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트렌드 한자리에 국제 콘퍼런스 개최

국제적인 나눔 트렌드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국제 콘퍼런스가 개최된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나눔국민운동본부 등이 주관하는 ‘제2회 국제나눔 콘퍼런스’는 오는 6월 13일~14일 이틀 동안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다. 이번 콘퍼런스에선 글로벌 기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전문가와 기업 사회공헌 및 CSR 전략을 주도하는 해외 전문가들이 강사로 초빙된다. 기조연설을 맡은 영국의 RLM 핀스버리 스콧 콜빈(Scott Colvin) 이사는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자”는 ‘레거시 10(legacy 10)’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스콧 콜빈 이사는 방한 전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사회지도층의 기부 참여를 독려하고, 자선단체를 위해 지속가능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한국에도 부자들이 기부할 수 있는 창의적인 기회가 주어지면 기부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첫날에는 ‘나눔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발전과제’라는 주제로 린지 라폴(Lindsay L.Lapole) 미 자선기부연금협의회(ACGA) 회장은 ‘미국 계획기부 모델’을 설명할 예정이다. 둘째 날 기조 강연자인 에이미 잭슨(Amy Jackson)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사회공헌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발전과제’라는 주제로, 제레미 프렙시어스(Jeremy Prepscius) 미 BSR 이사는 ‘사회문제 해결과 비즈니스 가치의 상생을 위한 핵심전략 모색’을, 수 애킨스(Sue Adkins) 영국 BITC 이사는 공익연계마케팅(CRM)을 중심으로 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강연할 계획이다. 1992년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BSR은 전 세계 60개국에서 기업 CSR을 지원하는 단체이다. 영국 BITC는 1982년 영국 찰스 황태자가 설립한 단체로, CSR과 기업평가, 교육, 포럼, 네트워킹 등을 진행하며 전 세계 CSR서비스 기관 네트워크인 CSR360을 보유하고 있다.

미술·놀이 치료로 아이 ‘좋은 마음’ 가꿔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현수(9·가명)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문제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학교에도 잘 가지 않으려고 하고, 학교에 가서도 친구와 싸우거나 선생님께 대드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수업시간에는 내내 엎드려 있기만 한다. 학교 자체적으로 실시한 폭력위원회에서 제재를 받을 정도로 심각했던 현수는 지난 4월부터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를 통해 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박무희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팀장은 “현수 어머니는 일 때문에 2~3일씩 집을 비울 때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방임 환경에 놓였다”며 “학교는커녕 외출 자체를 싫어하는 아이라서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면서 게임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행동을 보인 지가 오래됐고, 복합적인 문제 상황이 많은 편이라 현수에게는 장기개입이 필요했다. 현재 현수에게는 미술 치료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6개월 이상 지속될 계획이다. 이번 주부터는 학습 치료 지원을 통해 학교적응도 본격적으로 돕는다. 박무희 팀장은 “현수가 미술 쪽에 특히 관심을 보여서 미술 치료로 연결했다. 처음에는 불성실한 모습으로 치료를 거부했는데, 한 주가 지나자 치료에 동참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 및 부모에게 전문적인 심리치료 서비스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지는 등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가 위험 수위까지 이르렀다고 판단한 굿네이버스가 올해 대전·대구·부산 등 전국 6개 지역에 ‘좋은마음센터’를 개설하고, 위기 청소년 구제에 나선 것. 전미선 굿네이버스 복지사업부장은 “학교폭력 문제는 최근 학교들의 가장 큰 관심분야 중 하나”라며 “굿네이버스는 좋은마음센터를 통해 아동과 가족 상담뿐 아니라 미술 치료나 놀이 치료 등 아동 심리치료를 위한

[12가지 핵심과제] ⑤ 노인- 은퇴노인 3인의 일자리 찾기

생산적 복지가 답… 맞춤형 일자리 늘려야 예상치 못한 퇴직 후 24시간 편의점 점주 10년 일자리 찾는 중 “72시간 동안 잠 못 자고 일한 적도 있었어요. 쉬울 것 같아 선택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고유석(63)씨는 지난 2002년 54세의 나이로 대형 보험회사인 K사 부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한창이던 구조조정 여파로 예상치 못한 퇴직을 한 것. “막연히 ‘나는 아니겠지’라고만 생각해 은퇴 준비도 거의 못했던 상황”이라고 당시를 기억하는 고씨는 “대한민국에서 직장 다니면서 은퇴 준비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고씨에게 은퇴는 ‘편안한 노후’와는 거리가 멀었다. 늦은 결혼을 한 탓에 자녀 2명이 모두 수험생이었기 때문이다. 양육비 부담은 고스란히 남은 상태에서 소득만 끊겼다. 고씨는 “국민연금을 10년 넘게 냈는데, 퇴직하고 나니 월 80만원 정도 받더라”면서 “무조건 일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퇴직금 등으로 만든 목돈 2억5000만원을 지인에게 맡겼다가 선물투자로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다급해진 고씨는 자영업으로 눈을 돌렸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고,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 조건을 따져 선택한 것은 당시 막 생겨나던 ’24시간 편의점’이었다. 아파트 담보 대출 1억원과 편의점 본사 대출 1억원 등 2억원으로 서울 삼성동에 편의점을 오픈했다. 자주 다니던 친숙한 곳이 편의점이니만큼, 쉽게 생각했지만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편의점은 가족이 총동원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고씨의 설명이다. 고객과의 관계도 힘든 부분. 고씨는 “보험회사에서 고객서비스 교육까지 맡았었기 때문에 서비스는 자신 있었지만 정말 별의별 사람과 상황이 많다 보니, 손님과의 마찰도 가끔 있었다”고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② 이순동 한국자원봉사문화 이사장

“자원봉사 문화 업그레이드 위해 ’30년 홍보 달인’ 재능 나눌 것” 자원봉사 참여율 20% 한계… 시혜로 여기는 인식 때문… 이런 문화토양틀 깨야 여행·콘서트 접목… “봉사는 즐겁다” 개념 확산… 기업·NGO 함께 성장해야 일간지 기자를 거쳐 삼성에서 30년 가까이 홍보·커뮤니케이션을 책임졌던 이순동(65) 한국자원봉사문화 이사장은 ‘나눔’을 통해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비영리민간단체인 한국자원봉사문화 이사장직을 맡아 “자원봉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겠다”고 나섰다. 올해는 15년 동안 유지해오던 ‘볼런티어21’이란 이름도 한국자원봉사문화로 바꾸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지난 14일 서울 역삼동의 사무실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신문사 기자로, 삼성의 홍보·광고 책임자로, 이제 비영리민간단체(NPO)의 리더로 변신했습니다. 제3의 인생을 사는 소감이 궁금합니다. “홍보를 하는 사람은 뒤에 숨어야 해요. 그런데 이제 자원봉사문화를 홍보하려니 안 나설 수가 없네요(웃음). 기업이나 비영리단체나 리더가 하는 일은 비슷해요. 인력과 재원을 적당히 운영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기업이 ‘이윤’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지향하는 데 반해, 비영리 분야는 근본적으로 이타적이잖아요. 남을 돕기 위한 일 아닙니까. 봉급을 받느냐 안 받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영리기업에선 금전적으로 보상받았지만, 비영리단체에선 봉급은 안 받아도 자기 성취를 심리적으로 보상받으니까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나눔이죠.” ―2009년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을 맡았고, 이후 삼성미소금융재단 이사장직도 맡으셨는데요. 자원봉사나 나눔 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습니까. “기업 홍보를 하면서 처음에는 판촉으로 홍보하다, 80년대 후반부터는 이미지 전쟁이 시작되었어요. 판촉이나 이미지는 ‘감정’적인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평판’의 시대예요. 이미지는 좋지만 평판이 나쁜 기업이 있어요. 기업이 지속가능한

“착한 일하면서 한 달 수입 3만엔이면 충분”… 일본에서 불어온 행복한 비즈니스

‘3만엔 비즈니스’ 저자日 후지무라 야스유키 ‘착한 일만 하면서 돈을 번다. 적게 벌지만 걱정이 없다. 나로 인해 내 이웃과 공동체 전체가 행복해진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다. ‘3만엔 비즈니스’다. 지난해 7월 일본에서 발간한 이 책은 반년 만에 6쇄를 찍었고, 일본 청년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책을 읽은 후 지역 자립의 가능성을 읽고 도시에서 농촌으로 돌아오는 청년도 늘고 있다. 책의 저자는 ‘일본 최고의 발명가’로 불리는 후지무라 야스유키(68)씨. 최근 방한한 그는 “경제위기와 3·11 대지진이 일본 청년들의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2000년 일본 경제 위기가 시작되면서 청년들의 의식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에 지친 청년들이 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좋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돈을 버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해 3월 11일 발생한 대지진 이후 더욱 굳어졌고, 현재 일본 청년들의 다수를 차지합니다. 이들에게 ‘3만엔 비즈니스’는 반가운 지침서로 여겨졌던 것이죠.” ‘3만엔 비즈니스’는 뭘까(3만엔은 우리 돈으로 42만원 정도다). ‘착한 일’을 하면서 한 달에 3만엔을 버는 사업을 말한다. 도시에서 독신으로 사는 일본인이 ‘풍족하다’고 느끼는 수입의 기준은 한 달 평균 30만엔. 시골에서 독신으로 사는 경우에는 15만엔 정도다. 후지무라 야스유키씨는 “청년들이 시골에 모여 함께 자급자족할 경우, 한 달에 10만엔을 벌면 만족스러운 생활이 가능하다. 자급률이 높아지면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3만엔 비즈니스를 활용하면 이런 생활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3만엔 비즈니스’ 사례는 쉽고 간단하다. 시골에서 남아도는 작물을 가까운 도시민들에게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①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

62년 쌓은 월드비전 ‘나눔 노하우’다양한 NGO에 아낌없이 나눌 것 가진 것이 많을 때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잃을 것이 많아 두려워하는 사람과, 나눌 것이 많아 행복해하는 사람으로. 후자가 많아지면 사회는 건강해진다. ‘더나은미래’는 2020년 우리 사회의 건강 지수를 높여줄 나눔 리더를 찾아나서기로 했다. 첫 번째 인물은 올 1월 취임한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이다. “앞으로 비즈니스석은 못 탈 테니 각오하세요.” 양호승(64) 회장이 월드비전 회장에 취임하기 전, 이사장인 이철신 영락교회 담임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야간에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도, 30시간 걸리는 아프리카를 갈 때도, 월드비전의 모든 임직원은 이코노미석만 탈 수 있다. 양 회장의 이력을 보면 이런 충고를 이해할만 하다. 서울대 농과대 졸업, 미국 미네소타대와 MIT를 거쳐 일리노이주립대에서 MBA 석사를 한 이후 SK그룹을 거쳐 CJ제일제당 글로벌 신규사업개발 부사장을 역임했다. 억대 연봉의 영리조직(PO·Profit Organization) 부사장에서 세상의 어려운 이들을 돕는 비영리조직(NPO·Non Profit Organization)의 리더가 된 소감을 들어봤다. ―’NGO에 비즈니스를 입히다’ 등 취임 당시 회장님의 이력이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공개채용이라는 특별한 형태로 월드비전 회장직에 선임되었는데, 비영리조직으로 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아내와 함께 은퇴 후의 삶을 봉사하고 나누는 것으로 준비해왔습니다. 교회에서 12주 동안 선교사 파송교육을 받았는데, 그 도중에 월드비전 회장에 선임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세상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어 회장직을 맡기로 했습니다.” ―월드비전은 40만명에 달하는 후원자가 있는 국내 최대의 국제개발 NGO입니다. 40만명이 넘는 해외아동뿐 아니라

[더나은미래 창간 2주년 특집] ‘더 나은 미래’ 그 후… “아이들은 아직도 꿈꾸고 있다”

“도움받고 나니… 그분들처럼 베푸는 삶 살겠다는 소망 생겼어요” ◇발달장애 딛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한 김동균군 “자, 들어가라.” “안 틀려” “다 외웠어”라는 혼잣말을 몇 번이고 되뇌던 김동균(21·발달장애2급)군이 한국예술종합학교 4층 관악합주실로 들어선다. 합주실을 가득 채운 120명 학우들의 눈과 귀가 마지막 7번째 발표자인 김군에게로 집중된다. 자리를 정돈한 김군과 윤효린(35) 반주선생님이 살짝 시선을 맞추는가 싶더니, 이내 ‘카르멘(Carmen)’의 선율이 합주실을 가득 메운다. 서정적으로 진행되던 플루트 연주가 빨라지자, 김군은 몸을 움직이며 감정을 표현한다. 때로 연미복 자락이 펄럭인다. “와. 잘한다”라는 소곤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5분여의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지난 4월 27일 김군의 첫 발표수업(목관악기 워크숍)은 그렇게 끝이 났다. 살짝 상기된 얼굴로 강의실을 나서던 김군은 “우와, 잘했어!”라는 기자의 말에 “잘했어. 잘했어”라고 되풀이한다. 작년 말 발달장애를 딛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사연(본지 2011년 11월 8일자)으로 많은 독자들을 감동시켰던 김동균군의 꿈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수업과 오케스트라(하트하트 오케스트라) 활동을 병행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하루 4시간 이상의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 어머니 성은희(47)씨는 “학교 친구들이 동균이한테 말도 많이 걸어주고, 밥도 같이 먹으려고 하는 등 굉장히 호의적인데, 동균이 장애 특성상 동균이가 좀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껏 힘든 부분들을 이겨내고 성장해온 만큼 대학생활에도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오광호 교수는 “동균이를 처음 뽑았을 때 사실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꿋꿋이 견디고 잘 따라와 줘서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오고 싶다는 꿈. 이제는 그 꿈을

[희망 허브] 후원해준 노트북·태블릿 PC가 공부 열정 불태워줘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희귀난치병환자 학습 기기 대여 4월 17일 저녁,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강남대 샬롬관에서 만난 진성선(18)씨. 힘없이 늘어진 가는 팔과 다리를 전동휠체어에 파묻은 모습이지만,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대학은 수업이 너무 길어요. 2시간 50분이나 되잖아요”라고 푸념하면서도 “친구들이 많이 도와줘요”라는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진씨는 인구 25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난치성질환 ‘샤르코-마리-투스병(Charcot-Marie-Tooth disease)’ 환자다. 이 질환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손상돼, 근육이 위축되는 질병이다. 진씨의 사연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쌍둥이 동생(진은선)과 함께 지난해 본지〈2011년 5월 24일자, 희귀난치성질환의 날 걷기대회〉에 소개된 바 있다. 올 초 쌍둥이 자매는 나란히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했다. 성선씨는 강남대 사회복지학과에, 동생 은선씨는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진씨는 “둘 다 중학생 때부터 장애인 복지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며 “몸이 불편한 것을 느끼고 살다 보니, 장애인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했다. 이들 뒤에는 쌍둥이 자매의 꿈을 후원하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손길이 있었다. 재단이 후원하는 한벗재활공학센터의 학습용 특수보조기기 대여 및 지원사업을 통해서다. 진씨는 “청계천 걷기대회에 갔을 때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학습 기기를 대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노트북과 태블릿 PC를 신청했다”고 했다. 쌍둥이 자매는 노트북 한 대와 태블릿 PC 두 대를 대여받았다. 대여기간은 1년이며, 원하면 연장도 가능하다. 자매는 이 기기를 통해 대입 준비를 위한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고, 대학 진학에 관련된 정보도 얻었다. 진씨는 “사실 데스크톱이 있는 방까지 이동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는데, 학교에도 쉽게 갖고 다닐 수 있어 너무 편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쌍둥이

사이먼 피커드 에어비스 사무국장_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해해야 10년 후 생존…일류기업은 이미 비즈니스 전략으로

[글로벌 CSR을 말한다] 엡손, 컴퓨터 기증하러 동아프리카 갔지만, 높은 온도차로 작동 안 돼 정말 필요한 건 ‘자전거’ 해외 진출 글로벌 기업들 진출국의 문화 이해하는 넓은 시각 가져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하는가, 아니면 법적으로 강제해야 하는가.’ 지난 13일 고려대 아시아경영센터가 주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글로벌화’ 심포지엄에서는 발라 라마사미 중국·유럽국제경영학교 교수를 비롯해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샘 리 이노CSR 대표 등 국내외 CSR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참여한 유럽의 대표적인 CSR 관련 산학 네트워크인 에어비스(EABIS·The Academy of Busi ness in Society)의 사이먼 피커드 사무국장을 만나 글로벌 기업의 CSR 트렌드를 짚어봤다. ―에어비스의 구체적인 활동은 무엇인가.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선 엔론사태(7대 기업이던 엔론사의 분식회계와 비윤리적인 로비활동이 드러난 사건)와 닷컴 버블 사태가 터졌다. 이를 계기로 15개 글로벌 기업과 유럽의 8개 경영대학장이 모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략적으로 연구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IBM, 존슨앤존슨, 마이크로소프트, 셸, 유니레버 등의 기업이 참가했다. 현재는 40개 글로벌기업과 80개 글로벌 비즈니스 스쿨이 참여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리서치, 교육, 실행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사회공헌을 혼동하고 있다. 사회공헌을 하는 착한 기업이라고 홍보하면서도, 노사관계나 환경 및 협력업체와의 상생관계 등 사회적 책임은 소홀한 경우도 있다. 글로벌 기업은 CSR을 필수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나.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 선도적 기업은 CSR을 비즈니스 전략으로 본다. 물이 없으면 코카콜라는

“장애인이 불편하지 않은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라 생각합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장애인고용 법안 만들 땐… 1년 중 5일도 안 쉬고 ‘예술작품 만들 듯’ 했다 법 시행 20년… 고용률 13배 늘었지만 이윤 추구 고용 형태, 아쉬운 부분도 많아 신체 일부가 불편할 뿐 다른 문제는 없는데… 인식 개선이 급선무 소아마비를 앓은 장애인으로, 고용노동부 최초로 ‘내부 출신 장관 1호’가 된 인물.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그는 1982년 행정고시(25회)에 합격한 후 30년 가까이 고용노동부에 몸담으며, 장애인 고용문제 해결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이틀 앞둔 지난 18일, 경기 과천의 정부종합청사에서 이 장관을 인터뷰했다. ―1991년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주도했다고 하는데, 당시 어려움도 많았다고 들었다. “1989년 무렵 법안을 만드는 주무관으로 차출됐다. 장애인이니 더 애정을 갖고 해보란 뜻도 담겨 있었다. 당시 경영계에서는 ‘고용의무제는 시장논리에 반한다’며 엄청나게 반대했다. 당시 나는 ‘세금을 내서 장애인을 시혜적으로 도와줄 거냐, 일자리를 줘서 그들이 세금을 내도록 할 것이냐’고 경영계를 설득했다. 사무관인 나와 고용전문직 직원, 둘이서 법과 예산과 기금 마련까지 다 짜느라 1년 365일 중 집에서 쉰 날이 5일도 안 됐다. 참고할 게 아예 없어서, 모든 걸 예술작품 만들 듯 새로 짰다.” ―법 시행 20년이 넘었다. 직접 주도한 공무원으로서 공과를 평가한다면. “법 시행 초기 장애인 고용 수치가 1만명에 불과했다. 작년 연말 기준 13만명을 돌파했다. 13배 늘었다. 예전에는 장애인들이 주로 집안에만 있었는데, 요즘은 사회생활을 많이 한다. 근원적 복지가 일자리 아닌가. 일자리를

暗_청각장애인 청강문화산업대학 안태성 前 교수

교수 임용 등 매순간 불이익… 장애학생 위한 지원 없어 안태성(53) 전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요즘 일주일에 두 번씩 국립서울농아학교에 나간다. 방과후교실에서 농아인 학생들에게 만화를 가르친다. 작업할 돈도 없고, 의욕도 나지 않아 작품활동은 쉬고 있는 상태다. 한때 대학에서 만화를 가르치던 교수였던 그는 학교의 부당해고에 맞서 지난 5년간 긴 법정투쟁을 벌여왔다. 인권위 진정제기, ‘해직처분무효확인청구각하결정취소’ 행정소송 대법원 승소, 복직 위한 행정소송 1,2,3심 승소, 대학 측 항소…. 소송은 끝났지만 상처는 오래 남았다. 그는 선천적 청각장애 4급으로, 왼쪽 귀는 전혀 안 들리고 오른쪽 귀는 큰 소리만 들을 수 있다. 어린 시절 별명은 ‘귀먹쟁이’. 야간공고 졸업 후 공장에 다니던 그는 우연히 그의 그림을 본 목사의 소개로 동양화가를 만나 미술과 연을 맺었다. 24세에 홍익대 미대에 진학했다. “당시만 해도 장애인 배려가 별로 없었어요. 교수가 1시간 내내 강의를 해도, 들을 수가 없으니 쉬는 시간에 친구들 노트를 빌려 베끼기도 했어요. 실기는 넘어가도 교양과목은 그냥 포기하고 출석체크만 한 후 뒤에 앉아 엎드려 잤어요.” 돈이 없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던 그는 대학 3학년 때 만난 아내 이재순(46)씨가 선물하면서 보청기를 처음 사용해보았다고 한다. 사회에 직접 부딪쳐본 그의 삶은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겪어도 참아야 하는 것’투성이었다. 1999년 그는 청강문화산업대에 애니메이션 전임강사로 임용됐다. 채용공고에선 분명히 전임강사였음에도, 임명장엔 ‘전임강사 대우 6개월’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는 “월급도 불이익을 당했지만 그냥 감수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배려도 없었다. 강의를 위한 보청시스템이나

明_시각장애인 KBS 앵커 이창훈씨

523대 1 경쟁률 뚫고 앵커… 다양한 부서 돌며 취재 현장 배워 지난 4월 17일, KBS 본관 뉴스제작팀에 들어서자 스튜디오 너머로 부드럽게 정제된 음성이 들려왔다. 이창훈(27) 앵커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의 양손은 기사를 점자로 변환해주는 점자정보단말기 위에서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시각장애인임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목소리도, 시선도 안정돼 있었다. “5분이 금방 지나가죠?” 방송을 마친 이 앵커가 기자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지난해 5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KBS뉴스 앵커로 채용된 그는 현재 KBS1TV ‘뉴스12’의 생활뉴스 코너를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자가 그의 손에 들린 점자정보단말기를 신기한 듯 쳐다보자 이 앵커는 “노트북 기능과 비슷하다”며 차근차근 사용 방법을 알려준다. 점자키는 키보드 역할을 하고, 9개의 원형 버튼은 방향키 역할을 한다. 그는 “갑작스레 단말기가 고장 날 때를 대비해 점자로 출력된 프린트물도 함께 준비한다”며 부연설명을 했다. 생후 7개월,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정식으로 아나운서 공부를 한 적이 없다. KBS에 최종 합격 후 3개월 만에 능숙하게 뉴스를 진행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앵커는 “혹독한 훈련”이라며 목소리를 낮춘다. 보도국 오리엔테이션 직후 그가 배치된 곳은 뉴스제작 3부. 홍수 피해로 전국이 혼란스러운 시점이었다. “재난 상황에서 속보가 어떻게 준비되는지 그때 비로소 배울 수 있었죠. 숨 가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뉴스를 전달하는 앵커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잊을 수 없는 경험은 사회2부에 배치됐을 때다. 이 앵커는 사회부 기자들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