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요즘 미니어처를 만드는 데 푹 빠져있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크기로 떡볶이, 오므라이스, 스파게티 등 온갖 음식을 만듭니다. 친구들한테 쇼핑몰 정보를 알아와서 각종 재료를 산 후, 유튜브를 통해 만드는 방법을 하나씩 배웁니다. 수학 문제를 풀라고 하면 30분만 지나도 피곤해하는데, 미니어처를 만들 땐 2시간이 넘도록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유튜브가 딸아이한테는 교과서요, 선생님입니다. 자신도 떡볶이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유튜브에 올리겠다며, 한 시간 넘게 제 휴대폰을 갖고 낑낑댔습니다. 그 모습이 저한테는 새로운 문화 충격입니다. ‘배움’이 더 이상 학교에만 있지 않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지만, 아이의 행동을 통해 실제로 목격하니 더 생생합니다. 기존의 방식, 즉 위에서 아래로 정보나 지식이 하달되는 틀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최근의 사회 흐름을 지켜봐도 그렇습니다. 땅콩 회항, 디자이너 이상봉씨 열정 페이, 연말정산 세금 폭탄 등 모든 이슈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그 이슈가 유통되는 과정에는 페이스북의 공유, 그리고 유튜브 동영상 등 SNS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5년 전쯤 한 NGO 사무총장이 “아~ 이제 NGO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이야.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으던 NGO의 역할을 이제 SNS가 다 하게 될 텐데”라고 한 말이 떠오릅니다. 새로운 것과 낡은 것, 그 사이에는 반드시 격차(갭)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그 격차가 작아야 불행하지 않습니다. 모든 시민이 새로운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는데, ‘부시맨 정부’ ‘부시맨 학교’ ‘부시맨 기업’만 홀로 존재하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