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가 군부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학생들에게 위문편지를 쓰게 한 일로 온라인상에서 한바탕 전쟁이 났다. 일부 학생들이 장병들을 조롱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게 알려지면서다. 학교는 편지를 쓴 학생들에게 1시간의 ‘봉사활동’ 점수를 인정해줬다고 한다. 미성년자인 여학생들에게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성인 남성을 위로하는 편지를 보내게 했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여혐·남혐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원론적으로 따지면 위문편지는 훌륭한 봉사활동이다. 코로나 이후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면서 ‘심리 케어’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투병 중인 동료를 정기적으로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온라인 응원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도 봉사활동에 해당한다. 하지만 위문편지를 쓰게 한 그 학교는 애초부터 군장병의 심리 케어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봉사활동을 해서 점수를 얻는 건 괜찮지만, 점수를 얻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건 ‘공익성’과 ‘자발성’이라는 봉사의 기본 원칙과 너무 멀어진다. 시대착오적인 봉사활동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매년 겨울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기업 임직원들의 ‘김장 나눔’과 ‘연탄 배달’ 봉사가 대표적이다. 이걸 한국 기업이 버려야 할 ‘적(赤)과 흑(黑)’이라고 표현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치라곤 담가본 적 없는 임직원들이 모여서 만든 김치를 누구 먹으라고 준다는 것인가. 맛있는 김치를 사주는 게 백 배 낫다. 연탄 배달 봉사도 마찬가지다. 임직원들이 일렬로 연탄을 나르며 구슬땀을 흘렸다는 구태의연한 스토리에 감동하는 사람은 없다. 봉사활동이 아니라 홍보활동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개발국 아동·청소년에게 티셔츠와 운동화를 보내주는 캠페인이 유행한 적 있었다. 하얀 티셔츠와 운동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