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허브] ‘복지사회 원동력’·’행복의 연장선’… 나눌수록 더 나은 미래가 찾아옵니다

창간 5주년 특집 / 기부왕 10인이 말한다 정부의 복지는 한계 있어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후원받은 학생이 성장한 후 또 다른 선행을 실천했으면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나눔도 삶의 일부로 거듭나길 전쟁 고아 도와주던 부모님 더불어 사는 삶 중요성 느껴 미국의 공익 전문 매체 ‘크로니클 오브 필란스로피(The Chronicle of Philanthropy)’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고액 기부자 톱 50인이 낸 기부금은 110조원(약 1020억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올해 보건복지 예산 52조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19억2000달러(약 2조1000억원)를 기부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게이츠와 그의 아내가 ‘기부왕’을 차지했고, 프로풋볼(NFL) 버팔로 빌스의 전 구단주인 랄프 윌슨 주니어(Ralph C. Wilson Jr.)가 10억달러(약 1조800억원)를 유산 기부해 2위를, 스포츠 기념물 등 수집품을 판매하는 MBI의 창업자 테드 스탠리(6억5239만달러·약 7000억원)가 3위에 올랐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다. 2010년 5월 국내 유일의 공익 섹션으로 창간한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국내의 수많은 ‘숨은 기부왕’을 만나왔다. 창간 5주년을 맞아 그동안 ‘더나은미래’를 응원해준 숨은 기부왕 10인에게 ‘당신이 기부를 통해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지’를 물었다.(가나다순) 편집자 주   1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기업이 사회를 더 밝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정부에서 어렵고 소외받는 우리 이웃을 모두 책임질 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인 기업들, 특히 대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눔에 앞장서야 한다. 세상은 혼자서 살 수 없고 함께 가야 더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100년 후 떡갈나무처럼… 느리고 건강한 성장이 목표

美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리사 파이크 쉬히 환경담당이사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본사 현관 입구엔 미국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브라워(David Brower)가 남긴 글귀가 커다랗게 적혀 있다. 환경 단체인가 싶지만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얘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매년 총매출의 1%는 지역 환경 단체들에 기부하고,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땅을 사들여 자연보호 구역으로 만들기도 한다. ‘댐을 없애자’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과소비도 줄이라고 권유한다. 특이한 건 또 있다. 본사 복도엔 서핑보드가 줄지어 있고, 회사 알림판엔 그날의 파도 정보를 공유한다. 좋은 파도가 오는 날엔? 서핑보드를 들고 10분 거리 바다로 뛰어들면 끝이다. 1984년 회사 내 어린이집을 만들고, 직원들을 위한 ‘근무시간 선택제’를 도입한 곳. 미국 유명 경제 잡지 포천지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쿨한(coolest) 기업’으로 꼽힌 곳, 1972년 만들어져 올해로 43년 된 ‘오래된 기업’이다. 지난달 24일 국내 파타고니아 도봉산점 개점을 기해 한국을 찾은 리사 파이크 쉬히(Lisa Pike Sheehy·사진) 파타고니아 환경프로그램 담당 이사를 만나 인터뷰했다. ―파타고니아를 설명하는 말들이 여럿 있다. 환경을 위해 애쓰는 기업, 직원이 중심이 된 회사, ‘필요하지 않으면 재킷을 사지 말라’는 광고 문구까지. 실제 본사 분위기가 궁금하다. 이본 쉬나드의 책 제목처럼 정말로 파도가 치면 서핑을 하러 나가는 게 가능한가(파타고니아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는 기업에 대한 본인의 철학을 책에 담았다. 제목은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물론이다(웃음). 근무 환경은 직원들에게 굉장히 우호적이다. 본사 직원이 500명 정도인데, 모두가

7년새 100배 커진 ‘아너 소사이어티’… 초고액 기부 시대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창간 5주년 특별 좌담회… 기부의 미래를 말한다 ‘백만달러 기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백만달러(10억원) 이상 기부자의 기부금 총액은 총 263억달러(28조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70억달러(7조6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이른바 ‘수퍼 리치(Su per rich)’들이 기부에 눈을 뜨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에선 ‘메이저 기프트(major gift·고액기부)’보다 한 단계 높은 ‘메가 기프트(mega gift·초고액 기부)’가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 새 고액 기부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초고액 기부 시대를 준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정부, 학계, 비영리단체, 금융기관 등 전문가들과 함께 ‘초고액 기부 시대 열리나’를 주제로 창간 5주년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강학봉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본부장, 김현아 아름다운재단 나눔사업국장, 배정식 하나은행 신탁부 상속신탁팀장, 성열기 삼성패밀리오피스 센터장, 이상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이재란 보건복지부 나눔정책팀장, 최임열 법무부 상사법무과 검사(가나다순) 등이 참석했다. ◇부동산·주식 등 비현금성 자산 기부 늘어… 초고액기부 시대 열렸다 사회=우리나라도 기부금 10조 시대를 넘어섰다. 고액기부자들이 몇 년 새 부쩍 늘어나는 등 기부 문화 확산 속도가 무척 빠르다. 현장에선 초고액 기부 시대에 얼마만큼 근접했다고 체감하는가. 강학봉=1억원 이상 기부하는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수가 2008년 6명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가입자만 272명에 달할 정도로 7년간 100배 이상 덩치가 커졌다. 매년 2배 이상 늘면서, 수십억원대 기부를 문의하는 자산가들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소 10억~20억원대 부동산·주식·보험 등 비현금성 자산 기부를 약속하는 분들이 한 달에 2건

“작지만 좋은 회사 응원하려 대중과의 다리 놨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 신혜성 대표 인터뷰 ‘100인의 배심원단’·’댓글’ 등차별화된 소통 앞세워 급성장 “평생을 기술 개발에 몸 바친 중소기업 사장님이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했죠. 담보가 없었거든요. 종업원 100명을 해고시켜 원가를 절감한 기업은 ‘좋은 회사’ 소리를 들었고요. ‘뭔가 잘못됐다’ 싶었습니다.” 신혜성(36·사진) 와디즈 대표의 말이다. 대표는 증권·은행에서 9년 동안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했다. 직접 방문한 회사만 500곳이 넘는다. 그런데 기업을 알면 알수록 고민이 깊어졌다. 신 대표는 “증권에선 주가가 오를 수 있는 곳, 은행에선 돈을 안 떼이는 곳이 좋은 회사였다”며 “더 다양한 관점에서 기업을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급기야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 2012년 5월 탄생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다. 가치 있는 회사들을 지원하겠다는 비전을 갖고서였다. 지난 3월까지 약 300건의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모금 성공률이 70%나 된다.(와디즈는 프로젝트별로 5~7%의 펀딩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달 29일, 신혜성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좋은 기업과 크라우드 펀딩 생태계를 직접 들어봤다. ―설립 초기, 국내 크라우드 펀딩 분야는 ‘불모지’에 가까웠을 텐데. “2012년 초반, 스타트업 모임에 강연을 갔는데, 한 청년 기업가가 ‘사기꾼이 판을 치겠다’며 비아냥거리더라. 지인들에게 ‘돈 되겠냐’는 무시와 질타도 많이 들었다. 당시 몇몇 펀딩 플랫폼이 운영되긴 했지만, 해외에 있는 모델을 그대로 들여온 방식에 불과했고 잘 굴러가지도 않았다. 인식도, 시스템도 미비했던 거다. 성급히 사업적으로 접근해선 승산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크라우드산업연구소’를 먼저 차렸다. ‘나부터 정확하게 이해해야 시장에 알려줄 수 있겠다’는

김진우 교수가 말하는 벤처 기부 “벤처 기부, 비영리단체 역량 강화하는 계기될 것”

국내 첫 벤처기부 아산나눔재단 ‘파트너십온’… 선정 기관에 연간 최대 2억, 3년간 지원 특정 사업 위한 ‘꼬리표’ 예산 벗어나 계획에 따른 자유로운 재정 운용 가능 국내에도 ‘벤처 기부’가 시작됐다. 아산나눔재단이 최근 새롭게 시작한 지원 사업 ‘파트너십온(Partnership ON)’은 지원 형태가 기존과 크게 다르다. 사각지대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단체에 기관당 연간 최대 2억원을 최대 3년까지 지원한다. 이 돈을 인건비로 쓰든, 사업비로 쓰든 아무런 용도 제한이 없다.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뿐 아니라 지원받는 비영리조직 자체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전문가 그룹의 컨설팅을 포함한 비재정적 지원도 더해진다.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전국 5개 지역에서 열린 설명회에 500여명이 참여했고, 사업 설명회 이후엔 ‘이런 방식으로 지원하는 곳이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동’이라는 평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아산나눔재단의 파트너십온 프로그램 설계에 참여한 김진우(50·사진)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 ‘한국형 벤처 기부 도입’ 뒷이야기를 들었다. 김진우 교수는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기초생활보장과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복지정책 서기관을 역임하고 영국 버밍엄 대학에서 사회정책학과 박사과정을 받은 사회복지 전달 체계 관련 전문가다. 삼성복지재단, 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 등 다양한 민간 재단의 지원 사업 실행과 자문에 참여해 온 현장통이기도 하다. ―아산나눔재단의 파트너십온 지원 방식은 비영리를 타깃으로 국내에 도입된 첫 벤처 기부 사례다. 아직 생소한 개념인데, 기존의 지원 방식과 어떻게 다른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다. 선정된 기관엔 연간 최대 2억원을 3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어느 곳에 써야 한다는 제한도 없다. 벤처

기부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창간 5주년 특집 인터뷰] 한 해 3000억 기부금 움직이는록펠러 자선자문단 멜리사 버먼 젊은 기부자 대거 등장, 기부뿐 아니라 직접 사회문제 해결 나서 에너지·빈곤 문제 등 정부 대신 민간이 주도해 성공시켜 비영리단체도 함께 ‘해결책’ 제시해야 기부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지난달 2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벤처필란스로피네트워크(AVPN)’에서는 ‘기부의 미래’에 관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 관심이 뜨거운 ‘벤처 기부(Venture Philanthropy)’는 전통적 기부 방식이 아닌, 기부를 사회 투자적인 개념으로 보고 자선단체에 투자한다. 아산나눔재단은 최근 ‘파트너십온’ 프로그램을 출범시킴으로써 우리나라 비영리 영역에도 벤처 기부를 도입했다. ‘더나은미래’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전 세계 기부 흐름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세계 최대 자선 자문기관인 ‘록펠러 자선 자문단(Rockefeller Philanthropy Advisory)’ 멜리사 버먼(Melissa Berman·사진) 대표를 인터뷰했다. 싱가포르 AVPN에 참여한 버먼 대표는 “전략적 기부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편집자 주  -14년째 록펠러 자선 자문단을 이끌어오고 있는 전문가로서, 지난 몇 년 동안 기부와 기부자들의 흐름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포드 재단, 켈로그 재단,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같은 거대 재단들을 비롯, 대기업, 고액 기부자 등 기부계의 ‘큰손’들이 우리의 주요 고객이다. 지난 몇 년간 크게 네 가지 흐름이 두드러진다. 하나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에, 더 적극적으로 기부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과거엔 많은 이가 죽을 때가 다 돼서야 유언으로 남기곤 했다.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도 흔치 않았다. 이제는 다르다. 기부자들은 이슈에 대해 깊이 있게

[더나은미래 논단] 일방통행 사회공헌에… ‘자선의 덫’ 걸린 기업들

얼마 전,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중국에서 한 다국적 기업의 CSR 부서 담당자가 방문했다. 그녀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 한 지방 도시 빈곤 아동들의 교육사업에 많은 지원을 했고, 이로 인해 공로상과 업계의 인정을 받은 이였다. 이 회사가 최근 인수합병되면서 새 이사회 앞에서 업무보고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녀는 그동안의 성과를 열심히 설명했지만, 돌아온 답은 “그래서?”였다고 한다. 새 이사회 멤버들은 프로젝트가 비즈니스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 지역사회가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대한 질문 공세를 퍼부었고, 그녀는 그 결과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갖고 있는 모든 수치는 Input(투입자원) 관련 자료였다. 자원봉사자 몇 명이 지역을 방문했고, 몇 시간 봉사를 했고, 지원 비용은 얼마였으며, 학교를 몇 개 지었고, 또 몇 명에게 장학금을 주었는지였다. 물론 이 투입자원에 대한 중간 산출물, 예를 들면 수혜를 받은 학생 숫자 등은 금방 나타난다. 하지만 이사회가 궁금해한 부분은 이 투입자원에 대한 진정한 산출 결과였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정말 교육의 질이 바뀌고 학생들의 진학률이 높아져서, 결국 지원해준 회사의 직원이 되기도 하고, 주주가 되기도 하며, 열성 소비자가 되기도 하는지에 대한 결과를 보여달라는 요구였다. 이러한 수치를 측정하려면 그녀는 아마도 훨씬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많은 학자를 동원하여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매달려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비영리재단에서 일하는지 아니면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지 헷갈릴 것이다. 다시 위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결국

“아직 사회적 경제가 낯설어… 공공기관 구매담당자 공감대 필요하다”

사회적기업 공공구매 극심한 불균형… “어떻게 바로잡나” 민·관 대담 지난 3월,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사경센터) 시장조성지원단이 2014년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기업 공공구매 실적을 발표했다. 정인수 서울시 사경센터 공공구매영업지원단 연구위원은 “서울시 구매에서 물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9%나 됐는데, 사회적기업 10곳 중 8곳이 서비스·용역 업체였다”고 설명했다. 수요와 공급의 극심한 불균형이다.’더나은미래’는 ‘미스매치’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민·관의 속내를 들어봤다. 이번 대담에는 송기호 서울시 사경센터 시장조성지원단장, 이철종 사회적기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 정진우 서울시 경제진흥실 사회적경제과장(이상 ‘가나다’ 순)이 참여했다. 편집자 주 사회=’미스매치’ 얘기부터 해보자. 물품을 구매하는 관(官)의 사정이 궁금한데. 정진우 과장(이하 정)=지난해 서울시가 가장 많이 사들인 사회적경제 기업 물품은 인쇄물이었다. 복사지, 화장지 등 일상용품은 카드 결제로 이뤄지는 등 행정 부담이 적다. 하지만 서비스 영역은 얘기가 달라진다. 웬만한 계약이 2000만원을 넘어 입찰을 거쳐야 한다.입찰을 하려면 평가방식이나 가점 등을 고려해 입찰 설계를 해야 하고, 승인을 얻어야 한다. 행정담당자 입장에서는 사회적경제를 고려하기에는 업무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이철종 대표(이하 이)=일선 구매업무 담당관들은 아직 사회적경제가 낯설고 왜 적극적으로 구매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공감대가 공공기관 내의 모세혈관까지 퍼져 있지 못하다. 송기호 단장(이하 송)=공공구매 담당자는 늘 선례를 원한다. 첫 사례가 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공공에서 이전부터 장애인 시설 생산품이나 자활기업 제품을 우선구매했던 전력이 있다 보니 사회적경제의 물품에 대해선 어느 정도 신뢰와 이해도가 있는 상태인데, 서비스의 경우는 아직 탐색기다. 이 과정을 넘어서면 서비스 구매도

“이대로 가다간 발디딜 곳조차 없어질 겁니다”

사진작가 이대성씨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그로 인해 사라지는 것들카메라에 담아 “미래의 어느 날 자연도, 그 안의 문화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듯” ‘지금의 자연환경도 언젠가는 박물관 유물로 전락하지 않을까.’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사막이 되어가는 푸른 초원, 말라가는 강, 높아진 해수면에 잠겨가는 섬…. 사라져가는 것들이 사진에 담겼다. 제목은 ‘미래의 고고학(Futuristic Archaeology)’. 사진작가 이대성(40·작은 사진)씨는 지난 4월 24일, 이 사진으로 ‘2015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의 ‘개념 사진(conceptual)’ 부문에서 수상했다. 2007년 시작된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진 대회로, 이 대회에서 전문가 부문을 수상한 한국인은 그가 처음이다. 그가 이런 사진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파리에 박물관이 참 많은데, 보면 볼수록 아이러니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물관이라는 게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유물들을 보존하는 곳이잖아요. 문화는 이미 파괴되고 사라졌지만 유물들만 화석처럼 남아서 ‘한때는 이런 시대도 있었다’ 보여주는 거예요. 사실은 그 문화가 그 사회 내에서 잘 보존되는 게 가장 좋았을 텐데, 문화를 파괴한 식민지 국가들에서 전시·보관되고 있다는 게 참 모순된 느낌이었죠.” 미래의 어느 날, 오늘날을 되돌아보면 어떤 작품들이 전시될까. 그의 눈에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들어왔다. “이대로 가다간 자연도, 그 안의 문화도 언젠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운명이겠더군요. 특히 몽골의 유목 문화는 이런 운명이 예견되어 있는 셈이고요. 여기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2013년 가을, 그는 몽골로 날아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사막화가 진행 중인

[희망 허브] [숨은 영웅을 찾아서] ⑤ 빈곤의 고리 끊기 위해… 달려오다 보니 30년이네요

[숨은 영웅을 찾아서] (5) 황선업 ‘섬나의 집’ 지역아동센터장 보건복지부장관상 세 번째… 심사위원들 전원이 만장일치 밤이면 야학, 낮이면 엄마 위한 교실 창고 교회 한 귀퉁이에 주말 진료소…대전 최초 종일제 탁아소 운영부터 외국인 노동자·다문화 한부모까지 가장 낮은 현장에서 보듬어 황선업(56) ‘섬나의 집'(섬김과 나눔의 집) 지역아동센터장 이야기를 해준 분은 그녀를 이렇게 평했다. “지난 3월에 황선업 센터장이 ‘지역아동센터 알찬마루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는데, 심사위원 전원이 ‘어휴~ 우리가 감히 그분을 어떻게 심사하느냐’고 했대요.” 궁금해졌다. 2005년과 2009년에 이어 올해로 복지부 장관상만도 세 번째라 했다. 섬나의 집은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에 있었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좁다란 골목 언덕길 끝이었다. “대전의 평범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는데, 남편하고 교회에서 만났어요. 서울에서 노동운동, 학생운동 하다 목회를 마음에 품고 대전으로 내려온 사람이었거든요. ‘가장 가난하고 낮은 곳으로 들어가 살자’며 함께 대전 곳곳을 찾아다녔는데 그때 만난 게 ‘대화동’이었어요. 84년에 결혼하고서 바로 이쪽으로 자리를 잡았으니, 31년째네요.” 땅이 기름져 벼농사가 잘돼 ‘대화(大禾)’라 불렸던 곳. 이곳에 가난한 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건 1970년대, 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생산직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찾아 몰려왔다. 공단을 둘러싸고 고만고만한 집들이 다닥다닥 들어섰다. “저희 집이 풍족한 편도 아니었는데, 생전 이렇게 가난한 지역은 처음이었어요. 울타리 하나에 쪽방 스무 개 이상 달린 ‘닭장집’이 빽빽이 붙어 있고, 수도나 화장실도 한 지역이 공동으로 써야 했어요. 리어카 하나 못 지날 정도로 골목은 좁은데, 골목으로 내어놓은 배기구에서

[더나은미래 논단] 실리콘밸리에선 고액 자선도 투자처럼

애플의 최고 경영자(CEO) 팀 쿡이 세계 최고의 지도자로 뽑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5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천(Fortune)이 발표한 자료다. 포천지는 매년 정치 지도자는 물론 CEO, 비정부기구 대표, 성직자, 스포츠맨,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고 지도자를 조사해 발표해 왔다. 팀 쿡이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등극한 것은 애플의 뛰어난 실적과 무관치 않다. 2011년 쿡이 경영을 맡을 당시 54달러였던 애플의 주가는 3년 반 동안 2.5배나 올랐다. 사상 첫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의 출현이 예고되고 있다. ‘잡스 없는 애플’은 기우로 남게 됐다. 그런데 이런 숫자적 성과만으로 팀 쿡의 저력을 평가하기엔 이른 사건이 터졌다. 그는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재산은 8억달러(약 8800억원)로 평가된다. 쿡은 “10세인 조카의 대학 학비를 대주고 나서”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이미 소리 소문 없이 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팀 쿡<사진> 이전에 페이스북으로 수퍼 리치의 반열에 오른 마크 저커버그는 2013년 1월에 10억달러를 기부해 20대의 나이로는 처음으로 고액 기부자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의 고액 기부자 10위 안에는 실리콘밸리의 젊은 벤처기업가가 4명이나 포진했다. 그렇다면 소위 첨단을 달리는 실리콘밸리의 고액 기부자들은 과거의 기부자들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에게 자선사업은 기업 투자와 다를 바 없다. 벤처 자본을 연상시키는 ‘벤처 자선사업’이라는 용어는 자선가가 직접 사업을 선택하고 참여하며 확실한 근거가 있는 목표 중심의 자선사업 방식을 옹호한다. 또한 벤처 자선이 기존의 자선 활동에 자극을 주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음악적 열정에 놀라… 한계 아닌 가능성 봤다”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김미옥 교수 “사진을 가져오게 했어요. ‘오케스트라’와 ‘음악’에 대해서 말이죠. 한 친구는 아름다운 풍경을 찍어 왔는데 ‘왜 이걸 찍었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느낌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지난해 4월부터 약 1년간 ‘하트하트오케스트라 효과성 평가 연구’를 주도했던 김미옥(48·사진)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한국장애인복지학회의 발달장애 분과위원장으로 이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왔고, 장애인 복지관에서 5년여 동안 근무하면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접한 경험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좀 더 특별한 경험이었다. 김 교수는 “반성한 것도, 깨달은 것도 많았다”고 했다. ‘포토보이스’를 진행하며 얻은 교훈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포토보이스는 사진을 이용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구 기법인데, 주로 언어 표현이 서툰 아동이나 장애인을 위해 사용한다. 국내 발달장애인에게 활용한 케이스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우려도 많았다고 한다.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을 닫는 데 익숙한 친구들이잖아요.” 하지만 우려는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단원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단원들 덕분에 1회로 예정돼 있었던 인터뷰가 세 번이나 진행됐다. “바위를 찍어온 아이는 자신이 ‘목석 같다’며 안타까워했어요. 한 친구는 울고 있는 얼굴을 가져왔는데 자기 속마음이래요. 겉으론 울지 못하지만, 마음은 울고 있다는 거죠. 이태석 신부님 사진을 가지고 온 친구는 신부님처럼 남을 행복하게 만드는 음악을 하고 싶다더라고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그렇게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에서 한 번 놀랐고, 그들의 음악적 열정과 고민의 깊이에 또 한 번 놀랐죠.” 한편 김 교수는 “이번 연구가 의미를 더하기 위해선 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