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이 말하는 ‘내 인생의 나눔’] “학교란 말조차 생소한 로힝야 아이들…난민 문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죠”

[정우성이 말하는 ‘내 인생의 나눔’]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촌에는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미얀마가 보인다. 미얀마는 로힝야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떠나온 그리운 고향이다. 눈앞에 고향을 두고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 이웃의 집에 놀러 가고, 일을 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당연한 권리조차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이것이 내가 아는 로힝야 사람들이다. 지난 19일,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에서 나는 이들을 다시 만났다. 지난 2017년 8월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로 인해 74만명이 넘는 로힝야 사람들은 집을 떠나 이웃 국가인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1990년대부터 피신 온 난민까지 포함하면 91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머무르는 쿠투팔롱 난민촌은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거대한 난민촌이다. 대규모 폭력사태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7년 12월,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의 부탁으로 쿠투팔롱 난민촌을 방문했었다. 유엔난민기구의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여러 곳을 방문했지만 당시 로힝야 난민들의 상황은 그 어떤 곳에서 만난 사람들보다 처참하고 절망적이었다. 삶의 터전이 불타고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유엔난민기구와 활동을 시작한 이후, 한 번 방문했던 난민촌을 재방문한 건 처음이다. 콕스 바자르 사무소의 직원들은 2년 전 내가 만났던 가족 중 두 가족을 찾아줬다. 난민들은 정식 거주지가 정해질 때까지 ‘트랜짓 센터(Transit Centre)’에서 임시로 머물게 된다. 2년 전 트랜짓 센터에서 만났던 ‘조흐라’는 현재 두 딸, 그리고 손녀와 함께 34개의 구역으로 나뉜 쿠투팔롱 캠프4에서 지내고 있었다. 미얀마에서 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목숨을 잃자

[정연주의 우리 옆집 난민] “인티 무쉬 바살! 인티 아살!”

[정연주의 우리 옆집 난민]   요셉이네 가족은 리비아에서 왔습니다. 2011년 ‘아랍의 봄’ 사태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 정권이 무너지고 나서, 리비아는 끊임없는 부족 간의 전쟁과 IS의 공격으로 피폐해졌죠. 자동차 수출 사업으로 리비아와 한국을 오가던 요셉이 아빠는 한국에 투자이민을 신청해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2016년 한국에서 태어난 요셉이는 지난 3월 세 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요셉이는 희망마을센터의 ‘왕자님’이랍니다. 요셉이의 매력은 ‘시크함’. 경로당 근처 놀이터에서 놀 때 할머니들이 “고 녀석 예쁘기도 하다!”, “머리는 ‘빠마’한 거야?”하며 요셉에게 말을 걸어도 요셉이는 놀이기구에만 열중합니다. 그러다가 놀이터를 떠날 시간이 되면 일부러 할머니들 앞에서 가서 미스코리아가 퇴장하듯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네고 몇 분께는 ‘손 뽀뽀’를 날리죠. 요셉이의 시크한 애교에 할머니들은 ‘심쿵’하여 환성을 지르시고요. 그런 요셉이를 볼 때마다 제 머릿속에는 ‘인티 아살’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당신은 꿀입니다’라는 뜻의 아랍어인데, 친한 사람끼리 서로 친근함을 표현할 때 써요. 올해 초 제가 이집트에 가 있을 때 요셉이 가족과 전화 통화를 했는데, 요셉이가 제게 “인티 아살”이라고 하려다가 “인티 바살(당신은 양파입니다)”이라고 해버린 일화가 있습니다. 요셉이 엄마와 저는 요셉이의 말실수가 너무 귀여워서 크게 웃고 넘어갔죠. 그런데 요셉이는 그걸 마음에 담아두었나 봐요. 제가 이집트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 요셉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가 몇 주 전에야 오랜만에 요셉이 엄마와 통화를 했습니다. 한참 얘기를 나누는데, 요셉이가 엄마에게 저를 바꿔 달라고 떼를 쓰더군요. 수화기를 건네 받은 요셉이는 제게 대뜸 “인티 무쉬 바살!

[내 인생의 나눔] 차드의 심장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더욱 선명해지기를

[내 인생의 나눔] 배우 구혜선 우리에겐 멀고도 낯선 땅 아프리카. 그중에서도 가장 생소한 나라 차드. 저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함께 지난해 12월 아프리카 차드에 다녀왔습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크고 푸른 호수를 가졌던 차드는 이제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으로 불립니다. 계속되는 사막화와 정치 불안으로 옛 모습을 완전히 잃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차드호는 메마르고 황폐했으며, 나라 곳곳에 무장 단체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그곳 아이들에게 이런 위협과 불안이 일상이 됐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차드의 어린이들을 만나기 전,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인 ‘보코하람’에 피해를 본 아이들. 그림에는 새빨간 피가 가득했습니다. 어떤 자극적인 묘사보다 순수했기에 더 끔찍한 그림. 오랜 내전과 분쟁까지 겪어야 했던 어린이들은 그날의 끔찍했던 기억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고향을 떠나, 집을 떠나, 그리고 가족을 떠나온 어린이들. ‘차드의 심장 소리’는 점점 작아져만 갑니다. ‘이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무척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어린이들은 마냥 천진난만했습니다. 분쟁과 폭력을 피해 도망친 어린이들,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었지만 누구보다 밝은 미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유니세프의 심리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아이들 모습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벽화를 그리는 아이들은 손에서는 이제 평화로운 풍경만이 펼쳐집니다. 유니세프가 지원하는 차드의 영양 병원도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한 아기를 만났습니다. 처음 아기를 안았을 때, 너무도 작아 부서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아기의 가녀린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화마와 싸워야 할 소방관인데…극한 근무 환경에 ‘악전고투’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지난 4일 강원도 대형 산불 소식을 접하며 두려움이 엄습했다. 초속 30m 강풍을 타고 산불이 확산되는 모습을 보며, 5년 전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속수무책으로 침몰하던 세월호의 기억이 떠올랐다. 다행히 얼마 안 있어 불길이 잡혔고, 피해는 컸지만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기적과 천운으로 평가되기도 하는데 그 기적 뒤에는 전국에서 신속하게 모여든 2000여 소방관의 헌신이 있었다. 치솟는 불길 앞에서 속초 길목 LPG 충전소를 지켜낸 한 소방관은 “손발이 벌벌 떨릴 정도로 무서웠다”는 심경을 전했다. 흔히 소방관을 화염과 싸우는 ‘영웅’으로 그리지만, 그들 역시 사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방관을 위험에 빠뜨리는 건 치솟는 불길만이 아니다. 지자체 예산 부족으로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지방직 소방관들은 늘 과로에 시달린다. 소방 장비 등도 부실해 희소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내 병이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받기 힘든 거 알아. 그래도 죽고 나면 소송이라도 해줘. 우리 아들에게 병 걸린 아빠가 아닌 자랑스러운 소방관 아빠로 기억됐으면 좋겠어.” 2014년 혈관육종암이라는 희소병에 걸려 7개월 만에 숨을 거둔 고 김범석 소방관의 유언이다. 가족들은 유언대로 5년째 법정에서 싸우고 있지만 1심에서 패소한 상황이다. 소방관의 공무상 재해에 관한 판결을 살펴보면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여실히 드러난다. 뇌지주막하출혈로 사망한 소방관 사건에서 망인은 24시간씩 2교대의 격일제 형태로 근무했는데 주당 근무시간이 84시간에 달했다. 구급요원으로서 월 77회 현장 출동을 하면서 행정 업무도 병행하는 등 격무에 시달렸다. 허술한 화재

[UNGC 글로벌 인권경영 트렌드 -下 ] 어떤 기업이 잘하고 있나?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칼럼] 글로벌 기업 인권경영 트렌드 <下> ‘지속가능한 기업’, ‘사회적 책임’, ‘인권경영’. 2019년 국내 대기업 CEO들의 신년사 주요 공통 키워드입니다. 이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인권경영, 일자리 창출 등 정부 기조와 더불어 각국의 기업과 인권 법제화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인권을 경영 전략에 포함시키고 있지요. LG전자, 롯데, KT, SK이노베이션, IBK기업은행 등 주요 기업에서는 인권 정책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으며, 이미 다수의 기업들이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의 지속가능경영보고 가이드라인, 유엔글로벌콤팩트 10대 원칙,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 등을 기준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또는 ‘인권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들은 인권경영을 얼마나, 어떻게 이행하고 있을까요? 지난해 유엔글로벌콤팩트가 9500개의 회원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2%의 기업이 인권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17%가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응답 기업의 90%가 인권경영이 기업의 이윤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윤리원칙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은 기술을 활용해 우리를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평가에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따라 협력업체 인권 이슈, 지배구조 건전성 등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인권 이슈들이 일시적 현상인지 혹은 특정 기업의 구조적 문제인지 추적이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AI를 통해 기업의 인권경영 성과를 다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하지만 AI는 양날의 검입니다. 인간소외와 사생활 침해와 같은 사회적,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버닝썬 게이트’ 실체 알린 공익 신고가 처벌 대상?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가수 정준영은 3년 전 불법 동영상 촬영 건으로 고소됐지만, 검찰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이 도저히 찾아낼 수 없었다는 증거들은 최근 공익 신고로 세상에 드러났다. 불법 동영상뿐 아니라 성 접대 의혹, 경찰과의 유착까지 의심되는 내용을 담은 카카오톡 자료는 순식간에 정국을 흔들었다. 이 사건은 이제 ‘적당하게’ 무마될 수준을 넘어섰다. 국민의 기대처럼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진다면 그 공의 팔할은 공익 신고자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최근 ‘버닝썬 게이트’의 실체를 밝힌 공익 신고자가 개인 정보 유출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톡 자료는 3년 전 정준영 불법 동영상 수사 당시 정준영이 사설 수리 업체에 맡긴 휴대전화에서 복원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사자 동의 없이 휴대전화를 복원해 누군가에 제공했다면 형법상 비밀침해죄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공익 신고의 경우 신고자는 관련 범죄에 대한 형을 감면받을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좀 다르다. 불법 동영상 촬영 및 유포에 관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은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 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이 사건은 성폭력처벌법 위반 외에도 공익 신고 대상인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고 마약류관리법위반 논란도 나오는 상황이다. 또 경찰 유착과 관련해서는 부패방지법상 신고자 보호 조항에 따라 형을 감면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사건을 의뢰한 뒤 경찰은 수리 업체에 대한 압수 수색부터 진행했다. 이 수사가 신고자의 비밀침해죄 해당

[진실의방] ‘공변’이 사는 세상

변호사들을 부를 때 ‘김변’ ‘최변’ ‘박변’ 등으로 성씨를 붙여 줄여 부르는 모습을 흔히 봤을 겁니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공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하는데요. 공씨 성을 가진 변호사가 아니라 ‘공익 활동 전담 변호사’를 뜻하는 공변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공변들의 활동은 변호사들의 일반적인 프로보노(공익을 위한 무료 봉사) 활동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한국 변호사들의 의무 공익 활동 시간은 연간 20시간. 물론 현장에서는 그조차 제대로 지키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반면 공변들은 아동, 장애인, 난민, 이주 노동자, 성 소수자 등 법률 서비스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일에 ‘풀 타임’을 씁니다. 월급은 적고 하는 일은 어마어마하게 많죠. 만나는 사람이 대부분 어려운 사람들이라 오히려 보태주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공변들의 활동은 2004년 국내 최초의 비영리 공익 변호사 단체인 ‘공감(共感)’이 탄생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공감의 변호사들은 모금을 통해 형성된 기금에서 최소한의 월급을 받으며 어려운 사람들을 변론했습니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2005년 공감에 합류해 지금까지 활동 중인 황필규 변호사(34기)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공감에 합격한 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해 달라고 했더니 ‘물론 축하해주겠다. 하지만 나는 위로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아내의 말은 농담이었지만 그만큼 공익 변호사들의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괴짜 기수’로 유명한 사법연수원 41기부터는 공변이 확 늘었습니다. 41기는 연수생 시절이던 2011년 공변들을 지원하기 위한 ‘공익법률기금’을 처음으로 만들었는데요. 이름하여 ‘감성펀드’입니다. 41기 졸업생 1000명이 한 사람당 매월 1만원씩 내면 1000만원이 되고, 그 돈이면 공변 3명의 인건비가 나온다는 계산이었죠. 감성펀드를 만든

[UNGC 글로벌 인권경영 트렌드-上] 인권경영은 선택 아닌 필수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칼럼] 글로벌 인권경영 트렌드 <上> 애플은 한때 위탁생산업체인 중국 폭스콘 공장 노동자들의 잇달은 자살 사건으로 노동인권실태에 대한 거센 비판을 받았죠. 이에 애플은 지난 2008년부터 ‘협력업체 행동 수칙’을 만들었습니다. 자원 조달에서부터 제품 제조, 판매처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급망에 하청계약에 따른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조항을 협력업체에도 적용한 것이죠. 애플의 인권·협력업체 책임자는 “내부조사를 통해 청소 노동자들이 가장 위험하고 취약한 노동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후 전 세계 애플 점포에 대해 현장실사를 진행하고, 하청계약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애플은 부득이하게 하청계약이 필요한 경우, 본사가 실시하는 엄격한 하청계약 공급망 검증과 승인과정을 거치도록 한다고 해요. 애플의 사례는 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책 마련에서 나아가 공급업체, 하청업체에 대한 인권 관리체계 구축을 통해 인권침해를 예방에도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권경영에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들 인권경영이란 무엇일까요?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경영하는 것? 노동자 뿐 아니라 시민들의 인권까지도 보장해야 하는 것? 그 의미가 참 모호하고 넓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 인권 보장을 위해 국가가 할 일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정부와 의회는 기업이 인권을 존중하도록 법과 제도를 구축해야 하고요. 사법부에서는 사법적·비사법적 인권문제에 대한 구제 수단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인권 보장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인권경영이란 ‘국가의 보호 의무와 기업의 존중 책임, 국가와 기업의 구제에 대한 접근을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경영’을 의미합니다. 한 마디로 기업은 경영과정에 참여하거나 경영으로 인해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이들의 인권을

[진실의 방] 명령하는 왕관

성대한 축제의 날, 사자 레오가 온 나라 동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관’을 씁니다. 레오의 갈색 갈기 위에서 황금빛 왕관이 보기 좋게 번쩍입니다. 그런데 왕이 된 뒤 레오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왕좌에 앉아 기분 내키는 대로 법을 바꾸며 모든 걸 통제하려 들죠. 동물들은 ‘레오 폐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야 했습니다. 레오의 폭정은 갈수록 심해집니다. 높은 곳에서 군림하는 자신이 대단하게 느껴지죠. 동물들의 불만은 날로 커져가지만 감히 누구도 거역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악독하다면서 왜 왕으로 인정해?” 호기심 많고 겁이 없는 아기새 가 동물들에게 물어봅니다. “그야 왕관을 썼으니까.” 이 말을 들은 아기새는 폴짝 날아올라 레오의 머리에 있던 왕관을 낚아챕니다. 빼앗은 왕관을 돼지의 머리에 씌워주죠. 그러자 이번에는 돼지가 레오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립니다. 악어, 당나귀, 코끼리, 여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왕관을 쓰는 순간 모두 제멋대로가 됩니다. 아기새는 뭔가 결심한 듯 왕관을 낚아채 먼 수평선을 향해 날아갑니다. 그러고는 넓고 깊은 바닷속에 던져버리죠. ‘명령하는 왕관’이라는 동화책의 줄거리입니다. 어린이책이지만 어른들이 보면 더 뜨끔할 만한 이야기죠. 조그만 권력이라도 손에 쥐면 권리와 의무처럼 ‘갑질’을 해대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들이 떠오릅니다. 여러 가지 갑질 중에서도 최근에는 ‘직장 내 갑질’ 문제가 화두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한 일명 ‘양진호 방지법’도 오는 7월 시행되죠.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행위, 술이나 회식을 강요하는 행위, 정당한 이유없이 업무를 바꾸거나 일을 주지 않는 행위 등이 모두 처벌 대상입니다.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남북 교류, 사회적경제가 나설 때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내일부터 이틀간 베트남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지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수개월간의 냉각기를 거쳐 개최된 회담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비핵화 협상에 관한 구체적인 성과가 제시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번 회담 장소로 베트남이 선정된 것에 관심이 쏠린다. 베트남식 경제 개발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고, 베트남 역시 ‘도이머이’(베트남 개혁개방 정책) 모델을 전수할 의향을 밝히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로 나아가고 글로벌 투자를 통해 베트남식 개발 성과를 이룬다는 것은 남북한 평화와 성장의 장밋빛 미래로 느껴진다. 그러나 베트남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전형적인 부작용인 빈부 격차, 부정부패, 부동산 폭등, 환경오염 문제를 그대로 북한에 재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북한은 경제 개발에 있어 ‘단번도약’ 전략을 강조한다. 이는 제조업 산업 기반을 뛰어넘어 ICT 기반 지식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는 등 여러 단계를 뛰어넘는 경제 도약 전략이다. 핀테크 기반의 결제 시스템 도입, 은정첨단기술개발구 지정 등 첨단 기술 개발에 공을 기울이고 있고, 법으로도 경제·기술적으로 뒤떨어진 투자의 금지·제한을 규정하고 있다(경제개발구법 제6조). 단번도약은 남북한 공동의 목표가 될 수도 있다. 교류 협력을 통해 한반도 단번도약의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남북 교류의 파트너로 전통적으로 언급되던 대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술 기반 신성장 기업, 스타트업, 사회적경제 조직이 나서야 할 때다. 사회적경제는 시장 실패, 정부 실패,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경제 체제로, 우리나라에서는 IMF 이후 높아진 실업률과 사회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본격 확산됐다.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⑩] 기업경영의 절차적 공정성

한국이 세계 최강인 스포츠 종목은 무엇일까? 의심할 여지 없이 ‘양궁’이다. 1984년 LA올림픽 이후 지금까지 한국은 세계선수권을 포함한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의 대부분을 쓸어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양궁이 이토록 경쟁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선수 선발을 포함해 행정상의 절차에 공정성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절차적 공정성을 통해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기업에서도 절차적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채용과정에서의 불합리한 차별을 막기 위해 입사지원서에 출신 학교나 지역, 가족관계 등을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블라인드(blind)’ 채용이 그 예다. 그렇게 입사를 해도 일명 ‘360도 평가’라 불리는 다면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상급자뿐 아니라 동료, 부하직원, 내외부 고객의 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반 회사원이 임원이 되는데 평균 24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적 공정성이 재벌총수의 자녀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100대 그룹 총수 일가 자녀는 평균 5년 만에 임원이 되는 ‘초고속 승진’을 기록하고 있다. 그룹 내 근무 경력이 전혀 없이 바로 임원이 되는 ‘신입사원 임원’도 있다.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런 예외적인 상황이 점차 관행으로 굳어지는 상황이 문제다. 취준생들에게 “쓸데없는 스펙을 쌓지 말고 제대로 실력을 키우라”고 조언하는 기성세대의 말이 허망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청소년들의 꿈은 재벌 2세가 되는 것인데 부모가 재벌이 아니어서 불행하다는

[정연주의 우리 옆집 난민] 작은 소음에도 폭격 공포 느끼는 마야… 전쟁의 상흔은 깊습니다.

[정연주의 우리 옆집 난민]  빛나는 졸업장과 예쁜 꽃다발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선 열네 살 소녀 마야(가명). 사진 속의 마야는 그 어느 때보다 눈이 빛나고 볼이 상기되어 있습니다. 4남매의 맏이로서 아픈 엄마를 도와 집안 살림과 어린 동생들 돌보는 일을 감당하는 마야는 얼마 전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낯선 땅에서 자신보다 어린 학급 친구들과 생활해야 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마야네 가족은 시리아에서 왔습니다. 시리아는 내전으로 대부분의 지역이 파괴되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이지요. 마야 역시 고향 마을에서 수업을 받던 도중, 학교 건물이 폭격을 맞아 도망쳐야 했습니다. 자동차 정비사였던 아빠가 한국에 출장 간 사이 시리아에서 내전이 일어났기 때문에, 귀국하면 정부군이든 반군이든 어느 쪽에 강제로 징집을 당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느 편 군대에 소속되더라도 다른 편에서 마야 가족에게 보복을 하기 때문에 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야의 집이 폭격을 맞아 부서져 버립니다. 마야네 가족들은 외갓집으로 도망갔죠. 다행히 2013년 레바논의 한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마야와 엄마, 남동생은 아빠가 있는 한국에 올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온 뒤로는 두 명의 동생이 태어나 대식구가 되었지요. 마야 가족들은 언제 폭격당할지 모르는 공포 대신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희망을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야 가족에겐 고민이 있습니다. 피란길에 이어진 폭격과 총격들로 인해 아직도 마야와 남동생은 자그마한 소리에도 공포를 느낀다고 합니다. 지난해 마야는 치과 치료를 받다가 치료 기계 소음이 폭격처럼 느껴져 공황 상태가 찾아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