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시재생, 길을 묻다] “도시재생 성공하려면 주인의식 갖춘 ‘주민 협의체’ 필수”

[도시재생, 길을 묻다] ⑤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인터뷰 <끝> “국토를 생명처럼 한 몸으로 봐야 해요. 손발이 저리면 머리도 아파지잖아요? 지금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몰려 있어요. 머리에 피가 쏠린 거예요. 그러다 보니 지역은 혈액순환이 안 되다 못해 소멸 위기예요. 시골 마을은 사라지고, 중소 도시의 원도심은 죄다 비어 있고…. 이대로 두면 대가리만 남아요. 이게 다 개발 시대의 후유증인데, 이젠 대증요법으로는 치유할 수가 없어요.” 정석(57·사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재생 분야에서 손꼽히는 연구자다. 지난달 20일 연구실에서 만난 정석 교수에게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 요건을 물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개발 시대의 종말과 재생 시대의 도래를 이해해야 이 문제가 풀린다”고 말했다. 중장년기 접어든 우리 국토, 작게 작게 고쳐 채워야 “과거 개발 시대에는 사람이 도시에 몰렸어요. 몸으로 치면 청년기 같은 거죠. 사람이 도시로 밀어닥치니까 건물도 시설도 빨리 만들어야 했어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택, 공원 등을 뚝딱 만들었어요. 지금은 아니죠. 인구가 줄고, 경제도 호황이 아니에요. 중장년기에 접어든 셈인데, 건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재생 시대인 겁니다.” 정석 교수는 발언에 조건을 달았다. 재생이 옳고 재개발은 나쁘다는 건 아니라는 것. 현 상황에서 내린 진단이다. “재개발도 장점이 있죠. 우선 공공이 투자하기 유리합니다. 민간을 끌어들여서 공원이나 주민 시설 같은 부대시설을 짓고 기부채납 형식으로 받을 수 있어요. 세수도 늘고요. 정치인들에게는 표로 이어질 텐데요.(웃음) 이게 공공 영역이 가난했을 땐 맞는 방식이죠.” 정 교수 말에

프렌즈인터내셔널 “우리는 레스토랑·네일숍 운영하는 NGO입니다”

“‘프렌즈인터내셔널(Friends International)’은 법적·행정적으로 ‘NGO’이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소셜 엔터프라이즈(Social enterprise)’로 규정합니다. 이때 ‘엔터프라이즈’란 말은 ‘기업’이라기 보다 어원인 프랑스 어 동사 ‘entreprendre’의 뜻과 관련있습니다. 즉 ‘무언가에 착수해 그것을 계속 책임지고 돌보는 역할을 하는 곳’이란 뜻이죠. 물론 기업처럼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국제개발협력(ODA) 비영리단체 프렌즈인터내셔널의 니콜라이 슈바르츠 소셜 비즈니스 부문 책임자는 단체의 정체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캄보디아 거리 청소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프렌즈인터내셔널은 2001년부터 ▲레스토랑 ▲업사이클링 수공예품점 ▲모터사이클 수리점 ▲양장점 ▲가전제품 수리점 ▲네일아트숍 등 다양한 소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슈바르츠는 “거리 청소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셜 비즈니스를 하게 됐다”면서 “자립하려면 직업이 있어야 하는데, 청소년들에게 직업 교육과 일할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이 직접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열매나눔재단이 지난달 10일 개최한 ‘개발협력NGO, 사회적경제를 만나다‘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슈바르츠를 만났다. 그는 10년 넘게 DHL 등 일반 기업에서 일한 뒤, 2012년 캄보디아로 이주해 8년째 프렌즈인터내셔널의 소셜 비즈니스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거리 청소년들 요리사로 키워 자립시키는 ‘트리 레스토랑’ 1994년 캄보디아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프렌즈인터내셔널은 다른 ODA 단체들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물품을 지급했다. 슈바르츠는 “설립자인 세바스티앵 마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밥을 짓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길 위의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얼마 안 가 자기처럼 아이들에게 음식을 주는 외국인들이 많다는 것, 그래서 아이들이 조금만 돌아다니면 하루에 네다섯 끼를 먹을 수 있다는

“아이들 성장 지켜보며 ‘기술로 문맹 퇴치’ 확신 얻었죠”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공동 우승 거머쥔 에누마 이수인 대표 인터뷰 스스로 문해력 키우는 교육용 게임 ‘킷킷스쿨’ 개발 15개월간 경진대회 결승전, 아프리카 오지서 실험 기기 작동도 서툴던 아이들, 글·셈 발전 모습에 뿌듯 “난민·청각장애 아동 위한 교육 앱도 만들고 싶어” 총상금 1500만달러(약 180억원). 지난 2014년부터 5년간 진행된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Global Learning XPRIZE)’에서 한국 교육 스타트업 에누마가 영국 비영리단체 원빌리언과 함께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는 미국 비영리재단 엑스프라이즈가 진행한 세계 최대 비영리 경진대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대회 상금 전액을 후원해 화제가 됐다. 전 세계 아동 문맹 퇴치를 주제로 진행된 이 대회에는 각국 198개 팀이 참여했다. 에누마는 태블릿 기반 교육용 게임 ‘킷킷스쿨’로 정상에 올랐다. 글자와 숫자를 모르는 아이들이 선 긋기, 퍼즐 만들기 등 단계별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의 수리·문해력을 갖추도록 구성한 앱이다. 지난 15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구글 신사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받은 이수인 에누마 대표는 “우승이라는 타이틀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매달렸는데도 퇴치하지 못한 개발도상국 문맹 문제를 해결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이 기쁘다”고 말했다. 시상식 사흘 뒤인 18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이수인 대표를 만났다. “아프리카의 곤충, 동물 콘텐츠에 담는 등 현지화에 주력” “돌이켜 보면 에누마도, 주최 측도, 참 독했던 것 같습니다(웃음).” 5년간 매달린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 대해 이 대표는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모두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맞서겠다”

국내 첫 라이더 노동조합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배달 노동자 70여 명과 뜻 모아 조합 결성 건당 3000원 정도 받고 목숨 담보로 일해 부당 대우받는 경우도 태반… 권리 찾아야 노조할 권리 인정받을 때까지 정면 돌파   2018년 여름은 펄펄 끓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이 역대 최고기온을 갈아치웠고, 강원 홍천은 수은주가 41도를 가리켜 ‘홍프리카’로 불렸다. 플라스틱 헤비콘이 엿가락처럼 휘었지만, 아스팔트 위가 직장인 사람들은 불볕더위를 피할 길이 없었다. 맥도날드 라이더(배달 노동자) 박정훈(35)씨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폭염수당 100원을 달라’는 그의 외침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위태롭게 달리는 거리 노동자의 현실을 담고 있었다.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박씨는 국내 첫 라이더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초대 위원장이 됐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출범식을 열고 “모든 라이더는 안전하게 달릴 권리가 있다”고 외쳤다.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박 위원장은 오랜 시간 노동운동에 몸담았다. 2009년부터 ‘대학생사람연대’ ‘알바연대’ 등 단체에서 활동했고, 2016년에는 알바노조 위원장에 취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 활동을 펼쳤다.   ◇생계 위해 폭주해야 하는 라이더들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박 위원장과 만났다. 그는 이곳에서 3년째 라이더로 일하고 있다. 4대 보험도 가입했고, 근로계약서도 썼다. 맥도날드 소유 오토바이를 타고, 다치면 산재 보험 처리도 된다. 하지만 모든 라이더가 이런 조건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드물고, 오토바이조차 스스로 마련한다. 배달하다 다쳐도 보험 혜택을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근로기준법상 라이더는

[공변이 사는 法]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도움 주고파… 출생 미등록 아동 찾아 전국 시설 돌았죠”

[공변이 사는 法] 김희진 변호사 “국내 아동 관련 법률은 성인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법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죠. 현행법에 가려져 불이익을 당하는 아이들을 위해 잘못된 법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김희진(32·사진) 변호사는 국제아동인권센터(InCRC)에서 상근으로 일한다. 국제아동인권센터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기초로 아동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옹호 활동을 펼치는 비영리단체다. 김 변호사는 아동 권익을 보호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제시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6일 만난 김 변호사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목소리에 한 번이라도 더 귀 기울이고, 도울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출생 기록 없는 아동, 양육시설에만 100여 명 보통의 변호사들이 소송 활동에 주력한다면 김 변호사는 직접 실태조사를 벌이고 문제를 발굴하는 등 ‘활동가’에 가까운 일을 한다. 지난 2015년 국제아동인권센터에 들어온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아동복지심의위원회에 대한 구성과 운영을 강제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을 이끌었고, 아동양육시설인 그룹홈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에도 역할을 했다. 지난해부터는 ‘출생 미등록 아동’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부모는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 이내에 출생 신고를 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관리하거나 단속할 방법이 없어 출생 미등록 아동이 계속 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UBR)’와 함께 아이가 태어나면 병원에서 자동으로 출생 사실을 등록하게 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도입을 지난해 법무부에 제안했다. “법무부 담당자가 되묻더군요. ‘그래서 출생신고 안 된 아이가

[공변이 사는 法] 북한 인권 활동가에서 변호사로…”편견 없는 세상 꿈꿉니다”

[공변이 사는 法] 전수미 변호사 “자유를 찾아온 북한 이탈 주민들은 남한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에 무너집니다. 외국에 여행 갔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그 나라의 문화나 법률을 잘 알지 못해서 이런저런 사고가 나기도 하잖아요? 탈북민은 언어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전수미(37) 변호사는 북한 인권활동가 출신이다. 북한 인권활동에 뛰어든지 햇수로 17년째. 이 가운데 7년은 변호사로 활동했다. 과거에는 직접 탈북민 구출사업을 진행했고, 지금은 북한 이탈주민 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이나 통일부·법무부·외교부에 접수된 탈북민 사건을 공익소송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화해평화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평범한 탈북민들이 편견과 냉대 속에 범죄로 빠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을 돕는 건 결국 ‘사람’을 돕는 일” 탈북민들은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분쟁에 휘말린다. 대표적인 게 층간소음 분쟁이다. “북한 출신의 사람들은 목소리가 큰 편이에요. 마치 성난 사람처럼 이야기해요. 아주 평온한 상태인데도 말이죠. 특히 북한에는 층간소음이라는 개념이 없어서인지 법적 분쟁까지 이어져요. 어떻게 보면 간단한 문제인데 법적인 도움을 구할 데가 없어 곤란해 하는 분들이 많죠.”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다. 문제는 폭행 같은 형사사건이다. 그는 “탈북민에게 ‘김정은 XXX’라고 말해보라며 자극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명백한 인권침해 사건인데 주먹이 오가면서 결국 형사사건으로 처리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전 변호사는 소송뿐 아니라 법제도 개선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남북 교류 확대되고 실질적인 통일 절차가 진행됐을 때를 대비하기

엔지니어가 곧 혁신인 세상… 전 국민 ‘코맹 탈출’ 꿈꾼다

‘내 아이디어를 내 손으로 실현한다!’ 컴퓨터 비전공 대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소셜 벤처 ‘멋쟁이사자처럼(이하 ‘멋사’)’의 슬로건이다. 돌이켜보면 파격적인 시도였다. 멋사가 설립된 2013년은 코딩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다. 멋사를 만든 이두희(36) 대표는 “‘문과생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쳐서 무엇 하냐’는 비판이 많았다”고 했다. 7년이 흐른 지금 멋사의 위상은 180도 달라졌다. 멋사 수료생들은 카카오·네이버 등 IT 업체 곳곳에 진출했다. ‘멋사 출신’은 스타트 업계에도 돌풍을 일으켰다. 자기소개서 관리 서비스인 ‘자소설닷컴’은 가입자 35만명을 모았고, 축구 데이터 분석 서비스 ‘비프로일레븐’은 독일 분데스리가와 제휴했다. 입법자와 유권자를 연결하는 법안 홍보 플랫폼 ‘투정’은 국회의원이 먼저 찾아와 홍보를 부탁할 만큼 호응이 뜨겁다. 멋사는 지난달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호주·일본·홍콩 등 5개국 60개 대학에서 7기 교육생 1654명을 선발했다. 서울대생 30명으로 출발한 1기를 떠올리면 놀라운 발전이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에서 만난 이두희 대표는 “사회 혁신의 주체가 되고 싶은 ‘코맹(코딩 문맹)’들에게 무기를 쥐여주고 싶었다”며 웃었다. 뚝심으로 버틴 7년, 프로그래머 4000명 길러내 이 대표는 백수 시절 멋사를 만들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밟다가 그만뒀을 때였다. 그는 “대학원생의 피땀으로 교수들만 잘 먹고 잘 사는 것도 질렸고, 스마트폰 시대에 ‘윈도 XP’를 가르치는 대학의 게으름도 견디기 어려웠다”면서 “내가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오기가 생겨 학교에 ‘코딩 무료 교육, 비전공자 지원 바람’이라는 공고를 붙였다”고 했다. 200명 넘는 지원자가 몰렸고, ‘백수의 왕’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멋쟁이사자처럼’이라는 이름을 지어 시작했다. ―이번이 벌써 7기다. 우여곡절이 많았을 텐데. “매번

“장애 차별 당한 경험 발판… 차별 없는 일터 만들었죠”

[인터뷰] 이시우 두루행복한세상 대표 이시우(45·사진) 두루행복한세상 대표는 청각장애인이다. 세 살 때 앓은 열병의 후유증으로 청력을 거의 잃어 보청기를 껴야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2004년부터 디자인 관련 회사에서 일했지만, 사회적기업 두루행복한세상을 창업하기 전까지 회사를 다섯 번이나 옮겨야 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비장애인과 똑같은 업무를 하고도 부당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몇 년을 일해도 월급은 오르지 않고, 진급 대상에서도 제외됐어요. 그래서 동료 4명과 함께 장애인도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회사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죠.” 이 대표가 지난 2013년 설립한 두루행복한세상은 장애인, 고령자, 경력단절여성 등을 채용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직원 30명 가운데 15명이 사회취약계층이다. 이들은 홍보 인쇄물을 제작하고, 공공기관 대상으로 사무용품을 납품한다.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시우 대표는 “회사의 제1의 미션은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개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행복한 일터”라고 말했다. 두루행복한세상의 임직원 평균 임금은 사무직 기준 월 400만원. 현장직은 300만원을 받는다. 임금은 직급에 따라서만 차등을 둔다. 복리후생 또한 남다르다. 직원들은 자기계발을 위한 외국어, 컴퓨터 활용, 경영, 회계 등의 교육비를 회사로부터 받을 뿐 아니라 해외로 휴가를 가면 교통비까지 지원받는다. 사회적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복지 수준이다. 설립 이후 단 한 명의 퇴사자도 없다는 사실이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감을 대변한다. “회사가 성장하면 주주들에게 배당을 많이 하거나 자본금으로 쌓아두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회사가 성장한 만큼 직원들에게 투자하고 있어요. 직원 만족도가 높으면 업무를

장애인 동생 돌보는 ‘착한 누나’로만 살지 않을래요

장애인의 형제들이 만든 자조 모임 ‘나는’ ‘나는'(nanun.org)은 정신장애인을 형제로 둔 20~30대 청년들의 자조 모임이다. 장애인의 비장애 형제로서 함께 고민하고 의지할 모임이 필요했던 두 청년이 2016년 ‘나는’을 탄생시켰다. ‘나는’의 모임에서는 장애인 형제에 대해, 부모에 대해, 세상의 시선에 대해 대화하거나 에세이를 쓰며 치유 시간을 갖는다. 지난 21일, 운영진 박혜연·이은아·설지영·송서원씨 네 사람을 만나 ‘나는’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직접 모임을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제가 참여할 수 있는 비장애 형제 자조 모임이 어딘가 하나쯤 있을 줄 알았죠.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거예요. 친구인 지영씨와 의논한 끝에 ‘없으면 우리가 만들자’고 결론을 내렸어요. 지인들을 통해 모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았고, 혜연, 서원씨를 만나게 됐죠.”(이은아)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네 사람은 가까운 친구나 부모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고민과 감정을 생전 처음 털어놓으며 그동안 눈치 채지 못했던 마음의 생채기들을 발견하게 됐다. “모임에 참여하기 전까지 스스로 ‘나는 장애인 형제를 둔 비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을 잘 소화하고 있다’고 굳게 믿었어요. 그런데 내 안에 나도 모르는 어떤 답답함이 쌓여 있었다는 걸 깨닫고 굉장히 당황했죠. 펑펑 울었어요.”(박혜연) 눈물 뒤에 찾아온 건 따뜻한 위안. 부모가 장애인 형제를 더 먼저 챙길 때 느끼는 서운함, 나만큼은 부모에게 짐이 돼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 나를 힘들게 하는 장애인 형제에 대한 미움과 같은 복잡한 감정을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사람들도 느낀다는 데서 오는 온기였다.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들을 만나 강한

日 요리연구가 에다모토 나호미, “하루 세끼 건강한 음식 먹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노숙자들의 자립을 돕는 잡지 ‘빅이슈’ 일본판에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인생 레시피’란 코너가 연재된다. 빅이슈 독자들이 고민거리를 편집부에 보내면 빅이슈를 판매하는 노숙인들이 상담사로 나서 다사다난했던 인생 경험에서 끌어올린 조언을 건넨다. 노숙자들의 조언마다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따뜻한 레시피가 곁들여진다. 요리연구가 에다모토 나호미(64)가 개발한 레시피들이다. 방 정리가 너무 어렵다는 25세 직장인 독자에게는 ‘토마토주스로 풍미를 돋우는 15분 초간단 카레’ 레시피를, 치매에 걸린 노모를 돌보느라 심신이 지쳐버린 30대 여성에게는 ‘불에 올려놓고 뭉근히 끓이기만 하면 되는 닭고기 감자 수프’ 레시피를 제안하는 식이다. 에다모토는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를 고른다”며 “요리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부엌 문턱을 낮추는 것 또한 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음식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그를 지난 10일 여수에서 중국 상하이로 향하는 ‘피스&그린보트’ 여객선 위에서 만났다. 피스&그린보트는 환경재단과 일본의 비영리단체 피스보트가 공동 운영하는 한–일 교류를 위한 크루즈 프로그램이다. 에다모토는 이번 피스&그린보트에서 먹거리 안전 문제에 대해 강의했다.   ◇ 요리로 더 따뜻한 세상 만들어가는 요리연구가 에다모토는 젊은 시절 작은 극단의 배우로 일했다. 극단 식구들에게 요리를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요리를 업으로 삼게 됐다. 그의 30여년 요리 인생은 ‘요리와 음식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여정이다. 빅이슈재팬과의 인연도 ‘노숙자 자립을 돕는 빅이슈를 위해 나도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빅이슈가 창간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빅이슈로부터 ‘슬로우푸드’ 특집 기사 취재 요청을 받았어요.

[공변이 사는 法] “장애인 인권 보호, 거창한 법보다 사회 인식 전환이 우선이죠”

[공변이 사는 法] 김예원 변호사 김예원(37) 변호사의 하루는 짧다. 그는 비영리 1인 법률사무소인 ‘장애인권법센터’를 운영하며 부당한 일을 당한 장애인들을 무료로 대리하는 일을 한다. 지난 2~3월에는 혼자서 18건의 장애인 인권침해 소송을 지원했다. 경찰 단계의 사건부터 검찰 불기소에 대한 항고, 행정소송이나 민사소송 등 장애인 인권 문제라면 가리지 않는다. 소송뿐 아니라 제도 개선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학대 피해 장애인 법률 지원 매뉴얼 작업,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활동, 장애인체육회 인권 신장을 위한 규정 개정 활동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지난 19일 김예원 변호사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애인 인권, 느린 걸음이지만 조금씩 전진 “장애인 인권 침해 사건의 경우 피해 당사자를 만나 어떤 일을 당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직접 들어보면 대부분 충분히 이길 수 있어요. 발화(發話)가 안 되는 중증 장애라 해도 비언어적 의사소통으로 상황을 추단해낼 수 있거든요. 소송으로 잘 이어지지 않을 뿐이지, 피해자들의 승소 가능성은 무척 큰 사건이 많아요. 그만큼 장애인들이 부당한 일을 많이 당한다는 얘기겠죠.” 지난 2017년 그가 맡았던 항고 사건의 경우도 그랬다. 집시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한 장애인이 벌금 대신 사회봉사를 하는 ‘대체형벌’을 신청하자 법원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기각한 사건이다. “기각 사유가 없었어요. 한마디로 ‘장애인이 무슨 사회봉사를 하겠다는 거냐’라는 뜻이었죠. 만약 벌금을 내지 않아 검거되면 유치장 노역을 선고받는데 그건 또 가능하다는 거예요.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죠.” 특별한 이유

[공변이 사는 法] “환경 소송과 함께 한 15년…세상이 조금씩 바뀌더라”

[공변이 사는 法] 정남순 변호사 환경 전문 변호사에게 늘 따라붙는 꼬리표가 있다. ‘지는 소송을 하는 사람’. 실제 환경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환경법률센터의 정남순(49) 변호사는 15년째 지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매번 패소해도 그게 익숙해지지는 않는다”는 그의 목소리는 쾌활했다. 지난 12일 정 변호사가 일하는 환경법률센터를 찾았다.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한 사무실 앞 잔디밭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를 배경 삼아 정 변호사와 마주 앉았다. ◇피해 입증 어려운 ‘환경 소송’…”쉬운 사건 없지만 놓을 수도 없다” “입증 책임은 문제를 제기한 원고에게 있습니다. 특히 환경 소송에서는 원고가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죠. 문제는 환경 영향으로 입은 피해는 증상이 즉각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과학적인 연구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에요.” 정남순 변호사가 환경 소송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피고가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피해를 입증할 방법이 마땅찮은 경우도 많다”면서 “건건이 쉽지 않은 사건이지만 그럼에도 놓아버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시멘트 공장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건을 맡고 있다. 원고는 시멘트 공장에만 40년 근무했다. 폐암이 발병하자 산업재해 신청을 했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거부했다. 정 변호사는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해까지 4년이라는 긴 싸움을 이어갔다. “결국 졌습니다. 그분은 산재 인정을 못 받은 채 사망했고요. 지금은 아버지의 싸움을 유훈처럼 이어받은 유족들을 대리해서 다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질병과 원인의 인과관계에서 ‘특이적 질환’과 ‘비특이적 질환’을 구분한다. 특이적 질환은 질병 발생 원인으로 특정 요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