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④이경은 해피빈재단 기획운영팀 과장

“온라인 네티즌이 오프라인 변화 꽃피운 희망” 더나은미래·위즈돔 공동 캠페인 “토크 콘서트를 기획하기 위해 청년들을 모집하는 단체가 있었어요. 워낙 규모가 작은 단체라 홍보가 필요한 것 같아 네이버 메인 주제형 캐스트 ‘공익나눔’ 섹션에 내놓았지만, 그것만 보고 참여할지 확신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하루 만에 마감되었어요. 행사 당일엔 신청자들이 모두 참여해서 토크 콘서트를 치러내고, 각자 블로그에 블로깅(Blogging·블로그 활동)하면서 행사를 알리더라고요. 온라인의 네티즌이 오프라인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봤던 첫 순간이었습니다. 해피빈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요.” 이경은 해피빈재단 기획운영팀 과장이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했던 경험을 전했다. 지난달 24일 저녁, 서울 성수동의 카페 그랜드마고에서 열린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의 네 번째 행사 현장. 이경은 과장은 해피빈이 추구하는 방향성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네티즌과 단체들을 손쉽게 이어주는 ‘온라인 기부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 현재 해피빈에 등록된 단체는 약 6000여개. 단체들이 ‘해피로그’라는 단체용 블로그 공간에 모금함을 만들고 사업 내용을 홍보하면, 네티즌들은 온라인 콩 ‘해피빈’을 모아 원하는 단체에 쉽게 기부할 수 있다. ‘해피빈’ 콩 하나는 100원. 메일이나 블로그 등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동으로 ‘해피빈’을 받을 수 있고, 직접 살 수도 있다. 매일 1만여명의 네티즌으로부터 1550만원 상당의 기부가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해피빈을 통해 한 번이라도 기부를 해 본 사람은 800만, 지금까지 누적된 기부금액만 해도 300억원에 이른다. 둘째는 기부 플랫폼을 넘어서서, 세상의 변화를 만드는 ‘나눔 커뮤니티’를 만드는

그녀의 50년 간호 노하우, 말라위 의료의 희망으로

대양누가간호대학장으로 나눔 전하는 김수지 박사 대양누가간호대학 세운 간호사 백영심씨 인연으로 2011년 학장으로 부임해 간호·지역사회 교육 나서 에이즈로 가족 잃은 청년들, 간호 공부에 관심 높아 영양부족 학생들에게 계란·고구마 먹이며 가르치고 시계가 없어 지각하자 한국에서 기부받아 선물도 “교과서 비싸 8명이 책 1권으로 공부… E러닝 계획” 한국 간호학계의 대모(代母)는 은퇴 직후 아프리카로 떠났다. 50년간 쌓아온 간호 지식과 노하우를 아프리카 청년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국민의 평균 수명이 39세에 불과한 나라. 말라위(Malawi)에서는 하루에 160여명의 임산부가 산후 처치를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었다. ‘한국의 나이팅게일’로 불리는 김수지(71) 박사가 말라위의 ‘대양누가간호대학’ 학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유다. “2010년 12월 이태석 신부님을 다룬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를 접했습니다. 펑펑 우느라 다음 영화가 시작될 때까지 좌석에서 일어나질 못했죠. 그때 처음으로 아프리카 땅을 마음에 품었습니다.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 활동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그로부터 한 달 뒤 저는 말라위 간호대학 강단에 서 있었습니다.” 미국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한국인 최초로 간호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박사는 이화여대 간호대학 교수, 대한간호학회장, 한국정신보건전문간호사회장, 서울사이버대총장 등을 지냈다. 2004년에는 연세대, 이화여대 간호학과 교수를 하면서 밤에는 서울사이버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학생이 바로 총장이 되는 에피소드를 낳기도 했다. 수상 경력도 많다. 2001년 국제간호대상을 받았고, 2007년엔 간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記章)’을 공동 수상했다. 서울사이버대총장 임기를 마치고 잠시 숨을 돌릴 무렵 누군가 김 박사를 찾아왔다. 말라위에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는 간호사 백영심(50)씨였다. 백씨는 20년

비영리단체 홍보 돕는 영리기업들 나눔 마케팅, 전문가들이 떴다

SNS·온라인 뉴스 등 홍보 채널 많아졌지만 전문지식·예산 부족한 비영리단체엔 어려워 영리단체와 협력 필요 규모 큰 비영리단체는 신문·광고 경력자 영입 작은 단체는 교육으로 홍보 마케팅 전략 배워 영리기업이 일대일로 콘텐츠 기획 도와주고 언론사와 연결해주기도 “돈도, 시간도, 사람도 없다. 성과는 내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다.” 최근 비영리단체 홍보 담당자들이 털어놓는 고민이다. 신문·방송·온라인 뉴스·SNS 등 단체를 홍보할 수 있는 채널은 많아졌지만, 정작 대중의 관심을 얻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각자 차별점을 찾아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홍보·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지난 5월, 글로벌 광고회사 10년 차 경력자를 홍보팀장으로 영입했고,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1월 전 티파니앤드컴퍼니 아태지역 부사장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대한적십자사, 아름다운재단 등 모금액 기준 10위권에 드는 비영리단체 대부분이 최근 3년 새 신문·방송·광고회사 등에서 일한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외부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작은 단체들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세미나, 교육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단체 홍보 담당자들은 “비영리단체는 전문 지식과 예산 부족으로 브랜드 관리를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홍보·마케팅·광고 전문 영리기업과 비영리단체 간의 지속적인 네트워킹과 컨설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비영리단체 실무자 위한 강연 마련하는 PR 전문 기업들 지난 17일 오후 1시, 서울 종로 엠스퀘어 13층에 비영리단체 실무자 200여명이 몰려들었다. 글로벌 PR 회사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와 아름다운재단이 마련한 ‘비영리를 위한 브랜드레이징(Brand+Fund raising) 강연&파티’ 현장이다. 5시간 동안 진행된 강의 및 그룹 컨설팅에서는 “홍보를 하는 만큼

[책임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④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사회공헌팀 따로 없어요, 당연히 해야될 일이니까” 매달 월급의 1% 기부한다는 내용 고용계약에 넣어 봉사 시작하게 해 억지로 했다가 베푸는 즐거움 느껴 사회공헌 활동, 돈 들어도 얻는 것 많아 매달 한번씩 40여곳에서 같이 봉사하니 동료애 생기고 그만큼 조직력 강해져 “요즘 고민이 무엇입니까.” 한미글로벌 김종훈(64) 회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한 김 회장은 양미간을 약간 찌푸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앞이 잘 안 보여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때문에 착시효과가 많아요. 둘을 제외하면 다른 기업들은 성적표가 빤합니다. 우리 경제가 그만큼 힘들어요.” 이럴 때일수록 구조조정, 고통분담, 비용절감 등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1996년 국내 최초로 건설업계에 CM(Construction Management·건축주를 대신해 설계와 시공 등 건설사업 전 단계를 챙기는 것) 사업을 도입한 한미글로벌은 창업 1년 만에 IMF 외환위기를 맞았지만, 한 사람의 인원감축 없이 버텨낸 기업이다. 17년 동안 ‘꿈의 직장 만들기’ ‘구성원 중심의 회사’에 도전, 8년 연속 ‘대한민국 훌륭한 일터상’을 받은 한미글로벌의 사회공헌은 여러모로 독특했다. 사회공헌팀도 없는 이 기업의 사회공헌은 직원들에게 삶의 일부였다. 무슨 비결이 있는 걸까. ―한미글로벌은 ‘구성원 중심의 회사’라고 하는데, 모든 기업 CEO는 “종업원을 중시한다”고 한다. 구성원 중심 회사 경영, 핵심은 뭔가. “진정성이다. 말로만 하고 회사 상황이 안 좋을 때 달라지면, 직원들이 대번에 알아차린다. 방금 자체 구성원 만족도 결과보고를 받고 왔는데, 100점 만점 기준으로 85~87점이다. 특히 회사에 대한 자긍심은 90점이 넘는다. 핵심은 간단하다. 규정이나 해석이 애매할 때, 회사 편에 서지

[희망 허브] “윤리적 소비가 착한 소비? 생산자와 미래를 위한 책임있는 소비죠”

[더나은미래-아름다운가게 공동기획 ‘윤리적 소비 좌담회’] – 김은진 GS샵 기업문화팀 과장 “기업과 비영리단체 등 영리와 비영리의 협력 필요” – 신충섭 아름다운가게 그린사업국 국장 “감성에 호소하는 ‘착한 소비’라는 말, 적절하지 않아” – 천경희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교수 “책임 구매하는 소비윤리, 교육으로 확산해야” – 강윤정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판로지원팀 팀장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사회적가치 지수 개발할 것” 더나은미래는 지난 5월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의류공장 참사 현장 르포를 시작으로,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윤리적 소비’를 주제로 한 기획 기사를 연재해왔다. 의류 공장의 하도급 실태, 글로벌 브랜드 옷의 가격 구조, 국내의 윤리적 소비 현황 등을 다뤘다. 윤리적 소비를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에 더나은미래는 기업, 정부기관, 사회적기업, 학계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의견을 나눴다. 좌담회에는 강윤정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판로지원팀 팀장(정부), 김은진 GS샵 기업문화팀 과장(기업),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미디어·진행), 신충섭 아름다운가게 그린사업국 국장(비영리 섹터), 천경희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 과 교수(학계)가 참석했다. 사회=’윤리적 소비’란 무엇인가. 어떤 기준으로 ‘윤리적이다’ 혹은 ‘덜 윤리적이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윤리적 소비’를 알리기 위해서는 용어에 대한 공감대부터 필요할 것 같다. 강윤정=유럽에선 ‘윤리적 소비’란 용어가 보편화돼있더라. 윤리적 소비란 원료를 재배·생산·유통하는 모든 과정이 나의 소비와 가치 사슬처럼 연결돼있음을 인식한다는 뜻인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착한 소비’와 ‘윤리적 소비’를 혼용하고 있다. 김은진=기업 내부적으로 ‘착한 소비’란 용어를 사용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럼 일반적인 소비는 나쁜 소비냐?’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GS샵은 착한 소비란 용어를 사용하지

[더나은미래·위즈돔 공동 캠페인] ③ 최재호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차장

“2017년까지 청년창업 500개, 일자리 2500개 만들 것” 사회공헌의 주요 방향은 파트너십과 지속성 청년사회적기업가 위한 H-온드림 오디션으로 사업 자금도 지원해 글로벌 리더 양성 위해 17개국에 5000명 청년 봉사단 해외파견 “많은 기업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잖아요. 혜택을 못 받는 틈새시장이 없을까 고민하다 68만명의 군인이 생각났습니다. 강연기획 전문 (예비) 사회적기업인 마이크임팩트와 함께 ‘군인의 품격’이라는 토크콘서트를 기획했습니다. 혜민 스님, 김난도 교수 등을 모셨고 행사 9번을 성공적으로 치렀습니다. 처음엔 사회적기업과 함께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았는데, 이젠 회사 내부적으로 마이크임팩트의 역량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최재호 차장은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맡고 있는데, 이들이 사업 파트너로서 성장하는 걸 볼 때 개인적으로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3일 저녁, 서울 성수동의 카페 그랜드마고에서 열린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의 세 번째 행사 현장. 이날에는 대학생, 비영리단체·소셜벤처 종사자 등 청년 30명이 공간을 가득 메우면서 열기를 더했다. 조주형(21·건국대 경영학과)씨는 “첫 번째 참여한 행사에서는 일병이었지만 이번엔 상병으로 진급하면서 휴가를 받아 또 참석하게 되었다”며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에서 사회공헌을 진행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두 가지는 ‘탄탄한 파트너십’과 ‘지속적인 사업’이다. 최재호 차장은 현대차그룹이 풀고자 하는 향후 5년의 과제를 창업·일자리 지원, 청년 리더 양성, 양극화 해소라고 꼽았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까지 창업을 500개 지원하고, 일자리를 2500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주로 청년 사회적기업가 양성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현대차그룹은 ‘H-온드림 오디션’을

[더나은미래·굿네이버스 공동 캠페인 |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⑦ 아동노동 착취 반대 서명 캠페인

“비샬이 의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남을 돕는 국가대표가 되고요” 지구촌 나눔가족 희망편지 쓰기 대회 외교부장관상 수상자 장연호군 “비샬이 돌을 깨는 영상을 보면서 저 자신이 행복한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비샬이 한 달 동안 일해야 받을 수 있는 만원을 저는 일주일 용돈으로 받고 있었거든요.”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의 한 카페에서 기자를 만난 장연호(12·성남중앙초)군은 씩씩하게 첫마디를 건넸다. 연호군은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에서 진행한 ‘제5회 지구촌 나눔가족 희망편지 쓰기 대회’에서 외교부장관상을 받았다. 지구촌 나눔가족 희망편지 쓰기 대회는 대한민국 학생들이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그에 대해 책임감을 가진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3월부터 5월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된 이번 대회는 3851개 초·중·고등학교에서 아동·청소년 237만9800명이 참가했다. 지역과 본선 심사를 거쳐 아동·청소년 수상자 13명과 우수지도자상 1명을 선정했다. 수상 소감을 묻자 연호군은 수줍게 웃으며 “아빠가 없는 비샬이 엄마에게 밝은 웃음을 전해주는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썼다”고 밝혔다. “연호도 아빠의 자리가 부족한 아이입니다. 저 혼자서 아이들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할 수는 없지만, 슬픈 삶이 아니라는 확신을 주면서 키우고 싶었어요.” 어머니 황춘금(39)씨의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8년 전 경찰로 근무하던 연호군의 아버지는 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 당시 연호의 나이 4세였다. 하지만 황씨는 집안의 어려움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가진 것을 나누는 삶을 살도록 연호군을 키웠다. 그 결과 요즘은 사랑의 리퀘스트 등 성금 모금 방송을 보면 어머니를 졸라 ARS 전화를 바로 걸 정도라고 한다.

우리 보살핌이 희망이 되는 것 봤어요

청소년 봉사단 RCY “고등학교 2학년 RCY(Red Cross Youth)에서 글로벌 리더 프로젝트로 유엔(UN) 뉴욕본부에 가서 반기문 총장님을 만났어요. 반 총장님도 RCY였는데, 이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케네디를 만나 자극이 되었다고 하셨어요. 저도 국제기구 유니세프에 들어가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위해 살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조현규(19·경희대 자유전공학과 1년)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4년째 활동하는 청소년 적십자단원(이하 RCY)이다. 문승성(17·일신여상고 2년)양은 RCY 서울시 고등부 회장이다. 문양은 지난 2년 동안 매달 한 번씩 지적장애인을 위한 재활시설에서 청소나 말동무 봉사를 해왔다. “한 지적장애인 할머니께서 저를 사물함으로 부르시더니 돈지갑에서 1000원을 보여주면서 ‘너한테만 비밀’이라고 하더라고요. 지적장애인이 무섭다고만 생각했던 편견을 버리게 됐어요. ” 최인영(14·성신여중 3년)양 또한 중학교 3년 동안 RCY 활동을 해왔다. 성북구 길음사회복지관에 격주로 한주에 두 번씩 죽이랑 반찬 배달 봉사를 한다. “1학년 때 죽 배달을 하다가 빗길에 미끄러져 다리를 다쳤어요. 그래도 약속한 것이라서, 붕대를 감고 갔죠. 할머니가 그걸 보고 친손녀처럼 붕대 위에 밴드를 붙여주셨어요.” 지난 7월 5일 오후 만난 세 명의 RCY 단원들은 “RCY 활동이 나를 변화시켰다”고 입을 모았다. RCY는 대한적십자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봉사단체다. 13세부터 18세까지의 중·고생들이 주로 참여하고, 대학생도 참여할 수 있다. 지역사회 봉사활동, 저개발국 어린이에게 선물 보내기, 국제 캠프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2009년 17만명이던 RCY 회원 수는 꾸준히 늘어 작년 한 해만도 회원 수가 163.4%나 늘어 현재 24만여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미국·호주·일본 등 186개국에서 1억여명의 단원이

집 쫓겨난 불우이웃에게 옥탑방 선뜻 내줘

[김귀동 적십자 서울지사협의회장] 피 안 섞인 남남인 데8년째 가족처럼 살아 적십자 봉사 16년째 1만5000시간 활동 어려운 사람들이 남 돕는 것 더 좋아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에게 선뜻 집 한쪽 옥탑방을 내줬다. 적십자 봉사활동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반찬을 해서 가져다주던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적십자 생계 지원을 받던 정성복(가명·76)씨가 살던 방에서 갑자기 쫓겨나게 돼 하루아침에 갈 곳이 없게 되자,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방을 내줬다. 한집에서 같이 어우러져 산 지도 어느새 8년. 이제는 맛있는 반찬을 먹다 보면 얼굴이 아른거려 조금이라도 꼭 싸가고, 같이 시골에 며칠씩 여행도 다녀오는 영락없는 가족이다.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김귀동(63·사진) 서울지사협의회장의 이야기다. “적십자 노란 조끼가 맺어준 인연이에요. 이제는 가족이지. 당신이야 나한테 늘 무척 고맙다고 하지만, 나도 또 옆에 있어서 얼마나 든든하고 의지가 되는지 몰라. 이러다 그 양반 아프거나 먼저 떠나기라도 하면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을 거야….”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김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정씨는 두 달 전 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31일, “노인들은 매년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김씨가 보채는 통에 함께 병원에 갔다가 대장암 진단을 받은 것. “그래도 수술 결과가 좋아 한시름 마음을 놓았다”며 김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가 적십자에서 봉사한 지는 올해로 16년째, 지금까지 봉사한 시간만 합쳐도 1만5000여 시간이 넘는다. 1997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바로 그해에, 두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우연히 만난 당시

“사회문제 많은데 재원은 한정… 이걸 해결하는 게 혁신이죠”

브렌튼 가핀 英 네스타 혁신기술팀 팀장 “좋은 아이디어가 중요하진 않아요. 그저 그런 아이디어가 좋은 사람과 만났을 때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만듭니다.” 영국의 네스타(NESTA)는 3억5000만파운드(약 7000억원)의 기금을 통해 벤처기업과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공익 재단이다. 지난달 27일 한국사회투자가 주최한 ‘2013 소셜이노베이션글로벌심포지엄’에 참석한 브렌튼 가핀(Brenton Caffin) 영국 네스타 혁신기술팀 팀장은 ‘혁신 투자’의 키워드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호주의 사회혁신센터 택시(TACSI)에서 창립 CEO를 역임하기도 했다.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이 왜 중요한가? 대표적인 사회혁신 사례가 있었다면 알려달라. “호주에서는 지난 10년간 가정 폭력, 가정 해체 등으로 인해 보호시설로 보내지는 아동 수가 50% 가까이 급증했다. 호주사회혁신센터에서는 ‘패밀리바이패밀리 (Family by Family)’ 라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미 위기를 극복한 가족들과 문제를 겪는 가족들이 서로 만나 상담할 수 있도록 1:1로 매칭해주는 것이다. 첫해에 가족들이 90%가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이중 다수가 가족문제를 해결했다. 서부 호주 주정부에서 첫 투자 금액의 2배인 300만달러를 3년간 투자하기로 했고, 다른 주 정부에서도 이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엄청난 정부 예산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교육이나 의료, 고령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데, 국가의 재원은 한정돼 있다. 이를 혁신적인 방식으로 풀어가는 ‘사회혁신’은 그래서 중요하다.” ―사회혁신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우선 분명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사회를 바꿀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지속 가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수익구조가 확실해야 한다. 둘째 시장이다. 사회혁신 기업의 공급을 받아줄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

[책임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③ “일자리 창출·나눔 실천하려면 기업부터 잘 돌아가야죠”

[책임 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3> 최신원 SKC 회장 10년 동안 20억원 기부… 이웃 돕던 가족들 보며 어릴 적부터 나눔 배웠죠 사업장서 바비큐 파티 때 모금함 마련해 놓고 직원들 격려·소통하면서 기부 공감대 만들었어요 “사진만 찍는 봉사? 받는 사람들 얼굴 보면 대충대충 할 수 없어요” SKC 최신원(61) 회장을 만난 3일, 신문에는 ‘경제 민주화 법안 대거 통과’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1000억원 기부’ 소식이 나란히 실렸다. 민감한 질문 대신 “차 한잔 마시자”던 최 회장은 두 가지 소식을 묻자,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정몽구 회장이 사회적으로 기부한 건 높이 평가해줘야 해. 약속을 지켰고…. 잘한 것에 대해 손뼉을 쳐야지. (가나의 빵 공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있으니까 주는 거 아냐. 없으면 이렇게 나눠줄 수 있겠어? 기업이 잘 돌아가야 일자리도 만들어져. 일자리 창출이 바로 나눔이야. 여유를 가져야 해. 해외에선 다 우리나라 기업의 성공 비결 배우러 오는데….” 최 회장은 “인터뷰 서두르지 말고 이거나 먹고 하자”며 보라색 비비빅 아이스크림을 꺼내왔다. 밖은 30도가 넘는 무더위였다. 함께 비비빅을 먹으니, 우습기도 하고 마음이 편해졌다. 인터뷰는 자연스레 ‘나눔’ 이야기로 시작됐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과 달리,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들은 기업 돈으로 기부하지 개인 차원의 기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단골로 지적된다. 10년 동안 20억원가까운 돈을, 매년 1억원이 넘는 개인 돈을 기부한 이유는 뭔가.   “경기도 수원 화성이 내 고향인데, 어릴 적 할아버지는 300가마를

파퐁씨, 울지 말아요… 언니들이 있잖아요

[적십자 봉사원 동행 르포] 필리핀 이주여성 손잡아 준 희망풍차 사업 5년 전 만나 週에 2~3회 말동무 돼주고 도움 건네 희망풍차 사업 선정으로 집안 전체 리모델링하고 파퐁씨는 요양원 취직과 적십자사 회원 활동 나서 인적이 없는 2차선 도로를 달리다 보니, 오른쪽에 축사 2~3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흙길은 중간중간 구멍이 파였고, 돌멩이가 차량 바닥에 닿을 듯 말 듯했다. 박현숙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 철원지구협의회장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을 다녀오면 승용차 바닥이 심하게 망가졌다”고 했다. 5분 남짓 갔을까. 파란 지붕과 하얀 외벽이 눈에 띄는 양옥집을 발견했다. 지은 지 얼마 안 돼 보였다.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리, 집 입구에 ‘하모니’라는 팻말이 적힌 이집은 넬리디 파퐁(45)씨와 남편, 두 아들의 보금자리다. 파퐁씨는 16년 전 필리핀에서 시집온 결혼 이주 여성이다. “선생님 오셨어요?” 파퐁씨는 박씨를 보자마자 반갑게 말을 건넸다. 급히 부엌으로 간 파퐁씨는 주전자에 보리차와 몇 시간 전에 찐 단호박을 내왔다. 동행한 채명옥 적십자 철원봉사회장이 “아직 덜 익었는데, 그래도 맛있다”고 했다. 박현숙씨는 “전자레인지를 돌리면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야”라고 자세히 일러줬다. 1996년부터 적십자 봉사원으로 활동한 박씨는 5년 전 파퐁씨를 처음 만났다. 다문화가정 실태조사를 위해서였다. 16년 전 국제결혼한 파퐁씨의 삶은 처참했다. 원래 이 집은 축사 창고를 임시로 개조해 만든 곳이었다. 창문도 없는 어두컴컴한 18평 내외의 공간에서 매월 대지 임대료 20만원을 내고 살았다. 생활 편의시설이라곤 임시로 설치한 녹슨 기름보일러, 1950년대를 연상시키는 재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