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입국청소년도 마음껏 ‘미래’ 그릴 수 있어야”

김수영 서울온드림교육센터장 인터뷰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하지만, 그 안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많은 ‘중도 입국청소년’이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외국에서 태어나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한국 땅에 던져진 아이들은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아이들과는 출발선이 달라요.” 지난 7월 2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만난 김수영 센터장은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중도입국청소년은 부모의 이주와 동시에, 또는 시차를 두고 한국에 오게 된 외국 태생 청소년을 말한다. 나고 자란 국가와 딴판인 문화 때문에 혼란을 겪고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니어서 언어장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5년 9월 문을 연 서울온드림교육센터는 중도입국청소년의 한국 사회 적응을 돕는 기관이다. 수준별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고 검정고시·귀화시험 등 학력 인정이나 국적 취득에 필요한 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각종 문화체험 행사를 주관하고 상담·심리 치료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중도입국에 따른 혼란에 가족 내부 갈등 겹치기도 서울온드림교육센터는 서울에 있는 유일한 중도입국청소년 전문 지원기관이다. 한국인 배우자와 재혼해 이전 결혼에 의한 자녀를 데려온 경우 국제결혼가정의 자녀 가운데 부모의 본국에서 살다가 학령기에 입국한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 후 일정기간이 지나고서 본국에 있는 자녀를 데려오는 경우 외국인과 결혼한 탈북여성이 제3국에서 출생한 자녀를 데려온 경우 등을 중도입국청소년으로 규정해 지원한다. 중도입국청소년들이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부모의 의지’로 한국에 오게 됐다는 점은 모두 같다고

“선한 의지 품은 혁신가들이 법 앞에서 애먹지 않도록 조력해야죠”

국내 1호 사회적경제 전문 법무법인 설립한 이경호 변호사 인터뷰 사회적기업·소셜벤처의 계약·소송대리 등 자문 10년간 기업 M&A 맡다가 사회적경제 발 담가 지속 가능한 맞춤 법률 지원 시스템 만들고 싶어 “국내 사회적경제 저변이 넓어졌다는 걸 몸으로 느낍니다. 몇 년 새 법률 상담을 요청하는 곳이 부쩍 늘었어요. 사회적경제 조직이 성장할수록 다양한 법률문제에 얽히게 돼 있죠. 사회를 변화시키는 혁신가들에게도 법률 조력자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국내 첫 사회적경제 전문 법무법인을 설립한 이경호(45) 더함 대표변호사는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사회적협동조합 등을 대상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2015년 사회적경제법센터로 출발한 더함은 최근 법무법인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법률 지원 사업에 나섰다. 지난 16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난 그는 “선한 의지를 품은 사람들이 모여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려는데, 법률문제로 애를 먹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며 “사회적기업도 규모와 양상이 다를 뿐 영리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법률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전문 변호사로서 그의 업무는 크게 법률 자문, 법률 교육, 제도 개선 입법 지원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법률 자문은 정관 작성, 지식재산권, 근로계약, 투자계약, 소송대리 등 조직의 성장 단계와 업종에 따라 다양하게 이뤄진다. “분쟁은 생각보다 사소한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여럿이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에서 분쟁이 많이 생겨요. 처음 의기투합할 때는 문제가 없었을 거예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사업이 잘되면 사업 방향이나 수익 분배 때문에, 사업이 잘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다툼이 생깁니다. 대부분

“신용정보 없지만 ‘잠재력 있는 청년’에게 대출해줍니다”

김민정 크레파스솔루션 대표 인터뷰 ‘청년 5.5’, 6개월 만에 누적 대출 1억원 달성 소비 패턴 등 분석해 대출 집행… 부실률 0%   청년 전문 소액 대출 플랫폼 ‘청년 5.5’를 운영하는 크레파스솔루션이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인 지난달 28일 누적 대출 1억원을 달성했다. 신용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은행이 ‘신용 불량’ 딱지를 붙인 청년 50명에게 100만~300만원씩 대출을 집행했다. 비금융 정보를 분석해 믿을 만한 사람인지 살펴보는 ‘대안신용평가’를 활용한 덕분이다. 누적 대출 1억원 돌파를 앞두고 서울 영등포구 크레파스솔루션 사무실에서 만난 김민정<사진> 대표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금융을 꿈꾼다”고 했다. “보증금이 없어서 고시원에 살고, 학원비 내느라 아르바이트를 2개씩 하는 청년들에게 여유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신용평가는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열 단계로 나뉘는데, 4등급이 넘어가면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진다. 대학생이나 직장을 다닌 적이 없는 청년들은 대체로 신용등급이 4~6등급이다. 돈을 빌리려면 연이율 20%가 넘는 저축은행이나 대부 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1997년부터 넥스트웨이브·에프케이비씨지 등 여러 신용평가 설루션 업체에서 근무했다. 청년들이 금융에서 소외되는 현실을 바꾸고 싶어 지난 2016년 크레파스솔루션을 창업했다. “대출은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아서 은행들은 최대한 걸러내는 데 집중합니다. 대출을 거절당한 청년 중에서도 돈을 잘 갚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만 어떤 은행도 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이죠.” 크레파스솔루션이 지난 1월 출시한 ‘청년 5.5’는 개인 간 거래(P2P) 기반 대출 플랫폼이다. 20~39세 청년이 대출을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투자 상품 형태로 플랫폼에 선보인다. 투자자는

“대학은 사회혁신의 실험장… 도전할 수 있게 ‘판’ 깔아줘야”

[인터뷰] 장용석 연세대 고등교육혁신원 부원장   “세상을 바꿀 따뜻한 인재 기르자” 사회문제 해결에 뛰어든 대학들 학생들이 사회혁신 아이디어 내고 가치 만들도록 ‘고등교육의 틀’ 바꿔 “대학이 사회혁신의 실험장이 돼야 한다. 책 속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해볼 수 있게 ‘판’을 깔아줘야 한다.” 지난 1일 만난 장용석(51) 연세대학교 고등교육혁신원 부원장(행정학과 교수)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번지는 대학의 사회혁신 움직임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사회혁신가(Social Innovator)’ 양성을 미션으로 내건 대학들이 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의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따뜻한 인재를 키우는 게 이 시대 대학의 새로운 사명(使命)이 됐다”고 말했다.   ―’따뜻한 인재’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가. “한국 대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를 제대로 들여다본 경험이 거의 없다. 초·중·고등학교 때까지는 학원 다니고 공부하느라 바빴을 테니까. 대학에 왔으니 지금이라도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내가 속한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들이 산적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동안 대학은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곳에 취업하라는 말만 했다. 대학에서 아무리 많은 인재를 길러내도 세상에 부조리와 비리가 넘쳐나는 이유가 이런 개인주의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똑똑한 인재가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따뜻한 인재다.”   ―대학에서 인성교육을 하자는 얘기는 아닐 텐데? “사회문제가 생겨나는 속도가 빨라지고 형태도 복잡해지고 있다. 주입식 교육으로 배운 단편적인 지식으로는 눈앞에

[공변이 사는 法] ‘로힝야 학살 보고서’ 만드는 김기남 변호사…”훗날 국제재판 자료로 쓰이길”

[공변이 사는 法] 김기남 변호사 “로힝야 학살 사건이 벌어진 지 벌써 2년이 됐습니다. 문제 해결은커녕 난민을 향한 또 다른 갈등만 생겼죠. 더 늦기 전에 학살 사건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피해 생존자 320명 정도 만났어요. 1년에 네 번 정도 방글라데시 난민캠프를 오가면서 증언과 자료를 모았죠. 생존자 증언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합니다. 가끔 그분들 말씀이 머릿속을 스칠 때면 굉장히 고통스러워요. 전해 들은 이야기인데 말이에요.” 김기남(42) 변호사는 ‘로힝야 학살 기록사업’의 선봉에 있다. 지난 2017년 미얀마 정부군에 의한 로힝야 학살 사건 이후 9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UN은 사망자만 1000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지난 3년간 국제분쟁 전문 비영리단체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이하 아디) 소속으로 활동하며 피해 생존자 증언과 자료를 모아 마을 단위의 학살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로힝야 사건에 대해 마을별로 기록사업을 벌이는 건 세계적으로도 처음 이뤄지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8개 마을에 대한 학살 보고서를 완성했고, 올해 20개 마을을 목표로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7년 8월’ 로힝야 비극의 시작…”증거 소멸 전에 기록으로 남겨야” 김기남 변호사에 따르면, 2017년 8월말 로힝야 집단학살은 마치 군사작전 펼치듯 동시다발로 일어났다. 미얀마 라카인주 북부의 로힝야 집단 거주마을에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한 건 25일. 시작은 인딘과 쿠텐콱 마을이었다. 군인을 태운 트럭이 마을에 몰려왔고, 무차별 학살이 벌어졌다. 다음 날인 26일에는 돈팩, 27일에는 춧핀에 총알이 쏟아졌다. 사흘 뒤 뚤라똘리에서는 단 하루 만에 약 400명의 주민이 학살됐다. 김

[인터뷰] 신완선 공기업 평가단장 “사회적 가치 평가 원년, ‘고군분투’했다”

“공기업에 왜 공(公)자가 붙는지 고민할 시점입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하라는 것이 정부의 주문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올해 A등급(우수)을 받은 공기업이 6곳이나 나왔다는 것은 첫 단추를 잘 뀄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획재정부 ‘2018 공기업 경영평가'(공평)의 평가단장을 맡은 신완선(58)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최근 더나은미래와 만나 지난 20일 발표된 공평 결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35개 공기업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공평은 올해 대대적으로 개편됐다. 1983년 제도 시행 이후 40여년 동안 사업성을 주로 살폈던 것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 평가 지표로 설정했다. ‘얼마나 돈을 잘 벌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을 했는가’가 평가의 기준이 됐다. “아무리 사업 성과가 좋아도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이 부족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신 단장의 설명이다.   ◇공기업 신(新)역할론… “국가 경제 발전 견인차는 옛말” 올해 공평은 100점 만점에 사회적 가치 분야에만 ▲일자리 창출(7점)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4점) ▲안전·환경(3점)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5점) ▲윤리경영(3점) ▲삶의 질(1점) ▲혁신 노력·성과(3점) ▲국민 소통(2점) ▲노사 관계(2점) 등 9개 지표, 30점을 할당했다. 지난 평가에서 ‘전략기획 및 사회적 책임'(5점)의 단일 항목으로 평가했던 것과 비교해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평을 주도한 신 단장은 “공기업의 경영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평은 공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을 따져 물은 첫 시도였다. 평가단장으로서 총평을 해 달라. “시대에 따라 공기업의 역할은 변한다. 산업화

“치료 쉬운 안질환 ‘트라코마’, 가난의 땅에선 실명할까 두려운 병이죠”

폴 카트라이트 남아공 케이프타운대 안과 교수 인터뷰 79년 韓서 한센인 봉사활동하며 개도국 인권 개선에 관심 갖게 돼 ‘트라코마 퇴치‘ 30년간 연구 매진 각국 50개 단체 모아 ICTC 꾸려 15년 만에 감염자 절반으로 줄여 선진국선 오래전 종식된 전염병…국제사회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 개도국 겪어본 한국 역할 중요 “한국이 제 인생을 바꿨죠.” 폴 카트라이트(66·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안과 교수는 한국을 ‘잊을 수 없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발도상국 국민의 주요 실명 원인으로 꼽히던 ‘트라코마’ 퇴치에 큰 공을 세운 보건 전문가로, 30여 년간 아프리카에 살면서 트라코마를 연구했다. 15년 전부터는 비슷한 활동을 하던 50여 개 단체를 모아 공동 대응에 나섰고, 이를 통해 2003년 8400만명이던 아프리카 지역 트라코마 감염자 수를 2018년 4000만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시켰다. 트라코마는 비교적 치료가 쉽고 한 번 앓고 나면 재발하지 않는 병이라, 남아 있는 확진 환자들도 이른 시일 안에 완치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회고록 집필차 한국을 찾은 폴 교수를 지난 10일 만났다. 그는 “1979년부터 미국 평화봉사단 소속으로 전남 나주의 한센인 시설인 ‘호혜원’에서 일하며 5·18 민주화운동을 직접 목격했다”면서 “이 사건을 겪으며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됐고, 이를 계기로 개도국의 인권 개선과 질병 퇴치에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5·18 민주화 운동, 한센인 봉사 활동…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 “한국 생활 2년 차에 접어든 어느 날이었어요. 차를 몰고 여수에 있는 병원에 갔다가 나주로 돌아가는

[도시재생, 길을 묻다] “도시재생 성공하려면 주인의식 갖춘 ‘주민 협의체’ 필수”

[도시재생, 길을 묻다] ⑤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인터뷰 <끝> “국토를 생명처럼 한 몸으로 봐야 해요. 손발이 저리면 머리도 아파지잖아요? 지금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몰려 있어요. 머리에 피가 쏠린 거예요. 그러다 보니 지역은 혈액순환이 안 되다 못해 소멸 위기예요. 시골 마을은 사라지고, 중소 도시의 원도심은 죄다 비어 있고…. 이대로 두면 대가리만 남아요. 이게 다 개발 시대의 후유증인데, 이젠 대증요법으로는 치유할 수가 없어요.” 정석(57·사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재생 분야에서 손꼽히는 연구자다. 지난달 20일 연구실에서 만난 정석 교수에게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 요건을 물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개발 시대의 종말과 재생 시대의 도래를 이해해야 이 문제가 풀린다”고 말했다. 중장년기 접어든 우리 국토, 작게 작게 고쳐 채워야 “과거 개발 시대에는 사람이 도시에 몰렸어요. 몸으로 치면 청년기 같은 거죠. 사람이 도시로 밀어닥치니까 건물도 시설도 빨리 만들어야 했어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택, 공원 등을 뚝딱 만들었어요. 지금은 아니죠. 인구가 줄고, 경제도 호황이 아니에요. 중장년기에 접어든 셈인데, 건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재생 시대인 겁니다.” 정석 교수는 발언에 조건을 달았다. 재생이 옳고 재개발은 나쁘다는 건 아니라는 것. 현 상황에서 내린 진단이다. “재개발도 장점이 있죠. 우선 공공이 투자하기 유리합니다. 민간을 끌어들여서 공원이나 주민 시설 같은 부대시설을 짓고 기부채납 형식으로 받을 수 있어요. 세수도 늘고요. 정치인들에게는 표로 이어질 텐데요.(웃음) 이게 공공 영역이 가난했을 땐 맞는 방식이죠.” 정 교수 말에

프렌즈인터내셔널 “우리는 레스토랑·네일숍 운영하는 NGO입니다”

“‘프렌즈인터내셔널(Friends International)’은 법적·행정적으로 ‘NGO’이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소셜 엔터프라이즈(Social enterprise)’로 규정합니다. 이때 ‘엔터프라이즈’란 말은 ‘기업’이라기 보다 어원인 프랑스 어 동사 ‘entreprendre’의 뜻과 관련있습니다. 즉 ‘무언가에 착수해 그것을 계속 책임지고 돌보는 역할을 하는 곳’이란 뜻이죠. 물론 기업처럼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국제개발협력(ODA) 비영리단체 프렌즈인터내셔널의 니콜라이 슈바르츠 소셜 비즈니스 부문 책임자는 단체의 정체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캄보디아 거리 청소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프렌즈인터내셔널은 2001년부터 ▲레스토랑 ▲업사이클링 수공예품점 ▲모터사이클 수리점 ▲양장점 ▲가전제품 수리점 ▲네일아트숍 등 다양한 소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슈바르츠는 “거리 청소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셜 비즈니스를 하게 됐다”면서 “자립하려면 직업이 있어야 하는데, 청소년들에게 직업 교육과 일할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이 직접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열매나눔재단이 지난달 10일 개최한 ‘개발협력NGO, 사회적경제를 만나다‘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슈바르츠를 만났다. 그는 10년 넘게 DHL 등 일반 기업에서 일한 뒤, 2012년 캄보디아로 이주해 8년째 프렌즈인터내셔널의 소셜 비즈니스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거리 청소년들 요리사로 키워 자립시키는 ‘트리 레스토랑’ 1994년 캄보디아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프렌즈인터내셔널은 다른 ODA 단체들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물품을 지급했다. 슈바르츠는 “설립자인 세바스티앵 마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밥을 짓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길 위의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얼마 안 가 자기처럼 아이들에게 음식을 주는 외국인들이 많다는 것, 그래서 아이들이 조금만 돌아다니면 하루에 네다섯 끼를 먹을 수 있다는

“아이들 성장 지켜보며 ‘기술로 문맹 퇴치’ 확신 얻었죠”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공동 우승 거머쥔 에누마 이수인 대표 인터뷰 스스로 문해력 키우는 교육용 게임 ‘킷킷스쿨’ 개발 15개월간 경진대회 결승전, 아프리카 오지서 실험 기기 작동도 서툴던 아이들, 글·셈 발전 모습에 뿌듯 “난민·청각장애 아동 위한 교육 앱도 만들고 싶어” 총상금 1500만달러(약 180억원). 지난 2014년부터 5년간 진행된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Global Learning XPRIZE)’에서 한국 교육 스타트업 에누마가 영국 비영리단체 원빌리언과 함께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는 미국 비영리재단 엑스프라이즈가 진행한 세계 최대 비영리 경진대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대회 상금 전액을 후원해 화제가 됐다. 전 세계 아동 문맹 퇴치를 주제로 진행된 이 대회에는 각국 198개 팀이 참여했다. 에누마는 태블릿 기반 교육용 게임 ‘킷킷스쿨’로 정상에 올랐다. 글자와 숫자를 모르는 아이들이 선 긋기, 퍼즐 만들기 등 단계별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의 수리·문해력을 갖추도록 구성한 앱이다. 지난 15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구글 신사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받은 이수인 에누마 대표는 “우승이라는 타이틀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매달렸는데도 퇴치하지 못한 개발도상국 문맹 문제를 해결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이 기쁘다”고 말했다. 시상식 사흘 뒤인 18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이수인 대표를 만났다. “아프리카의 곤충, 동물 콘텐츠에 담는 등 현지화에 주력” “돌이켜 보면 에누마도, 주최 측도, 참 독했던 것 같습니다(웃음).” 5년간 매달린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 대해 이 대표는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모두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맞서겠다”

국내 첫 라이더 노동조합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배달 노동자 70여 명과 뜻 모아 조합 결성 건당 3000원 정도 받고 목숨 담보로 일해 부당 대우받는 경우도 태반… 권리 찾아야 노조할 권리 인정받을 때까지 정면 돌파   2018년 여름은 펄펄 끓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이 역대 최고기온을 갈아치웠고, 강원 홍천은 수은주가 41도를 가리켜 ‘홍프리카’로 불렸다. 플라스틱 헤비콘이 엿가락처럼 휘었지만, 아스팔트 위가 직장인 사람들은 불볕더위를 피할 길이 없었다. 맥도날드 라이더(배달 노동자) 박정훈(35)씨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폭염수당 100원을 달라’는 그의 외침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위태롭게 달리는 거리 노동자의 현실을 담고 있었다.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박씨는 국내 첫 라이더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초대 위원장이 됐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출범식을 열고 “모든 라이더는 안전하게 달릴 권리가 있다”고 외쳤다.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박 위원장은 오랜 시간 노동운동에 몸담았다. 2009년부터 ‘대학생사람연대’ ‘알바연대’ 등 단체에서 활동했고, 2016년에는 알바노조 위원장에 취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 활동을 펼쳤다.   ◇생계 위해 폭주해야 하는 라이더들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박 위원장과 만났다. 그는 이곳에서 3년째 라이더로 일하고 있다. 4대 보험도 가입했고, 근로계약서도 썼다. 맥도날드 소유 오토바이를 타고, 다치면 산재 보험 처리도 된다. 하지만 모든 라이더가 이런 조건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드물고, 오토바이조차 스스로 마련한다. 배달하다 다쳐도 보험 혜택을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근로기준법상 라이더는

[공변이 사는 法]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도움 주고파… 출생 미등록 아동 찾아 전국 시설 돌았죠”

[공변이 사는 法] 김희진 변호사 “국내 아동 관련 법률은 성인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법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죠. 현행법에 가려져 불이익을 당하는 아이들을 위해 잘못된 법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김희진(32·사진) 변호사는 국제아동인권센터(InCRC)에서 상근으로 일한다. 국제아동인권센터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기초로 아동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옹호 활동을 펼치는 비영리단체다. 김 변호사는 아동 권익을 보호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제시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6일 만난 김 변호사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목소리에 한 번이라도 더 귀 기울이고, 도울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출생 기록 없는 아동, 양육시설에만 100여 명 보통의 변호사들이 소송 활동에 주력한다면 김 변호사는 직접 실태조사를 벌이고 문제를 발굴하는 등 ‘활동가’에 가까운 일을 한다. 지난 2015년 국제아동인권센터에 들어온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아동복지심의위원회에 대한 구성과 운영을 강제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을 이끌었고, 아동양육시설인 그룹홈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에도 역할을 했다. 지난해부터는 ‘출생 미등록 아동’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부모는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 이내에 출생 신고를 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관리하거나 단속할 방법이 없어 출생 미등록 아동이 계속 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UBR)’와 함께 아이가 태어나면 병원에서 자동으로 출생 사실을 등록하게 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도입을 지난해 법무부에 제안했다. “법무부 담당자가 되묻더군요. ‘그래서 출생신고 안 된 아이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