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6일(목)

[모두의 칼럼] 선한 도움, 무례한 도움

[모두의 칼럼] 선한 도움, 무례한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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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민(서울 강명중 2)
유지민(서울 강명중 2)

내 취미는 혼자 시내에 나가 노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최근에는 조금 어렵게 됐지만, 기회가 되면 무조건 나가려고 하는 편이다. 특히 대중교통 이용하는 걸 좋아한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내게 사람들은 힘들지 않느냐고 묻지만 그 힘듦과 비교할 수 없는 뿌듯함이 있다. 자립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간다는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물론, 대중교통을 타고 환승하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과정엔 늘 어려움과 돌발상황들이 있지만 그럴 땐 주저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렇게 만나는 사람 중에는 선량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주고,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물어봐 주는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종일 기분이 좋다. 필요하지 않을 때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선한 도움과 기분을 망치는 무례한 도움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착하고 선량한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선한 사람 열 명보다 무례한 사람 한 명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기억을 곱씹어본다. “어린애가 웬 휠체어 신세냐며 내 손에 1000원을 쥐여주던 어르신, “휠체어 탔는데도 예쁘네!”를 칭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내게 다음부턴 어른과 함께 타라며 승객들 다 들리게 쩌렁쩌렁 소리치던 버스 기사, “하나님 믿어야 장애가 고쳐진다며 버스 이동 시간 30분 내내 설교하던 어르신, 전동휠체어를 탄 나를 쫓아오며 달리기 경주를 하는 초등학생들…. 막상 적다 보니 끝도 없이 생각난다.

이런 일들을 자주 겪다 보니 나만의 대처법도 생겼다. 예전에는 처음 보는 어른들에게 함부로 굴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무례한 사람들에게 굳이 친절하게 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못 들은 척 무시하고 내 갈 길을 간다. 특히 혼자 외출할 때는 메이크업을 하고 어른스러운 옷을 입는다. 그러면 사람들이 확실히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 내 상황에서는 아이처럼 보여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

사실 휠체어를 타고 외출할 때는 챙기고 생각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가야 할 경로를 미리 모두 검색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 중간에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거나 하는 비상사태라도 생기면 경로가 꼬여버린다.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을 눈앞에 두고 돌아가야 하는 일이 자주 생기니 기본 소요 시간보다 30분에서 1시간은 여유를 두고 이동한다. 그렇지 않으면 십중팔구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한다.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이런 사정들을 알고 있어서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지만 미안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무례한 질문까지 듣게 되면 정말 난감하다. ‘어느 길로 가야 약속 시간에 덜 늦을지를 생각하느라 대꾸할 여유도 없다. (물론 대꾸할 마음도 없지만.) 그러다 보니 선한 도움을 주는 분들에게도 간혹 감사 인사를 제대로 못 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 자리를 빌려 이름 모를 그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어쩌다 보니 무례한 사람들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됐지만 세상에는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훨씬 많고 도움을 정말 많이 받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내 인생에서 누군가의 호의와 도움은 떼어놓을 수 없는 일이다. 무례한 사람들이 가끔 나를 가로막아도 혼자 시내에 나가 노는 즐거운 취미 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유지민(서울 강명중 2)

※’모두의칼럼’은 장애, 환경, 아동, 노동 등 공익에 관한 주제로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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