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동그라미재단 공동기획] ‘비영리 리더스쿨’ 지면 강의 ③ 마케팅 3.0 시대, 기업이 NPO(비영리단체)에 주목한다

더나은미래·동그라미재단 공동기획 ‘비영리 리더스쿨’ 지면 강의 ③ 고객 행복 목적인 마케팅… 가치 중심 비영리와 닮아… NPO, 차별화로 승부하라 마케팅은 과연 돈벌이 수단이기만 할까. 현대 마케팅의 대부인 필립 코틀러는 “사회적 가치를 통해 소비자의 영혼을 움직여야 하는 시대가 온다”며 ‘마케팅 3.0’ 시대를 예견했다. 사람들에게 물질이 아닌, 가치를 파는 비영리단체엔 절호의 기회다. ‘비영리 리더 스쿨’ 8~9회차 강의는 영리와 비영리를 뛰어넘는 마케팅·브랜딩의 실제를 다뤘다. 지난 2주간의 강의 내용을 Q&A로 압축해 풀어본다. 상세 내용은 공익 전문 온라인 저널 ‘더퍼스트(thefirstmedia.net )’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 주   -왜 비영리단체가 마케팅에 주목해야 하나. “마케팅은 고객의 고민·불편함을 찾아서 해결해주는 것이다. 물건 하나를 더 파는 얄팍한 기술이 아니라, 행복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이젠 소비자가 가치를 가진 기업에 귀를 기울인다. IT가 발달하고 소셜네트워크 시대에 개인이 연결되면서, 소비자 권력이 강해졌다. 이젠 매뉴얼대로 움직일 수 없다. 소비자 속으로 들어가서 이들이 원하는 것을 발견해야 한다. 고객이 무엇을 불편해하는 것인지 찾아내려면 ‘진정성’이 필요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해야 경쟁력이 있다. 비영리가 가진 ‘가치’가 각광받는 시대다. 신발 한 켤레를 팔 때마다 한 켤레를 기부하는 ‘탐스슈즈’나’환경보호를 위해 우리 제품을 사지 말라’고 광고하는 의류회사 파타고니아의 성공 사례를 보라. 영리의 마케팅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지점에서 비영리의 강점이 작용할 수 있다.” -국내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을 보면 유사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차별화’는 고객(후원자)으로 하여금 나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다르다는 느낌을 못 주면 죽은

카메라에 담으니 버려진 공간이 되살아났어요

두산, 청소년 문화지원사업 ‘시간여행자’ 사진 매개로 역사와 지역 돌아보는 교육… 1년간 주제 정해 활동, 전시회도 열어 “이곳은 폐휴지와 폐차가 모이는 길입니다. 상처가 나서 버려진 것들이 여기에서 쓸모 있는 자원으로 바뀝니다. 2008년부터 저는 이곳의 나무와 고철들을 사진에 담아왔습니다. 버려진 물건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카메라 렌즈에 담으며 작은 위안을 얻길 바랍니다.” 김중만 사진작가가 서울의 한 뚝방길에 서서 말했다. 그의 말에 귀 기울이던 학생들은 DSLR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깨진 유리창, 버려진 자동차, 빛바랜 연탄들이 렌즈에 담겼다. 낡은 서랍 앞에서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사진을 찍거나, 두 팔을 뻗어 하늘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 학생까지, 촬영하는 모습도 다양했다. 고철 트럭 주변을 돌아보던 최수란(16·가명)양은 “금이 간 자동차 유리, 본체와 분리된 채 쌓여 있는 트럭 운전석 등 낯선 장면을 찍어보니 새롭다”면서 “예쁜 풍경만 찍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란 소감을 밝혔다. 토요일인 지난 15일 오전, 김중만 사진작가와 청소년 50명이 함께한 ‘시간여행자’ 리마인드 출사 현장이다. 시간여행자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문화예술을 통해 정서 함양 기회를 제공하는 ㈜두산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1년간 사진을 매개로 역사와 지역사회를 돌아보는 인문학 통합 교육이 이뤄진다. 올해로 3년째인 이 프로그램에는 그동안 총 260명의 청소년이 참여했다. 이날은 특별히 2012년부터 참여해온 시간여행자 1~3기 청소년들이 함께 뭉친 날. 2시간 동안 폐품 처리 현장을 돌며 사진을 찍은 청소년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서로 찍은 사진을 돌려 보며,

“평생 치료 고통보다 무관심이 더 아프다는 걸 아시나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난치병 환자 지원 2011년부터 치료제·배변 보조용품 등 4년간 314명에게 5억원 상당 지원해 정부지원 134종 한정… 예산 점점 줄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서 만난 생후 4개월의 문정빈(가명)군. 문군은 분유통이 두 개다. 일반 분유와 소화를 돕는 ‘중쇄지방(MCT)’ 분유를 함께 먹는다. “태어나면서 ‘담도폐쇄증’ 진단을 받았어요. 소화를 못 시키는 병이죠.” 어머니 강민지(30)씨의 설명이다. 강씨는 “특수 분유를 끊으면 아이 변 색깔이 바로 흰색으로 바뀔 정도로 티가 난다”라고 했다. 아이에겐 필수적인 식량이기 때문에, 보호자는 필사적으로 분유를 마련해야 한다. 담도폐쇄증 환우회를 이끌고 있는 방현진(41) 회장은 “특수 분유 한 통(400g)에 1만원이 넘는데, 일주일도 안 간다”며 “고가의 의료비·검사비·입원비 등에 더해 부담이 쌓여가는 것”이라고 했다. 10년 넘게 ‘척수수막류’ 증상을 앓는 아들을 돌보고 있는 진청희(34)씨도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척수 쪽의 신경이 손상돼 대·소변 장애가 있어요. 기저귀나 관장용 ‘카테터'(자력으로 배변 활동이 어려운 환자를 돕는 보조기구)를 집에 꼭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월평균 50만원이 들죠. 우리한텐 한 달 생활비예요.” 담도폐쇄증이나 척수수막류처럼 발병 원인이나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는 병을 ‘희귀·난치성 질환’이라고 한다. 국내에선 50만명의 환자가 2000여종의 질환을 앓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증상이 평생 따라다니기 때문에 치료비 부담이 매우 높고 치료를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사례도 많다. 이들을 더욱 고통받게 하는 건 세상의 무관심이다. 강민정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국장은 “환자가 워낙 소수다 보니 관련 연구자나 의료진의 관심이 적은 게 사실이며, 대중의 시선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정부에서 지난

한국엔 없어서…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배우러 해외 갑니다

국내 10大 대학 CSR 교육 현실 기업의 사회적책임 교육 인색한 한국… ‘기업윤리’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학교 카이스트·서강대 등 MBA 다섯곳뿐… 영국·미국 경영대는 CSR 강의 필수 “대학 차원 대비와 노력 필요한 시점” “배울 곳이 없어 답답합니다.” 대기업 지속가능경영팀에서 10년 넘게 일한 A씨는 최근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공부를 하기 위해 석사 과정을 알아보다 한숨을 쉬었다. 국내 유명 대학원 사이트를 아무리 뒤져봐도 CSR 교육 과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 일부 경영대학원에 개설된 ‘기업 윤리’ ‘기업의 사회적책임’ 과목명이 눈에 띄었지만, 선택 과목인 데다 강의 내용도 CSR 개념을 가볍게 다루는 정도에 불과했다. 해당 과목을 듣고 있는 지인 역시 “경영 전략과 마케팅이 핵심이라 CSR을 제대로 배우려면 해외 대학원을 가라”고 조언했다. 고민 끝에 A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비용, 경력 단절이 염려됐지만, 해외 CSR 전문대학원에서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CSR을 공부하고 싶지만, 정작 배울 곳이 없어 방황하는 인재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생·지속가능 경영이 이슈가 된 지 오래지만, 학계가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CSR 외치는 대한민국, 정작 배울 곳은 없다 국내 대학들은 CSR을 경영의 필수 요소로 가르치는 데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국내 상위 대학 10곳(2014 세계대학평가 기준)을 조사한 결과, 지배구조·인권·노동·공정거래·환경·소비자·공동체(커뮤니티) 등 CSR 전반을 가르치는 석·박사 과정은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일반 경영대학원 내에 CSR 관련 내용을 필수과목으로 개설한 곳은 경희대(‘윤리경영’, 석·박사 통합 필수과목)가

불경기 속, 기업 사회공헌도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2014 기업 사회공헌 네트워크 임원 간담회 지난 7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 ‘2014 기업 사회공헌 네트워크 간담회'<사진>에는 기업 사회공헌 임원들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은 국내 기업이 참고할 만한 글로벌 기업의 사회공헌 현황과 기부, 최근 트렌드를 공유하고, 각 기업의 사회공헌 추진 현황 및 고민 등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남상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무, 민은식 ㈜두산 상무, 이건욱 다케다제약 전무, 이병무 GS칼텍스 상무, 이병훈 현대자동차그룹 이사, 이석환 롯데그룹 상무, 이선주 KT 상무, 전세영 현대해상 상무, 황순일 오리온 감사(이하 가나다순) 등이 참여했다. 이날 현장에선 “전경련 조사 결과 기업 사회공헌 지출액(2조8114억원)은 전년 대비 줄었지만 세전 이익에서 차지하는 사회공헌 비용(3.76%)은 오히려 증가했는데, 경기 침체와 각 기업의 제한된 자원하에서 수혜자 혜택과 사회 임팩트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 사회공헌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오갔다. 이와 함께 각 기업이 개별적으로 시행하는 사회공헌에 대한 협력과 정보 공유 필요성도 제기됐다.

“도깨비가 왔다!” 전국 복지관에 찾아온 즐거운 연말

현대차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 “두두두둥.” 삼베옷을 입은 도깨비가 나타나 꽹과리·징·장구·북을 신들린 듯 두들긴다. 도깨비 탈을 쓴 배우가 객석에서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자, 관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아이들도 배우가 손을 잡아끌자, 한 명씩 무대로 나갔다. 지난 14일, 울산 북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사진> 현장이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은례(가명) 할머니는 “이런 연극 공연은 평생 처음 보는 거라 굉장히 신기하다”며 “너무 기대돼서 1시간 전부터 와 기다렸다”고 했다.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는 현대차그룹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함께 문화 향유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복지관에 주민을 초대해, 공연을 즐길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2012년 실시한 ‘문화 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 행사 관람률은 2003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문화 향유는 여전히 대도시(72.5%)와 10대(92.2%), 20대(91.5%)에 편중되어 있는 현실이다. 어호선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과장은 “올해부터는 공연장을 대관하는 대신 방방곡곡 필요한 곳에 직접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는 지난 8일 창원 마산종합사회복지관을 시작으로 두 달간 현대차그룹 36개 사업장과 연계된 복지관에서 3000여 지역 주민에게 다채로운 공연을 선사할 계획이다.

다문화 장애인 가족의 첫 여행… 휠체어 타고 제주도 누비다

하이원 행복더하기 희망여행 부부는 한결같았다. 3살배기 아들을 무릎에 앉힌 남편은 전동휠체어 방향을 바꿀 때마다 아내를 바라보며 웃었다. 생소한 나무, 꽃이 보일 때마다 아내는 어눌한 발음으로 남편을 불렀다. 그러곤 “너무 좋다~”며 연신 감탄했다. 팔을 움직이려면 얼굴이 찡그려질 정도로 힘겨운데도, 부부는 틈날 때마다 손을 포갰다. 두 사람을 태운 휠체어는 더디더라도 항상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향했다. 결혼 5년 만의 첫 여행, 제주도에서 맞이한 부부의 신혼여행이다. 남편 난송(34·뇌병변 1급)씨와 아내 김기애(43·지체장애 2급)씨 부부는 2010년 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처음 만났다. 살아온 환경도, 문화도 달랐지만 두 사람은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누구보다 가까워졌다. “말도 안 통하는 제 이야길 귀 기울여 들어주고, 존중해주던 모습이 감동이었어요.” 난송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생후 한 달 무렵, 머리를 부딪혀 뇌성마비를 앓게 된 그는 중국에서 태어나 자랐다. 조선족 어머니가 한국인 남편과 재혼하면서, 2009년에야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김씨는 난송씨의 한글 선생님이자, 상담사가 돼줬다. 겪어온 사연이 비슷한 두 사람이었다. 김씨 역시 한 살 때 뇌성마비를 앓아 말하는 것과 걷는 것이 힘겨웠다. 부모와 떨어져 홀로 살아온 그녀는 “남편과 함께하니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미소를 보인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2년간의 열애 끝에 아이도 생겼지만, 결혼식은 물론 혼인신고조차 못했다. 남편이 아직 한국 국적을 얻지 못했기 때문. 결국 김씨가 정부에서 받는 100만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비로 세 가족이 살아간다. 난송씨는 “국적도 없고, 변변한 직업도 없는 남편이라 항상 미안하다”면서 “가족이 함께하는

[미래 TALK] 의리의 사회적경제, ‘뭉치면 힘이 되으~리’

‘동네빵네협동조합’에 지난 10월은 역사적인 달입니다. “대형 제과점 공격에 함께 맞서보자”며 서울 서대문구·은평구 지역의 동네 빵집 11곳이 작년 7월에 설립한 이곳은 1년 넘게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신흥중 이사장은 “힘 합쳐 좋은 빵만 만들면 될 줄 알았는데… 경영도 마케팅도 어렵기만 하더라”고 했습니다. 창립 후 1년 3개월이 지난 10월 드디어 흑자가 났고, 직원들에겐 밀린 작업수당이 돌아갔습니다. 반전 스토리 뒤엔 연세대 사회적기업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가 있습니다. SNS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로 외부 매출을 늘리고, 필요한 서류작업도 도맡았습니다. 신 이사장은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열정적으로 채워줬다”고 했습니다. 흔히 사회적경제 조직을 ‘호혜(互惠)와 협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찾긴 쉽지 않습니다. 지역 재생을 위해 모인 청년협동조합 ‘성북신나’의 박동광 상임이사는 “사회적경제 관련 교류회나 네트워크 모임은 많지만 인사만 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리의 꿈 협동조합’ 사례는 아군(我軍)이 생겼을 때 얻을 기회를 잘 보여줍니다. 이 협동조합의 모태는 2005년 설립된 사회적기업 ‘바리의 꿈’입니다. 연해주 고려인들이 생산한 콩으로 된장이나 청국장을 만들어 국내에 판매하고 수익을 생산자에게 돌려 그들의 자립을 돕는 기업입니다. 작년부터 원자재인 콩을 직접 들여온 바리의 꿈은 이를 한국에서 유통할 동지를 모았습니다. 해피브릿지협동조합, (서울형)사회적기업 ‘이로운넷’, 친환경쇼핑몰 ㈜쿠키씨앤씨, ㈜우리밀급식(협동조합 전환예정) 등이 조합원으로 함께했습니다. 유기농 두유시장 판매 1위를 차지한 ‘이로운 아침 유기농 두유’는 모두의 힘이 모인 결과입니다. ‘협동조합’이라는 한 지붕 아래서 바리의 꿈은 콩을 들여오고, 이로운넷·쿠키씨앤씨는 온라인, 해피브릿지는 프랜차이즈

빛 잃어가던 아이들, 희망을 되찾았습니다

하트하트재단의 실명예방사업 개도국 아동 실명 80%는 예방·치료 가능 최빈국 ‘부룬디’에 아동 眼보건센터 설립 캄보디아·탄자니아 등 10만명 치료 “간단한 안과 치료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는 아이들이 하릴없이 방치되며 빛을 잃어갔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인근 르완다로 가서 수술을 하라’는 말뿐이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외국에 나가 수술받을 수 있는 형편의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죠.” 임마누엘 은다이푸카미에(Emmanuel Ndayipfukamiye) 국장의 말이다.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시청각 장애인의 치료와 재활 사업을 진행하는 ‘임마누엘 교회공동체(CEEM·Communaute de Eglises Emmanuel du Burundi)’에서 일하는 그는 “지역에 나가서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손으로 돕지 못해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1962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이후 끊임없는 내전과 갈등을 겪어오며 세계 4대 최빈국의 오명을 안게 된 부룬디의 현실이다. 부룬디 ‘까멍게 국립대학병원(CHUK)’의 소아안과 전문의 레비 켄데케(Levi Kandeke)씨는 “개발도상국 아동 실명의 80% 이상이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한 안질환에서 비롯되는데, 적절한 장비와 인력,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손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민관 협력으로 부룬디 밝히다 전 세계 2억8500만명의 인구가 시력이 손상된 상태로 살아간다. 이 중 90%가 개발도상국에 사는데, 15세 미만도 1900만명이나 된다. 만약 실명까지 이르게 되면 절반이 2년 이내에 사망한다. 10명 중 8명은 쉽게 고칠 수 있는 아이들이다(세계보건기구·2010). 인접한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 르완다 등에 비해 산업 수준이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나 해외 원조를 받기도 어려운 부룬디의 안(眼)보건 체계는 그야말로 전무한 수준이었다. 눈 치료가 필요한 아동이 매년 4500명씩 발생했지만, 어떤 치료나 서비스도

가장 좋은 범죄 예방법? 이웃과 손잡고 동네 한 바퀴

‘셉테드’ 대안은 미국은 1970년대부터 지역 민간단체의 주도로 주택가, 학교, 교통수단, 상가 등으로 셉테드를 확장해나갔다. 영국은 1998년 ‘범죄와 무질서법’을 만들면서 지방정부가 도시 계획과 설계 단계에서 셉테드를 의무 도입하도록 했다. 국제셉테드연맹(ICF·International CPTED Federation)에 따르면 셉테드의 본질은 사람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민관 협업이 핵심이다.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국에서도 보텀업(Bottom-up) 방식의 셉테드 싹이 움트고 있다. 지난 10월과 11월에 걸쳐 한국여성재단은 청소년, 학부모와 동네 안전을 점검하는 ‘꼼꼼히 살펴보는 우리 동네 안전’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전국 7곳 지역의 시민단체와 연합하면서 100여명의 주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지난 3일 오후 6시 경기도 구리 지역 캠페인 현장에선 8명의 중·고등학생과 4명의 학부모가 한 손에는 펜, 다른 손에는 동네 안전 체크리스트를 들고 1시간 동안 구리 인창동주민센터 일대를 모니터링했다. 후미진 인창공원 현충탑 쪽에서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삥 뜯으려고 이런 곳에 들어오면 아무도 몰라요!” 최성우(13·인창중 1년)군이었다. 정욱진(13·동부중 1년)군은 “도둑이 가스 배관을 타면 유리창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집들이 있고, 이 일대에는 CCTV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눈은 정확했고 꼼꼼했다. 이날 캠페인에 참여한 학부모 길혜진(45)씨도 “사생활을 강조하다 보니 ‘이웃’이라는 말이 사라져 가는데 이웃과 동네를 함께 돌며 안전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어 좋았다”면서 “우리 동네뿐만이 아니라 구리시 전체가 안전해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금희 한국여성재단 기획홍보팀장은 “지역당 50만원 정도 예산이면 3주 동안 사람들을 교육하고 직접 안전 점검도 할 수

방범용 LED는 고장나고 반사거울 위엔 광고 덕지덕지…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범죄예방디자인 ‘셉테드’ 현장, 직접 가보니 서울시, 2015년까지 120억 들여 우범지역에 적용 유지·보수 관련 예산과 전담팀 없어 관리 부실 주민 “범죄 예방 효과 미미… 밤길은 무섭다” 전국이 범죄예방디자인(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이하 셉테드) 열풍이다. 서울시는 2015년까지 120억8200만원을 들여 우범지역·공원·학교 등 서울 곳곳에 셉테드 지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부산시는 부산지방경찰청 주도하에 16곳 지역을 ‘셉테드 행복마을’로 조성했고, 현재 경기·대구·울산·광주 등에서도 지역별로 셉테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더나은미래 특별취재팀은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서울·부산 주요 셉테드 지역 6곳을 찾아가봤다. “혼자 가시게요? 위험해요. 다음에 낮에 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서울시가 마포구 염리동에 셉테드를 적용한 지 2년, 지난달 30일 저녁 6시쯤 소금길 골목 앞에서 만난 동네 주민은 뜻밖의 말을 건넸다. “소금길 범죄가 많이 줄지 않았느냐”고 묻자 “사람들이 많이 들락날락하니깐 줄어든 듯해도 여전히 불안한 길이다”고 답했다. 이곳은 지하철 2호선 이대역 5번 출구를 나와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좁은 골목길이다. 서울시는 2012년 방범용 발광다이오드(LED)로 1번부터 69번까지 번호가 표시된 샛노란 전봇대와 안전벨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소금길엔 환한 불빛은 없었다. 소금길 B코스(0.6㎞) 초입을 밝혀야 할 69번 가로등마저 고장나 있었다. 골목에는 할머니의 수레 끄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블로그에 포스팅된 아기자기한 벽화는 흐릿한 조명 탓인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10여분가량 64번 가로등이 위치한 소금길 쉼터까지 걸어가서야 지킴이집 노란색 대문 위 밝은 조명이 시야를 밝혔다. 한 살 아래 동생과 집으로 향하던 이진수(가명·8)군은 “밤 9시에 학원에서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나눔의 시너지 내려면 ‘룰’부터 정해야죠

“싸움과 권투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룰(Rule)이 있느냐 없느냐죠. 저는 상담할 때 딱 두 가지 룰만 줍니다. 상대방의 얘기를 끊지 않을 것, 상대방이 한 말을 재확인할 것.” “부모가 자녀를 존중하면, 자녀는 집중력과 자신감을 갖게 되고, 리더십을 발휘하죠. 반면, 부모가 자녀를 간섭하면, 자녀는 한계를 정해 수동적이 됩니다.” 지난 19일 더나은미래가 이지웰가족복지재단과 함께 세 번째 부모교육포럼을 열었는데, 미국에서 10년 동안 가족 상담을 해온 남동우 한국가족상담센터 상담소장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룰과 존중. ‘왜 우리나라는 협력과 공유가 잘 안 될까’라는 제 오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단초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한 좋은 모델을 분석해보면, 한 단체나 개인이 해낸 게 아니라 파트너십을 통한 결과물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주는 기업이나 정부, 현장에서 일을 하는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삐걱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습고 창피한 일이지만, 최근 몇 년간 협동조합 붐이 일면서 지자체·정부기관·민간단체 할 것 없이 너도나도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러 간 적이 있는데 이 때문에 이탈리아의 한 기관에서는 ‘한국 해외연수단 더 이상 안 받겠다’고 공언했다고 합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너희 나라는 왜 정보 공유를 안 하느냐”고 물었다는 후문입니다. 지난해 더나은미래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민관협력사업 3년을 분석하는 좌담회를 열었을 때도, 한결같은 목소리는 “기업·정부·비영리단체 간 파트너십을 잘하는 게 가장 어렵다”였습니다. 해결의 열쇠는 바로 ‘룰(Rule)을 정하는 것’입니다. 파트너끼리 우선 목표와 성과에 대한 합의를 한 후, 서로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할지 명확히 룰을 정해야 합니다. 기부금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