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각) 러시아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州)가 카호우카 댐 파괴로 물에 잠겨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농업 생산량 회복에 20년 걸린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략으로 급감한 농산물 생산량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2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 시각) 키이우 경제대학교(KSE)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자체 모델링 결과를 바탕으로 해바라기, 보리, 밀 생산량은 2040년에야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옥수수, 호밀, 귀리 생산량은 2050년은 돼야 회복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을 받기 전인 2021년, 연간 1억600만 톤에 달하는 곡물과 유지 종자를 수확했다. 우크라이나 농업부 전망에 따르면 올해 생산량은 6500만 톤까지 감소할 수 있다. ‘유럽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확에 차질이 생기면서 세계 식량위기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직후 곡물 수출 창구 역할을 하던 항구들이 봉쇄되면서 세계 곡물 가격은 한 차례 급등했다. 지난 6일에는 우크라이나 남부 카호우카댐 붕괴로 인근 곡창지대가 물에 잠겨 전 세계 곡물가격이 들썩였다.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서 밀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4%, 옥수수 가격은 2% 상승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56㎞ 떨어진 해역, 난민들이 독일 구호단체 ‘시워치-3(Sea Wathch-3)’가 설치해놓은 튜브에 위태롭게 매달려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조선DB
이주민들의 목숨 건 여정… 지난해 중동·북아프리카서 3800명 사망

지난해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사망한 이주민이 38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1% 증가한 수치다. 국제이주기구(IOM)는 13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지난해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을 경유하던 이주민 3789명이 사망했다”며 “IOM에 등록된 전 세계 이주민 사망자 수 6877명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중해를 넘는 바닷길에서 2406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레바논에서 그리스·이탈리아 등 유럽으로 향하는 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사람도 174명이었다. 육로도 안전하지는 않았다.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다가 203명이 사망했다. 리비아 사망자가 117명으로 가장 많았고 알제리(54명), 모로코(13명), 튀니지(10명), 이집트(9명)가 뒤를 이었다. 또 이민자에 대한 표적 공격이 성행한 예멘에서 876명이 사망했다. IOM은 “사망자의 92%는 신원 확인이 되지 않는다”며 “공식적인 데이터가 풍부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 지역에서 숨진 이주민 수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이주민 희생자가 발생한 곳은 지중해를 넘는 바닷길로, 2406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오스만 벨베이시 IOM 중동·북아프리카 지역국장은 “중동·북아프리카를 경유하는 이민자 루트에서 이토록 많은 사망자가 나온 만큼, 즉각적인 관심과 이민자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포티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족. /서보민 청년기자(청세담 14기)
“이동하기 어렵다고요? 김포공항에서는 ‘시니어 매니저’를 찾으세요”

사회적기업 리베라빗, 공항 내 이동 지원日평균 468명 이용… 시니어 일자리 창출 “짐도 많은데 공항까지 타고 가세요.”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 내린 한 가족에게 유신일(67)씨가 말을 걸었다. 유씨 옆에는 6명이 탈 수 있는 흰색 카트가 서있었다. 유씨는 지하철역에서 공항까지 승객을 태우고 전동카트를 운전하는 일을 5년째 하고 있다. 짐 가방을 트렁크에 넣고 ‘신기한 자동차’에 올라타는 어린이 얼굴에 설렘이 묻어났다. “안전 체인 꼭 잠가 주세요.” 유씨는 출발 전 안전수칙을 일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손자뻘 어린이 이용객을 대하는 그에게서 노련함이 보였다. 사회적기업 리베라빗은 한국공항공사, 함께일하는재단과 2018년 1월부터 ‘포티케어(Porty Care)’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영유아·고령자 등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유씨와 같은 시니어 매니저가 지하철역부터 공항까지 전동 카트로 데려다 주는 서비스다. 평균 나이 65세. 시니어 매니저의 하루를 지난달 5일 동행 취재했다. 오전 10시. 비 오는 아침부터 김포공항은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지팡이를 짚은 노인, 임산부, 휠체어를 탄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손에는 우산과 짐이 한가득이었다. 공항 곳곳에서는 유씨 같은 시니어 매니저가 운전하는 흰색 카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지하철 김포공항역은 환승 동선이 길고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김포공항역은 5호선과 9호선, 공항철도, 김포골드라인, 그리고 곧 개통할 서해선까지 총 5개 지하철 노선이 모인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조사 결과 김포공항역은 수도권 107개 철도 환승역 가운데 2번째로 환승 환경이 나빠 ‘최악의 환승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방문객들은 거대하고도 복잡한 교통섬 속에서 길을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자동차를

1교시 ‘아침 열기’ 시간 모습. 학생들은 신체활동과 함께 서로 인사하고 칭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백민정 청년기자
“세상에 문제있는 아이는 없다”… 느린 학습자들의 학교 이야기

‘사람사랑나눔학교’ 수업 현장을 가다 “자기 앞에 놓인 종이들을 같은 모양과 색으로 구분해보세요. 초록색 네모 종이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사람사랑나눔학교(이하 ‘나눔학교’) 초등반 교실. 조금은 특별한 ‘경제’ 수업이 시작됐다. 교사의 설명만 들어보면 ‘미술’ 수업 같지만, 학생들의 책상에 놓인 건 색종이가 아닌 다양한 색과 형태의 ‘지폐’들이다. 담임인 류호정 교사는 “외운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는 ‘느린 학습자’들을 위해 교과목 중심의 지식 전달 교육 대신 ‘감각’을 통해 만지고 느끼며 개념을 익히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느린 학습자란 지능지수(IQ) 71~84 사이의 ‘경계선 지능인’을 주로 가리킨다. 서울시경계선지능인평생교육센터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약 13.5%가 경계선 지능에 속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지난 2020년 서울시가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지난 4월 국회에서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이 발의되는 등 비교적 최근에서야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나눔학교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느린 학습자’를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경계선 지능뿐 아니라 자폐스펙트럼, ADHD, 발달장애 등 다양한 유형의 느린 학습자 55명이 나눔학교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다. 강소영 나눔학교 교장은 “느린 학습자들에게 일반 학교는 배움이 없는, 그저 물리적 공간에 불과하다”면서 “사회성과 문제해결력이 부족해 왕따와 괴롭힘에 시달리기 쉽다”고 말했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있는 느린 학습자들을 위한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외우지 않고 느껴요”… 감각 중심 교육 이날 경제 수업에서 학생들은 1000원, 5000원짜리 화폐의 가치와 계산법을

지난달 초 캐나다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동부 퀘백주를 중심으로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韓면적 절반 태운 캐나다 산불, 원인은 가뭄과 병충해

캐나다에서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사상 최악의 산불 원인이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와 가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3일(이하 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 생태학자·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잎말이나방과(科)의 유충 피해에 주목했다. 갈색 바탕에 짙은 갈색 무늬·띠가 도색된 잎말이나방과는 식물의 잎을 갉아먹는 해충으로, 특히 침엽수림에 치명적이다. 잎말이나방과는 일반적으로 캐나다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서식하지만, 온난화 탓에 캐나다 중부 지역으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과학자들은 건조한 기후로 인한 가뭄, 수목을 갉아먹는 해충으로 고사하는 산림 면적이 늘면서 화재가 더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천연자원부 소속 과학자 케이샌드라 월드런은 “과거 잎말이나방과 유충은 남쪽의 전나무 서식지에서 볼 수 있었지만, 지구온난화로 유충이 북상하면서 북쪽 지역의 가문비나무가 말라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캐나다 임업 관리자들에 따르면, 잎말이나방과는 나뭇잎의 85%가량을 갉아먹는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기후과학자 저스틴 맨킨은 “급격한 가뭄 시작과 대규모 산불, 악화한 대기 질은 모두 지구온난화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산불 발생 빈도가 잦아지면서, 아스펜나무·자작나무 등 수명이 짧고 빨리 자라는 나무들이 가문비나무같이 수명이 긴 수목을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과학자들은 “산림 생태계 변화는 서식하는 동물 종을 바꾸며, 수명이 짧은 나무들은 되레 탄소·메탄을 흡수하지 못하고 방출한다”고 지적했다. 12일 기준 캐나다 전역에서 산불로 소실된 면적은 약 490만ha로, 대한민국 면적(약 1004만ha)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캐나다산림청(CFS) 소속 과학자인 엘런 휘트먼은 “올해 산불은 아주 이례적”이라며 “과학자로서 오랫동안 기후변화와 산불의 연관성에 대해 경고했지만, 현실에서

11일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코트에서 '풀씨아카데미 네트워킹 데이'에 참여한 동문들. /더나은미래
풀씨아카데미 네트워킹 데이 “소통하며 환경문제 푼다”

“2030 플로깅 크루인 하랑플로어크루를 꾸려 광주와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매주 플로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풀씨아카데미에서 일주일 챌린지로 시작한 플로깅을 일상에서 이어가는 거죠.” (정수곰·풀씨아카데미 5기) “현재 서울환경연합에서 자동차 운행 축소를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풀씨아카데미에서 들었던 수업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최화영·풀씨아카데미 2기) 11일 서울 종로구의 복합문화공간 코트에서 풀씨아카데미 ‘네트워킹 데이’ 행사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환경 분야 공익활동가를 양성하는 풀씨아카데미의 동문들이 함께 만나는 첫 번째 자리다. 풀씨아카데미는 지난 2018년 재단법인 숲과나눔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으로 주최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수료생 129명을 배출했다. 이날은 동문 10여 명과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 등이 참석했다. 네트워킹 행사는 환경운동가와 문화기획자들이 모여 만든 ‘마르쉐 시장’과 함께 열렸다. 마르쉐 시장은 숲과나눔·농부시장마르쉐@가 공동 주최하는 도시형 장터로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거래하고 네트워크도 쌓을 수 있다. 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된 풀씨아카데미를 비롯해 시민 아이디어 지원사업 ‘풀씨’, 환경 분야 비영리조직으로 구성된 ‘초록열매’ 등에 소속된 여러 구성원이 생물다양성, 기후위기, 식량주권 등을 주제로 하는 소모임을 진행했다.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은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풀씨 네트워크의 싱크탱크로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동문들은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3기 수료생인 정예은(24)씨는 “풀씨아카데미 수료 이후 학내 동아리를 꾸려 공익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환경문제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어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며 “동문 간 네트워킹이 이런 외로움을 이겨낼 힘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1기 수료생인 김윤호(32)씨도 “네트워킹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 시야도 넓힐 수 있다”면서 “관심 분야를

청세담14기 청년기자들이 플라스틱 장난감 칼을 분해하고 있다. /정예림 청년기자(청세담14기)
“재활용률 낮은 폐장난감, 분해하면 건축자재가 됩니다”

플라스틱·고무·쇠 섞인 복합물질수작업으로 분해해 재생원료 추출 유아용 킥보드, 소꿉놀이 세트, 캐릭터 인형·피규어…. 경기 고양에 있는 사단법인 ‘트루(Toy Recycle Union)’의 사무실에는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만큼이나 각양각색의 놀잇감이 겹겹이 쌓여있다. 얼핏 보기엔 새것 같지만, 주인 손을 떠난 폐장난감이다. 트루는 헌 장난감을 기부받아 재활용하는 비영리단체다. 이들은 기업이나 시민들에게 받은 폐장난감을 하나씩 분해해 플라스틱만 따로 모아 재질과 색깔별로 분류하고, 이를 플레이크 형태로 분쇄한 뒤 압축해 ‘플라스틱 판재’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판재는 인테리어 소품, 건축자재, 예술작품 등에 쓰인다. 지난달 8일 방문한 트루 사무실은 폐장난감 분해 작업 중인 봉사자들로 분주했다. 폐장난감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분해 작업이다. 촘촘하게 조립된 장난감 하나를 분해하는 데만 최소 30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스틱·철·쇠·고무 등 복합물질로 이뤄져 있어 분해도 까다롭다. 한정된 시간 내 최대한 많은 장난감을 분해하기 위해 트루는 직원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청년기자들도 일일 봉사자로 장난감 분해 작업에 참여했다. 작업 테이블 위에는 플라스틱 장난감 칼과 글루·드라이버·드릴·펜 등의 공구들이 놓여 있었다. 목장갑을 착용한 뒤 안전 수칙과 직조, 매듭법을 익혔다. 작업 과정은 간단한 듯했지만 쉽지 않았다. 먼저 드라이버로 장난감 중심축에 박힌 나사들을 풀어야 한다. 15개가 넘는 나사 구멍에 드릴을 넣으면 되는데, 나사가 깊숙이 박혀 있어 볼트에 드릴의 턱을 맞추기 어려웠다. 간신히 드릴을 나사 구멍에 넣었다면, 천천히 드릴 트리거를 잡아당겨야 한다. 노후화된 장난감은 나사가 플라스틱 본체에 붙어 쉽사리

지난달 8일 지분투자형 표준사업장 ‘브라보비버대구’를 찾은 김동주, 성가현, 이혜림, 조영은 청년기자가 발달장애인 사원 이민령씨의 안내에 따라 쿠키를 포장하고 있다. /대구=조영은 청년기자
설립 1년 ‘브라보비버대구’, 지역의 발달장애인 고용을 바꾸다

“스티커에 있는 선을 따라 똑바로 붙여야 해요”  쿠키를 포장하는 취재진의 모습을 ‘매의 눈’으로 살피던 발달장애인 사원 이민령(24)씨가 주의를 줬다. 벌써 세 번째 지적이다. 비장애인에게도 쉽지 않은 쿠키 포장 작업을 발달장애인 사원들은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착착 해냈다.   지난달 8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4명이 ‘브라보비버대구’를 방문했다. 지난해 5월 설립된 브라보비버대구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수제 쿠키와 드립백 커피를 생산하는 회사다. 55명의 발달장애인 직원과 8명의 매니저가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다. 강동욱 브라보비버대구 대표는 “장애인 고용 문제는 지방에서 무척 심각하다”면서 “대구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장애인을 채용한 게 이례적이라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지분투자형 표준사업장, 기업과 사회 모두 ‘윈윈’ 브라보비버대구는 전국 최초의 ‘지분투자형 표준사업장’이다. 발달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가 고안한 모델로,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기 어려운 기업들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아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투자한 지분만큼 장애인 고용을 인정받을 수 있다. 강동욱 대표는 “지분투자형 표준사업장은 ‘기업’과 ‘사회’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한 기업은 정부에 ‘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지분투자형 사업장에 참여할 경우 의무고용률도 채울 수 있고, 제품도 납품받을 수 있어 기업으로서는 이득이다. 또 사회적으로는 장애인 고용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으니 기업과 사회 모두 윈윈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브라보비버대구는 투자 기업들에 쿠키와 커피 드립백을 납품하고 있다. 납품 받은 제품을 직원 복지용으로 나눠주는 기업도 있고, 기부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의 성공에 힘입어 인천과 경기 의정부에도 지분투자형 표준사업장 2호와

이랜드재단 로고. /이랜드
이랜드재단, 가정밖청소년 지원 플랫폼 구축한다

이랜드재단이 가정밖청소년을 돕기 위한 온라인 자선 플랫폼을 구축한다. 13일 이랜드재단은 “전국 각지에 흩어진 청소년회복센터가 원활하게 소통하고 상담센터, 병원, 교회 등 협력기관으로부터 자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청소년회복센터는 소년법에 근거해 감호 위탁처분을 받은 보호소년을 보살피는 곳이다. 보호자 대신 신병인수 위탁보호위원이 가정과 같은 공동체에서 상담·주거·학업·자립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이랜드재단은 지난 7일 부산 서면 NC백화점에서 푸른열매청소년회복센터, 위드청소년회복센터 등 청소년회복센터 4곳의 관계자와 ‘청소년회복센터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청소년회복센터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보호처분을 받은 가정밖청소년이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랜드재단은 “그동안 청소년회복센터를 통해 수많은 가정밖청소년의 재비행률은 줄었지만, 이들을 향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센터 퇴소 이후 단절되는 지원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더불어 가정밖청소년 민간 지원단체 5곳과 협약을 체결해 가정밖청소년 200명에게 멘토링도 진행한다. 이랜드재단은 “이랜드재단은 온라인 자선 플랫폼을 통해 청소년회복센터에 필요한 여러 협력기관을 소개하고 연결할 것”이라며 “앞으로 가정밖청소년을 시작으로 더 많은 영역의 소외된 이웃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지난달 13일 경기 남양주 지역자율방재단원들이 배수구 아래 쌓인 흙먼지·낙엽 등을 괭이와 삽으로 퍼내고 있다. /장성희 청년기자
방재전문가 된 주민들… 지역자율방재단, 여름철 안전사고 막는다

주민이 주도하는 민간 자율방재단재난 예방부터 초기 대응·복구까지 올여름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폭우와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작년 여름 갑작스러운 폭우로 서울·포항 등 전국 곳곳에서 수해 피해가 발생한 탓에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지역 주민들이 이끄는 지역자율방재단(이하 방재단)은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방재단은 지역주민 스스로 각종 자연재해 예방·대응·복구 활동에 참여하는 민간 조직이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228개 시군구에서 약 7만명의 단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행정안전부·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위험지대를 발굴하고, 문제 해결에 나선다. 각 방재단은 운영에 필요한 소정의 활동비를 소속 지자체로부터 받는다. 방재단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재난 예방이다. 특히 강수량이 많은 여름에는 지역 내 취약시설에 대한 사전 점검·정비가 이뤄진다. 본격적인 수해 예방 활동에 돌입한 남양주 지역자율방재단 활동에 지난달 13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들이 동행했다. 권영수(64) 남양주 방재단장은 “최근 몇 년 해마다 물이 범람했다”며 “지역 내 배수펌프를 하나씩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뭇가지나 흙먼지가 배수 구멍을 막으면 빗물이 빠지지 않을뿐더러 하천의 역류를 막는 밸브를 잠글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 방재단의 영문 약자인 ‘CAIND(Citizen corps Active In Disaster)’가 새겨진 초록 조끼차림의 단원들이 남양주 퇴계원읍 신화촌에 모였다. 왕숙천 둑을 따라 설치된 배수펌프 19기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단원 6명은 능숙하게 배수구 위에 덮인 고무 매트와 얇은 철판을 걷어냈다. 판 밑의 배수구 덮개를 열고서 빗물이 구멍으로 잘 빠지도록

12일 오전(현지 시각) 피지 수도 수바에 위치한 코이카 피지사무소에서 ‘코이카-USAID 간 보건․환경․신재생에너지 분야 포괄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열렸다. /코이카
코이카, 美 국제개발처와 태평양지역 보건·환경 분야 개발 위한 MOU 체결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태평양 지역의 발전을 목표로 협력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협약식은 남태평양 도서국 피지의 코이카 사무소에서 이날 오전 열렸다. 체결식에는 박영규 주피지대한민국대사, 라갑채 코이카 피지사무소장, 토니 그로이벨 주피지미국대사대리, 베티 정 USAID 태평양사무소 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양 기관은 태평양 도서국 내 보건·환경·신재생에너지 분야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 구체적으로는 ▲생활주기 전반에 걸친 의료시스템 향상 ▲자연환경 및 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 강화 ▲신재생에너지 접근성 확대 ▲디지털 전환 등을 위해 힘을 합칠 예정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미국 정부의 태평양 도서국 협력전략 프레임워크,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장기 발전 전략인 ‘2050 푸른 태평양 전략’과도 공통점이 많다. 박영규 대사는 “이번 MOU는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이행을 지원하고, 태평양 지역 내 한미 협력관계 강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니 그로이벨 대사대리는 “이번 MOU는 한미가 협력해 태평양 지역 개발을 확대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코이카와 협력의 성과를 낼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코이카 피지사무소는 태평양 지역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보건시스템 강화를 위한 지원을 꾸준히 펼쳐왔다. 태양광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확산, 재난대피센터 건립, 국립재활센터 건립과 의료 인력 역량강화 사업 등 ODA 개발협력사업을 총 8600만 달러(약 1110억)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서울 은평구에 마련된 자립준비청년들의 공간 '밥집알로'. /이원진 청년기자(청세담14기)
“자립준비청년들 달래는 따뜻한 집밥 한 끼”

전국 각지서 매일 ‘밥집알로’ 찾아식사하며 안부 묻는 네트워크 공간 “김치 좀 가져가.” “냄새 나고 들고 가기 힘들어요.” “냄새 안 나는 김치로 사뒀어. 가져가!” 서울 은평구 ‘밥집알로’에서 흔히 벌어지는 실랑이. 반찬 하나라도 손에 쉬어주려는 수녀와 이를 마다하는 자립준비청년의 귀여운 다툼이다. 밥집알로는 보육시설을 나와 홀로서기 중인 자립준비청년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기쁨나눔재단이 지난해 1월 문을 열었다. 주택 3, 4층을 임차해 3층은 조리와 식사 공간, 4층은 휴게 공간으로 구성했다. 공간을 운영하는 신부와 수녀, 봉사자들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4시30분부터 4시간 동안 집밥을 준비해 청년들을 기다린다. 밥집알로는 직접 찾은 지난달 6일, 현관문을 열자 밥 짓는 구수한 향과 포근한 집안의 온기가 느껴졌다. 오후 4시 30분. 자원봉사자들은 오랜 세월 합을 맞춰온 듯 일사천리로 저녁밥을 준비했다. 오후 6시가 다가오자,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전북 전주, 경기 수원 등 각지에서 온 청년들이었다. 밥과 국을 뜨고 새 반찬을 접시에 담느라 정신 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청년들은 밥을 먹으며 서로 안부를 묻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밥을 다 먹고도 거실에서 한참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이곳을 찾은 청년들은 20명이 넘는다. 밥집알로를 찾는 자립준비청년은 대부분 아동양육시설 ‘꿈나무마을’ 출신이다. 밥집알로와 도보 20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 보육시설을 퇴소한 청년들은 어려움이 생겨도 나이 제한 때문에 다시 시설로 돌아갈 수 없다. 퇴소한 청년들이 가장 쓸쓸할 때는 집에서 밥을 먹을 때다. 혼자라는 현실이 문득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자립준비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