁨이 없는 건 감사가 없어서였거든요. 항상 갖지 못한 것만 바라보며 산 거죠. 그런데 가진 것 하나 없는 아이들이, 허름한 흙집에 살며 변변한 신발도 없어 새까만 맨발로 다니면서도 ‘감사’하는 것을 보고 깨달았죠. ‘내가 얼마나 감사할 것이 많은가’를요. 그렇게

여성 리더에게 리더십을 묻다_”일은 강하게, 사람에겐 부드럽게… 배려의 리더십 통하더군요”

박윤아 강남세브란스 외과 교수, “마음으로 다가가야 사람은 따라옵니다” 박기정 롯데백화점 이사, “지시가 아닌 부탁 조직을 움직이더라고요” 홍승현 검사, “나만의 전문성 키우고 조직문화 전반을 살펴야” 김주연 한국 P&G 상무, “멀티태스킹에 능한 여성 비즈니스도 두각 보이죠” 양진옥 굿네이버스 본부장, “사업마다 새로운 기획 일에 대한 열정은 필수”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자신의 일에 혼을 담아 열정적으로 행동하세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여성들이 늘어남에 따라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여성 리더십은 권위적이고 강한 카리스마를 내세운 기존의 리더십과는 달리 감성적이고 구성원들을 배려하며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리더십 유형을 말한다. 여성의 날을 맞아 의학, 법조, 기업, 문화예술, 사회복지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젊은 여성 리더들을 만나 그들이 현장에서 배운 여성 리더십은 어떤 것인지 물었다. 편집자 주 여성 리더십이 기존의 리더십과 가장 다른 부분은 ‘부드러움’이 강조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오너 일가를 제외한 롯데그룹의 첫 여성임원이 된 롯데백화점의 박기정(47) 이사는 “여성 리더십은 부드러우면서도 당당한 힘을 가진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디자인과 패션 기획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왔다. “패션은 재단에서 포장까지 모든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맨 아래 직급의 직원에게까지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했어요. 남성 리더들이 하듯이 ‘지시’하는 게 아니라 ‘부탁’하듯이 부드럽게 말했죠.” 여성으로서 20대에 실장, 30대에 부장과 이사가 되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면서 박 이사는 어려움도 많이

엄마와 딸에게 ‘우리 사회 여성’을 묻다_”사회 진출 문턱 낮아졌지만 ‘직장 지키기 장벽’은 높아”

우리 땐 대학 나와도 바로 결혼 취업하더라도 공무원·교사였지… 진학·전공, 남녀 경계 없지만 출산·육아 생각하면 막막해요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미성년자의 노동을 금지하고 여성에게 참정권을 달라고 시위한 것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다. 유엔은 1975년, 3월 8일을 공식적인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했다. 전통적으로 남성을 우대하는 유교문화권에 속한 한국은 여권(女權) 신장의 속도가 서구 국가에 비해 더뎠다. 그러나 최근 변화가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둘러싼 사회여건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20대 딸과 스무 해 넘게 사회생활을 해온 50대 어머니를 만나 이들이 체감하는 과거와 현재 여성의 경제활동 여건의 변화를 들었다. 편집자 주 삼일절 오후. 딸 박예림(25)씨와 어머니 전연숙(53)씨를 신사동 가로수 길에서 만났다. 삼성엔지니어링에서 2년차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박씨와 경기도 평택시 공무원인 어머니 전씨는 “모녀가 여유롭게 ‘데이트’를 하는 건 참으로 오랜만”이라고 했다. 모녀는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일 얘기부터 시작했다. “제가 엔지니어로 하는 일은 국내외에서 수주를 받아 공장을 짓는 과정을 총괄하는 거예요. 한 프로젝트가 보통 1~3년씩 계속 되는데 그 기간 중에는 국내외 현장에 가서 살다시피 하죠.” 딸 박씨가 밝게 웃으며 자신이 하는 일을 소개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여성이 하는 일과 남성이 하는 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박씨처럼 과거에는 남성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업종에

장애인 고용할당제 등 법·제도는 갖췄지만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해야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사무국장 인터뷰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의 김형수(36·사진) 사무국장은 1994년 6월, 대입에 ‘장애인 특별 전형’이 생긴다는 것을 들었다. 고3 생활을 하며 ‘차별받는 것은 나중의 문제고 일단 대학을 가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지망한 김 사무국장은 수능과 대학별 본고사, 면접까지 봤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장애인 특별 전형 제도가 정착되어 있지 않아서 동기들이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돌아온 날에야 겨우 합격 통지를 받았다. 대학 입학 후 학내의 장애인 문제와 교육권을 주제로 한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장애인 문제에 대한 사례를 접하면서 ‘장애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능숙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지’ 노하우가 생겼다. 김 사무국장은 ‘이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에 2000년 대학 졸업 후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에 들어가 장애인 학생들의 대학 입시와 구직 활동을 돕는 일을 했다. 2003년,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에서 독립해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를 정식으로 설립했다. 장애인 학생들을 도우면서 김 사무국장이 안타까울 때는 “장애인이라 어차피 대학 졸업해도 취업이 힘든데 그냥 기술을 배우는 것이 낫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인 상황에서 장애인에게 고등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이다. 김 사무국장은 “그런 말은 걱정으로 포장한 차별일 뿐”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대졸 실업률이 50%에 달해도 대학을 가지 않고는 자아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비장애인이 단지 취업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대학에 가는 것처럼 장애인 역시 똑같은 이유로 대학에 간다는 말도

한 푼 두 푼 모아 더 어려운 이웃에 도시락 배달

사람 이야기 서울 용산동2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해방촌 성당’은 멀었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가다 결국 택시를 잡아탔다. 아슬아슬하게 약속 시간에 맞춰서 성당에 도착해 마침 앞마당에 계신 한 어르신께 “도시락 배달…”하고 말을 꺼냈다. “강당으로 가봐요. 이미 다 모였어.” 할머니는 지하로 난 계단을 가리켰다. 지하 강당에 들어서자 오늘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할 할머니 10여명이 보였다. 한쪽 구석엔 설 선물로 전달할 가래떡과 김이 봉투에 담겨 늘어서 있었다. 도시락 배달 봉사자 박무진(84)씨는 “설을 맞아 특별히 일주일 전부터 준비했다”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20년 전부터 해방촌에서 살고 있는 김재흠(83)씨는 현옥분(78)씨와 짝을 이뤄 1년째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 그전에도 여러 봉사 활동을 했지만 이번 일은 특히 의미가 크다. 어떤 봉사보다 자신의 경험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아서다. “요리는 아무래도 연륜과 정성이 필요하다 보니 나이 든 우리가 젊은 사람들보다 더 잘할 것”이라고 말하는 김씨는 무엇보다 나물로 하는 밑반찬에 자신이 있다고 했다. 현씨 역시 도시락 배달을 하면서 건강이 더 좋아진 것 같다며 장점을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김씨와 함께 맡은 세 가구를 내 집 드나들 듯 다니며,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하면 갖다 주고 사는 얘기도 나눴다. “우리 때는 다 같이 고생했잖아요. 그때 얘기를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겠어요. 봉사활동을 시작하고서 바쁘게 움직이니깐 오히려 아픈 허리와 쑤신 몸이 나은 것 같기도 하고”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김씨와 현씨를 따라 성당을 나섰다. 성당에서

수익금 30% 기부… 남 도우니 기업도 성공

소망화장품 강석창 대표 소망화장품이 이윤의 30%를 기부하는 사회공헌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소망화장품 본사에 있는 강석창(51) 대표의 방은 한쪽 벽면이 화장품 진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소망화장품은 ‘꽃을든남자’, 한방화장품 ‘다나한’ 등을 선보인 국산 화장품 브랜드다. 소망화장품은 2010년부터 매해 이윤의 30%를 국제구호개발 NGO 기아대책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윤을 내는 것이 목적인 기업이 왜 이윤의 30%나 기부하게 됐냐고 묻자, 강 대표는 “소망화장품을 설립할 때부터 좋은 일을 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려면 항상 이익을 내는 초우량 회사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부가 오히려 기업활동을 열심히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라며 웃음 띤 얼굴로 답했다. 이 회사가 처음 기부를 시작한 것은 1995년. 당시에는 매출액의 1%를 기부했었다. 매년 꾸준히 이어지던 기부는 사업 확장으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잠깐 그 흐름이 끊길 뻔했다. 2004년 저가 화장품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소망화장품은 ‘뷰티크레딧’이라는 새로운 브랜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재정이 나빠지면서 5년 정도 기부를 쉬었던 것이다. ‘다나한’이 성공을 거둔 2009년, 강 대표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5년치 기부를 한 번에 몰아서 했다. 23억7000만원이었다. 밀린 기부를 한 번에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약속한 것을 지켰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소망화장품이 기부한 기부금은 국내외와 북한에서 빈곤 퇴치사업을 하는 데 쓰였다. 기아대책의 김성식 ‘생명지기’ 사무총장은 “내년부터는 소망화장품 기부금을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무료로 진료하고 수술해주는 ‘생명지기’ 사업에

이정근 사람인 대표 “얼마 전 흑자전환 이뤘지만 사회공헌은 당연히 할 일”

후원자 모집 ‘배너 광고’수천만원 기부하는 셈 작년 1월 최악의 참사라 불린 아이티 지진이 일어났을 때, 채용정보 사이트 ‘사람인’의 홈페이지에는 기업의 구인광고 대신 아이티 어린이를 돕자는 배너가 내걸렸다.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 구직자들이 찾는 사이트에서 ‘남을 돕자’는 호소가 효과가 있을까 싶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이처럼 사람인 홈페이지에 걸린 후원, 기부 참여 배너를 통해 2005년부터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 사람이 국제국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의 정기후원자(월 1만원)로 등록했다. 사람인의 일주일 배너 광고비용이 300만원이 넘는 것을 생각하면 배너 후원을 통해서 ‘정기후원자 연결’ 외에도 수천만원을 기부한 셈이다. 얼마 전에야 흑자 전환을 이룬 중소기업이 사회공헌 사업에 뜻을 둔 데는 ‘공익성’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해야 한다는 대표와 직원들의 생각 덕분이었다. 이정근(49·사진) 대표는 “한 회사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국가가 만들어놓은 도로나 전기 등 기본 환경을 이용하지 않느냐”라며 “회사를 운영하며 국가와 사회의 어려운 구성원들을 위해 기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사람인이 사회공헌 활동에 열심인 것은 업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2005년 직원 20명으로 시작된 채용정보 사이트가 300여명의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청년 실업’ 때문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대졸 실업자가 35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고졸 실업자 수도 40만명이 넘는다. 사람인 직원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기에 보통 중소기업이라면 잘 하지 않는 사회공헌 활동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했다. 2005년 법인 설립 당시부터 배너 후원을 시작으로 사내 모금활동을 통해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