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③ 어떻게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해 수천 명의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장티푸스, 폐렴, 콜레라 등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지 못해서다.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의료 지원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이 손을 씻게 하는 것이 더 근원적인 해법일 것이다. 보통의 경우, 아이들에게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를 교육하고 손 씻기 운동을 했을 것이다. 광고대행사 ‘Y&R Cape Town’은 지역의 비영리단체 ‘블리키스도르프포호프(Blikkiesdorp4Hope)’와 함께 ‘Hope Soap’라는 새로운 비누를 제작했다. 투명 비누 안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심었다. 비누의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질병 발생은 70%, 호흡기 질환 감염은 75% 감소했다. “무엇이 아이들에게 손을 씻게 했을까?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킨 것에는 어떤 원리가 있을까?” 쉽게 유추할 수 있겠지만, 비밀은 장난감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장난감이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손을 씻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장난감이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효과는 유효했을 것이다. 마케팅은 이것을 ‘혜택(Benefit)’이라고 한다. 구매자, 수요자, 수혜자 등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했을 때 얻는 이득을 일컫는다. 사람은 자신에게 이득이 생기는 쪽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이런 성향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교환 이론(Exchange Theory)’이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는 두 가지가 수반된다. 비용과 보상. 행동에 드는 비용보다 보상이 크면 행동을 하고, 낮으면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교환이론의 핵심이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글을 보는 시간이라는 기회비용보다 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을 거라는 판단을 한 후에 클릭하고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유전자변형식품 ①종자의 주인은 누구인가?

해충에 강한 목화, 냉장고에 오래 보관해도 무르지 않는 토마토, 영양소가 가득 담긴 비타민 쌀, 백신 유전자를 넣은 바나나까지. 유전자변형식품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닙니다. 재배 면적도 날로 증가해 현재는 전 세계 농지 10%에서 유전자변형작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어느 새 우리 식탁을 장악한 유전자변형식품. 그런데 우리는 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앞으로 2회에 걸쳐 유전자변형식품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농사꾼은 종자를 베고 죽을지언정 결코 먹어 없애지 않는다.” 1년 내내 힘들게 지은 농사의 끝은 수확한 곡식의 일부를 골라 이듬해에 파종할 종자를 남겨 두는 일입니다. 몇 천 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해마다 훌륭한 종자를 선별해 왔고, 이 덕분에 우리는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십 년 동안 현실은 많이도 바뀌었습니다. 오랜 세월 창고 한 켠을 차지했던 종자. 하지만 미국대법원은 생산자들에게 씨앗을 남기지 말라는 판결을 남겼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씨앗 전쟁 2013년, 75세 농사꾼 버넌 허 바우만씨는 미국의 다국적기업 몬산토로부터 소송을 당했습니다. 사건의 경위는 이러했습니다. 몬산토는 유전자변형 종자인 라운드업 레디 대두 종자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이 종자는 1996년에 개발된 이래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콩 농사를 짓는 미국 농가의 90%이상에서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콩 농사를 짓는 바우만씨 역시 근처 대형 곡물 창고에서 라운드업 레디 대두 종자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해 농사를 마친 바우만씨는 다음해를 위해 대두 종자를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그 많던 음식은 어디로 갔을까

전 세계 인구 9명 중 1명, 제때 끼니를 떼우지 못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의 수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요즘에도 영양실조는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제학자 맬서스의 말처럼 식량에 비해 인구가 너무 많아서 일까요? 하지만 식량농업기구(FAO)는 이와는 전혀 다른 답을 내 놓았습니다. ‘음식이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음식이 버려지고 있기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요? 매년 생산되는 식량 40억 톤, 그 중에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양은 무려 13억 톤에 달합니다. 이는 3.2km의 너비에 2,400m 높이의 산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양입니다. 높다고 하는 백두산이 해발 2,744m라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되실 겁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과일과 채소의 45%, 해산물의 35%, 곡물의 30%, 유제품의 20%, 고기의 20%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많게는 생산량의 절반에 가깝게, 적게는 1/5의 음식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버려지는지 알아볼까요? 위 그림은 지역 별로 매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양을 인구수로 나눈 수치입니다. 적게는 125kg에서 많게는 295kg까지, 엄청난 양의 음식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살펴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일이지만 생활 수준에 따라 버려지는 단계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풍요롭지 않은 나라에서 식량의 절대치는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버려집니다. 보관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소비자의 손에 닫기도 전에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한국 공익 분야 나침반은?

“왜 공익 분야는 매번 사람이 없다고 하지? 공익 분야에도 ‘파워 100인’같은 기획특집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더나은미래’가 우리 사회를 이끄는 100대 공익법인 이사회 분석을 시작한 건 좀 단순한 이유였다. 공익 분야를 이끄는 인물지도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 공익 생태계를 키우는 나침반 역할을 해줄 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기자들은 몇몇 장애물을 만났다. 우선 한국가이드스타로부터 100대 공익법인들의 이사회 자료를 받아보니, 국세청 공시자료에는 이사진 명단만 공개돼있었다. 100곳에 모두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공익법인마다 정보공개의 수준과 내용이 모두 다르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에 이사진 명단과 약력, 임기까지 모두 공개해놓고, 이사회 회의록까지 업데이트돼있으며, 이사회 역할이 명확하게 규정된 공익법인은 가히 투명성에서 A+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외에 홈페이지에 이사진 명단 정도만 나와 있는 곳, 홈페이지엔 명단이 없었으나 ‘더나은미래’ 취재에 응해 관련 내용을 모두 공개한 곳도 있었다. 반면, 일부 공익법인에서는 “이사진의 개인정보라 밝히기 어렵다” “이사진들이 모두 조용히 봉사를 원하신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공익법인의 이사진은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다. 적게는 수십억원부터 많게는 수천억원의 기부금을 집행하는 공익법인의 역할에 따라, 우리 사회의 수많은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다양한 사회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게다가 공익법인은 고유목적사업의 경우 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받는다. 몇 년 전 미국 재단센터(Foundation Center)를 방문했을 때, 담당자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사진 명단을 보여주던 기억이 생생하다. 홈페이지에는 이사진 명단과 약력은 물론, 전화번호와 이메일까지 모두

[비영리활동가의 일과 삶의 균형] 공익활동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 ④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과 삶을 꾸려가는 것 그리고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가… 우리는 현재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는 가족의 붕괴와 지역사회의 분화, 그리고 하나의 올바른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어떻게 유지해나갈지 걱정하고 있다.” – 로버트 라이시의 『부유한 노예』 중 일은 행복한 삶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마틴 셀리그만은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을 일, 사랑, 놀이라고 한다. 이 셋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 이 셋으로 삶을 채우며 여기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다는 이야기다. 그 중 ‘일’영역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일터에서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이슈는 ‘일’의 과잉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상대적으로 등한시되고 있는 가정과 자아성장, 여가에 대한 회복을 통해 균형점을 맞추려는 논의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삶의 영역 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일’ 자체의 의미와 본질을 제대로 아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드라마 미생의 김대리가 “일이 바로 나”라고 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일을 통해 삶의 의미와 정체성을 찾기 때문이다. 영리와 비영리를 떠나 어느 조직에서든 일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신경생리학자 아힘 바우어는 “우리는 일하는 동물(Animal laborans)인가, 일하는 인간(Homo laborans)인가”라고 묻는다. 인간이 의미를 상실한 채 일하고, 낮은 임금을 받거나 영혼 없는 기계가 되어가는 현 시대의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② 채리티워터, 비영리 브랜딩의 힘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브랜딩이란 사람들이 우리와 우리가 아닌 것을 구분하게 해주는 것이다. 애플과 애플이 아닌 것, 코카콜라와 코카콜라가 아닌 것, 제주도와 제주도가 아닌 곳, 난타와 난타가 아닌 공연, 달라이라마와 달라이라마가 아닌 사람, 그리고 당신과 당신이 아닌 사람을, 사람들이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브랜딩이다. 다른 말로 정체성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정체성은 존재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이고, 브랜딩은 그 본질이 여타 존재의 본질과 다름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채리티워터와 다른 비영리단체가 다른 점은 ‘100% 모델’이다. 신용카드로 100만원을 기부했다 하자. 수수료로 3만원이 빠져나가고 97만원이 기부금 통장에 입금된다. 억울하긴 하지만, 이해 못하는 사람은 없다. 채리티워터는 3만원을 별도의 방법으로 메꾼 다음에, 기부자가 낸 100만원을 온전하게 깨끗한 물 프로젝트에 사용한다. 이것이 ‘100% 모델’이며, 브랜딩이다. 참고로 채리티워터는 기부금 통장과 운영비 통장이 따로 있고, 단체의 운영비는 별도의 펀드레이징으로 충당한다. 왜 이렇게 어려운 길을 선택했을까? 채리티워터의 설립자 ‘스캇 해리슨’은 유흥과 마약에 찌든 클럽 매니저였다. 어느 날 신의 계시를 받은 듯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를 타고 여러 곳을 다니며 의료 봉사를 하는 ‘머시 쉽(Mercy Ship)’에 참여하면서 간단한 치료를 받지 못해 팔을 잃은 사람, 얼굴의 반을 덮는 종양으로 고통받는 소년, 무료 수술을 받기 위해 한 달을 걸어온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그 후로 우연히 마을 우물을 파는 친구를 따라갔다가, 마을 사람들이 웅덩이에서 쓰레기만 건져내고 물을 마시는 장면을 목격했다. 의료상의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꿈을 잃은 시대 아직도 꿈꾼다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오피스텔 123채를 사들인 홍만표 변호사, 대우조선해양에서 5조원의 분식회계를 한 주역들을 보면서, 이들에게 1년만이라도 ‘더나은미래’ 섹션을 읽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에는 돈에 미친, 돈밖에 모르는 권력층이 너무 많다. 자신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준 국가, 사회, 환경까지 이런 모든 것들을 위해 받은 것 이상으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자기자신, 가족, 아니면 당장의 물질적 편안함이라는 사익(私益)의 테두리를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한다. 롯데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롯데장학재단 사태를 보면서, 공익재단이라고 이름을 내걸었던 기업재단까지 사익 추구를 위해 쓰이는 것이 통탄스럽다. 이런 1, 2세대 부모 밑에서 교육받고 자란 재벌가 3,4세들에게 ‘공익’이라는 개념이 생길리 만무하다. 근데 왜 우리는 이런 현상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봐야 하는가. 왜 당연한 듯 여기고, 우리 아들딸들에게 ‘어쩔 수 없다’는 걸 가르쳐야 하는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싶다. 우리 아이한테 언제까지 마크 저커버그, 빌게이츠 얘기만 해야 할까. 삼성, 현대차와 같은 재벌기업은 개인돈 대신 기업돈으로 기부하고, 수십억 연봉을 받는 전문경영인들은 ‘회장님도 안 하시는데, 우리 같은 월급쟁이가 어떻게 기부를 하느냐’고 하고,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의 1년 기부총액이 10만원도 안 되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선진국이 되길 바랄 수가 있을까. ‘더나은미래’가 할 일이 참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공익 섹션’이라고 하면, 베풀기만 하는 존재로 본다. 콘텐츠를 제대로 생산하려면 종이도 필요하고, 인쇄도 해야 하고, 기자도 필요하다. 이런 일을 잘해내기 위해선 더 큰 투자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프런티어’들에게 씨앗도 뿌리고, 물도

[비영리활동가의 일과 삶의 균형] 호모심파티쿠스의 비애, 활동가의 감정노동③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맘껏 감정표현을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색만 내는 기부자, 단체에 아무런 기여 없이 이름만 달고 있는 이사진들, 시간 채우고 사진 찍으러 오는 자원봉사자들, 하청업체 취급하는 기업과 정부 관계자들, 그리고 고집을 신념인 줄 알고 밀어 붙이는 리더와 자기 실속 딱딱 챙기는 얄미운 후배들에게 마구마구 질러 줄 수 있다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5가지 감정들은 주인공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불철주야 열심히 일한다. 싫어하는 음식이 나오면 까칠이가 나서고, 긴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는 기쁨이가 나선다. 하키 연습시간에는 상대팀에게 밀리지 않아야 하기에 버럭이의 활약이 중요하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시간에는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기에 다섯 감정은 모두 긴장한다. 그렇게 분주한 하루를 마치고 야간 당직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감정들은 숙면을 취한다. 머릿속 감정들은 아무거나 잘못 만졌다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열띤 회의를 거쳐 기분을 컨트롤 하며 각별하게 관리한다. 영화는 “모든 감정에는 존재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집단 내에서 다섯 가지 감정들은 활성화되기보다 억제되는 경우가 많아 현대인의 감정 컨트롤 타워는 늘 빨간불이다.   최근 감정노동이 한국 사회 주요한 노동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ur)이란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가 그의 저서 「관리된 마음(1983)」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긴 채 직업적 필요에 따라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세계 시민으로서 눈높이를 갖는 법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지난달 30일부터 2박3일 동안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NGO 콘퍼런스’ 의미를 퇴색시킨 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일까, 한국 언론일까. 100여개국에서 온 4000여명이 참석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비영리 포럼이 열린 첫째날 오전, 기자회견장에는 한국 언론사 기자 100여명이 진을 쳤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스콧 칼린 공동위원장, 크리스티나 갈라크 유엔 DPI(공보부) 사무처장이 자리에 앉았다. 한국 언론의 첫 질문은 반기문 총장에게 향했다. “왜 UN 관련 일정이 적냐, 개인의 정치적 행보를 위한 방문이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어진 다음 질문은 이랬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 이후 3명 모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고, 거기서 기자회견은 끝났다. 행사장을 떠난 반 총장을 따라 기자들이 모조리 그곳을 떴다. 100명까지 이용 가능한 대형 기자실엔 오후 내내 적막감만 감돌았다. 3일 내내 현장을 취재한 매체는 ‘더나은미래’가 유일하다시피했고, 스콧 칼린 위원장을 정식 인터뷰한 매체도 우리뿐이었다. 스콧 칼린 위원장은 “왜 한국 기자들은 콘퍼런스에는 관심이 없느냐. 반기문 사무총장에만 관심이 있어 아쉬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후에 들려온 소식 또한 가관이었다. 콘퍼런스 마지막날, ‘경주 액션플랜’을 채택할 때 우리 정부에서 ‘새마을운동’을 넣으려고 엄청 노력했으나, 유엔 측에 의해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특정 나라의 개념을 글로벌 액션플랜 안에 넣을 수 없다”는 게 유엔 측의 입장이었다. 많이 부끄러웠다. 세계 GDP 순위 11위이지만, 우리 사회의 주요 시스템은 아직도 초고속 성장시대에 머물러있다는 자괴감은 지나친 걸까. 100명의 기자가 똑같이

[비영리활동가의 일과 삶의 균형] 진정으로 행복한 삶은 하루하루 균형 잡힌 삶을 사는 것②

기업의 한 이사님께 질문을 드린 적이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세요?” 이사님은 말씀하셨다. “저는 워크(work)밸런스만 맞춥니다.” 그렇다.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성공한 케이스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나 현실은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조직에서 일과 삶의 균형 찾으려거든 승진할 생각 하지 말라고. 해외 유명 만화 사이트 ‘도그하우스 다이어리’가 나라별 특징을 담은 세계지도(What Each Country Leads the World in)에서 한국은 일 중독자를 의미하는 ‘워커홀릭’이라고 표기하였다. 워커홀릭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워커홀릭이다. 명망 있는 공익활동가들 중에 기업임원 못지않은 워커홀릭들도 많이 봤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6개 회원국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2,090시간으로 OECD 평균 1,776시간을 크게 웃돌았으며, ‘일과 삶의 균형’ 부문에서는 조사 대상 36개국 가운데 34위를 차지했다(Business Watch, 2014.07.25.). 열심히 일하는데 근무시간은 길고 수면시간은 짧아 노동생산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인간은 누구나 다 잘 먹고 잘 살고 싶어 한다. 고진감래(苦盡甘來). 힘든 걸 참으며 하루 종일 공부하고 일하는 이유도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다. 한국사회에서 유독 먹방이 먹히는 이유는 삼시세끼 먹고 살려고 일하는데, 정작 일하느라 한 끼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보상심리라고 할 수 있다. 유발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기원전 9000년경 채집이 아닌 정착을 통한 농경사회가 인간의 삶의 방식을 크게 개선시켰으나 더 나은 삶을 위한 일련의 개선은 농부들에게 더 많은 노동과 불안을 안겨 주었다고 말한다. 수확량이 증가하자 출생률이 증가하고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해지자 더

[비영리활동가의 일과 삶의 균형] 행복한 활동가가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①

“세계를 움직이려고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움직여야 한다.” – 소크라테스(Socrates) NGO/NPO에서 일하는 활동가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머리에 빨간띠를 두르고 정경들과 몸싸움을 하는 과격한 투사(?),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고 바로잡는 정의의 사도(?), 소외된 이웃들을 따뜻한 관심과 정성으로 돌보는 천사(?). 최근에는 깔끔한 오피스룩을 한 비즈니스맨 같은 활동가들도 많이 보인다. 활동가가 투사, 사도, 천사, 비즈니스맨 무엇으로 보이든 그들의 공통점은 너무 “고단하다”는 것이다. 자신과 조직의 사명에 매료되어 기운이 펄펄 넘쳐나는 활동가를 좀처럼 만나볼 수 없다.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좋은 일, 가치 있는 일을 하는 활동가들이 왜 행복하지 못한가. 가장 큰 이유는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직무 과부하”의 문제일 것이다. 조직의 규모와 상관없이 인력, 시간, 자원이 충분한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조직은 인적, 물적자원이 더욱 제한적이어서 활동가의 업무량은 늘어나고 이로 인한 직무소진(Job Burnout)은 높아져만 간다. 직무소진은 ‘대인관계 접촉이 잦은 직무들에서 직무수행자가 장시간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됨으로 인해 겪게 되는 부정적인 심리적 경험’을 의미한다. 직무소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직무 과부하가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나타난다. 대한민국은 유치원생부터 수험생, 군인,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되어 있는 나라다. 심지어 월화수목금금금, 월월월월월월월이라는 단어가 위키에서 검색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글로벌 컨설팅 전문업체인 맥킨지가 국내 기업 100개사 및 임직원 4만 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기업의 조직 건강도는 글로벌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진짜’가 대접받는 공익 생태계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지난해였나. 한 사회복지기관 팀장과 저녁을 먹다가 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이 사회복지법인의 대표직을 4대째 세습하려고 해서, 내부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고 했다. 초대 회장은 희생과 열정으로 사업을 키웠지만, 이후 규모가 방대해지면서 가족이나 친인척이 운영을 독차지하는 ‘복지사업’이 된 경우도 많다. ‘공익(公益)’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사익(私益)’을 취하는 사례도 있다. 기부금으로 사업을 하면서, 일명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다. 친인척 명의 빌딩에서 대관료, 임대료, 식음료비 등을 받아 잇속을 챙기기도 하고, 외부 거래처와 짜고 물품 비용을 부풀린 후 차익을 되돌려받는다. 조직 구성원의 내부 고발이 있지 않는 한, 쉽게 드러나기 힘들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우리 사회의 ‘비영리 영역’이 하나의 산업 생태계, 혹은 직업 영역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좋은 일 하는 사람이니까 행복하겠다’ 혹은 ‘남의 돈 기부받아, 아무렇게나 쓰는 거 아냐’ 하는 이분법적 인식만 존재한다. 단적인 사례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영리법인을 만드는 데 정부 부처의 허가를 받는 나라다. 선진국에선 비영리법인을 만드는 데 규제를 하는 게 아니라, 법인 설립 이후에 기부금을 투명하게 잘 썼는지를 규제한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국세청으로부터 면세 혜택이 박탈된 비영리법인이 30만개에 달한다. 자정 작용 없고, 외부 감시도 없는 이 비영리 생태계에선, 진짜 선의(善義)를 갖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피해를 입는다. ‘가짜’는 가고, ‘진짜’가 대접받는 공익 생태계를 오늘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