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를 명확히 표현할 순 없을까?… 소셜벤처 중심 측정 지표 만들었죠

지난 2008년 설립된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이하 ‘소풍’)는 국내 최초의 임팩트투자사다. 소셜벤처가 우리 사회에 확산하기 시작한 때부터 생태계를 이끌어온 셈이다. 지금은 D3(디쓰리)쥬빌리, 옐로우독 등 다양한 임팩트투자사가 생겨났지만, 창업 초기 단계 소셜벤처 전문 액셀러레이터는 소풍이 유일하다. 지난달 소풍이 발표한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리포트’에는 10년간 소풍의 경험이 모두 담겼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임팩트 측정 방식을 통해 내놓은 이 리포트는 ▲소풍의 피투자사 임팩트 측정 결과 ▲소풍의 임팩트 측정 결과 ▲임팩트 담론 분석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매뉴얼 등으로 구성됐다. 2018년 5월 리포트 제작에 돌입해 지난해 12월에 마무리됐으니 1년 반이나 걸렸다. 지난 6일 서울 성수동 카우앤독에서 한상엽(37) 소풍 대표와 연구를 총괄한 이은선(38) 경남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10년간의 소셜 임팩트 분석한 리포트 펴내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리포트’를 펴낸 이유부터 듣고 싶다. 한상엽(이하 ‘한’): 소풍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10년 차가 된 소풍이 생태계에 의미 있는 존재로 남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무엇보다 소풍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소셜벤처 생태계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은선 교수와 함께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리포트를 기획하게 됐다. 이은선(이하 ‘이’): 나도 비슷했다. ‘보은’의 마음이랄까. 석·박사 학위 모두를 사회적기업 연구로 받은 연구자는 내가 국내 최초다. 당시 선행 연구가 부족해 전국의 현장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연구를 해왔는데, 초보 연구자였던 나에게 기꺼이 시간과 경험을 나누어준 소셜벤처들에 대해

청소년도 지금을 살아가는 ‘시민’ 세상을 바꾸는 일에 목소리 낼 겁니다

[Cover Story] ‘만 18세 투표권’ 앞장선 당사자 활동가 서한울군 오는 4월 15일 치러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만 18세 청소년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약 53만명의 청소년이 정치권에 ‘페이퍼 스톤(Paper stone)’을 던질 자격을 얻었다. 2017년부터 청소년 참정권 운동을 주도한 시민단체연합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촛불청소년연대)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달 27일 투표 연령 하향이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한 마중물이자 청소년을 배제하는 정치판을 뒤엎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정당들은 유권자가 된 청소년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전략 수립에 나섰고, ‘뉴권자'(만 18세 청소년 유권자를 가리키는 말)의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정치인도 나왔다. 투표 연령 하향을 두고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지난 5일 강원 원주에서 만난 만 18세 청소년 서한울군은 “청소년은 미래세대가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시민”이라며 “시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모아내는 것이 대의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길이라면 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권장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군은 촛불청소년연대 강원연대 공동대표를 맡아 지난 2년 동안 투표 연령 하향을 위해 앞장섰다. 지역사회에서 풀뿌리 청소년운동을 꾸준히 한 당사자 활동가이기도 하다. 원주 지역 중·고등학교 두발자유화 운동을 주도했고, ‘세월호’ ‘일본군 위안부’ ‘학생 인권’ 등과 관련한 청소년 행사를 기획했다. “청소년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20대 국회가 문을 닫기 직전에 극적으로 투표 연령 하향이 이뤄졌다. “지난해 4월 투표 연령 하향을 포함한 선거법 개정안이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을 때만 해도 다 해결된 것 같았다.

‘자신을 믿어’ 한마디가 아이들을 성장시키죠

초 5~고 2 대상 코칭 프로그램 ‘위캔두’ 1332명 참여… 내년엔 전국으로 확대 “처음 만났을 땐 ‘꿈이 없어요’ ‘죽고 싶어요’라고 말하던 학생들이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되면 ‘재밌어요’ ‘더 잘하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확신했죠. 아이들은 더 나아질 준비가 돼 있으니, 어른들이 조금만 이끌어주면 된다는 걸요.” 박은숙(46) 강사가 10대 학생들과의 만남을 회상했다. 그는 교육 전문 기업인 바인그룹 소속 코칭 교육 전문가다. 올해 입사 21년 차인 박 강사는 “2017년 바인그룹이 시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위캔두(We Can Do)’에 참여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위캔두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코칭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법 ▲목표를 설정하고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준다. 지금까지 1332명이 위캔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017년 위캔두의 교육 과정을 기획하는 역할을 맡게 됐어요. 20년 넘게 청소년 교육을 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었는데, 핵심은 딱 하나예요. ‘자기 자신을 믿도록 하자!’ 학생들이 자신을 믿고, 각자의 목표 설정을 하게 되면 가정이나 학교 안에서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힘을 갖게 됩니다.” 위캔두는 집단 코칭 프로그램이다. 7시간 동안 진행되는 ‘1일 과정’과 주말마다 3시간씩 4주간 진행되는 ‘한 달 과정’으로 나뉜다. 프로그램 메인 강사가 있고, 학생 3~5명당 한 명씩 멘토 강사를 추가로 배치해 섬세한 관리를 해준다. 박 강사는 “강사 선발 과정도 무척 까다롭다”면서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말투 사용하지 않기, 아이들의 겉모습만 보고 편견 갖지 않기 등 세세한

[공변이 사는 法] “폐쇄적 심사가 ‘가짜 난민’ 만들어…난민, 소수자 문제로 바라봐야”

[공변이 사는 法] 김연주 변호사 “정부는 난민 신청자를 ‘가짜 난민’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봅니다. 법률 상담으로 만난 한 난민 신청자는 ‘내가 난민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가 벌을 내리는 것 같다’며 고백하기도 했어요. 아시아 최초 난민법 시행국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김연주(33)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난민 신청자를 억압하는 오랜 관행들과 싸워왔다. 그가 난민 분야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건 2013년. 공교롭게도 한국에 난민법이 도입된 해다. 난민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가 마련됐지만, 정작 난민을 쫓아내는 불합리한 관행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올해로 7년째. 난민 분야 하나에만 집중해온 김연주 변호사는 최근 법조공익모임 나우에서 선정하는 ‘2019 청년 공익변호사 대상’을 받기도 했다. 정부가 만들어 낸 ‘가짜 난민’ “난민 관련 제도의 문제점은 난민 신청자들의 증언으로 발견되는 게 많아요. 이를테면 난민 인정 사유가 명백해 보이는 케이스인데 심사조차 받지 못할 때가 있어요. 이유를 알아보면 법무부 내부 지침이 바뀌었다는 답변만 돌아와요. 당사자들에게 명확히 설명해주는 것도 아니고요. 내부 지침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구제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선제 대응도 못 하죠.”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연주 변호사는 ‘난민 인정 심사의 투명성 문제’를 가장 먼저 꺼냈다. 지난 6월 난민인권센터는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고 폐쇄적인 난민 심사 제도의 문제점을 세상에 알렸다. 김 변호사는 “난민 신청서에 당사자가 직접 쓴 내용과 난민심사관이 작성한 면접 조서가 터무니없이 달랐다”며 “고국의 박해를 피해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지만, 면접 조서에는 ‘한국에서 일하기

“임팩트투자는 ‘선의’ 아닌 ‘상식’…자본주의 흐름 바뀐다”

[2019 아시아임팩트나이츠 릴레이 인터뷰] ③로버트 김 캡록그룹 자산운영책임자 <끝> 4조 원이 넘는 돈을 굴리는 거대 투자사가 “자본주의 판도가 달라졌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캡록(Caprock)그룹’이다. 지난 4월에는 미국의 지속가능성 전문 잡지인 ‘리얼리더스(Real Leaders)’가 선정하는 ‘올해의 진정한 리더 100’에 임팩트투자 분야 수상자로 선정될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투자사다. 아시아임팩트나이츠 포럼에 참여한 로버트 김 캡록 자산운영책임자는 지금까지 100건 이상의 임팩트투자에 참여한 임팩트투자 전문가다. 그는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시장경제의 기반이라는 생각이 확산하고 있다”며 “자본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사회적가치’ 만들면서도 지속적 수익 낼 수 있어…투자 희망 자산가 계속 늘어 ―캡록그룹을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한 가문이나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여러 명의 고액 자산가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멀티 패밀리오피스’다. 고객의 자산을 어디에 투자할지 조언하거나 직접 관리하는 게 우리 역할이다. 다만 임팩트투자 전문성을 가진 회사로도 알려졌다. 현재 운용 자산 40억 달러(약 4조7000억원) 가운데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가량을 임팩트투자로 돌리고 있다.” ―투자 규모가 상당한 데, 임팩트투자사는 아니다? “그렇다. 투자 종류와 무관하게 고객이 희망하는 투자 수익률을 목표로 자산을 관리하는 게 패밀리오피스 본연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에게 투자처를 제안하는 과정에서 가급적 사회적 가치를 내는 곳에 투자하도록 조언한다. 개인이나 가문의 자산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자율성이 큰 패밀리오피스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설득이 잘 되는 편인가? “우리가 일방적으로 설득한다기보다 설득당할 준비가 된 고객이 많다고 본다. 고객 중에는

“소셜벤처 투자와 육성, 한 기업 아닌 생태계 키운다는 마음으로 해야”

[2019 아시아임팩트나이츠 릴레이 인터뷰] ②잉그리드 칼스타드 카타풀트 오션(Katapult Ocean) COO 해양 강국 노르웨이에서 최근 몇 년 사이 해양 관련 소셜벤처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해양 분야 소셜벤처 투자·육성 기관인 ‘카타풀트 오션(Katapult Ocean)’이 내놓은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해양 분야 스타트업이 많은 나라로, 유럽 해양 분야 스타트업의 25%가 노르웨이 기업이다. 카타풀트 오션은 지난해 4월 설립됐지만, 이미 20여곳의 소셜벤처에 투자할만큼 규모를 키우고 있다. 또 촘촘하고 효과적인 육성 프로그램으로 짧은 기간에 임팩트투자 업계에서 주목 받는 ‘루키’로 떠올랐다. 지난달 21일 아시아임팩트나이츠 포럼에 참석한 잉그리드 칼스타드 카타풀드 오션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슬로서 3개월간 집중 트레이닝…모든 자원 동원해 소셜벤처 역량 극대화 ―카타풀트 오션을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해양 분야 소셜벤처를 키우기 위해 투자·육성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엑셀러레이터다. 오슬로에 본사가 있고, 지금까지 24곳의 소셜벤처에 크고 작은 투자를 진행했다. 조만간 12곳에 신규 투자 유치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상 운송, 해양 생태계 보호, 수산업 등 해양 관련 분야 소셜벤처에만 투자한다.” ―특별히 해양 분야만을 전문으로 한 이유는? “유럽 전역에서 스타트업 흐름이 거세긴 하지만, 전문 육성 기관이 전 분야에 걸쳐 있는 건 아니다. 노르웨이는 해양 산업이 크게 발달한 나라다. 그래서 스타트업 중에서도 해양 분야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많고, 해양 산업에 투자하려는 의지가 있는 기업인이나 자산가도 많다. 바다를 중시하는 국민 정서 덕에 해양 환경을 보호하면서

“세계화 아닌 ‘지역화’에 인류의 미래가 달렸다”

[인터뷰]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로컬퓨처스 대표 1975년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73)가 히말라야 인근의 인도령 ‘라다크(Ladakh)’ 지역을 방문한 건 라다크 토착어와 민담을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라다크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티베트 불교에 뿌리를 둔 전통문화가 천 년 넘게 유지되어온 곳이다. 라다크 사람들은 일상에 필요한 물자 대부분을 지역 안에서 조달하면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라다크의 평온한 일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건 서양 물건을 가득 실은 비행기가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라다크를 드나들면서부터다. 비행기가 싣고 온 물건들은 라다크 땅에서 생산된 것보다 더 쌌다. 비행기가 오가는 횟수가 늘면 늘수록 라다크 지역 경제는 무너져갔다. 전에 없던 실업자가 생겼고, 빈곤이 사회 문제로 자리 잡게 됐다. 노르베리 호지의 인생도 크게 바뀌었다. 7개국어를 구사하는 유능한 언어학자의 길 대신 반(反)세계화, 지역화(localization) 운동가의 길을 가게 된 것이다. 그는 비영리단체 ‘로컬퓨처스(Local Futures)’를 세우고, ‘오래된 미래’ ‘허울뿐인 세계화’ ‘로컬의 미래’ 등의 책을 쓰며 세계화의 폐해와 지역화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데 앞장서왔다. 국내 행사 참석차 한국을 찾은 노르베리 호지 로컬퓨처스 대표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40여년 동안 라다크를 비롯해 세계 곳곳의 지역 경제가 ‘세계화’ ‘경제 성장’이란 이름 아래 붕괴하는 것을 지켜봐 왔다”며 “하지만 슬프게도 많은 사람이 이 상황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로컬퓨처스는 국제 무역의 비효율적 측면을 알리는 짧은 영상 ‘인세인 트레이드(insane trade, 비상식적인 무역)’를 만들어 공개했다. 영상을

작은 태양광 배터리, 아프리카 빈곤 지역 아이들을 학교로 모으다

‘타임지 선정 100대 발명품상’ 받은 장성은 요크 대표 인터뷰 전력 공급 어려운 아프리카 학교에 ‘솔라카우’ 태양광 충전기 본체 설치 학생에겐 우유병 모양 배터리 제공 학교 가면 집에서 쓸 전력 충전 가능 “2년 안에 아이 10만명 등교시킬 것” 우유병 모양의 작은 배터리가 개발도상국의 전력 문제와 아동 교육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소셜벤처 ‘요크(YOLK)’가 만든 ‘솔라카우(Solar Cow)’ 얘기다. 솔라카우는 젖소 모양을 한 충전 본체와 흰 우유병 모양 배터리로 이뤄진 태양광 충전 시스템이다. 지난해 요크는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 저개발국에 솔라카우를 설치했다. 탄자니아와 케냐의 빈곤 지역 학교에 본체를 가져다 놓고 배터리를 나눠준 뒤 아이들이 등교해 공부하는 동안 충전할 수 있게 했다. 두 마을에서 2년간 실시한 시범사업은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학생들의 출석률이 몇 달 만에 10% 이상 높아진 것이다. 솔라카우는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9년 최고의 발명품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8일 경기 의왕의 요크 사무실에서 만난 장성은 대표는 “처음부터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 요크를 창업한 건 아니었다”고 했다. 요크는 초경량 태양광에너지 패널 ‘솔라페이퍼’를 만든 태양광 배터리 제조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5년 제품 출시 당시 45일 만에 킥스타터 펀딩 목표액 100만달러(약 12억원)를 초과 달성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장 대표는 “솔라페이퍼 후속작을 기획하면서 ‘우리 기술력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게 아프리카의 전력

“민주주의 플랫폼 더 확대돼야… ‘광장의 힘’ 일상서 발휘될 것”

[시민력(力)이 큰다] ③시민 목소리 내는 터 만드는 조아신 더이음 대표·권오현 빠띠 대표 조 대표, ‘열린소통포럼’ 등 총괄 기획 권 대표, 온라인 토론장 ‘빠띠’ 운영 시민력 극대화돼야 진정한 민주주의 축적된 시민력이 인터넷 만나니 ‘폭발’ 지역·가정 등 일상에서 부조리 변화 고민 ‘지식의 지휘자’로 불리는 미국 출판인 존 브룩만은 새천년을 앞둔 1999년, 전 세계 석학들에게 이메일로 질문했다. “지난 2000년을 통틀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무엇인가?” ‘마취제’ ‘피임약’ ‘0’ ‘확률 이론’ 등 기상천외한 응답이 쏟아진 가운데 스티븐 로즈 런던대학교 신경생물학과 교수는 ‘민주주의’를 답으로 제시했다. “인종과 계급, 성별의 억압에서 벗어나 시민이 주인인 사회를 건설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2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열린소통포럼에서 만난 조아신(47) 더이음 상임대표와 권오현(44)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대표는 자발적으로 연대한 시민의 힘, 즉 ‘시민력(力)’이 극대화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말한다. 행정과 민간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시민이 목소리를 낼 터전을 일구는 것이 이들이 하는 일이다. 조 대표는 문재인 정부 국민인수위원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자 마련한 ‘광화문 1번가’와 이를 발전시킨 국 정책 제안 플랫폼 ‘열린소통포럼’을 총괄 기획했다. 공감·소통·합의·토론·결정 등 민주주의 발전에 필요한 기술을 시민에게 가르치는 ‘민주주의기술학교’를 만들고 운영에도 참여한다. 권 대표의 명함에는 ‘우리는 민주주의를 개발한다’고 적혔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아고라’라는 공론장을 연 IT 개발자인 그는 현재 빠띠를 통해 민주적인 커뮤니티·공론장 확대를 위한 디지털 플랫폼을 보급하고 있다. 서울시의 민주주의 플랫폼 ‘민주주의서울’의 총괄 기획자로도 활동했다. 시민력,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온다”

지난 21~22일 이틀간 제주 서귀포시 히든클리프 호텔에서 ‘2019 아시아임팩트나이츠(Asia Impact Nights)’ 행사가 열렸다. 아시아임팩트나이츠는 국내 임팩트투자사인 디쓰리(D3)쥬빌리파트너스가 지난 2016년부터 개최하는 임팩트투자 포럼이다. 임팩트투자는 재무적 성과 외에 빈곤이나 환경오염 등 사회 문제 해결을 중요한 성과로 고려해 투자하는 것을 말하는데, 올해 포럼은 ‘자연생태계 관련 임팩트투자’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틀간 열린 포럼에는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참석한 125명의 임팩트투자자와 소셜벤처 관계자, 엑셀러레이터가 참여했다. 더나은미래는 이번 포럼에 미디어파트너로 참여했다. 포럼 현장 기사와 기조연설을 맡은 애니 첸 RS그룹 회장 인터뷰 기사에 이어, 섹션별 주요 연사 세명의 이야기를 전하는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편집자 주 [2019 아시아임팩트나이츠 릴레이 인터뷰] ①마이크 벨링스 아쿠아스파크(Aqua-Spark) 대표 아쿠아스파크는 지난 201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세계 최초의 ‘양식업’ 전문 임팩트투자사다. 마이크 벨링스는 아쿠아스파크의 공동창립자 겸 대표다. 그는 네덜란드 최대의 통신 산업 전문 잡지 ‘코넥시에(Connexie)’를 창업했고 핀테크, 소프트웨어, 유기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했다. 2011년 기존에 하던 사업을 접고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4년 ‘아쿠아스파크’를 창업했다. 마이크 대표는 “양식업은 지속가능성이 곧 수익이 된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 양식업 전문 임팩트투자사…사업성과 사회적 가치 모두 잡는다 ―특정 분야에만 투자하는 임팩트투자사라는 것이 신선하다. 아쿠아스파크는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 “양식업 분야의 소셜벤처에 투자한다. 비동물성 양식 어류용 먹이나 인근 해양 오염을 최소화하는 양식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 영양학적으로 뛰어나면서도 건강한 양식 어류를 길러내는 회사 등에 투자한다. 지금까지 네덜란드를 비롯해 아이슬란드,

[공변이 사는 法] “해외선 사문화된 모욕죄, 효과없고 부작용 크다”

[공변이 사는 法] 김가연 변호사 최근 잇따른 연예인 사망 사건으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실명제 도입과 더불어 처벌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론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 다만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를 지적하는 주장도 강하다. 지난 5일 만난 김가연(39) 오픈넷 변호사는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는 사회적 이슈에 따라 찬반 여론이 극명히 갈리지만, 비판 의견이나 공익 목적의 고발을 하기 위해서는 ‘익명 표현의 자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픈넷은 ‘정보인권’ 분야를 전문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 김 변호사는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공익소송과 입법 지원 활동을 전담하는 공익변호사다. 표현의자유 억압하는 ‘모욕죄’ 폐지해야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유명 연예인이 사망하면 오해 아닌 오해를 사게 됩니다. 악성 댓글이 이렇게 심각한데 그냥 두자는 거냐고 비난받는 식이죠. 그런데 악플의 심각성과 이를 국가가 나서서 처벌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예요.” 김가연 변호사는 모욕죄 폐지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모욕의 기준이 모호해 악용의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현행 모욕죄는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면 걸리는 건데, 모욕이라는 것 자체가 판단하기 어렵다”며 “명예훼손과 달리 욕먹어서 기분 나쁘다고 하면 모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모욕죄는 형법 311조에 명시돼 있다. 타인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모욕죄 판결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모욕죄 관련 판례의 약 62%가 유죄로 결론났고 이 가운데 89%는 벌금형에 처해졌다. 김 변호사는 “국가가 사람의 감정을

나를 ‘바른 투자’로 이끈 건 노력 없이 물려받은 富에 대한 책임감

[Cover Story] 홍콩 ‘RS그룹’ 설립자 애니 첸 회장 인터뷰 10년 전 ‘RS그룹’ 설립… 100% 임팩트투자 전념해 ‘나쁜 투자’가 부른 재앙, ‘바른 투자’로 해결하고파 부자들이 집안의 돈을 관리하기 위해 세운 자산운용회사를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라고 부른다. 미국의 석유재벌 록펠러가 1882년 ‘록펠러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면서 생겨난 용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개별 패밀리오피스들이 굴리는 자산의 규모는 최소 500억~1000억원. 많게는 조 단위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패밀리오피스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혔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애니 첸(Annie Chen)은 홍콩에 본사를 둔 패밀리오피스 ‘RS그룹’의 회장이자 설립자다. 2009년 개인 재산으로 회사를 차렸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100% 임팩트투자(Impact investing)로 자산을 운용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환경이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펀드나 기업에만 돈을 투자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21~22일 임팩트투자 포럼인 ‘2019 아시아임팩트나이츠’가 제주에서 개최됐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첸 회장을 만났다. 그는 RS그룹을 설립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부(富)의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항상 마음속에 있었다. 나의 부는 과연 내 것일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써야 할까? 부를 물려받은 사람들이 갖게 되는 일종의 죄의식이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임팩트투자에 눈 떠 ―’죄의식’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죄의식이라고 해도 되고 책임감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내가 노력해서 창출한 부가 아니라 부모님이 물려준 것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RS그룹을 만들었다? “원래는 가족이 함께 하나의 패밀리오피스를 운영했는데 2007년 자산을 분할하면서 각자 돈을 관리하게 됐다. 큰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