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미 책꽂이] ‘전염병의 지리학’ ‘인간도 짐승도 아닌’ ‘차별 없는 병원’

전염병의 지리학 콜레라, 결핵, 말라리아, 코로나19…. 전염병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인류를 덮쳤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과 기술도 전염병의 방패로 쓰이지는 못했다. 인간은 전염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저자는 지리적 연결망을 중심으로 전염병을 살피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질병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어떻게 확산했는지, 왜 지역마다 피해 규모가 다른지 등을 추적하다 보면 질병 이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와 체제를 확인할 수 있다. 백신불평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운영하는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WID)’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구 비율은 32.5%(약 1930만명)에 불과했다. 미국과 한국의 경우 그 비율이 각각 67.9%(2억2400만명), 86.3%(약 4470만명)였다. 저자는 “전염병은 생물학적 질병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라면서 “사회경제적인 구조, 문화적 편견 등이 전염병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지리적 연결망과 불평등 지도를 고려해야지만 전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힌다. 박선미 지음, 갈라파고스, 1만8000원, 372쪽 인간도 짐승도 아닌 페미니즘 시각으로 동물권을 탐구한다면? 이 책은 페미니즘과 동물 옹호가 교차하는 지점, 즉 성(性)차별과 종(種)차별의 교차점에서 여성과 동물을 대하는 혐오와 차별의 문화를 분석한다. 특히 페미니즘 윤리, 철학, 신학의 관점 등 다양한 틀을 활용해 어떻게 여성과 동물이 착취당하게 됐는지를 짚는다. 시의성 있는 주제들을 논의하는 데 흥미롭고 풍부한 시각적 재현, 일화 등을 사용해 독자들이 부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페미니스트로서 오랜 기간 이론 연구, 정치 활동을 이어온 저자가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더나미 책꽂이] ‘알고 있다는 착각’ ‘돌봄이 돌보는 세계’ ‘공정 이후의 세계’

알고 있다는 착각 인간을 곤경에 빠뜨리는 건 무지(無知)일까,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일까. 인류학 박사인 저자는 기존의 사회 분석 도구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복합적인 원인을 포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렌즈가 더럽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저널리스트든 사회과학자든 타인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문화적 환경의 산물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하고, 게으른 짐작과 편견에 휩쓸리기 쉽다는 점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코로나 팬데믹, 금융위기 등 종잡을 수 없는 다양한 사건과 갈등이 전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인류학’이다. 사람들의 삶에 들어가 문화를 수용하고, 그 사회가 가진 맥락과 가치관을 이해했을 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복잡한 사회 문제를 풀기 위해 인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질리언 테트 지음, 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1만7800원, 344쪽 돌봄이 돌보는 세계 사회학자, 보건학자, 여성학자, 질병 당사자, 장애인 운동 활동가 등이 모였다. 돌봄을 둘러싼 분절적인 문제들을 연결해 다층적인 현실을 읽어내기 위해서다. 염윤선씨와 박목우씨는 질병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거쳐 장애등급제와 정신의학 시스템의 한계를 짚는다. 장애인 운동 활동가 전근배씨는 ‘K-방역’이 장애인 돌봄에 실패한 이유를 밝힌다. 여성학자인 정희진씨는 보살핌의 가치가 젠더를 넘어선 인간의 조건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돌봄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한다. 독일에서 논의 중인 ‘돌봄 혁명’(한 사회의 무게중심을 이윤의 극대화가 아닌 인간의 필요와 돌봄으로 옮기고자 하는 논의)과 돌봄 노동자들의

[더나미 책꽂이] ‘정상은 없다’ ‘돌보는 사람들’ ‘앞서지 않아도 행복한 아이들’

정상은 없다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란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극중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 우영우가 한 말이다. 장애에 대한 낙인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박혀 있다. 낙인은 누가, 어떻게 찍을까. 정신보건을 연구하는 저자는 ‘정상성’에서 비켜난 사람들에게 문화가 어떻게 낙인을 찍어 왔는지 추적했다. 자본주의, 전쟁, 의료화가 낙인에 미친 영향부터 자폐인을 고용하는 기업의 최신 트렌드까지 다룬다. 드라마 속 자폐인에 열광하면서 현실에선 무심한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책. 로이 리처드 그린커 지음, 정해영 옮김, 메멘토, 3만3000원, 600쪽 돌보는 사람들 인간은 언젠가 돌보는 사람이 되거나 돌봄을 받는 사람이 된다. 저자는 갑작스러운 신장암 발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대신해 조현병을 앓는 아버지를 보살피면게 됐다. 느닷없이 간병인으로 살게 된 저자가 간병인이라는 이름의 무게와 의미를 자전적 에세이로 풀어냈다. 아버지와 딸의 에피소드를 통해 돌봄의 복잡다단함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질환과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삶을 훌륭하게 표현한 작품에 수여하는 ‘바벨리언 문학상(Barbellion Prize)’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샘 밀스 지음, 이승민 옮김, 정은문고, 2만1000원, 458쪽 앞서지 않아도 행복한 아이들 강남 8학군, 영재고, 특목고 등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사교육.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창 시절 내내 스펙 쌓기와 명문대 입학만을 목표로 달린다. 약 12년간의 장기 마라톤 코스를 뛰면서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몇 명이 내 앞에 있는지 만이 중요하다.

[더나미 책꽂이] ‘어딘가에는 @ 있다’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아들의 답장을 기다리며’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 전국의 5개 로컬출판사가 함께 기획하고 제작한 지역 기반 인문 시리즈. 대도시가 아닌 생소한 지역에서 자신의 삶을 가꿔 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다채롭게 담았다. 강원 고성의 로컬출판사 온다프레스는 남다른 손재주와 집념을 가진 아마추어 레터프레스 인쇄공 부부의 삶을 책에 녹였다. 포도밭출판사는 충북 옥천군에 사는 이주여성들의 투쟁기를, 이유출판은 대전역 인근 철공소 거리에서 만난 장인들의 세월을 다룬다. 열매하나 출판사는 전남 순천에서 지역 활성화를 위해 ‘마을정원’을 만든 주민들의 여정을 풀었다. 경남 통영의 남해의봄날은 충무김밥의 역사를 추적했다. ‘어딘가에는 마법의 정원이 있다’ (장성해 지음, 열매하나, 각 1만3800원, 168쪽)‘어딘가에는 아마추어 인쇄공이 있다’ (이동행 지음, 온다프레스, 160쪽)‘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한인정 지음, 포도밭출판사, 160쪽)‘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 (임다은 지음, 이유출판, 168쪽)‘어딘가에는 원조 충무김밥이 있다’ (정용재 지음, 남해의봄날, 152쪽)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당신은 ‘가난’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가난이 무엇인지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당장 먹을 음식이 없거나 잘 곳이 없는 문제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원하는 물건을 사지 못하는 문제일 수 있다. 저자는 가난한 나라에나 부유한 나라에나 여전히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고 분석했다. UN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2020년에만 9300만명의 극빈층이 새로 생겼다. 오랜 시간 빈곤을 연구한 학자이자 반빈곤 활동가인 저자는 가난을 어떻게 정의, 측정하고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한다. “빈곤을 만드는 원인에는 개인의 행위도 있지만, 사회·문화와 같은 구조가 큰 영향을

[더나미 책꽂이] ‘식량위기 대한민국’ ‘배짱 좋은 여성들’ ‘봉사, 그대에게 향기를 주면 나는 꽃이 된다’

식량위기 대한민국 연일 우리 밥상을 우려하는 뉴스들이 쏟아진다. 인도의 밀·설탕 수출 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 수확량 감소.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미국 남서부 가뭄까지 더해 전 세계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곡물의 80%를 수입하는 한국은 식량난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저자 남재작 박사는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은 국가임에도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한다. 유엔 기후변화 전문가인 남 박사는 우리의 식탁을 뒤흔드는 기후위기와 식량안보를 명료하게 진단하고 통찰력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기아’ ‘굶주림’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 앞에 놓인 탄소중립, 식량난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곧 맞이할 미래다. 2022년 식량난 적색경보가 울렸다. 한국은 굶주림의 첫 번째 희생국이 될 것인가. 남재작 지음, 웨일북(whalebooks), 1만8500원, 340쪽 배짱 좋은 여성들 “배짱 좋은 모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이 책은 제67대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여성의 권리와 기회 보장은 여전히 21세기 과업으로 남아 있다. 뚫고 나가야 할 장애물이 많지만, 역사적으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은 꾸준히 진보했다. 시민권운동가 도로시 하이트, 성소수자(LGBTQ) 인권운동 선구자 에디 윈저의 사례 등은 ‘배짱 있는’ 용감한 여성들이 변화를 주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힐러리는 이 책이 마침표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해 수많은 업적을 이룬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지만,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 과거 여성들의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 주류에 맞서 분투한 용기는 인류의

[더나미 책꽂이] ‘생일 없는 아이들’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녹색 계급의 출현’

생일 없는 아이들 아이들이 매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있다. 출생을 축복받는 생일이다. 생일과 같은 출생의 기록은 인간이면 당연히 갖는 권리이자 욕구다. 하지만 부모가 구금시설에 갇혔거나 한국 국적이 없어서, 이름과 전화번호만 남겨둔 채 떠나서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이 책에는 출생의 기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그저 존재 여부만이 확인된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출생등록의 중요성과 필요성, 당위성을 강조한다. ‘21세기에 생일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있을까?’라는 의문은 확신으로 바뀌고, ‘보편적출생등록’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의 출생신고는 더 이상 개인의 몫이 될 수 없다. 김희진·강정은 외 3명 지음, 틈새의시간, 1만5000원, 220쪽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우리나라 1호 유품관리사’가 죽음의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책으로 담았다. 저자는 15년 전 일본에서 우연한 기회로 유품정리 일을 배워 국내에 도입했다. 당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3년간 연수를 했던 회사도 일본에서 맨 처음 유품정리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죽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풀리지 않는 숙제다. 저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장례와 달리 유품정리는 사망 원인이나 주변 상황, 인간관계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그는 고독사나 자살 현장처럼 유품을 보는 게 힘들거나 고인을 떠나보낸 상실감에 유품에 손대지 못하는 유족들을 대신해 고인의 흔적을 정리한다. 특히 최근에는 생전 유품 정리 점검과 사후 예약도 늘었다고 전한다. 김석중 지음, 김영사, 1만4800원, 254쪽 녹색 계급의 출현 현 인류는 멸종을 목전에 둔 ‘녹색 계급’이다. 기후위기

[더나미 책꽂이] ‘깻잎 투쟁기’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 ‘퍼포스 경영’

깻잎 투쟁기 특유의 향과 식감으로 사랑받는 깻잎은 한국에서만 소비된다. 깻잎은 1년 내내 수확이 가능하고 단위 면적당 소득이 높아 농장주들이 선호하는 작물이다. 하지만 깻잎밭 앞에서 고개를 떨구는 이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이다. 이들은 하루 11시간씩 깻잎 1만5000장을 딴다. 숙식은 밭 한가운데 검정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해결한다. 몇 달 치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020년 기준 임금체불을 당한 이주노동자는 3만2000명에 달했다. 연구활동가 우춘희는 우리 밥상을 책임지는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삶으로 뛰어들었다. 1500일간의 관찰기는 이주노동자들의 참혹한 노동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다. 가난한 국가에서 태어나 코리안드림을 품고 한국으로 온 노동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잔인했다. 그리고 한국 사회는 이들의 고통에 무감했다. 우춘희 지음, 교양인, 1만6000원, 250쪽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 패션모델, 언론인, 농부, 공직자… 직업도, 인종도, 사는 곳도, 나이도 다른 60명의 여성이 ‘기후위기 대응’을 목표로 모였다. 이들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논의와 주체 구성에서 여성이 과소 대표되었다고 지적한다.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변화는 젠더 기반 폭력을 증가시켜 여성들에게 더 위협적이다. 이 책은 당위성을 넘어 전문적 역량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제시하는 탄소 배출 감축 방안부터 생태계 보호·복원, 평등한 사회시스템 구축 해법을 엮었다. 여성 60인은 인류에 매세지를 던진다. “모든 것을 구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러나 나머지를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아야나 엘리자베스 존슨·캐서린 K.윌킨슨 엮음, 김현우 외 4명 옮김, 나름북스, 2만2000원, 596쪽 퍼포스 경영 기업의 브랜딩 과정에서 ESG 경영은 이제 필수

[더나미 책꽂이] ‘오늘의 에코 라이프’ ‘마이너리티 디자인’ ‘아시아인이라는 이유’

오늘의 에코 라이프 문득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배회할 때가 있다. ‘빌트인과 단독 가전제품, 어느 쪽이 전기 효율이 높을까?’ ‘먹다 남은 음식을 일회용 용기에 포장해 오는 건 친환경적일까?’ 빌트인 가전 제품은 제품을 단독으로 세워 둘 때보다 열을 발산할 공간이 적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음식물쓰레기의 탄소 발자국은 플라스틱 용기의 탄소 발자국보다 10배가량 높기 때문에 포장재를 쓰더라도 음식을 다 먹는 편이 낫다. 저자는 기후변화 대응 방식이 점차 중요해지는 시대에 지속가능한 선택이란 무엇인지 알려준다. 거창하지 않은 친환경 실천방법이 궁금할 때, 어떤 것이 환경에 더 이로운 선택인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이 책은 명료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테사 워들리 지음, 류한원 옮김, 양철북, 1만4000원, 140쪽 마이너리티 디자인 사와다 도모히로는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電通)의 전도유망한 광고인이었다. 8000만명에게 도달한 광고를 제작하고, 만화 연재 등 기존에 없던 마케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생후 3개월 아들의 시각장애 판정 이후 180도 바뀌었다. ‘내가 아무리 멋진 광고를 만들어도 아이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저자는 200명이 넘는 장애 당사자와 그 주변인을 만난다. 그리고 장애인 같은 소수자야말로 광고회사에서 한 번도 주목한 적 없는 잠재 고객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불특정 다수를 목표로 하는 주류 광고인에서 한 사람을 위해 일하는 ‘마이너리티 디자인’이 된 저자. 장애인이 국가대표를 이길 수 있는 새로운 경기 ‘유루스포츠’, 지방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역으로 활용한 ‘고치가&지팝’ 등 소수자의 약점을 보완한 마이너리티 디자인 사례를

[더나미 책꽂이]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 ‘민낯들’ ‘탄소로운 식탁’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 어른 제국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 아이들을 위한 법을 제정할 때도 어른들의 이해관계가 개입하고, 아이들의 목소리는 묻힌다. 책에는 혐오와 배제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두루 담겨 있다. 아동학대, 키즈 유튜브를 빙자한 아동노동, 아동 흙밥(흙수저의 밥) 등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한국은 ‘가혹한 사회’였다. 저자는 실태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국내의 아동 권익 보호 전문가들뿐 아니라 영국, 스웨덴 등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곳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좌절한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쥐어주는 방법은 물어보고, 들어주고, 함께 울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책임지지 못하니까’ ‘마음만 불편해지니까’라는 생각을 제치고 울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는 그 첫 걸음이 변화의 시작이다. 변진경 지음, 아를, 1만7000원, 372쪽 민낯들 인간은 망각에 익숙하다. 2014년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2018년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 당시 많은 국민이 공분했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도 수없이 쏟아냈지만, 우리는 잊고 또 잊는다. 책은 우리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열두 가지 사건을 짚는다.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 이 사건들은 각자도생의 철학이 만연했다는 위기의 신호를 던진다. 저자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만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는 사회에서 정작 놓친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 오찬호 지음, 북트리거, 1만5500원, 272쪽 탄소로운 식탁 기후위기를 만드는 먹거리의 여정과 식량 시스템을 낱낱이 담은 책. 농업·어업·축산업 등 각 부문의 과학적 데이터와 함께 현장의 목소리도 전한다. 에너지산업, 먹거리산업 등은 탄소배출량을

[더나미 책꽂이] ‘최전선의 사람들’ ‘카스트’ ‘포포포 매거진’

최전선의 사람들 2011년 3월 11일,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대지진이 일면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다. 현장에는 치사량의 방사선이 방출됐다. 비명을 내지르며 뛰쳐나오는 사람들 속, 현장으로 달려간 기자가 있다. 저자 가타야마 나쓰코는 ‘도쿄신문’ 사회부 기자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부터 2019년까지 현장의 진실을 파헤쳤다. 기록은 취재 노트 220권에 담겼다. 저자는 사고를 축소하고 은폐하는 데 급급한 일본 정부, 사고의 악몽을 잊어가는 국민,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도 사고를 수습하려 노력하는 작업자들의 얼굴을 교차해 보여준다. 피폭을 무릅쓰고 방파제 역할을 하는 100여명의 작업자는 희생, 고통으로 신음했다. 최전선에서 원전 사고의 진실, 사고에 가려진 노동자를 조명한 이 책은 현직 기자가 전하는 르포르타주이자 9년간의 투쟁이다. 가타야마 나쓰코 지음, 이언숙 옮김, 푸른숲, 2만3000원, 432쪽 카스트 인도의 신분제 ‘카스트’의 피라미드는 미국에도 존재한다. 노예제가 폐지된 지 250년이 된 지금도 여전하다. 저자 이저벨 윌커슨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실태를 샅샅이 훑었고,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으로 미국 언론 역사상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는 “미국이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계급사회 유지에 일조하고 있다”며 “이민자, 여성, 사회적 약자들을 ‘열등한 족속’으로 분류한 뒤 소수의 이윤 독점과 권력 세습을 위해 그들에게 비인간적 행위를 일삼았다”고 강조한다. 오프라 윈프리, 버락 오바마 등 유명 인사를 비롯해 ‘타임’ ‘LA타임스’ 등 다수의 언론이 추천하는 책. 이저벨 윌커슨 지음, 이경남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만5000원, 500쪽 포포포 매거진(2022 NO.6) “‘쓸데없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애는 누가 봐?’라는 물음에

[더나미 책꽂이] ‘비욘드 핸디캡’ ‘예민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겁니다’ ‘필로소피 유니버스’

비욘드 핸디캡 휠체어를 타고 포즈를 취하는 모델, 외발로 춤추는 비보이, 시각과 발끝에 의존해 움직이는 발레리나. 이들에게서 장애인과 예술인 중 어떤 단어가 먼저 연상되는가. 패션에 관심이 많은 김종욱씨는 선천적 뇌병변장애로 휠체어를 타고 있다. 2017년 동대문 서울 패션위크에서 힙한 옷으로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모델로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메탈 비보이’ 김완혁씨는 의족을 착용하고 춤을 추는 국내 유일의 외발 비보이다. 그는 2013년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고 고등학생 때 포기한 비보잉을 다시 시작했다. 청각장애인 발레리나 고아라씨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폐막식 공연에서 주역을 맡았다. 현재는 모델 활동도 겸하고 있다. 책에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받고 싶은 장애예술인 일곱 명의 염원이 담겨 있다. 이들은 단순·반복 노동에 한정된 장애인의 직업 고정관념을 탈피해 좋아하는 일에 도전했다. 더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비장애인만의 특권이 아니다. 일하고 싶은 누구나 품을 수 있는 꿈이다. 김종욱 외 6명 지음, 스리체어스, 1만2000원, 152쪽 예민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겁니다 변호사 이은의가 전하는 성범죄 대응 팁(Tip). 저자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였다. 회사를 상대로 법적 다툼 끝에 승소한 뒤 퇴사하고 로스쿨에 진학해 40세에 변호사가 됐다. 이후 권력형 성범죄, 열정을 악용당한 청춘들의 사건을 담당했다. 권력형 성범죄는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계급의 차이로 발생한다. 책은 을(乙)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갑질에 희생되지 않도록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응 방식을 제시한다. 성범죄 피해자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생존법도 공유한다. 이 변호사는 권력·계급 앞에서 망설이는

[더나미 책꽂이] ‘엄마가 수놓은 길’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 ‘나는, 휴먼’

엄마가 수놓은 길 미국 흑인 가족의 8대에 걸친 수난기. 주인공 ‘수니’의 증조할머니가 노예로 팔려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책을 한 장 넘길 때마다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 딸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책의 마지막 장에선 헝겊을 이어 붙여야 완성되는 조각보가 나온다. 흑인 노예 제도가 있던 어둡고 무거운 시대 상황 속 여성들의 강한 생명력과 비장한 용기는 아름다운 삽화로 구현됐다. 차별·혐오에 맞서 싸운 여성들이 수놓은 조각보는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재클린 우드슨 지음, 최순희 옮김, 주니어RHK, 1만4000원, 48쪽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 1984년 12월 인도 보팔(Bhopal)시. 농약 제조공장에서 유해 화학물질 가스가 누출됐다. 화학물질에 노출돼 사망한 인구만 1만5000여명에 달했다. 공장 주변 지역은 사고 38년이 지난 지금까지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된 상태로 버려져 있다. 환경을 파괴하는 범죄 ‘에코사이드’와 인간을 말살하는 범죄 ‘제노사이드’가 연계돼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환경 파괴는 인간의 행동을 제약하고 인권을 침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환경을 훼손하는 주범은 인간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은가. 이 책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전환의 아이디어를 공개한다. 조효제 지음, 창비, 2만원, 412쪽 나는, 휴먼 장애인 지하철 시위가 한 달 만에 재개됐다. 타협을 종용받지 않으려는 몸부림에서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투쟁한다. 저자 주디스 휴먼은 1970년대 미국의 ‘재활법 504조 투쟁’부터 1990년 장애인법 제정에 이르기까지 소송과 시위, 점거를 불사하며 최전선에서 싸웠다.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점자 보도블록, 수어 통역 등이 투쟁의 산물이다. 장애인을 배제하는 공고한 제도·정책의 벽은 결코 무너진다는 것을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