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때밀이, 이혼전문 변호사, 성인전화방 상담원, 병원영안실 장례지도사(염습사).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씩 제가 직접 체험해본 후 르포 기사를 썼던 직업입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기업 CEO, 시민단체 대표, 교수, 연예인, 큐레이터, 경찰, 노숙자, 마약중독자…. 기자로 일하며 만나본 직업군입니다. 한국에는 1206개의 직업이 있다고 하는데, 10년가량 기자로 일하며 아마 수백 가지의 직업군을 만나보았을 겁니다. 겉으로 봤을 땐 별볼일 없지만 의외로 보람있고 수입도 좋은 직업도 있었고,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일 자체는 너무 지루하고 성취감이 없는 직업도 있었습니다. 직업마다 나름의 고충과 애환이 있다는 것만이 공통점이겠지요. 일간지 기자라는 직업의 가장 큰 고충은 ‘시간’입니다. 매일 아침 독자의 문 앞에 신문을 갖다놓기 위해, 기자들은 전날 밤을 전쟁 치르듯 보냅니다. 개인적인 약속을 자주 펑크 내고, 가족과의 저녁 한 끼를 하기 힘들지요. 시간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 기자라는 멋진 직업 뒤에 감춰진 그늘입니다. 지난 3년 반 동안 자의 반, 타의 반 ‘탈(脫)기자’로 살았습니다. 하루종일 전화 한 통 없네(상실감)→ 그래 잘 그만뒀어. 이제 편하게 살자(자기 위안)→ 음~ 이건 기사로 써도 좋겠네. 지금 기자 했더라면 잘할 텐데(긍정도 부정도 아닌 객관화). 딱 이 시점에 자의 반, 타의 반 기자로 돌아왔습니다. ‘넘치는 게 정보요, 발에 걸리는 게 기자인 이 정보과잉 시대에 나는 왜 숟가락을 하나 더 얹으려는 걸까’ 생각해봤습니다. 신문사 밖 세상을 구경하고 나니, 기자의 정체성이 더 분명해졌습니다. “기사 하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초년기자 시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