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선착순 달리기에 내몰린 아이들… 지금 필요한 건 성찰과 쉼

덴마크 국제시민대학 쇠렌 교장에게 덴마크식 교육을 묻다 나이도 국적도 다른 학생 62명이 모여 공동체 생활하기·다른 문화 이해하기 등 정해진 커리큘럼 없이 배우고 싶은 것 공부 한국선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여백’ 너무 적어 경쟁보다 관계 맺기… 성적보다 ‘나’를 배워 다양한 삶의 기회 마련해줘야 퀴즈 하나. 2년 연속 UN 발행 ‘세계행복보고서’ 국가별 행복지수 1위, 나치 독일 치하 유럽에서 유일하게 유대인을 내치지 않은 나라, 평균 투표율 80%에 달하는 나라는? 정답은 ‘덴마크’다. 이 나라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은 바로 교육이다. 덴마크에는 170년 역사를 지닌, 생각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시민학교가 65곳이나 된다. 93년의 역사를 지닌 ‘국제시민대학'(IPC·International People’s College)은 가장 대표적인 시민학교 중 하나다. 1921년, 제1차 세계대전으로 망가진 세계에 다른 나라와 문화를 가진 사람이 모여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탄생한 곳이다. 지난달 26일,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센터’에서 기획한 ‘제6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 참가를 위해 방한한 쇠렌 라우비에르(Soren Launbjerg) 교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한마디로 자유로운 배움의 공간입니다.” ‘학교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달라’는 질문에 쇠렌 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는 현재 30개국, 62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열아홉 청춘도, 영국에서 날아온 76세 노부인도 여기선 모두가 학생이다. 무용과 사진, 드라마, 음악, 세계 정치와 종교, 지역별 문화와 철학 등 30여 개의 커리큘럼이 있는데,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시간표를 짜서 들으면 된다.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커리큘럼도 없고, 시험을 치거나 성적을 매기는 일도 없다. 모든 것이 ‘자율’이다.

[Cover Story]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 동네는 지금 36.5℃

공익의 메카로 떠오른 성수동 값싼 임대료·편리한 교통 등 입지 좋아 주택가에 둥지 튼 사회적기업·비영리단체 청년 창업·공정무역 가게 늘어나고 토크콘서트 등 주민과 소통의 장 열리기도 서울 성수동 서울숲 인근이 공익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여의도 공원을 6개 합친 크기의 서울숲(35만평)이 개원한 지 10년째, 서울숲 5분 거리에 위치한 성수1가 일대가 사회혁신가들의 움직임으로 들썩이는 모양새다. 서울숲에 들어서면 분양 당시 평당 4000만원이 넘는 최고급 아파트로 주목받았던 갤러리아포레가 눈길을 끌지만, 뒷골목은 연식이 20~30년은 더 된 낡은 저층 주택들이 밀집해있다. 3년 전부터 이 주택가 곳곳에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더니, 올해는 사회혁신가 16명의 공동 주거 공간(셰어하우스·sharehouse)까지 만들어졌다. 지난 3년, 이 변화의 흐름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페인트칠이 벗겨진 단독주택, 어지럽게 가로지르는 전깃줄, 골목 바깥으로 삐죽 나와 있는 쓰레기봉투… 3~4년 전 서울숲 뒷골목 풍경이다. 재개발에 묶인 동네는 활기가 부족했고, 정육점·식당·미용실 같은 동네 상가엔 손님이 드물었다.  2012년 6월,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지도2)가 성수1가에 사회적기업으로는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이유도 값싼 임대료 때문이었다. 우준석 영업총괄팀장은 “임대료가 저렴하면서도, 서울숲 공원, 편리한 교통 등 여러모로 입지가 좋았다”고 했다. 이곳은 성수대교만 지나면 서울 압구정동과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다. 이 때문에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압구정의 비싼 임대료에 밀려온 예술가들의 공방이나 연예기획사 연습실 등도 둥지를 틀었다. 변화의 조짐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2003년 서울숲공원을 조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비영리단체인 서울그린트러스트(지도8)가 지난해 초 서울숲으로 이전하면서, 단독주택을 개조해 담장문을 활짝 열었다. 작년 가을에는 ‘성수동 동네꽃축제’를 기획하며

[Cover Story] 영국 런던 예술가들의 화려한 부활

예술, 버려진 공간에 숨을 불어넣다 런던 폐공장 단지, 400명 예술가 작업실로 지역 공동체 위한 프로젝트 참여하면 일반 임대료보다 60% 저렴한 공간 제공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낡은 교회학교 범죄율 낮추고 약물중독자 치료 돕기도 서울 ‘홍대 앞’은 더 이상 예술가들의 놀이터가 아니다. 값비싼 임대료를 감당 못하는 예술가들은 점점 홍대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싸다는 영국의 수도 런던. 이곳의 예술가들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청년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와 함께 2014년 8월 14일부터 10박 11일 동안 런던 탐방에 나섰다. 에이컴퍼니는 대중에게 신진 작가의 예술작품을 알려 구매하도록 돕고, 이를 통해 신진 작가들의 자립 기반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또한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의 한 주택을 임대해 갤러리 ‘미나리하우스’도 운영하고 있다. 미나리하우스는 갤러리 겸 게스트하우스(여행자 숙소)로 운영되며, 작업 공간이 필요한 신진 작가에게 6개월간 무상으로 레지던스를 빌려주고 있다. 특히 이번 탐방은 미나리하우스의 런던점 진출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것. 이 사업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한화생명이 후원하고, ㈔씨즈가 주최한 ‘씨커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청년들에게 국내외 사회적기업의 혁신 사례 탐방을 4년째 지원하고 있다. 편집자 주   ◇런던의 예술가들, 플라스틱 공장을 접수하다 서울 구로 공단 같았다. 런던 수도를 가로지르는 템스 강 남동쪽 해링턴 웨이(Harrington way)에 위치한 대규모 공장 단지는 끝이 안 보였다. 겉모습은 공장인데, 굴뚝 연기도 기계음도 없었다. 건물의 정체는 예술가 400여명의 작업실. 건축·회화·도예 등 같은 분야 예술작가들이 건물별로 입주해있고, 아트 카페, 프린트 스튜디오, 교육 공간,

[Cover Story] “100년 후 위해 씨앗 뿌리는 선진형 사회공헌 많아져야”

공익인재 지원 사업혜택받은 3인 인터뷰 국내 비영리단체 1만5000개 시대다. 예산 또한 2조원 규모이고, 근무하는 종사자만 해도 2만명이 넘는다.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를 통해 풀어나가는 사회적경제(사회적기업·협동조합)에서 일하는 사람도 2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정부기관이나 영리기업에 비해, 공익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월급도 적고 역량과 전문성을 키울 기회도 적다. 공익 분야를 자원봉사로 보거나 당연히 헌신해야 하는 직업으로 보는 인식 때문이다. 선진국에선 일찌감치 공익 분야의 전문성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사람 투자’에 공을 들여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기업과 재단이 공익 분야 인재와 전문성을 키우는 지원 사업을 해오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사람을 키우는 사회공헌 특집을 기획, ‘100년 후를 위해 씨앗을 뿌리는’ 선진형 사회공헌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은 공익 분야 3인 인터뷰와 더불어 국내에서 공익 분야 인재 육성 프로그램도 정리했다. 편집자 주 “획일화된 청년, 자아 찾도록 돕고 싶어”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 ‘열정대학’ 유덕수씨 정해진 과목도, 정해진 전공도 없는 대학이 있다. 배우고 싶은 과목을 직접 만들면 된다. 입학생 등록금은 3개월에 20만원, 이 대학의 이름은 ‘열정대학’. 단, ‘버킷리스트 100개 작성하기’는 필수 입학 코스다. 버킷리스트를 바탕으로 각자가 하고 싶었던 일이 ‘선택과목’이 된다. 예를 들어 무전 여행하기,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가기(배우의 꿈을 미루지 말고 6개월간 최소 10번 오디션 보기) 등 자신만의 과목을 개설하는 것. 덕분에 과목명도 개성이 넘친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그저 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3개월 동안 관련 분야 책을 최소 3권 이상

[Cover Story] 신부가 미사나 보지 사회 활동 왜 하냐고? 지역 사회의 환풍기 역할 때론 성당 짓기보다 더 중요

Cover Story 20년간 환경·교육공동체 운동한 정홍규 신부 환경·생태 운동이란 말만 들어도‘빨갱이’란 말을 듣던 1990년. 정홍규(60) 신부는 성당 밖으로 나왔다. 지구의 날(4월 22일), 천주교 월배교회 신자 500여명과 환경을 살리겠다며‘푸른 평화 운동’에 나선 것이다.‘ 평화 운동’이라 하자니 너무 종교적이었고, 녹색보단‘푸른’지구가 좋았다. 그가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은 독특했다. 91년 낙동강 페놀유출사건이터졌을땐,‘ 폐식용유로만든비누’를 히트시켰다. 합성세제를 쓰지 말자는 뜻이었다. 처음엔 공짜로 가져가라고 했지만,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돈 내고 가져가시라”그랬다. 미용실에서도 비누로 머리를 감길 정도였다. 지금은 수제 비누 만들기가 일상적인 취미로 자리 잡았지만, 그땐 신기한 풍경이었다. “신부가 성당 미사나 지낼 것이지, 사회문제에 관심은 왜?”라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 신자들도 어리둥절했다. 정 신부는“종교란 성당을 더 짓기보단 지역사회의 ‘환풍기’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인이 사회에서 해야 할 몫이‘소통’의 역할이라고도 생각했다. 환경 다음 단계는‘먹거리’였다.‘ 우리밀 살리기’‘유기농산물 직거래’를 외쳤다. 20년 전 얘기다. 환경 운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수입밀·제초제 문제를 좌시할 수 없었다. 정 신부는 93년 대구시 달서구 상인성당 옆에 10평짜리 작은 매장을 열었다. 신자들 중심으로 100명이 알음알음 조합원 역할을 했다. 출자금 개념도 없었다. 우유팩 모아서 재생 휴지도 만들고, 기금을 내면 폐식용유로 만든 비누를 주는 등 물물교환 수준이었다. 성당 마당이 직거래 장터가 됐다. 배추도, 쌀도, 감자도 팔았다. 아이들 먹거리에 관심이 있던 주부 신자들이 주축이었다. 핵심은 지역 농산물을 지역 사람이 살린다는 것. 로컬푸드(local food) 거래를 원칙으로, 대구·경북 지역 생산자를 대상으로

나눔의 친구로 4년 달렸더니 사회 곳곳에서 결실 맺었네요

공익분야 4년간의 변화 기업 기부·개인 봉사 크게 늘어···공익 활동이 ‘필수 요소’ 되다 더 나은 미래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지난 4년간 국내 공익 분야가 만든 변화다. NPO, 사회적경제, 기업 사회공헌, 자원봉사, 국제개발원조, 온라인, 정부 복지예산, 법·제도 등의 영역에서 의미 있는 성과들이 만들어졌다. 2010년 5월, 국내 유일의 공익섹션으로 창간한 조선일보‘더나은미래’또한 이들과 함께 성장했다.‘ 더나은미래’창간 4주년을 맞아 국내의 공익 분야가 일궈낸 4년간의 변화를 조명해봤다. 편집자 주   1. NPO… 기부액 늘고, 비영리단체 수도 1만개 이상 우리나라의 기부와 자선 규모는 꾸준한 성장세다. 2010년 10조300억원이었던 기부 총액(개인·법인)은 2012년 11조8400억원으로 2년 만에 1조원 이상 늘었다. 특히 이 중 개인 기부금이 7조7300억원(65.3%)으로 기업 기부금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자원봉사나 조문객들의모습에서도드러났듯,“ 공동체를위해기여하겠다”는일반인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기부를 통해 국내외 빈곤과 의료 등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비영리단체의 숫자도 늘고 있다. 2010년 9603개였던 비영리민간단체 수는 2013년 1만1579개로 늘었다. 예산 또한 2010년 1조4000억원에서, 2012년 2조원으로 30% 가까이 늘었다. 비영리단체에 근무하는 종사자도 2010년 1만6688명에서 2012년 2만702명까지 많아졌다. 2.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 1012개, 협동조합 3500개 넘어 사회적경제 분야는 지난 4년간 양적·질적 팽창을 이뤄냈다. 민간의 의지와 정부의 법·제도적 지원이 더해진 결과다. 2010년 500개 정도 였던 (인증)사회적기업 수는 2013년 1012개로 증가, 두 배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현재 2만명이 넘는 인원이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며, 이중 취약계층은 1만3661명에 달한다. 매출 총액도 2010년 3764억원에서,2012년 6620억원까지 치솟으며

[Cover Story] 얼어붙은 사회공헌 예산키워드는 글로벌·환경·문화

매출액 기준 30대 기업에 2014 신규 사회공헌 전략 묻다 올 한 해 경기 침체 여파로 30대 기업 중 19곳 매출 감소해 이 중 15곳, 사회공헌 예산 동결·축소 가장 중요한 사회이슈 3가지 물으니… ‘아동 정서지원·건강·안전·청년 창업’ 30대 기업 중 절반 200억 책정 문제 해결 위한 분야에 집중해야 올 한 해 경기 침체의 여파로 기업들의 사회공헌 비중도 축소될 전망이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국내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표 참조〉을 대상으로 ‘2014년 신규 사회공헌 전략’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28곳) 중 2014년 사회공헌 예산이 ‘전년도 수준(13곳)’이거나 ‘감소했다(5곳)’는 곳이 64%에 달했다. 사회공헌 예산을 축소한 기업들은 “기업 수익이 낮아진 만큼 사회공헌 예산을 줄였다” “경영 상황 변동을 고려해 예산을 편성했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대내외 경제 환경이 불확실한 2014년. 얼어붙은 사회공헌 예산 속 각 기업이 제시한 돌파구는 ‘글로벌’ ‘환경’ 그리고 ‘문화예술’이었다. 해당 설문에는 매출상위 30대 기업 중 삼성생명보험과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참여했다. ◇30대 기업 70%가 매출액 감소… 사회공헌 예산 축소는 필연? 지난 5일까지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00대 기업의 2013년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000대 기업의 전년 대비 매출액이 줄어든 것은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매출액 감소는 고스란히 사회공헌 예산에 반영됐다. 더나은미래 설문조사에 참여한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 중 무려 19곳 (70%)이 매출이 감소했고, 이들 중 15곳 (79%)이 사회공헌 예산을 동결

[Cover Story]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① 아동학대 특례법, 이대로라면… 실효성 없는 법조문으로 끝날 가능성 크다

[아동학대 예방체계, 이대로 괜찮은가](1)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전수조사 작년 12월, ‘아동학대 범죄 및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 특례법)이 제정됐다. 울산에서 계모의 학대로 갈비뼈 16대가 부러져 사망한 ‘울주군 서현이 사건’이 계기가 됐다. 2000년 아동학대 예방 사업이 시작된 지 13년간의 숙원 사업이 풀린 셈이다. 아동학대 사건에 개입할 법적 기반은 확보됐지만, 과연 대한민국 아동보호 체계는 바뀌게 될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오는 9월 아동학대 특례법 시행을 앞두고 아동학대 예방정책을 긴급 점검해봤다. 편집자 주 “사실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와 서현이를 돌봐주던 상담원, 많은 분에게 이 사건은 여전히 큰 아픔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당시 서현이 사례 상담 팀장이었던 김지수(가명)씨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사건 발생 3년 전인 2011년 5월 13일, 포항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상담팀장으로 근무하던 김씨는 “동네 유치원에 다니는 한 아이의 몸에서 멍이 발견됐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상담원 2명을 현장에 파견했다. 긴 옷 차림의 서현이 옷을 벗기자 발바닥, 배와 등에 심한 멍 자국이 발견됐다. “학대 행위자였던 박씨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자신의 행위가 학대인지는 몰랐다고 말했지만, 폭행 사실은 순순히 인정하면서 앞으로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습니다.” 5일간 현장 조사와 면담을 마친 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체 회의를 소집해 서현이를 ‘원가정에서 보호하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서비스 개입을 진행하자’고 결정했다. 사례를 전담하는 상담원으로는 A씨가 선정됐다. “직접 현장조사를 했던 터라 서현이 사례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일을 하더라고요.” 이후 두 달 동안 가해자인 박씨(13회)와 친아버지(1회), 유치원 교사를

[Cover Story] 마을통장 동행 르포

골목을 누비는이들의 걸음에 소외의 그늘이옅어져 갑니다 집 안 들어가 보기 전까진 누가 혼자 살거나 아픈지 알기 어려운 요즘 세상 속 일일… 통장들이 발굴한 소외계층 일정한 서비스 받을 수 있게 전문적인 시스템 갖춰야 지난 2월 말 발생했던 ‘송파 세 모녀 자살’과 관련, 보건복지부가 이달 초 전국적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일제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 및 통·리·반장 등의 민관협력을 통해 지역 내 사각지대를 중점 발굴하며, 보험료 체납자, 단전·단수 가구, 쪽방 지역 등을 집중 조사해 긴급지원, 기초생활보장제도, 민간 후원 등으로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행정조직의 ‘손발’이 되어, 지역의 복지 사각을 찾아 나선 통장(統長)들과의 동행을 통해 그들의 고충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요새 세상이 꽁꽁 닫고 사는 분위기잖아요. 집 안에 들어가 관심 있게 보기 전까진 몰라요. 저기 하얀 집 보이죠. 만난 지 몇 달 만에 키우는 자녀가 청각장애란 걸 알았어요. 그 옆집에 계신 독거 어르신도 2년간 봐왔는데, 얼마 전에야 ‘이혼의 충격으로 우울증을 겪는다’고 털어놓더라고요.” 노원구 상계4동 57통 통장 박점숙(43)씨가 가파른 계단 앞에 멈춰서며 말했다. 박씨는 2년째 이곳 통장을 맡고 있다. 좁은 계단 양쪽으로, 누런 연탄이 쌓여있다. “연탄 때는 곳이 많냐”고 묻자, “14가구(178가구 중)인데, 인근 59통이 65가구나 돼서 (연탄 봉사가) 그쪽으로 많이 간다”고 했다. 계단 끝 무렵, 박씨가 가방을 고쳐 메며 “이 집은 들러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 저 왔어요.” 익숙한 인사다. 10평 남짓한 방에 장성한 어른

[Cover Story] 950만통의 편지 950만명의 변화

cover story 굿네이버스 희망편지쓰기대회 올해로 6년째 맞은 대회···1000만명 가까운 아이들 지구촌 또래의 삶 엿보고 직접 응원 메시지 보내 나눔이 낳은 나눔 현지 방문한 서유진양 해외봉사 동아리 만들어 기부행사·거리모금으로 200만원 모아 물품 전달 안정현·안수현 자매 가족···요양원 가족봉사단 활동···용돈 줄이고 두 아이 후원 방글라데시 소년 아리프(12)는 매일 인력시장으로 출근한다. ‘오늘은 일할 수 있을까’. 초조한 아리프의 눈빛이 흔들린다. 다행히 일꾼으로 선발돼 공사현장에 가면 ‘맨손으로’ 시멘트와 모래를 섞고 벽돌을 옮겨야 한다. 안전모도, 작업복도 없다. 이렇게 하루를 꼬박 일해 버는 돈은 70타카(약 1100원). 아리프는 아픈 할머니와 쌍둥이 여동생 제미(12)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어린 가장이다. 아버지는 쌍둥이 남매가 태어난 지 2주 만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그로부터 2주 뒤 엄마도 집을 나갔다. 3년 전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사정은 급격히 나빠졌다. 결국 아리프는 가족을 위해 공부 대신 ‘일’을 선택했다. 아리프는 제6회 ‘지구촌나눔가족 희망편지쓰기대회’ 주인공이다. 이 대회는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가 전국의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대표적인 세계시민 교육 프로그램이다. 저개발국 빈곤 아동의 삶이 담긴 영상을 보고, 가족과 함께 온·오프라인으로 응원 편지를 작성하는 대회다. 2009년 시작된 이 대회는 올해로 6년째, 그동안 1만3451개 학교에서 949만6426명이 편지를 썼다. 지구촌 또래 친구들의 고된 삶을 엿본 것은 1000만명에 달하는 국내 아이들의 마음속에 무엇을 남겼을까. ◇인생의 전환점이 된 방글라데시, 개발도상국 교육자를 꿈꾸다 올해 ’14학번 새내기’가 된 서유진(18·한국외대 영어교육과 1년)양은 “방글라데시에 다녀온 뒤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했다. 2010년,

[Cover Story] 아이들이 험한 길 걷지 않게… 버스는 오늘도 달립니다

가출 청소년 위한 이동식 쉼터 버스 ‘포텐’ 화요일부터 금요일 요일별 정해진 곳에서 친구들 기다리죠 긴급 의료처치도 하고 많이 힘들어 보이면 쉼터로 연계해줍니다 가출 후 방황하다가 ‘난 나쁜 애니까’ 라며 포기하기 쉬운 아이들 평범하게 자랄 수 있게 마음도 다독여줘요 “자, 10분 있다 버스 출발하겠습니다. 준비해주세요.” 13일 오후 4시 50분. 경기 의정부 가능1동 건물 앞 갓길에 주차돼있던 낡은 버스에 시동이 걸렸다. 두툼한 패딩 점퍼를 챙겨입은 의정부시이동청소년쉼터 직원들이 하나둘씩 거리로 나왔다. 빨간색 스티커로 전면을 둘러싼 버스는 ‘이동식청소년쉼터’. 10년 넘은 중고차량을 개조한 이 버스 이름은 ‘포텐’. 가출했거나 가출을 고민 중인 아이들이 쉬어가는 쉼터다. 실내는 널찍했다. 화사한 푸른색 벽지에 붙은 포스트잇들이 눈에 띄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자’ ‘수능 잘 봐서 합격하자’ ‘가람쌤 너무 예뻐요’…. 이동식 쉼터에서 일한 지 9개월째인 김가람(23) 간사는 “아이들이 버스를 보면 두 번 놀라는데, 한 번은 바깥을 보고 낡고 촌스러워서, 또 한 번은 막상 타면 내부가 너무 좋아서”라고 했다. 버스 뒤편 너른 공간에는 PC가 놓여 있고, 만화책과 보드게임 기구가 가득 쌓여 있었다. 요일에 따라 6시 30분부터 7시까지 쓸 수 있는 노래방 기기도 있고, 목요일엔 영화도 상영한다. 또 다른 쪽 벽엔 냉장고와 전기 포트, 심리검사 도구, 긴급 의료처치를 위한 도구가 갖춰져 있었다. “버스 역할은 크게 세 가지예요. 연락받으면 데리러 가기도 하고, 긴급 의료처치를 하기도 하고요. 간식이나 밥을 제공하고, 잘 곳이 없거나 집에 돌아가는

[Cover Story] 재능을 나눔으로 바꾼 4인의 이야기

‘재능기부’는 돈이 아닌 경험과 전문성을 사회에 내놓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자원봉사에 참여했던 860만명 중 19% 정도가 재능기부에 동참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경영, 인사, 회계, 홍보 등 여러 영역에서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비영리단체의 경우, 재능기부 활동이 효과적으로 부족한 곳을 채워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더나은미래팀은 여러 NGO 단체에서 꾸준한 활동을 펼쳐왔던 4명의 재능기부자를 만나, 그들의 재능이 나눔으로 변했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영어광 할머니, 열정을 나누다… 심운자 영어 번역 봉사자 국제구호 NGO 플랜코리아에서 10년째 ‘영어번역’ 봉사를 하는 심운자(72)씨. 지난 10년간 7만2000건에 달하는 후원자와 후원아동 간의 소통이 그녀를 거쳐 이뤄졌다. 계기는 2002년 우연히 접했던 신문기사였다. “조선일보 ‘우리이웃’이라는 지면에서 ‘번역봉사’ 하는 분들을 접했어요. 너무 하고 싶더라고요. 수소문 끝에 플랜코리아를 찾아내 ‘맡겨만 달라’고 했죠.” 당시 그녀의 나이 61세. 심씨는 소문난 영어광이자, 실력파 번역가였다. 학창시절부터 영어를 가장 좋아했고, 18세부터는 아예 주한 미군부대를 일터로 삼았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손 글씨로 들어온 서류를 타이핑하는 일이었다. “사무실에서도 한가할 땐 사전을 아무 데나 펴봤어요. 재밌는 표현이 많았죠. 영화 시나리오 같은 것도 구해서 외우다시피 했고요.” 미군부대에서 31년간 장기 근속하며, ‘타이피스트'(4급)로 들어가 감독관(11급)까지 할 정도로 능력 또한 인정받았다. (주한미군은 1급이 가장 낮고 13급이 가장 높은데, 13급은 의사나 변호사 등이다)퇴직 후에도 58세 나이로 한국방송통신대 영문과에 들어가 4년 장학생으로 학교에 다녔다. 영어번역 봉사는 이런 열정을 쏟을 최적의 창구였다. 후원아동의 편지를 비롯해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