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안나 워터앤라이프 대표는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 ‘생명의 물’을 전한다는 게 회사 미션"이라며 "그래서 이름도 '워터', 물과 '라이프', 생명이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광주=한준호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ODA, 스타트업을 만나다] 우간다 마을을 살린 ‘중력식 정수기’

[인터뷰] 류안나 워터앤라이프 대표 아프리카 우간다 무코노주의 한 마을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 질병을 달고 살았다. 배탈이 나도 더러워진 호숫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오염된 지하수를 마셨다. 주민들은 자주 열이 나고 배가 아팠다. 어느 날 질병이 자취를 감췄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워터앤라이프가 개발한 정수기가 40가정에 보급되면서 였다. 정수기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컵을 들고 옆집으로 물을 얻으러 다녔다. 각 가정에선 이 정수기를 집 안 가장 안전한 곳에 보관했다. 아프리카 식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십년 째 국제기구, NGO가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11억명은 아직도 오염된 물을 마시며 살아간다. 매년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는 인구는 83만명에 달한다. 워터앤라이프는 중력식 정수기를 개발했다. 이전에도 중력식 정수기는 있었지만 속도가 느리거나 필터를 너무 자주 갈아야 해서 상용화되지 못했다. 류안나 워터앤라이프 대표는 지난 2017~2019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CTS 프로그램에 선정, SEED1단계에 참여해 이 문제를 개선한 필터를 개발했다. 무코노주 마을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까지 마치며 성과를 확인했다.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SEED2 단계에서는 본격적인 보급에 나선다. 우간다로 출국을 2주 앞둔 류 대표를 지난 3일 광주 북구 워터앤라이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껴 둔 레이스 천을 꺼낸 아기 엄마 -출국 준비로 바쁘겠다. “그래도 현지에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년 동안은 현지 직원과 전화로만 소통했다. 현지 인터넷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아서 통화의 반은 ‘캔유 히얼 미(Can you hear me·들리세요)?’만 외쳤다(웃음).”

지난달 23일 만난 스왑닐 차우다리 그라운드업아시아 대표는 "생물다양성 보존은 결국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멸종위기 생물의 서식지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조직과 협업해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제주=허재성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생물다양성 보존도 결국 사람에 투자해야… 풀뿌리 조직 발굴이 핵심”

[인터뷰] 스왑닐 차우다리 그라운드업아시아 대표 고조되는 기후위기에 생물다양성이 빠른 추세로 감소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최근 발표한 ‘지구생명보고서(Living Planet Report) 2022’에 따르면, 지난 반세기 동안 포유류·양서류·어류 등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는 평균 69% 감소했다. 개체군 감소의 주된 요인은 서식지 황폐와, 과도한 자원 이용, 침입종 등이다. 국제사회에서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며 각국은 생물다양성 보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간은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특정 지역의 멸종위기 생물을 촘촘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도 스타트업 ‘그라운드업아시아’는 민간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곳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설립된 그라운드업아시아는 인도·네팔 등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지역의 원주민 사회, 마을공동체, 로컬 NGO 등 풀뿌리 조직을 인큐베이팅하는 스타트업이다. 풀뿌리 조직이 지역의 자연경관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면서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자금, 인프라 등을 지원한다. 지난 10월23일 제주에서 열린 ‘2022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 참석차 방한한 스왑닐 차우다리 그라운드업아시아(GroundUp Asia)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생태복원 전문가는 현지 사정 꿰고 있는 원주민 -그라운드업아시아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생물다양성 보존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풀뿌리 조직들과 협업해 멸종위기에 처한 코뿔소·눈표범·철새 등 고위험 개체군을 보호한다. 보존 활동은 주로 네팔의 서부 히말라야 지역에서 이뤄진다. 히말라야는 생물유산이 풍부하지만, 보호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풀뿌리 조직을 인큐베이팅한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에 거주하는 원주민은 세계 인구의 5% 미만을 구성하지만, 전 세계 생물다양성의 80%를 보호하고 있다. 원주민들은 수세대에 걸쳐 지역

도미닉 멜러 ADB벤처스 공동창립자는 “기후테크 투자의 측정 방식을 표준화하고 투자 기업의 임팩트 모니터링하는 방식을 고도화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제주=허재성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기후테크 투자는 아직 틈새시장… 아시아 시장 성장잠재력 무한”

[인터뷰] 도미닉 멜러 ADB벤처스 공동창립자 “기후테크 분야는 워낙 펀더멘털이 강하고 친환경 기술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팬데믹도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어요. 지난 3~4년 동안 기후테크 분야 자체가 엄청나게 성장했거든요. 특히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 성장세가 굉장히 빠릅니다. 다만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제외한다면 투자 비율이 전체의 4% 정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은 아시아 지역이 더 크다고 보고 있어요.” 도미닉 멜러 ADB벤처스 공동창립자는 기후테크 투자를 ‘틈새시장’이라고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후테크 투자금은 지난 2016년 66억 달러(약 8조원)에서 2021년 537억 달러(약 70조원)로 8배 가량 성장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이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고 투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투자 시장에서는 아직 주류가 아니라고도 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2020년 1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을 목표로 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벤처캐피털 ADB벤처스를 설립했다. ADB벤처스 공동창립자인 그를 지난 10월24일 ‘2022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 현장에서 만났다. 초기 스타트업부터 IPO 앞둔 기업까지 맞춤 투자 -ADB벤처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아시아에서 가장 큰 금융기관인 ADB에서 설립한 벤처캐피털이다. 기후테크를 다루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아시아 내에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 그리고 기후변화 역량이 특히 취약한 계층들이 도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2020년 1월 출범 이후 3년째다. 현재까지 총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지금까지 약 40개 기업에 투자했다. 평균 투자 규모는 100만~200만 달러 정도 된다. 한 기업에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23일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성과공유회를 마치고 10기 펠로 스타트업 대표 세 명과 남은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신환철 세이프웨어 대표, 강동우 아트와 대표, 김재원 리플리 대표.
“스타트업에도 족집게 과외가 필요합니다”… ‘H-온드림’ 펠로의 6개월 성장기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10기 펠로지원금부터 전문가 멘토링, 임팩트 측정까지 매출 63억2000만원, 투자유치액 49억6000만원 달성. 일자리 79개 창출, 특허 출원 33건. 올해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이하 H-온드림)’ 10기 펠로로 선발된 28개 기업이 지난 6개월 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만든 성과다. H-온드림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차정몽구재단이 2012년 시작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한다. 마이리얼트립, 닥터노아 등 스타트업 업계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기업들이 H-온드림을 거쳐 갔다. 올해도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H-온드림 10기 펠로들은 탄탄한 지원을 받으며 숨 가쁘게 성장했다. 지난 22일에는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그 간의 성과를 공유하는 ‘파이널 임팩트 데이’가 열렸다. 행사를 마치고 세 명의 스타트업 대표가 지난 6개월간의 H-온드림 여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재원(37) 리필리 대표, 신환철(50) 세이프웨어 대표, 강동우(27) 아트와 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 스타트업 상황에 맞춘 ‘밀착관리’ 리필리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종이팩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설립 한 지 만 2년이 됐다. 세이프웨어는 산업 현장의 노동자나 고령자, 영유아가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스마트 에어백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지난 2016년 창업했다. 아트와는 지난해 5월 설립돼 수질 모니터링을 위한 수륙양용 로봇을 개발해왔다. 소셜미션과 성장 단계는 모두 다르지만 대표들은 “H-온드림이 성장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입 모아 말했다. -어느새 연말이다. 세 팀 모두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김재원=지난달 공장 세팅을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종이팩 생산을 시작했다. 벌써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은 3년 전 MIT(매사추세츠공대) 경영대학원 슬로언스쿨에서 블록체인 전문 과정을 거치면서 블록체인이 비영리의 미래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경호 C영상미디어 기자
“NGO와 블록체인이 만나 새로운 기부가 온다”

[인터뷰]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 지난달 초 서울에서 블록체인을 주제로 열린 국제 행사의 개회사 무대에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이 섰다. 웹 3.0,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등 관련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블록체인 기술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과 산업의 미래를 전망하는 자리였다. 블록체인 전문가도 아닌 국제구호개발 NGO의 수장이 초청된 이유는 뭘까. “초청장을 받았을 때 곧바로 납득되진 않았어요. 월드비전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모금 활동에 도입하고 있지만, 기술 전문가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주최 측에 물었어요. 돌아온 대답이 ‘정부나 기업에서 블록체인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막상 적용에는 주저하는데, 구호단체에서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만들고 가상 자산으로 기부도 받는 모습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사무실에서 만난 조명환 회장은 블록체인으로 변화할 모금 시장의 미래에 기대가 컸다. 그는 “블록체인과 가상 자산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장기 트렌드로 봐야 한다”며 “블록체인에 기록된 기부 관련 데이터는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능하고, 기부자들은 탈중앙화자율조직(DAO)을 만들어 직접 캠페인을 기획하고 의사 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은 국제구호개발 NGO 중 블록체인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 때문에 최초 수식어가 많다. 지난 2020년에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베이크(Vake)’를 구축해 개인이나 단체 구분 없이 누구나 캠페인을 기획하고 참여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올해 9월에는 국내 최초로 NGO와 금융·기술을 융합한 기부펀드 플랫폼 ‘드림버튼’을 구축했다. 후원금으로 펀드를 조성해 수익금을 사용하고, 블록체인 원장에 기록된 후원 내역을 후원자들에게 NFT로 발급하는 방식이다. 같은 달

최근 한국을 찾은 스티브 우터우게 UNDP 공공파트너십 국장은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한국은 국제개발협력에서 강조하는 다자주의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라며 "한국 정부가 ODA 예산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것만으로도 다른 국가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한국은 ‘다자주의 가치’ 가장 잘 이해하는 나라”

[인터뷰] 스티브 우터우게 UNDP 공공파트너십 국장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풀기 어려운 이슈들이 산적해 있고, 또 새로운 갈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 상황들이 모두 연계돼 있다는 점입니다. 가령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이 한국 소비자에게 물가상승이라는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요. 한 국가에서 일어난 일로 전 세계인이 영향을 받지만, 이를 해결하는 건 한 국가가 해낼 수 없습니다. 유엔 같은 다자 시스템이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 정부와 파트너십 강화를 목적으로 방한한 스티브 우터우게 유엔개발계획(UNDP) 공공파트너십 국장은 국제사회가 마주한 여러 위기를 해결할 방안으로 다자간 협력을 강조했다. 지난 1일 서울 성북구 UNDP 서울정책센터에서 만난 우터우게 국장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 위기까지 대두되면서 취약 국가를 지원해오던 부국들조차 예산 압박을 받고 있어 해외 원조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라며 “지금처럼 글로벌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다자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추후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직면한 다양한 위기 중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뭔가. “굳이 우선순위를 매기자면 기후위기다. 기후위기는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엔 사무총장도 이와 관련해서 귀가 아플 정도로 이야기해왔다. COP27에서 세계 각국이 논의하겠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올여름 파키스탄에서는 대홍수로 수천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 파키스탄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하위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 정부와는 어떤 의제로 논의했나. “UNDP와 한국 파트너십의 성격과 전략를

서울 강남구 마루360 지하 공간에서 열린 22번째 '21%파티'의 옷들을 소개하고 있는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 /백지원 기자
“미래를 위해 어떤 옷을 입을 건가요?”… 옷장 속 잠자는 21%를 깨우다

[인터뷰]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 “경쟁자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아직까지 패션 산업의 환경 문제에 집중하는 비영리스타트업은 많지 않아요. 특히 의류 폐기물에 대한 관심만큼 그 해법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실정이에요. 한 해 의류가 얼마나 생산되고, 그중에 쓰레기로 소각되는 양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통계도 없을 정도니까요. 경쟁자이자 동료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아야죠.”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비영리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의 정주연(48) 대표는 중고의류를 교환할 수 있는 ‘21%파티’를 열어 자원 순환 활동을 벌인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옷장 속에 그대로 방치되는 옷의 비율인 21%를 행사 이름에 붙였다. 지난 2020년부터 지금까지 파티 누적 참가자 수는 2173명이다. 의류 교환율도 높은 편이다. 지난 9월 기준으로 총 6747개 의류가 모였고, 이 중 4502개(66.7%)가 새 주인을 만났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스타트업 지원 공간 마루360에서 열린 22번째 파티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하면 찾아주는 분들이 부쩍 늘어 부담도 된다”면서 “행사 공지가 뜨면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은 사람 혹은 자원봉사를 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모임이 꾸려진다”고 말했다.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고 들었습니다. “젊은 사람 중에 ‘고급 브랜드를 입는 나’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환경 보호를 위해 실천하는 나’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분들이 21%파티 참가 경험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또 다른 참가자들을 이끌어 옵니다.” -의류 폐기물은 전 세대에 걸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만. “청년뿐 아니라 장년층들도 의류 교환에 동참할 수 있도록 ‘21%파티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메리히어에서 만난 엠와이소셜컴퍼니의 강신일 부대표와 이예지 CBO(비즈니스최고책임자)는 "지금은 해양수산 분야에서 임팩트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는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해양수산 스타트업이 뜬다] 진입장벽 높은 해양수산업에 투자사가 주목하는 이유

[인터뷰] MYSC 강신일 부대표, 이예지 비즈니스최고책임자 해녀의 삶을 담은 연극 공연과 함께 해산물 요리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해녀의부엌’. 해양 사고로 유출된 기름을 회수하는 로봇을 개발한 스타트업 ‘쉐코’. 폐어망 등 해양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기술기업 ‘넷스파’까지. 모두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투자 기관인 엠와이소셜컴퍼니(MYSC)가 발굴한 해양수산 스타트업이다. MYSC는 해양생태계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스타트업을 지난 2019년부터 발굴·육성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발굴한 스타트업은 총 23곳. 이 중 10개사에는 총 8억6000만원을 직접 투자했다. MYSC는 앞으로도 해양수산 분야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메리히어에서 만난 MYSC의 강신일 부대표와 이예지 CBO(비즈니스최고책임자)에게 해양수산 분야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이유를 물었다. -해양수산 스타트업의 매력이 뭔가? 이예지=4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에 대한 논의가 전무했다. 해양수산 분야에서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찾는다는 걸 상상하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해양수산업은 미래산업이고, ‘블루카본’ ‘블루푸드’ 등 우리는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기후위기는 글로벌 차원의 이슈이기 때문에, 해양수산 분야 스타트업들이 좋은 비즈니스 모델만 갖고 있다면 해외로 뻗어나갈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초기 단계지만 분명한 기회로 보고 있다. -4년 새 어떤 변화가 있었나? 강신일=한국의 지속가능한 해양수산업에 대한 논의는 최근 활성화됐고, 관련 스타트업들도 이제 막 꾸려지기 시작했다. 관련 스타트업 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특히 해양수산업의 경우 대규모 인프라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신생 기업의 진입 장벽이 높다. 이예지=업종 자체 특성상 소규모 어업을 영위하는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반려동물생활연구소에서 서정남 밸리스 대표를 만났다. 그는 해양생태계 교란 어종인 배스를 활용해 반려동물 식품을 만든다. /유장훈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해양수산 스타트업이 뜬다] “생태계 교란 어종 ‘배스’를 반려동물 식품으로… 창업 4년 만에 40배 성장”

[인터뷰] 서정남 밸리스 대표 “밸리스는 해양생태계 교란 어종으로 지정된 배스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배스는 영양가가 무척 높은 어종이에요. 국내에 배스를 처음 들여올 때도 사업성이 있다는 이유였어요. 그런데 막상 번식을 많이해 문제가 됐죠. 해외에서 배스를 식용으로 먹어요. 한국만의 특수성 때문에 무작정 폐기되는 배스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거죠.” 해양생태계 교란 어종을 활용해 반려동물 식품을 만드는 스타트업 밸리스의 서정남(30)대표는 “해양생태계 교란종이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을 깨는 데서 사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찾은 서울 송파구 밸리스의 오프라인 매장 반려동물생활연구소에는 배스 추출물로 만든 다양한 반려동물 식품이 전시돼 있었다. 지난 2017년 창업한 밸리스는 지난해 기준 약 20억7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설립 당시 매출액(5200만원)과 비교하면 4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사업 주요 원료인 배스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무상으로 받기도 하지만, 주로 직접 어민들과 계약을 맺어 질 좋은 배스를 구매한다. ‘가치가 없다’고 여겨진 배스가 팔리면서 어민들의 소득도 증가했다. 창업 이후 밸리스에 배스를 팔아 어민들이 얻은 소득은 3억4000만원에 이른다. -스타트업계에서 해양생태계는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분야입니다. “저희도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초창기 멤버들 전공이 해양이랑은 거리가 멀었거든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죠. 그냥 버려지는 배스를 업사이클링하면 ‘진짜 사회에 좋은 일’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업사이클링이란 말 자체도 생소했던 시기에, ‘뭔가 될 것 같다’라는 느낌으로 시작한 거였어요. 지금은 해양생태계나 배스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서 다들 전문가가 됐죠.” -전공 분야가

3일 서울 영등포구 리드원지식산업센터에서 이민재 쿨베어스 대표가 친환경 골프웨어 브랜드 에이븐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해양수산 스타트업이 뜬다] 지속가능한 패션, ‘해적생물’에서 답을 찾다

[인터뷰] 이민재 쿨베어스 대표 “청바지 한 장을 만드는 데 2만ℓ의 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들어봤을 거예요. 하지만 스포츠웨어 생산에 정말 많은 화학제들이 들어가는 사실을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대표적으로 골프웨어는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패스트패션화되기 시작했어요. 유행을 막을 순 없죠. 그래서 소재를 친환경으로 바꾸면 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고, 해양생태계를 교란하는 해적생물을 활용한 섬유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친환경 패션기업 스타트업 쿨베어스의 이민재(28) 대표는 기능성 의류 생산에 사용되는 소재에도 ‘친환경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리드원지식산업센터에서 만난 그는 “패션산업 전반에서 친환경적인 전환이 일어나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인 패션 의류를 입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쿨베어스는 지난해 4월 설립된 창업 2년차 신생 스타트업이다. 해적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섬유를 연구·개발하고, 직접 의류를 생산하고 판매도 한다. 올해 기준으로 해적생물을 활용한  ‘극피동물 유래 다공성 물질을 포함하는 항염소 스판덱스’ 기술 특허 등 3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정부가 소각하던 해양생물, 친환경 의류 소재로 -해적생물이 정확히 뭡니까? “어민들의 생산성을 낮추는 생물을 말합니다. 종류는 다양해요. 다시마류에 붙어 자라는 히드라충, 김을 수확하기 위해 설치하는 발에 번식하는 따개비, 바다 사막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성게와 불가사리도 해적생물입니다. 보통은 약품을 써서 없애거나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지만, 성게와 불가사리는 해녀들이 직접 수거해야 하는 생물들입니다.” -의류 생산에 해적생물을 활용하는 원리가 궁금합니다. “현재 자원화에 활용하는 해적생물은 성게와 불가사리입니다. 우선 해녀들이 수작업으로 건져올린 성게 껍데기와 불가사리를 모아 공장으로 가지고 옵니다. 이후 잘게 분해해 간단한

이진희 베어베터 공동대표는 “베어베터가 10년간 지속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업의 방점이 수익 창출이 아닌 ‘발달장애인 고용’에 찍혀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요즘은 베어베터가 알게 모르게 뿌려온 씨앗이 점차 꽃을 피우고 있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직무 개발에 집중한 10년… “발달장애인도 대기업으로 출근합니다”

[인터뷰] 이진희 베어베터 공동대표 지난 2012년 발달장애 사원 5명과 함께 시작한 ‘베어베터’는 10년 만에 300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발달장애인 사원 242명, 이들을 지원하는 비장애 관리직원은 100명을 넘는다. 이들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베어베터에서 일을 배운 발달장애 사원이 대기업 정직원으로 이직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네이버, 삼정회계법인, 대웅제약 등으로 이직한 사원은 65명에 이른다.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베어베터 사무실에서 만난 이진희(57) 공동대표는 “베어베터가 지속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업의 방점이 수익 창출이 아닌 발달장애인 고용에 찍혀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발달장애인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모습이 익숙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들은 어떤 일을 하나요? “복사·제본 등 인쇄 작업부터 로스팅 원두를 소분·포장하는 바리스타, 화환·화분을 관리하고 플로리스트까지 발달장애 사원들이 수행하는 직무는 다양해요. 최근에는 네이버, 카카오, NHN 등 베어베터 파트너사 사옥 내 편의점에서 발달장애인이 근무할 수 있도록 했어요. 발달장애 사원들은 하루 4시간씩 근무하면서 상품 검수, 유통기한 확인, 매장 청결유지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대기업 사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파견 근무인가요? “매장마다 다릅니다. 베어베터 소속 직원이 운영하는 곳도 있고, 기업에서 직접 발달장애 사원을 고용해서 운영하는 매장도 있어요. 최근에 기업들은 발달장애인이 만든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의 ‘간접고용’을 넘어 발달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고 싶어해요. 일해본 경험이 있는 베어베터 소속 발달장애인들이 이직해 대기업 소속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과정이 궁금한데요. “어떤 기업에서 발달장애인 채용 공고를 내면, 이 내용을 사내에 공유해요.

진재승 유한킴벌리 대표는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에 대해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만난 그는 “기업의 핵심 주체는 결국 사람”이라며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함께 성장해야만 기업도 지속가능하다”고 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고민 끝에 찾은 답은 ‘ESG’

[인터뷰] 진재승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비상장 기업이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국내 대기업들이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두고 관련 정책을 챙긴 지도 1~2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상장 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상장을 앞둔 그룹 계열사가 대부분이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7월 CEO 직속으로 ESG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이사회 구성원과 주요 경영진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유한킴벌리가 의무적으로 따라야 할 사항은 아니다. 이러한 행보를 주도한 진재승(58) 대표는 “미래를 위해 가야 할 길이라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ESG 각 분야별 소위원회와 리더급으로 구성된 실무 그룹 위원회를 꾸려 ESG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방문한 서울 송파구 유한킴벌리 본사는 한산했다. 매달 두 번씩 시행하는 ‘재충전의 날’이라 직원 대부분이 출근하지 않았다. 이날 만난 진재승 대표는 “지구 환경을 위하는 경영이 중요한 만큼 직원들이 충분히 쉬고 생각할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 ESG에 대한 관심이 지나칠 정도로 높은데 결국 제도로 만들어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SG 시작, 직원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사회(S) 부문 소위원회를 직접 챙기신다고요. “외부에서 위원을 모시기보다 협업에 종사하는 이사회 멤버로 목표와 방향을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환경은 제조부문장인 부사장이 맡고, 사회는 최고경영자(CEO), 거버넌스(G)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도합니다. 현업 종사자들이 챙길 수 있는 디테일이 있으니까요.” ―내부 반응은 어떻습니까.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죠.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직접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부터 전 직원 1500여 명을 대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