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욱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선진국과 저개발국가의 건강 지식 격차를 메울 방법을 오래도록 고민해온 의사가 있다. 2000년부터 의료계의 정보화 흐름을 주도해온, 서정욱(58·사진)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다. 서 교수는 2000년부터 서울대학교병원의 정보화 혁신 사업을 담당해왔다. 환자들의 건강 기록을 의사들이 손쉽게 공유하고 진단할 수 있도록, 서울대병원에 전자의무기록을 도입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있는 12만건의 전자정보를 구조화해 전자도서관 사업을 추진한 것도 바로 그다. 현재 그는 (사)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reative Commons Korea) 이사로 재직하면서 글로벌한 ‘오픈 액세스’ 운동을 시작했다. 저개발국가에서 생산되는 의학 정보를 전 세계에 전파시키는 지식 공유 프로젝트다. “저개발국에 전기와 컴퓨터를 보급해서, 선진국의 의학 정보를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기후, 풍토 등 지역 환경에 따라 질병도 다르고,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약의 종류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지 상황에 맞는 의학 정보를 직접 생산하도록 돕는 게 최우선 과제지요.” 기후나 환경이 비슷한 지역끼리 의학 정보를 공유하면 더 효율적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서 교수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각 지역의 의학 논문을 실시간으로 검색·공유하는 ‘지역별 펍메드(pub med·의학논문 검색 사이트)’를 구상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먼저 한국이 포함된 서태평양 지역의 펍메드를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였다. “베트남, 네팔,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도 훌륭한 의학 학술지들이 있었지만, 국제 저널(SCI)에 게재되는 논문 수는 손을 꼽습니다. 저개발국에서 쓴 논문은 거짓 정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들의 의학 지식도 가치 있다는 설득이 필요했습니다.” 2005년 필리핀 정부기관을 방문한 서 교수는 한국과 의학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