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진 헬로말 대표는 “시각장애인도 만족스러운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옷의 색깔을 점자로 표기한 스티커·태그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헬로말 제공
시각장애인도 쇼핑 재미 느끼도록… 옷에 점자를 달다

[인터뷰] 안혜진 헬로말 대표 헬로말은 시각장애인 점자 옷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색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전맹시각장애인을 위해 소매나 라벨 등에 투명 점자 스티커나 자수로 제작한 점자 태그를 부착하는 방식이다. 헬로말의 안혜진(29) 대표는 현재 단국대학교 취창업지원처 초빙교수로 일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경기 용인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서 안 대표를 만났다. -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태그를 만들기 시작했는지? “처음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업은 아니었다. 재고 의류 유통 사업을 기반으로 시작했다. 사업은 꽤 잘됐다. 경기도 중소기업진흥공단, 정부·지자체 등에서 3~4억에 달하는 투자도 받았다. 매출은 월 3000~4000만원이었다. 그렇게 1~2년 진행하다 보니 내 나이가 30~40대가 되었을 때 뿌듯하고 행복한 성취감을 느끼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사업이 획기적이길 바랐고, 업사이클 의류 사업과 더불어 좋은 사회공헌 사업을 원했다. 사람들이 의류에 대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그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며 해답을 찾아갔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옷의 촉감이나 디자인이 아닌 색깔인 점을 주목하고 점자로 색깔 정보를 기재하기 시작했다.” -재고 의류 유통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의류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재고 물품 처리 방안이다. 아버지가 의류업계에서 근무했는데, 재고 의류 처리에 가장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 창업을 준비할 때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며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생각했다. 제조된 지 1년이 넘은 옷들도 새 옷같이 깔끔하고 흠이 없다. 도매업자나 공장관계자들은 재고가 쌓이면 보관비를 별도로 지급해야 하기에 의류업계에서는 ‘재고만 없어도 성공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헬로말을 재고를 활용한다는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민동세 이사장은 “2025년에는 지역사회와 협동하는 도우누리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이수완 청년기자
“노인 비율 급증하는 고령화시대… 맞춤형 돌봄서비스 제공합니다”

[인터뷰]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은 서울 광진구를 ‘돌봄서비스 1번지’로 만든 인물이다. 도우누리는 2008년 자활공동체 형태인 ‘늘푸른돌봄센터’로 출범해 2013년 직원들의 출자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생애주기에 따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돌봄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재가·시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지난달 9일에는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을 받아 베스트협동조합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있는 도우누리 사무실에서 만난 민동세 이사장은 “지난 9일 경주에서 열린 사회적경제박람회 베스트협동조합 부문에서 도우누리가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협동조합의 기본적 가치에 충실히 집중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협동조합의 운영원칙을 최대한 수용하고 원칙에 따라 조직을 운영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져 이번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돌봄서비스에는 협동조합이 가장 적합한가? “도우누리의 시초는 2008년 서울 광진구에 설립된 자활공동체의 형태인 ‘늘푸름돌봄센터’다. 그러나 조직을 운영하는데 직원들의 참여가 법적으로 보장이 안 되는 자활공동체의 한계로 인해 조직형태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우리는 ‘돌봄’이라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므로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영리조직이면 안 된다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 기회가 생겨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을 위한 회의에 참석하게 됐고 거기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조직형태를 처음 접하게 됐다. 인적결사체이면서 기업조직의 형태를 띠는 비영리 법인격의 사회적협동조합이 우리가 지향하는 조직의 형태라는 생각이 들어 1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친 끝에 2013년 4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첫 번째 사회적협동조합이 됐다.” -도우누리가 오랫동안 유지된 비결은 무엇이라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가 맥주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보리 찌꺼기를 활용해 만든 ‘리너지 가루’를 들어 보이고 있다. 리너지 가루는 밀가루 대체 원료로 쓰인다. /리하베스트 제공
버려지는 보리찌꺼기의 변신… 밀가루 대체 원료로 재탄생

[인터뷰]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 전 세계 탄소배출의 약 10%는 식품 쓰레기에서 발생한다. 이는 미국과 유럽 지역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두 배에 달하는 양이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매년 생산되는 식품의 40%는 소비되지 않고 버려지며 이를 규모로 따지면 약 25억t에 이른다. 식품 쓰레기는 최종 소비 단계보다 중간 제조 단계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가정과 식당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 일부만 파악하고 있을 뿐, 식품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소셜벤처 리하베스트는 ‘푸드업사이클’ 방식으로 식품 부산물을 새로운 식품으로 만들고 있다. 민명준(37) 리하베스트 대표는 “푸드업사이클은 폐기물로 처리되는 식품 제조 부산물에 기술과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식품을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맥주, 식혜 등을 제조할 때 발생하는 보리 부산물을 다양한 제품과 대체원료로 재탄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출장 차 미국에 머물고 있는 민명준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식품 부산물로 만든 식품 -푸드업사이클 개념은 생소하다. “와인 찌꺼기를 활용한 화장품, 커피 찌꺼기로 만드는 텀블러 등 식품 부산물로 비식품을 만드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식품 부산물로 식품을 만드는 건 최초다. 리하베스트는 맥주와 식혜를 만드는 과정에서 버려지던 보리 찌꺼기에 기술을 더해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대체 제분가루를 만들고 있다.” -식품 부산물을 식품으로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인가? “아무래도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안전한 제품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비식품업사이클’에 비해 까다로운 지점이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을 충족하는 안전성과 높은 품질을 갖춰야 한다.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가 ‘2017년 여성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뒤트임 방식의 옷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박소영 청년기자
“장애인에게 옷 고르는 재미를 ‘어댑티브 패션’으로 장애인식 개선”

[인터뷰]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 데일리룩, 출근룩, 면접룩, 소개팅룩, 하객룩…. 평범한 일상부터 특별한 순간까지 상황에 어울리는 옷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람들의 고민은 선택지가 아주 많다는 데서 출발한다. 당장 스마트폰을 들어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하면 수천, 수만 벌의 옷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옷을 고를 수 있는 권리가 모두에게 주어지진 않는다. 누군가는 의류 선택지 자체가 없어 고민이다.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는 장애인이 의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댑티브(adaptive) 패션’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어댑티브 패션이란 장애인들의 활동 범위를 고려해 제작한 옷이다. 지난달 14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옷을 착용했을 때 활동에 불편이 없는 건 물론이고 입고 벗는 일도 편해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제작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동안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니버설 패션과 어댑티브 패션 중 어디에 둬야 할지 고민했다. 유니버설 패션이란 남녀노소, 장애의 유무에 관계없이 착용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의류’다. 반면 어댑티브 패션은 장애인의 신체 특성을 반영한 디자인, 즉 ‘한 사람’을 위한 의류라는 점에서 다르다. “남녀노소 누구나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입을 수 있는 유니버설 패션은 허상에 가까워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기성복의 사이즈를 보더라도 비장애인 모두가 딱 맞게 입을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체형이 비장애인보다 훨씬 가늘고 긴 편이에요. 비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 모두가 입을 수 있도록 옷을 만들면 사이즈가 너무 커져 버리겠죠. 사이즈를 어렵사리 맞춰도 패션은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많이 반영되는 품목이라 소비자를

서정훈 콩세알 대표는 "사회적농업을 통해 돌봄의 대상이었던 사람들이 작물을 돌보며 돌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하린 청년기자
“농장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서정훈 콩세알 대표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특정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부터 2~3세 수준의 지능을 가진 사람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영우’ 같은 자폐인, 더 나아가 직업인으로서의 자폐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1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은 28% 수준이다. 전국 장애인 고용률인 34.6%에 비해 낮다. 지난해 기준 등록 발달장애인 수는 25만5207명으로 이 중 13만5867명(약 62%)이 수도권 외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지방으로 갈수록 취업률은 턱없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서울시 내 발달장애인 민간고용률은 30%이지만 지방은 5% 수준에 불과하다. 농촌형 사회적기업 1호로 등록된 ‘콩세알’은 해법을 농업에서 찾았다. 이른바 ‘사회적농업’이다. 사회적농업은 장애인, 고령자 등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의 사회통합과 자립을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 중심의 농업활동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9년부터 사회적농업 실천조직을 ‘사회적농장’으로 선정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에 83개소가 있다. 참여자는 장애인, 노인, 경력단절여성 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로, 지역사회의 주민, 조직 등과 네트워크를 이뤄 협력한다. 핵심 기능은 농촌자원 활용해 돌봄, 교육, 직업훈련 기회 제공이다. 돌봄의 대상에서 돌봄의 주체로 인천 강화군에는 사회적농장 5곳이 있다. 그중에서 농업회사법인 ‘콩세알’이 가장 규모가 크다. 지난달 29일 인천 강화군 양서면에 있는 콩세알 본사를 찾았다. 서정훈 대표는 “2005년 친구 5명이 모여 ‘일벗’이라는 생산공동체에서 출발했다”면서 “청소년 자원봉사단, 재가노인 봉사 등을 병행하면서 ‘함께 일하고 더불어 사는 것’을 꿈꿨다”고 말했다. 올해로 설립

지난달 31일 서울 동작구에서 열린 친환경 캠페인 행사에서 김영림 마을발전소 대표가 인형탈을 쓰고 아이들과 어울리고 있다. /마을발전소 제공
“일자리·환경·돌봄… 우리 동네 문제, 주민이 모여 해결합니다”

[인터뷰] 김영림 마을발전소 대표 “‘대체 마을발전소는 뭐 하는 단체예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텃밭을 가꾸다가 마을 지도를 만들고, 장난감 병원을 차리기도 했거든요. 마을발전소는 우리 동네에 필요한 일은 뭐든지 합니다. 일자리, 환경, 돌봄 등 어떤 문제도 이웃과 함께 풀어가죠.” 서울 동작구를 기반으로 운영 중인 ‘마을발전소’는 지역 주민들이 힘을 합쳐 꾸려가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다양한 소그룹을 구성해 마을을 위한 활동에 참여한다. 어른들이 어린이의 고장 난 장난감을 고쳐주는 ‘장난감 병원’, 할머니들이 이웃을 위한 따뜻한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할머니 밥상’, 주민들이 서로 가진 책을 빌려보는 ‘똑똑도서관’ 등이 진행된다. 지난달 31일에는 마을의 작은 공터에서 지역 주민들이 모여 친환경 체험을 하는 행사가 열렸다. 현장에서 만난 김영림(48) 마을발전소 대표는 “‘우리 동네에 더 친환경적인 상권을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장난감 병원 마을발전소는 지역공동체 발전과 자원순환을 지향한다. 이날도 천연 비누 만들기, 나만의 모종 심기, 양말 새활용 공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지역주민에게 친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려는 시도다. “지역 주민과 상인이 조금씩만 변해도 골목 상권이 바뀔 수 있어요. 과일가게 주인이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사과 하나만 더 얹어줘도 장바구니 사용률이 높아지겠죠.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친환경 봉투를 사용하겠다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친환경 봉투를 구비해놓는 상인이 늘어날 거고요.” 마을발전소의 또 다른 대표 사업은 ‘장난감 병원’이다. 대부분 장난감은 소재가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 고장

지난 11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장원태 빅워크 대표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는 기업의 관심을 끌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효정 청년기자
“한 걸음씩 모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듭니다”… 소셜임팩트 플랫폼 ‘빅워크’

[인터뷰] 장태원 빅워크 대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활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만들 수 있어요. 타인을 위한 행동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게 빅워크의 시작입니다.” 장태원(30) 빅워크 대표는 최근 산업계에 부는 ‘ESG 바람’이 반갑다. 빅워크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ESG 캠페인을 제작해 사용자들이 자신의 걸음 수를 관심 있는 캠페인과 기부처에 환산해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의 ESG 가치를 담은 유저 참여형 콘텐츠 제작, 걸음기부 캠페인 참여, 최근에는 공간 브랜딩 캠페인까지 이 모든 것이 빅워크 플랫폼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빅워크 플랫폼에 기록된 걸음 수는 72억 걸음에 이른다. 누적 기부금으로 따지면 약 54억원이 쌓였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장 대표는 “일반 개인은 물론 건강한 기업문화를 조성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걸음 수를 모으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결국 플랫폼에 사람을 모으고 그 공간에서 기부문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습니다. 타인에게 도움을 줄 때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껴요. 동시에 약간은 이기적일 수 있지만 내가 손해를 보지 않고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죠. 결국 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특정 행동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행동했을 때 그 효용이 가장 크죠. 걸음 수가 대표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의 걸음 수를 모아 기부로 연결해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어냈죠.” -파트너 기업이 기부금을 내는

지난 1일 만난 이건명 슈가스퀘어 공동대표는 “치료지원 뿐만 아니라 환아와 부모님 그리고 사각지대에 있는 형제자매들을 위한 세밀한 맞춤형 상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슈가스퀘어 제공
소아암 환아에게 미래가 아닌 현재를 선물하다

[인터뷰] 박지영·이건명 슈가스퀘어 공동대표 소아암 환아들은 완치 후 삶에 대한 희망으로 투병기간을 버틴다. 박지영(52)·이건명(40) 슈가스퀘어 공동대표는 환아의 미래만큼이나 당장 직면한 현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비영리단체를 만들었다. 슈가스퀘어는 지난해 비영리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다음세대재단의 인큐베이팅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일 만난 이건명 공동대표는 “기존 소아암 환아들을 위한 제도는 치료에 집중돼 있어서 환아들의 일상생활과 부모님, 형제자매들을 지원은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면서 “이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지원의 사각지대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두 공동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공통점은 음악가 출신이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음대에서 작곡이론을 전공했고, 이 대표는 국악 전공이다. 이건명 대표는 “장기입원이나 통원치료 때문에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병원 내에서 정규 교과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병원학교’라는 게 있다”면서 “지난 2019년 전국 8곳의 병원학교를 돌며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할 당시 소아암 환아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로 발전시켜 보기로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박지영 공동대표는 암 투병 당사자다.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서울예고에 진학했지만 투병을 하면서 연주자의 길을 접어야 했다. “음대를 가긴 했지만 큰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되는 학과를 선택했어요. 당시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무슨 일을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고민 끝에 법을 선택하고 변호사가 됐지만, 언제나 소아암 환아 지원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죠.” 슈가스퀘어는 환아와 가족 구성원의 필요에 맞춰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가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제리백 매장에서 만난 박중열 제리백 대표는 “제리백의 상품과 운영에 대한 애정, 질투, 충고 무엇이든 좋으니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윤선 청년기자
“매일 물 긷는 우간다 아이들에게 꿈 담은 가방을 선물합니다”

[인터뷰] 박중열 제리백 대표 매일 10kg의 물통을 머리에 이고 흙길을 걷는 아이들이 있다. 그날 마실 물을 얻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손이 자유롭지 못해 자주 넘어지기도, 다치기도 한다. 차가 다니는 길이라 교통사고의 위험도 있다. 아프리카 우간다 아이들의 일상을 알게 된 박중열(43)씨는 생각했다. ‘어린이가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물을 나를 순 없을까?’ 박씨는 작은 디자인 회사를 차렸다. 제리캔을 담을 수 있는 가방 ‘제리백’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상품 이름과 회사명이 같다. 제리캔은 아프리카에서 물을 나르기 위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물통이다. 물통을 담아 어깨에 멜 수 있는 배낭 제리백 덕분에 우간다 아이들의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 어두운 곳에서도 밝게 빛나는 반사판이 가방 앞면에 붙어 있어 운전자 눈에도 잘 띄게 됐다. 제리백에서는 판매용 가방과 기부용 가방을 제작한다. 소비자가 가방을 1개 구입하면 우간다 아이들에게도 가방 1개가 기부되는 ‘바이 원, 기브 원(BUY 1, GIVE 1)’ 방식이다. 제리백이 설립된 2014년부터 작년까지 우간다 아이들에게 전달된 제리백은 1만 3000여 개.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제리백 매장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우간다 아이들의 ‘안전’을 디자인하다 -제리백의 대표이자 디자이너이기도 하다고. “디자인을 전공해 2009년까지 한국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디자인을 공부하며 늘 내 디자인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길 바랐다. 2010년 핀란드 알토 대학교에서 신설한 ‘창의적 지속가능성’ 대학원 과정에 진학했다. 사회적으로, 환경적으로, 윤리적으로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포괄적으로 공부할 수 있겠구나 싶어 유학길에 올랐다. 제리백은 대학원 논문 주제를

박용 구구컬리지 대표는 “배우고 싶은 사람은 마음껏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원 청년기자
“누구나, 원하는 만큼 배울 수 있는 사회를 향해”… 구구컬리지의 ‘99%를 위한 교육’

[인터뷰] 박용 구구컬리지 대표 “중·고등학교를 중간에 그만둔 아이들이 어떤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요. 수입이 불안정한 아르바이트를 전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래를 계획하고, 미래에 투자할 여유가 없죠. 이 친구들에게 엑셀을 가르쳐준 적이 있어요. 기초적인 내용만 알려줬는데도 이 기술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고, 자연스럽게 앞으로 인생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내놓더라고요. 단순한 엑셀 교육이 아이들에게는 삶의 전환점이 된 거죠.”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박용 구구컬리지 대표가 말했다. 구구컬리지는 ‘99%를 위한 교육’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모든 직원이 개발자 출신이라는 특성을 살려 정보 격차 문제를 해결해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고자 한다. 충분한 교육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청년을 대상으로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IT기술에 대한 강의를 제공한다.  -왜 99%라는 수치를 선정한 건가. “1%라고 하면 상위 1%를 떠올린다. 이들은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가진 사람들이기도 하다. 학습에 제약이 있는 나머지 99%를 위한 교육을 하자는 의미에서 이 수치를 내세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유적인 표현이다. 사실은 100%, 모두가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구구컬리지 설립은 지난해에 했지만, 정확히는 2015년부터 이어져 온 사업이다. 삼성전자를 2014년에 그만두고 경기 성남에 있는 ‘일하는 학교’에서 학교 밖 청년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한 친구에게 엑셀 사용법을 가르쳐줬다. 그 친구가 엑셀 기술을 재밌게 배우더니 얼마 후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해 삶에 대한 계획을 열정적으로 세우는

김현진 코리안앳유어도어 대표는 “시각장애인들과 만날 때마다 ‘말을 너무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화를 통해 언어도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코리안앳유어도어 제공
“시각장애인은 안마사만 해야 하나요?”… 시각장애 한국어 강사 100명 키운 사회적기업

[인터뷰] 김현진 코리안앳유어도어 대표 “시각장애인이 안마사 같은 특정 직업으로만 내몰리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직접 만나 본 시각장애인들은 다재다능하고 잠재 역량도 높았거든요. 이 사람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없는 현실이 답답했죠.” 사회적기업 코리안앳유어도어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한국어 강사’로 활동한다. 코리안앳유어도어에서 직접 강사 교육을 받고, 외국인에게 온라인으로 1대1 한국어 회화 수업을 진행한다. 2018년 말부터 현재까지 교육을 받고 강사로 일하는 인원은 총 97명. 1년 만에 2배가 늘어날 정도로 급속히 성장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코리안앳유어도어 사무실에서 김현진(31) 대표를 만났다. -왜 장애인 일자리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제가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굉장히 심했어요. 아토피 흉터가 잘 보이니까 자연스럽게 차별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아픈 건 아픈 거고, 왜 내가 할 수 있는 일까지 무시당하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그래서 장애인 일자리에도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장애인은 일할 수 없다고 여기는 사회에 화가 났어요. 제가 직접 해결해보고 싶었죠. 대학생 때는 정신장애인도 바리스타로 함께 일하는 카페에서 인턴으로 일했어요. 장애인이 일자리를 얻으니 당사자 삶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나아지더라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더 좋은 일자리가 없을까’ 고민을 시작했죠.” -다양한 장애군 중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에 집중한 이유는요? “다양한 장애에 대해 공부하는 스터디에 참여했어요. 그러다가 우리나라에 시각장애인이 많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시각장애인이 국내에 25만명 정도인데 90%가 중도 실명인 거예요. 비장애인과 똑같이 사회 경험을 쌓아도 시각장애를 얻으면 경력이

고대현 소이프 대표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늘었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면서 “살면서 만나게 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립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이프 제공
“자립준비청년의 ‘지속가능한 자립’을 돕습니다”

[인터뷰] 고대현 소이프 대표 “자립준비청년에게 자립은 ‘옮겨심기’예요. 작은 화분에 심었던 나무가 양분을 먹고 커지면 새로운 화분에 분 갈이를 해줘야 하는 것처럼, 사람도 화분 안에 갇혀서는 성장할 수 없어요.” 고대현(40) 대표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소이프’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이 지속가능한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립준비청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낸 디자인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자립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의 소이프 사무실에서 고 대표를 만났다. -처음에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2014년부터 보육원 봉사활동을 했어요. 보육원에 사는 친구들이랑 카메라를 들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는 사진출사 봉사활동을 했죠. 자연스럽게 밥도 같이 먹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그러다 문득 이 친구들은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물어보니까 그냥 방학 내내 시설 운동장에 앉아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이 시간 동안 아이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고민에 대한 답은 무엇이었나요? “아이들이 찍었던 사진을 디자인 교육에 활용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제가 디자인 전공이거든요. 포토샵과 일러스트로 사진 작업하는 방법을 가르쳐줬죠. 그러다 보니 친구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됐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났는데, 매주 한두 번씩은 보게 됐어요.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점점 성장하는 것을 목격했어요. 중학교 3학년일 때 처음 만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인연을 이어갔죠. 그때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보육원을 퇴소해야 하는 것도 처음 알게 됐어요. 여기에 정책의 사각지대가 있더라고요.” -어떤 사각지대가 있었나요? “집을 구하는 것부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