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크지만 희망 찾기 어려워… 우산이 필요한 조손가정 아이들

내년 1월에 지원비 끊겨 생활비 부족 등 어렵지만 꿈 키우며 잘 커준 남매 동생 대학 보내고 싶어 취업 준비 한창인 장호군 “어른이 되면 받은 만큼 베푸는 사람 되고 싶어요” “저를 따라오세요. 조금 걸으셔야 해요.” 일러준 주소만으로는 집을 찾기 어려웠다. 연락을 받고 나온 장호(17·가명)는 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좁고 가파른 길을 한참이나 오른다.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었네”라는 기자의 말에 수줍은 듯 웃음을 지어 보인다. 조그만 철제문을 열자 어두컴컴한 마당 겸 욕실에는 잡동사니부터 눈에 들어온다. 세탁기, 프로판 가스통, 대중목욕탕에서 봄 직한 플라스틱 의자, 철제 대야와 뭉뚝해진 비누, 빨랫줄에 널린 옷가지…. 재래식 화장실, 두 개뿐인 방의 벽지에는 곰팡이가 아무렇게나 슬어 있다. 장호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방 하나를 쓰고, 책상이 있는 작은 방은 여동생 지수(16·가명)양에게 양보했다. 그나마 이 집도 무허가 건물이다. 장호군은 조손 가정이다. 부모님은 지난 98년 이혼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장호군과 여동생을 월세 방 주인에게 맡긴 채였다. 부모와의 연락이 끊기자, 월세 방 주인은 외할머니에게 연락했다. 한걸음에 서울로 올라온 외할머니 이순덕(64)씨는 “서너 살짜리 애들을 어떻게 복지시설로 보낼 수 있겠느냐”며 아이들을 경남 진주로 데리고 왔다. 이씨는 남매를 키우기 위해 시장에서 리어카를 끌며 과일 장사를 시작했다. 새벽 6시에 나가 밤 11시에 들어오는 생활은 13년간 이어졌다. 외할아버지는 고령과 건강 악화로 일을 할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까지 “부모님이 없다는 것을 크게 실감하진 못했다”는 아이들은 중학교에 올라가

[100만개의 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③ 가난에 가려졌던 꿈… 이제 미래를 연주합니다

절대음감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유예은’ 유튜브로 색소폰 독학한 프랑스 음대 장학생 ‘허민’ 소외계층 아동 지원하는 ‘초록우산드림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소속감 느끼고 사회성 기르게 도와줘 한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 세 살 때, 엄마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에 피아노로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한 번 들은 곡은 피아노로 그대로 칠 수 있는 ‘절대음감’의 소유자였다. 2010년에는 피아니스트 이루마와 함께 합동 무대를 열었다. 부모님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의 지원으로 재능을 계발해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고 있는 유예은(11)양의 이야기다. ‘한국의 폴 포츠’ 최성봉(22)씨의 인생도 음악으로 빛을 발했다. 보육원 생활, 보육 시설에서의 구타, 유흥가 껌팔이 생활…. 길거리 인생이던 최씨는 인터넷으로 레슨 광고를 낸 박정소(당시 배재대 음대생)씨를 통해 성악을 배웠다. 대전 예술고 재학 중에는 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공부를 지속했다. 지난해 8월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준우승하며 인생 역전 드라마를 썼다.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질 수 없을까. 1시간에 몇십만원씩 하는 레슨비, 고가의 악기 구입비 등 음악에 재능을 가진 저소득층 아이들의 경우 꿈도 꾸지 못하게하는 현실이다. 대학 예체능 계열의 1년 등록금은 평균 932만원이다. 어린이재단은 예은양과 같이 재능이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지원하는 인재 양성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고급 악기를 접하기 어려운 소외 계층 아이들에게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를 통해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키워나가도록 지원하고 있다. ◇음악으로 소통을 배워요, 우리는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자, 모두 한마디씩 하면 50마디가 됩니다. 쉿, 주목!” 박광(41) 지휘자의 한마디에 마천종합사회복지관(이하 마천복지관) 지하 1층 강당에

아동 폭력 예방 지침만 알려주는 건 도움 안돼

박은숙 초록우산 서울아카데미 원장 인터뷰 초록우산 서울아카데미는 ‘캡(CAP·아동 폭력 예방)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이다. 박은숙(43) 원장은 아동 실종 분야 전문가로, 지난 2009년 국내에 캡 프로그램을 도입한 주역이다. 잇따른 아동 폭력 문제에 대한 해법을 듣기 위해 박 원장을 찾았다. ―캡 프로그램의 특징은 뭔가. “우리는 지금까지 아동 폭력 예방 지침만 알려줘왔다. 하지만 ‘낯선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고 하는데, 이런 지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침에 나오지 않는 사례가 너무 많아, 아이들이 일일이 따를 수가 없다. 유괴나 성폭행 위협이 되는 낯선 사람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하면, 미국 아이들은 평범한 사람을 그린다. 반면, 우리 아이들은 마스크 쓰고 지저분하고 무섭게 생긴 남성의 모습을 그린다.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고, 위험한 상황을 분별하며,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게 캡 교육의 목적이다.” ―이런 교육을 통해 어떤 효과가 있는가. “우리나라는 성폭력 관련해 신고율이 10%밖에 안 된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죄책감을 느낀다. 캡 교육이 끝난 후 한 아이의 소감문에 ‘저는 성폭력을 경험한 일이 있었다. 마음이 불편해서 포커페이스를 했다. 역할극을 보고 내 잘못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고 썼더라. 역할극을 통해 또 강조하는 것은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반드시 얘기하라’고 한다. 학교와 집에 신뢰할 만한 어른이 누가 있는지 교육 시간에 질문한다. 우리가 아동 교육뿐 아니라 부모 교육, 교사 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하는 이유다. 30분 동안 리뷰 타임을 통해 나온 상담

길거리 캠페인 벌이고 SNS 메시지 보내고… 아동 인권 보호 앞장

어린이재단 아동 애드보커시 활동 온·오프라인 다방면 활동… 아동 포르노 불법 다운 퇴치 학교 폭력 예방 콘서트도 지난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임마누엘 교회 앞에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의 아동폭력 예방 가두 캠페인이 열렸다. 이번 캠페인은 아동폭력 예방 사업을 알리고, 성폭력 피해 아동을 위한 후원자를 모집하는 것이었다. 10시부터 3시간 동안 무려 600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너무 무서워요.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예지(10·전인기독학교)양은 서명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마천종합사회복지관 김민영 대리는 “친구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 도망가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배에다 힘을 꽉 주고 고함을 치는 거야”라고 했다. 이날 캠페인을 통해 고액의 정기후원자도 생겼다. 길거리에서, 인터넷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각종 온·오프라인 채널을 이용한 아동 애드보커시(Advocacy·권리옹호)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어린이재단은 지난해 4월부터 ‘나영이의 부탁(조두순 사건 피해아동)’ 캠페인을 벌여 50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 나눔대사 공지영 작가, 민주당 신낙균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35만명의 서명을 국회 법사위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는 18대 국회에서 ‘아동 대상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들끓었다 금방 사그라드는 이슈에 대해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대구·영주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어린이재단은 집중적으로 ‘학교폭력예방’ 캠페인을 진행했다. 피해 학생을 위한 모금 캠페인뿐만 아니라 ‘무관심이 폭력을 증가시킨다’는 슬로건을 걸고 인식 전환에 힘쓰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어린이재단과 친구를 맺은 사람들에게 정기적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지난 17일에는 ‘STOP 학교폭력 콘서트’를 벌였다.

[100만개의 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② CAP 아동폭력예방교육

“나는 내가 지킨다”… 위기의 순간, 대처능력 키운다 “위급한 상황 닥쳤을 때 배에 힘 주고 고함치세요” 어른 개입 불가능 상황 속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실감나는 역할극 통해 간단한 호신술 가르쳐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교사도 함께 교육 “아~~~~~~~~.” 여효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리(연수종합사회복지관)가 고함과 함께 팔을 휘두르며 교실을 휘젓는다.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안전한 곳까지 뛰어가면서 내지르는 ‘특별한 고함소리’다. 우렁찬 고함과 과도한 몸짓에 놀란 아이들이 술렁거린다. “평소에 내는 소리와는 다르지?” 시범을 마친 여효선 대리가 말한다. “캡(CAP) 고함이라고 부르는 건데, 우리 뱃속에 들어있는 호신용 호루라기 같은 거야.” 이번에는 아이들 차례다. “횡경막에 주먹을 대고, 목이 아닌 배로 깊게”라는 설명에 아이들은 주먹을 배로 가져가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곧이어 학급 전체가 일제히 내지르는 함성은 교실을 뚫고 학교 전체에 퍼져 나간다. 고함에 놀란 옆 반 아이들이 4학년 2반 창문 아래 모여든다. “너무 잘했어요.” 여효선 대리는 아이들을 독려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으니 정말 위험한 상황에서만 써야 해요”라는 당부를 덧붙인다. 지난 19일, 인천가현초등학교 4학년 2반 교실에서 아동폭력예방교육이 진행됐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캡(CAP, Child Assault Prevention) 프로그램’이다. 1978년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처음 시작돼 현재 전 세계 18개국 35개 지역에서 이뤄지는 아동폭력 예방교육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교육철학의 핵심은 ‘임파워먼트(Empowerment)’다. 어른의 개입이 불가능한 위험 상황에서도 아동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힘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교육은 아동들이 가진 권리와 힘을

[100만개 꿈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 ① “성공해서 어려운 사람 돕고파”… 초록우산 안에서 꿈 키우는 아이들

특정분야에 재능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돈 때문에 꿈 포기 않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서 재능계발비 지원해 꿈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에게 꿈은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꿈이 사라진 삶이란, 나침반 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가난해도 꿈을 품고 산다면, 이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다.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로 가난과 소외, 절망을 넘어선다. ‘더나은미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저소득 가정 아이들이 경제 사정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안전한 환경에서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100만개의 꿈’ 캠페인을 전개한다. ◇”금메달 따면 아주 좋은 집을 짓고 싶어요. 우리 가족을 위한.” 경북 울진에 사는 사격유망주 전정원(17·죽변고)군의 롤모델은 런던올림픽 사격금메달 2관왕 진종오 선수다. 전군의 가족은 정신지체장애인인 엄마, 연로한 80대 할머니 이렇게 셋뿐이다. 전군은 그 꿈에 바짝 다가와 있다. 그가 속한 단체팀은 출전하는 대회마다 1~3위를 휩쓴다. 한회회장배 전국사격대회, 제20회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 제33회 충무기 전국 중고등학생 사격대회, 제41회 봉황기 전국사격대회 등 지난해에만 5차례 단체전 1위를 기록했다. 전군이 사격을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도 안 가고 집에서 자고 있었는데, 코치님한테 잡혀서 사격부에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노정만(32) 코치는 “정원이가 학교에 적응을 못 해 안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집까지 찾아갔는데, 처음에는 안 하겠다고 하는 걸 ‘사격부 들어오면 먹고 자는 걸 해결해주겠다’고 말하고 억지로 시켰다”며 “여긴 에어컨도 있고 먹을 것도 많아서인지 이젠 집에 보내줘도 안 간다”고 웃었다. 사격은 사춘기 반항아 전군에겐 희망이자 전부가 됐다. “학년이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