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원하는 개 농장 주인들을 돕습니다”

개 농장 폐쇄 지원하는 국제 동물권 옹호 단체 ‘HSI코리아’ 지난 10월 4일 오후 1시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말라뮤트 믹스견 피터(가명)는 지난 석 달간 자신을 돌봐준 이모, 삼촌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피터는 이날 오후 3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로 갔다. 같이 자란 15마리 개도 함께 떠났다. 피터를 비롯한 16마리의 개는 모두 국제 동물권 옹호 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코리아(Humane Society International Korea, 이하 HSI 코리아)’에 의해 경기도 남양주의 한 개 농장에서 구조됐다. 캐나다에 도착하면 HSI 캐나다의 보호소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된다. 피터가 있던 개 농장은 HSI 코리아가 2015년부터 진행 중인 개 농장 폐쇄 프로젝트의 열세 번째 대상지다. 피터네 농장 주인 이종민(71)씨는 30여년간 신문 배급소를 운영하다 은퇴하고서 12년 전 노후대책으로 이 개 농장을 인수했다. 처음엔 돈이 좀 됐다. 하지만 갈수록 개고기 수요는 줄어들고 ‘고깃값’이 떨어져 적자가 났다. 이씨는 “이제는 개고기 먹는 사람보다 안 먹는 사람이 훨씬 더 많지 않으냐”며 “여름 한 철 장사인데 그것마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개들도 잘 팔리지 않는 판국에, 사료 대신 식당에서 ‘짬밥(음식물 쓰레기)’를 얻어다 먹이는 게 불법이 되자 농장 운영이 더 어려워졌다. 200마리가 넘는 개들을 먹일 사료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과태료까지 내고 나면 이씨 손에 떨어지는 게 거의 없었다. 이씨는 “답답했던 찰나에 이 사람들(HSI)이 농장 폐쇄를 도와줄 수 있다고 해서 반가웠다”고 했다. 캐나다로 간 17마리를 시작으로,

무너지는 그룹홈…정부 지원 절실해

#1. A 씨(21·여)는 일곱 살 때부터 작년까지 그룹홈에 살았다.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 5~7명이 관리자 2~3명과 함께 일반 가정집에서 생활하는 주거 형태다. 대규모 양육시설이 아닌 가정집에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느끼며 생활할 수 있다는 게 그룹홈의 가장 큰 특징이다. A씨는 무려 14년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며 그룹홈 식구들을 둘도 없는 ‘가족’처럼 느끼며 자랐다. 가족이라 생각했기에 복지사가 손찌검을 해도 ‘사랑의 매’라고 여기며 자신을 설득했다.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고 욕설을 하며 나무라도 꾹 참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A씨의 마음속 상처는 깊어졌고, 결국 복지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제소된 복지사가 다른 그룹홈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A씨는 더 큰 상처를 입었다. 그룹홈에서 “제일 큰 언니로서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했다”며 A씨를 쫓아낸 것. A씨는 “폭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인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망연자실했다. 이후 다른 그룹홈에 입소했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다른 거처를 알아보던 끝에 숙식이 제공되는 골프장 부속 레스토랑을 찾아 현재 그곳에서 1년째 일하고 있다. A씨는 “그래도 여전히 내가 가족이라 할 수 있는 건 그룹홈 식구들뿐”이라고 했다. “인권위 제소 말고 다른 방법이 있었더라면, 하고 후회하곤 해요. 결국 유일한 가족마저 잃게 됐으니….” #2. B씨(20·남)는 7년을 그룹홈에서 보내고 올 1월 그룹홈 퇴소 의무 나이인 만 19세가 돼 독립했다. 7년간 B씨는 그룹홈에 들어왔다 크고 작은 사고를 내 다른 그룹홈으로 보내지는 친구들을 여럿 봐왔다. 복지사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은

갑작스럽게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정에 도움… “지역사회 안전망 더 촘촘하게 만들 것”

굿네이버스·신한금융지주 ‘위기가정 재기지원사업’ 공동 진행 굿네이버스는 올해 5월부터 신한금융지주와 함께 ‘위기가정 재기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 영웅 선정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위기가정 재기지원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급작스러운 위기 상황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에 빠진 가정이다. 가족 구성원이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취약 계층이 대상이다. 또 하나는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운 개인이나 단체에 포상하는 ‘희망 영웅’ 시상이다.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총 60억원이다. 3년짜리 사업으로 한 해 20억원씩 집행된다.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684가구 2243명에 총 9억4500만원이 지급됐다. 이 가운데 생계주거비가 5억5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희망영웅 포상금으로는 6300만원이 쓰였다. 지원 대상자 중에는 한 부모 가정이 많은 편이다. 실무를 맡은 강인수 굿네이버스 복지사업팀장은 “공공 영역에서 지원을 받는 대상자를 중복으로 지원하지 않도록 설계를 했는데 한 부모 가정의 비중이 컸다”면서 “거꾸로 생각해 보면 한 부모 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원이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한 부모 가정은 보통 30~40대 젊은 보호자가 어린 자녀와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소득은 있지만 생활은 빠듯하다.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사고, 질병으로 인한 소득 절벽에 빠진 이들은 관리비를 체납하기도 한다. 강 팀장은 “위기 가정은 큰 빚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작은 빚이 쌓여 나중에 빚더미에 앉게 될 우려가 있는 가정을 말한다”면서 “조기 지원을 통해 이들이 하루빨리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업을 진행한 지 7개월

위험 무릅쓰고 용기로 선행을 실천하는 사람들…우리의 이웃이자 ‘희망 영웅’ 소개합니다

평범한 시민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굿네이버스와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5월부터 의로운 행동을 한 시민이나 단체를 ‘희망 영웅’으로 선정해 상을 주고 있다. 희망 영웅은 굿네이버스 사무국에서 자체 진행하는 언론 모니터링과 외부에서 추천받은 사례를 종합해 이타성·확산성 등 기준에 따른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지난 13일에는 올해 일곱 번째 희망 영웅이 탄생했다. 남다른 용기와 희생정신으로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밝힌 희망 영웅들을 소개한다. 1차 희망영웅_ 조상현서울 마포대교 난간 너머에 선 남자. 그리고 투신하려는 이 남성의 허리를 붙잡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틴 시민이 있다. 제1차 희망 영웅으로 선정된 조상현(28)씨는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지는 순간인데 못 본 척 지나갈 순 없었다”고 말했다.당시 조씨는 자전거를 타고 마포대교를 건너던 중이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지만, 그는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았다. 조씨는 투신하려는 사람에게 농담을 던져가며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본의 아니게 초면에 ‘형, 동생’ 하게 됐다. 그는 “능청도 떨어보고 부탁도 해봤다”면서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에 온갖 이야기가 나오더라”고 말했다. 신고 5분 뒤 구조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조씨의 기지로 버틴 덕에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2차 희망영웅_ 박진화·김을석·김영찬물에 빠진 자동차 운전자를 구하려고 어선을 몰고 나간 시민이 있다. 지난 6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부둣가에서 한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그대로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마침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박진화(35)씨는 이웃 주민 김을석(50)씨와 함께 작은 어선을 몰고 자동차에 접근해 밧줄로

무수한 관심·기금 모인 저개발국 ‘우물 기부’… 그 많은 우물은 잘 쓰이고 있을까?

[더나은미래·이랜드재단 공동 캠페인 물을 선물합니다!] ②-마을 살리는 ‘우물’ 이야기 몇 년 전 캄보디아 타케오주의 한 농촌 마을에서 주민들이 국내 NGO가 만들어준 우물물을 마시고 단체로 병에 걸리는 일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온몸에 까만 반점이 생기는 증상을 겪거나, 심하면 팔꿈치와 무릎 등이 녹아내리는 등 비소 중독 증세를 보였다. 당시 현지 언론은 캄보디아 내 13개 주 중 7개 주에 있는 우물들이 독성 물질인 비소에 오염됐다고 전했다. 저개발국가들에 대한 ‘우물 기부’가 유행처럼 확산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비소나 인분 등에 오염된 우물, 망가져 방치되는 우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지역의 토양 특성을 면밀히 조사하지 않고 빠르게 짓다가 애초에 잘못 만들어진 우물도 많고, 제대로 지었다 해도 관리가 안 돼 고장 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한다.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우물 기부가 보여주기 식으로 변질되면서 저개발국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다. ◇너도나도 우물 기부… 실제 이용 가능한 건 많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서 식수가 부족한 저개발국의 신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비영리단체,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저개발국 식수 개발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우물 건립’이다. 상수도 시설 설치에 비해 공사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저개발국에 ‘우물 기부’를 하기 위한 모금이 줄을 이었다. 한 방송사는 우물 기부를 주제로 한 모금 프로그램을 주말 황금 시간대에 방영할 정도였다. 수많은 우물이 만들어졌지만, 결과가

[Cover Story] 北에 가장 시급한 건 ‘식량’과 ‘영양’… 식량 공급·농업개발 지원 동시에 이뤄져야

대북 지원 단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남북 관계에 순풍이 불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대북 지원 사업을 재개하느라 분주하다. 지난 9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하 북민협) 회장이 3차 남북 정상회담 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에 다녀온 데 이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유진벨재단 등이 잇달아 방북 길에 올랐다. 각 단체는 북한과 구체적인 대북 지원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북 지원에 강한 제동을 걸었던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최근 유니세프, 세계식량기구 등의 인도적 지원 요청을 받아들인 것. 마우드 프로베르그 국제적십자·적신월사연맹(IFRC) 공보과장은 “인도적 지원을 목적으로 한 대북 제재 예외 요청 승인이 탄력받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태도가 안팎으로 변화하면서 대북 지원 및 남북 협력 사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문제는 남북 교류가 최근 10년간 단절된 탓에 북한이 현재 겪고 있는 빈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나은미래는 북한 사무소를 두고 20년간 대북 지원을 펼치는 국제 비영리 단체 컨선월드와이드와 함께 북한의 현황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2018 유엔 북한 필요와 우선순위 보고서'(이하 ‘북한보고서’), ‘컨선월드와이드 빈곤취약지수'(이하 ‘빈곤취약지수’)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 북한에 필요한 도움이 무엇이며,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분석했다. ◇강원도·양강도·황해북도, 빈곤율 높아 북한보고서와 빈곤취약지수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강원도·양강도(량강도)·황해북도가 인도적 지원이 가장 시급한 지역으로 꼽혔다. 강원도와 황해북도는 자연재해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은 가뭄과 태풍·홍수 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예방하거나 복구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강원도와 황해북도에서

공기업들 ‘인권경영’ 본격화… 35곳 중 7곳이 ‘2단계’ 인권 영향 점검 돌입

‘인권경영’을 위한 공기업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8월 정부가 향후 5년간의 인권 정책을 담은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확정하며 ‘기업과 인권’ 항목을 신설한 데 이어, 같은 달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공기관 인권경영 매뉴얼’을 공표하며 인권경영 이행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함에 따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공기업들이 가장 신경 쓰는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도 인권경영 점수가 포함됐다. 올해 평가부터 배점이 확 높아진 사회적가치 항목에 인권경영이 반영된 것이다. 인권경영이란 ▲기업 운영 ▲사업 실행 ▲이해 관계자(임직원, 지역 주민, 협력사)와 소통하는 데서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공공기관 인권경영 매뉴얼은 꽤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인권경영 체계 구축(1단계) ▲인권 영향 평가 실시(2단계) ▲인권경영 사업 실행·공개(3단계) ▲구제 절차 제공(4단계) 등으로 인권경영 절차를 소개한다. 전담 부서를 꾸리고, 기업 운영과 사업에 대한 인권 영향 평가를 거친 뒤, 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설명이다. 더나은미래는 우리나라 공기업 35곳을 대상으로 인권경영 준비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이 1단계인 ‘인권경영 체계 구축’ 단계를 밟고 있었다. 전담 직원이나 부서를 지정해 직원 교육을 하거나 인권경영 지침이나 선언문을 만들어 공표하는 단계다. 대체로 사회적 가치 전담 부서나 혁신·동반성장 관련 부서가 인권경영을 담당하고 있었다. 신년 조직 개편 때 인권경영 전담 부서를 새롭게 만든다는 응답도 있었다. 인권경영 관련 별도 의사결정 기구를 꾸린 기업도 9곳이나 됐다.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관광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조폐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전력기술, 한국석유공사 등이 임직원과 인권 전문가, 협력사

시설 벗어나 지역사회로… 중증장애인 행복한 자립 돕는다

시설에서 평생을 지내야 했던 중증장애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중증장애인의 ‘탈(脫)시설’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탈시설은 장애인이 복지 시설에서 자립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중증장애인의 탈시설 지원’을 꼽으면서 시동이 걸렸다. 올해 3월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들을 지속적으로 돌보기 위한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중심 돌봄)’를 핵심 사업으로 내세우며 ‘커뮤니티 케어 추진단’을 꾸렸다. 서울시도 ‘장애인 자립 생활 지원 5개년(2018~2022) 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260호의 지원 주택을 짓기로 했다. 장애인 복지 시설들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장애인이 자립을 준비하면서 필요한 돌봄 서비스도 함께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다양한 주거 형태 속에서 자립을 체험하다 서울 강남구의 충현복지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서울시 시범 사업으로 ‘발달장애인주거생활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이 ‘체험형 주택’에서 자립을 연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센터의 ‘주거 매니저’와 ‘주거 코치’가 발달장애인들이 집을 구하는 것부터 취업 알선, 이웃과의 관계 형성까지 돕는다. 그 결과 지난 1년간 양천구의 체험형 지원 주택에서 생활한 발달장애인 10명 중 6명이 올해 독립했다. 이 밖에도 ‘자기 집’에 살며 주거 지원 서비스를 받는 강남구·양천구 지역 장애인도 24가구에 이른다. 이선영 충현복지관 주거생활지원팀장은 “발달장애인 부모는 자녀가 지원주택에서 사는 모습을 보면서 독립에 대한 우려를 덜고, 당사자는 부모 없이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음을 체험할 수 있다”며 “기관이 기존에 운영하는 낮 활동, 취업 연계, 밑반찬과 조식 지원 서비스 등과 연계해 통합

청소년 목소리 직접 듣는 지방정부… 아동친화도시 늘어난다

아동·청소년 참여권 증진, 지자체가 뛴다 올해 아동권리지수에서 가장 많이 상승한 분야는 ‘참여권’이다. 참여권은 아동이 자신의 일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생존권·보호권·발달권에 비해 보장 수준은 낮은 편이지만, 가장 빠른 증가 속도를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들도 아동·청소년의 참여권 증진을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청소년 목소리로 도시 정책 만든다 지난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청소년 200인 원탁토론회’에 부산 지역 청소년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학생들은 토론을 주도하는 20명의 리더 토론자를 중심으로 총 20개의 테이블에 나눠 앉아 ▲건강 ▲문화와 여가 ▲안전 ▲사회 참여 ▲교육 정책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학생들의 관심사는 ‘문화와 여가’ ‘교육 정책’부문에 집중됐다.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걸음 하기 어려운 미술관·박물관 관람을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학업으로 인한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고등학생 중심으로 나온 목소리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로 지정된 ‘문화가 있는 날’처럼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문화의 날’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호응을 얻었다. 이 밖에 청소년 연합 체육대회, 대선 청소년 모의투표 등의 의견도 눈에 띄었다. 교육 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되자 ‘자유 학기제’에 대한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김민현(부산외고 2)군은 “자유 학기제가 전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부 학교에서는 인기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박나연(부산외고 2)양은 “프로그램 정원을 늘리거나 여러 반으로 만들면 될 텐데 학교에서는 형식적으로 진행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경험에서 나온 제안도 있었다.

한국 아이들 얼마나 잘 살고 있을까?… 지수 소폭 올랐지만 아직 ‘C학점’

굿네이버스 ‘2018 아동권리지수’ 분석해보니 한국 정부는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에 가입했다. 27년이 흐른 지금, 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권리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최근 굿네이버스는 UNCRC 채택일을 기념하는 ‘세계 아동의 날'(11월 20일)을 맞아 국내 아동 9176명과 보호자 9176명 등 총 1만83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 아동권리지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종합 평균점수는 71.2점. UNCRC에 명시된 아동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 등 네 분야의 지수를 종합한 점수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아동권리지수를 발표한 이후, 2년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책임연구원인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1차 조사 결과인 69.2점에서 올해 71.2점으로 소폭 상승했는데, 네 가지 권리 중 참여권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전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면서 “대학 학점으로 치면 여전히 C학점 수준이지만, 우리 사회가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대전 아동권리지수 전국 최고… 학년 올라갈수록 하락 연구에 따르면, 아동권리지수는 실제 아동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아동권리지수가 높은 아이들은 자아 존중감, 행복, 학업 성취 등 긍정적인 발달 결과가 높게 나타났고, 반대로 부정적 발달 결과인 스트레스, 불안, 공격성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역별로 비교해 보면 대전의 아동권리지수가 106.5점(평균을 100점으로 두고 지역별 상대지수로 환산)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울산(105.7점), 제주(105.3점), 부산(104.7점), 대구(104.1점), 서울(102.7점) 순으로 나타났다. 아동권리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2016년 대비 2018년 아동의 건강검진 비율은 높아지고, 수면만족도가 개선되는 등 객관적 건강 지표들의 증가를

스펙·취업 걱정은 “NO” ‘청년 공간’서 마음껏 모험해봐

서울에서 시작된 ‘청년 공간’ 바람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청년 공간은 취업, 공부, 창업, 연구, 놀이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할 수 있는 청년들의 공간을 가리킨다. 서울시의 청년 공간 브랜드인 ‘무중력지대’는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G밸리(가산동점·가리봉동점·구로동점), 대방동, 목동, 창동, 동선동, 서대문(무악재점·홍제동점) 등 6곳에 문을 열었다. 서울시가 만든 ‘청년교류공간’, 금천구가 주도한 ‘청춘삘딩’, 강동구가 세운 ‘청년마루’ 등도 올해 설립됐다. 서울 외 다른 지역에서도 ▲청년바람지대(경기) ▲당진시 나래(충남) ▲청춘나들목(대전) ▲원주시 청년마을(강원) ▲전주시 비빌 1·2·3호(전북) ▲청년두드림센터(부산) ▲청년다락(제주) 등을 잇달아 오픈했다. 전문가들은 “스펙 쌓기, 취업난 등에 짓눌린 청년들에게 마음껏 모험할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청년 공간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나은미래는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지역의 15개 청년 공간을 직접 방문해 청년 공간 지도를 완성했다. 카페나 학습 공간처럼 단순히 공간만 대여하는 곳은 제외했다.   ◇지역 커뮤니티에 중점을 둔 청년 공간 청년 공간 중에서도 ‘무중력지대 G밸리’는 지역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한 곳이다. 이곳에선 청년들에게 지역 커뮤니티 활동비, 공간,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지음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청년과 리더십을 갖춘 시니어를 연결하는 ‘G밸리멘토링프로그램’도 세대 간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호평받고 있다. 이용이 저조했던 금천구의 청소년독서실을 지역 청년들이 직접 기획해 청년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청춘삘딩’도 청년의 커뮤니티 참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 ‘두잇(do it)’은 지역 활성화에 뜻을 둔 청년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해준다. 매주 목요일 7시에는 소셜 다이닝 프로그램 ‘대대식당’을 열어 ‘혼밥’하는 청년들이 네트워킹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성북구

더 나은 미래 위해, 기자가 해봤다 … 미세 플라스틱 줄이는 세탁용품 사용기

올해 환경 분야의 화두 중 하나는 ‘미세 플라스틱’이었다. 각종 환경과학 분야 학회지에 발표된 ‘해양 동식물 체내에 미세 플라스틱 축적’ ‘전 세계 바다 소금의 90%에서 미세 플라스틱 검출’ 등의 연구 결과는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됐다. 스티로폼, 페트병, 비닐 등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가 잘게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최근에는 ‘세탁기’가 미세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각종 합성섬유가 세탁 과정에서 조각나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이 조각들이 배수구를 타고 내려가 바다로 흘러간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일상 곳곳에 합성섬유가 널렸다는 것이다. 100% 면으로 된 줄 알았던 셔츠에는 폴리에스터가, 데님 생지인 줄 알았던 청바지에는 스판덱스가 섞여 있다. 비닐봉지 대신 사용하는 장바구니는 100% 나일론이다. 환경을 위한다면 이런 것들을 죄다 버리고 순천연섬유 제품들만 사용해야 하는 걸까. 웬만하면 옷을 빨지 말아야 하는 걸까. 고민하던 기자에게 ‘신기한 물건’이 포착됐다. 바로 미세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여주는 세탁용품이다.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제품이라 ‘해외 직구’로 직접 사용해봤다. ◇미세 플라스틱 섬유 잡는 세탁 공 ‘코라 볼’ 써 보니 기자가 인터넷으로 구매한 제품은 ‘코라 볼(Cora ball)’이다. 뉴저지 바닷가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대학에서 해양 고고학을 전공한 미국 여성이 개발한 제품이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세탁 중 옷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 섬유를 잡아내는 세탁 공(laundry ball)’이라는 소개 글이 적혀 있었다. 사진으로 보니 부드러운 플라스틱 재질(100% 재활용 플라스틱이라고 한다)에 표면이 동그랗고 작은 고리들로 덮여 있어 반려동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