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뉴욕에서 억만장자에 대한 부유세를 요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옥스팜
“팬데믹 2년, 슈퍼리치 1%가 부의 63% 차지”

지난 2년간 새로 창출된 부(富)의 3분의 2는 전 세계 상위 1% 슈퍼리치의 몫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억만장자와 빈곤층 사이의 불평등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모양새다. 16일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발표한 ‘슈퍼리치의 생존(Survival of the Richest)’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번 보고서는 오늘(16일)부터 20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를 앞두고 발간됐다. 옥스팜은 2014년부터 매해 부의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행동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올해 보고서는 억만장자의 부가 급증하면서 빈부격차가 심화했다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지난 2020년부터 약 2년간 전 세계에서는 42조달러(약 5경1800조원)가 새로운 부로 창출됐다. 이 중 63%(26조달러·약 3경2100조원)는 슈퍼리치들의 몫이었다. 하위 90%에 속한 인구가 1달러(약 1230원)를 벌 때 전 세계 상위 1% 부유층은 약 170만달러(약 20억9600만원)를 벌어들였다. 지난해에는 식품, 에너지 산업이 호황기를 누리면서 억만장자들의 부가 급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에너지 회사 95곳이 2022년에만 수익을 2배 이상 올렸고, 3060억달러(약 277조24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소득을 얻었다. 추가 소득의 84%(2570억달러·약 316조8300억원)는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일례로 월마트 주식의 절반을 소유하는 월튼 가문(Walton Family)은 지난해 85억달러(10조4800억원)를 벌어들였다. 인도 광물기업 ‘아다니 엔터프라이지스’ 회장 가우탐 아다니의 재산은 작년에만 420억달러(약 51조8000억원) 불어났다. 가브리엘라 부커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불과 2년 만에 슈퍼리치들은 막대한 부를 쌓았다”면서 “부유층에 대한 세금감면이 낙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허황된 신화를 깨뜨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40년 동안 최상위 부유층을 위한 세금 감면 조치는 밀물이 모든 배를

[더나미 책꽂이] ‘이토록 다정한 기술’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 ‘안녕, 열여덟 어른’

이토록 다정한 기술 싱가포르에서는 교통약자들이 보행자 신호등의 초록불 점등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정부에서 노인과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그린 맨 플러스’라는 카드 덕분이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신호등에 붙어 있는 단말기에 카드를 갖다 대면 횡단보도 길이에 따라 짧게는 3초, 길게는 13초까지 보행 시간이 늘어난다. ‘걸음이 불편한 이웃들이 마음 놓고 횡단보도를 건널 수는 없을까?’란 물음에서 출발한 작은 아이디어다. 때로는 소소한 고민이,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혁신을 만들어낸다. 형편껏 돈을 내는 식당 ‘문턱없는밥집’, 시각장애인을 위해 깨알로 점자를 새긴 ‘윔피 버거’…. 소외된 이웃들을 일상의 범주로 끌어들이는 아이디어가 결국 세상을 빛낸다. 이 책은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빚어낸 아이디어 90여 가지를 소개한다. 소개된 아이디어를 보다 생생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동영상이나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QR 코드도 같이 실렸다. 변택주 지음, 김영사, 1만6800원, 272쪽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 46억년 지구 역사에 새로운 지질시대가 도래했다. 네덜란드 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이를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라고 정의한다. 인간의 활동이 기후·자연생태계에 뚜렷한 변화를 가져왔고, 그 흔적이 지각에 고스란히 남아 지질시대가 바뀌어야 할 정도라는 뜻이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상기후 현상은 인류세 도래가 머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영국은 지난해 사상 최고 기온인 41도를 기록했고, 파키스탄에서는 홍수로 1486명이 사망했다. 이제 우리는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안다. 과학적 분석에 철학적 사고를 곁들여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저자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다루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로이 스크랜턴 지음, 안규남 옮김,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스페이스 르(SPACE LE)’에서 유동주 K.O.A(케이오에이) 대표를 만났다. 스페이스 르에는 코트, 니트, 치마 등 다양한 캐시미어 의류가 진열돼 있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ODA, 스타트업을 만나다] “3D 프린터로 자투리 없는 캐시미어 의류 만든다”

[인터뷰] 유동주 K.O.A 대표 몽골 남서부에 있는 바잉헝거르주 신진스트마을 주민들의 생계 수단은 목축업이다. 유목민 292가구(약 1100명)는 10만㎡ 규모의 목초지에서 산양 수백 마리를 키우며 캐시미어의 원료가 되는 털을 채집한다. 털을 밀거나 뽑는 방식이 아니다. 산양이 털갈이를 하는 3~5월 사이 저절로 빠지는 털을 빗으로 긁어모은다. 산양 한 마리에서 1년간 얻을 수 있는 털은 500g에 불과하지만, 털이 가늘고 길어 최상급 원료로 분류된다. 문제는 주민들이 제값을 못 받는다는 점이다. 국내 패션 스타트업 K.O.A(이하 ‘케이오에이’)는 신진스트마을을 포함한 몽골 25개 마을에서 공수한 캐시미어 원료로 친환경 의류를 제작한다. 지속가능한 패션 산업을 일군다는 목표로 주민 소득을 높이고, 과잉방목으로 인한 초지 황폐화를 막기 위해 순환방목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역을 A, B, C 등으로 나누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방목 지역을 옮기는 식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역의 사막화를 방지할 수 있었다.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스페이스 르(SPACE LE)’에서 유동주 케이오에이 대표를 만났다. 스페이스 르에는 몽골산 캐시미어 원단으로 만든 니트·코트·머플러 등의 제품들이 가득했다. 형형색색의 니트와 코트, 귀여운 아동의류까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의류산업서 폐기물 제로에 도전… 몽골 주민들 삶도 바꿔 -의류 디자인이 깔끔하고 트렌디하다. “하하. 젊은 세대들한테도 인기가 좋다. 값이 꽤 나가지만, 최상급 캐시미어라는 걸 알아봐 주시는 것 같다. 캐시미어가 많이 팔리는 시즌에는 몇천장씩 팔리기도 한다.”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하다. “몽골 바잉헝거르주 현지 협동조합들이 산양들로부터 털을 채집한다. 저절로 빠지는 털만 모아서 옷을 만든다. 최대한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유한양행
제14회 ‘유일한상’에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유한양행이 제14회 ‘유일한상’ 수상자로 김우주(64)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유일한상은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95년 제정됐다. 2년마다 탁월한 업적을 성취한 각계 인사를 추천받아 심사위원회에서 심사 후 시상한다. 11일 유일한상 심사위원회는 “고(故) 유일한 박사님의 숭고한 애국애민 정신을 기림과 동시에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인류 건강 증진에 기여한 사람을 발굴해서 시상하고자 했다”며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방역 정책을 수립하고 바이러스 대응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에 학술적·사회적 공로가 크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의대와 동 대학원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한 김우주 교수는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대한인수공동전염병학회장 등을 맡아왔다. 현재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감염내과 교수로 일하면서 대한백신학회장,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연구기획전문위원회 위원 등을 겸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인플루엔자 예방·관리 기반 구축 선구자로 꼽힌다. 국내 최초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시체계(KISS)를 구축해 공공보건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장으로 바이러스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연구를 활성화하기도 했다. 특히 메르스(MERS), 코로나19 등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정부 자문 등을 통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 감염병 치료·예방 관리 정책 향상에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14회 유일한상 시상식은 오는 13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성동안심상가에서 만난 이경황(43) 오파테크 대표가 ‘탭틸로 키보드’(Taptilo Keyboard)를 들고 있다. 앞에 놓인 건 세계 최초의 스마트 점자 학습기 ‘탭틸로(Taptilo).’ /이경호 C영상미디어 기자
[ODA, 스타트업을 만나다] “개도국 점자교육 시장 개척,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합니다”

[인터뷰] 이경황 오파테크 대표 “전 세계 시각장애인 인구의 절반이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습니다. 문해율도 굉장히 낮은 편입니다. 점자 교육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와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한데다가 보조공학기기 시장도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요. 인도네시아만 해도 시각장애인이 350만명 정도 되는데 글을 읽고 이해하는 비율은 3%에 불과합니다. 개도국 시각장애인의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탭틸로 키보드’(Taptilo Keyboard)를 개발한 이유죠.”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성동안심상가에서 만난 이경황(43) 오파테크 대표는 탭틸로(Taptilo)와 탭틸로 키보드를 꺼내 들었다. 오파테크는 시각장애인의 점자교육을 돕는 보조공학기기 개발 기업으로 지난 2017년 세계 최초의 스마트 점자 학습기 ‘탭틸로’를 개발했다. 피아노 건반처럼 생긴 휴대용 기기로 시각장애인 혼자서도 점자를 읽고 쓸 수 있도록 돕는다. 런칭 2년 만에 2000대가 팔렸다. 탭틸로 키보드는 탭틸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점자를 입력하면 이를 해석해 일반 문자로 표기한 ‘묵자’로 변환하는 기기다. 오파테크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의 CTS(혁신적 기술 프로그램)에 합류하면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탭틸로 키보드다. 오파테크는 2020년 CTS를 통해 사업모델 기획 지원(SEED 0)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기술개발 지원(SEED 1)까지 받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맹학교에서 3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2주간 점자 교육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오파테크는 탭틸로 키보드 양산에 집중하면서 본격적인 개도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인도네시아 맹학교 학생들의 성적 올린 비결은? -기존 점자교육기기를 보급하면 될텐데 새로운 기기를 개발한 이유가 있나요? “가격 때문입니다. 탭틸로는 한 대당 1449달러(약 180만원)예요. 탭틸로 키보드는 개도국 시각장애인들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가격을 10%로 줄였어요. 100달러(약

美 10대 고액기부자, 지난 한 해 11조원 쾌척… 기부왕은 빌 게이츠

지난해 미국의 고액기부 상위 10건의 기부액을 합산한 결과 93억달러(약 11조8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미국의 비영리 전문매체 크로니클오브필란트로피에 따르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지난해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에 50억달러(약 6조4650억원)를 기부하면서 최고액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건의 기부 총액(93억달러)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그의 기부금은 공중보건, 국제개발, 교육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크로니클오브필란트로피는 지난 2022년 미국에서 개인이 공식적으로 밝힌 기부 활동을 집계해 이번 명단을 작성했다. 비공개로 벌인 자선활동, 현금 이외의 형태로 기부한 경우는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상위 10대 고액기부 내역을 살펴보면, 기부자 8명(중복 제외) 가운데 6명은 억만장자다. 이들 6명의 순자산을 합하면 3250억달러(약 415조3200억원)가 넘는다. 게이츠에 이어 2위로 이름을 올린 기부자는 글로벌 투자사 클라이너퍼킨스(Kleiner Perkins)의 이사장 부부 존 도어와 앤 도어였다. 존 도어는 지난 1980년대부터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밴처캐피탈(VC) 투자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구글, 아마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같은 IT기업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순자산만 90억달러(약 11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도어 부부는 자신들이 설립한 베니피커스재단을 통해 미국 스탠퍼드 기후지속가능대학에 11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기부했다. 식량안보, 지구과학, 에너지기술 등을 탐구하는 스탠퍼드 기후지속가능대학을 세계 최고의 기후변화 전문 교육기관으로 육성한다는 목적이다. 도어 부부의 기부금은 연구원 보조, 학과 신설, 신기술 개발 등에 사용된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부모 재클린·미겔 베이조스 부부는 세계적인 암 전문 연구기관인 미국 프레드허친슨암연구센터에 7억1050만달러(약 9050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금은 향후 10년간 암 센터에서 진행될 임상 시험, 면역 요법 연구

1일 오전 경북 경주시 양북면 문무대왕릉 앞 바닷가에서 시민들이 새해 첫 해돋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달라지는 공익 분야 제도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탄소중립 가속

올해부터 발달장애인과 장애아동, 자립준비청년 등 사회적약자를 위한 지원이 대폭 확대된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태양광 폐패널 생산자책임제도(EPR)’를 시행하고, 국제항해선박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 개시에 나선다. 개인이 주소지 이외의 지자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도 시행된다. 더나은미래가 계묘년(癸卯年) 새해에 달라지는 공익 관련 제도·정책을 정리했다. 발달장애인과 장애아동 돌봄 확대 발달장애인 보호자의 입원, 경조사 등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일주일간 24시간 돌봄을 지원하는 ‘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시범사업이 4월부터 시작된다. 중증장애아동 돌봄지원시간도 연간 840시간에서 960시간으로 확대된다. 또 발달장애인 부모와 가족의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부모상담, 부모교육 등을 진행한다. 자립준비청년 지원 강화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 보호종료 후 자립준비청년에게 5년간 지급되는 자립수당이 월 35만원에서 월 40만원으로 인상된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의료급여 체계도 손본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자립준비청년의 의료비 본인부담금을 기초의료보장 수준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개인이 현재 주소를 제외한 다른 지자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답례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원스톱 기부시스템인 ‘고향사랑e음’을 통해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다. 청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확대·개편 청년 농업인에게 농지·자금·기술교육 등을 제공하는 ‘청년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지원 대상을 2000명에서 4000명으로 확대한다. 영농 정착지원금은 월 최대 10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인상한다. 초·중학교 학교환경교육 의무 실시 3월 1일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환경교육이 의무적으로 시행된다. 학교환경교육을 통해 기후·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활동을 교과과정에 편성할 수 있게 된다. 환경교육은

[더나미 책꽂이] ‘날씨 통제사’ ‘유류품 이야기’ ‘미래가 있던 자리’

날씨 통제사 ‘기후위기와 인류의 미래’를 SF 미스터리 장르로 풀어낸 소설집. 엉망이 된 기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날씨 통제사의 이야기인 ‘벙커가 없는 자들’, 태평양에 실재하는 쓰레기 섬을 시체 섬으로 비틀어 표현한 ‘그레이트 퍼시픽 데드 바디 패치’,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던 인류가 파멸한 이후의 세계를 다룬 ‘비지터’ 등 저자 특유의 재치와 필력이 흥미진진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이번 소설집에는 이주노동자, 퀴어 등 소수자의 이야기를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한 작품들도 함께 수록돼 있다. 총 8편의 단편은 독자를 각기 다른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일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기묘한 세계를 경험한 독자들은 이윽고 섬뜩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된다. 이 이야기는 작가가 그려 낸 그저 허구의 세계가 아닌,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었음을. 최정화 지음, 창비교육, 1만5000원, 252쪽 유류품 이야기 가방 123개, 옷 258벌, 신발 256켤레…. 10·29 참사 유실물센터에는 현장의 얼룩이 그대로 묻은 물건들이 늘어져 있다. 당시의 급박한 상황이라도 보여주듯 유실물은 검게 때가 타고 찌그러졌다. 검은 얼룩으로 물든 건 유실물뿐만이 아니다. 대형 참사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남긴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는 것 같지만, 이 또한 결국 아픔을 덮은 채 살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한 후의 시간은 어떻게 흘려보내야 할까?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선행돼야 할까? 저자는 재난 이후, 회복의 과정을 얘기한다. 그는 미국 9·11테러, 아이티 대지진 등 인류를 충격에 빠뜨린 대형 참사 현장에 늘 있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장에서 실종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유해를 가족의

러시아의 공습을 피해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의 모습. 여성과 아동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2022년 소셜섹터 10대 뉴스] ‘서울혁신파크’ 역사 속으로… 우크라戰 난민 780만명 발생

[더나은미래 선정 2022년 소셜섹터 10대 뉴스] 0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구 절반이 국경 넘어 지난 2월 24일(이하 현지 시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전쟁은 10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전쟁 발발 당일부터 12월 20일까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로 향한 인구는 약 1660만명에 이른다. 우크라 인구(약 3970만명)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등록된 난민 수만 780여만 명에 달한다. 특히 난민 여성과 아동은 재정난, 사회적 편견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위기, 인근 유럽 국가들의 난민 수용 문제 등도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02. 역대 최장 동해안 산불, 울진·삼척 213시간 태웠다 지난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부터 강원 삼척까지 확산한 동해안 산불은 산림 2만여 ha를 태우고 213시간 43분 만에 진화됐다. 이는 산림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6년 이후 역대 최장시간 지속한 산불이다. 산불 피해 면적은 약 2만923ha(울진 1만8463ha, 삼척 2460ha)로 축구장 2만9000여개를 합한 넓이에 달한다. 이 산불로 주택 319채, 농축산 시설 139개소, 공장·창고 154개소 등 총 643개소가 소실됐으며 3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대형산불 피해 현장을 신속하기 복구하기 위해 월드비전·더프라미스 등 재난구호 NGO들은 구호물품을 제공하고, 이재민들을 지원했다. 03. 개도국 기후변화 피해, 선진국이 지원… COP27 ‘손실과 피해’ 기금 합의 11월 6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금 조성에 합의가 이뤄졌다. 예정 폐막일을 넘겨 합의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대응 기금은 기후변화로 해수면 상승, 이상기후 등의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에 선진국이 별도의 보상을 하기 위한 재원으로 쓰인다. 지난 7월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로 17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파키스탄과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카리브해, 남태평양 섬나라들은 기금 조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미국과 유럽은 수조 달러에 이르는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월드비전은 유기농 생리대·온찜질팩·여드름패치 등이 담긴 생리용품키트를 가정 밖 청소년에게 지원했다. /월드비전
월드비전, 가정밖청소년 대상 2억원 규모 생리용품 지원

28일 월드비전은 가정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용품 지원사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 밖 청소년의 생리용품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위생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이번 지원사업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월드비전은 “정부는 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정 여아를 대상으로 생리용품 바우처를 지원하고 있지만, 일부 가정 밖 청소년은 해당 조건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서 “이에 월드비전은 지난 3월에 이어 2억원 규모의 생리용품키트 지원사업을 펼쳤다”고 했다. 생리용품키트는 유기농 생리대뿐만 아니라 위생팬티, 온찜질팩, 여성청결제, 여드름패치, 파우치, 생리정보책자 등으로 구성됐다. 월드비전은 전국 가정 밖 청소년 쉼터와 가정형 Wee센터, 서울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 등과 협업해 가정 밖 청소년 총 1000명에게 생리용품키트를 전달했다.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은 “월드비전은 앞으로도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당연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여러 기관과의 협업, 다양한 캠페인 등을 통해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음을 증명하는 인증패.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태안 기름유출’ 극복한 123만 자원봉사자의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2007년12월 태안 해역에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의 복구 과정을 담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재단법인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이하 센터)는 20일 충남도청에서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념물 유네스코 세계기록 인증서 수여식’이 진행됐다고 28일 밝혔다. 수여식에는 김태흠 충남도지사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수여식은 지난달 24일부터 3일간 경북 안동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MOWCAP)’ 제9차 총회에서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념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걸 계기로 개최됐다. 올해 등재된 세계기록유산은 총 3종으로 ▲삼국유사 ▲내방가사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이 이름을 올렸다.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념물에는 22만2129건의 복구 활동을 담은 문서·사진·간행물이 실렸다. 센터는 자원봉사자의 구술기록, 사진 등 132건의 기록을 기증했다. 지난 2007년 삼성중공업 크레인이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를 들이받으면서 유조선 탱크에 있던 원유 1만2547㎘가 태안 해역으로 유출됐다. 시민은 사고 직후 피해지역을 찾아가 기름을 닦고 오염된 모래를 걷어내는 등 자원봉사에 나섰다. 하루 최대 6만여 명, 총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만리포로 가는 2차선 길이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을 싣고 달려온 전세버스로 정체되기도 했다. 권미영 센터장은 “태안 유류피해 극복에 관한 자원봉사 기록은 대규모 재난재해 상황 속 시민이 보여준 연대의 힘과 자원봉사의 가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기록물”이라며 “앞으로도 자원봉사 기록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태안 유류피해 당시 자원봉사자들의 복구 활동 기록은 센터가 운영하는 ‘자원봉사 아카이브‘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지난 2017년 9월 20일(현지 시각) 허리케인 마리아가 휩쓸고 지나간 푸에르토리코 도심 모습. 전 지역에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건물 불빛이 모두 꺼지고 자동차 헤드라이트만 빛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기후소송에 ‘마피아 처벌법’ 적용?… 푸에르토리코, 석유기업 상대로 손배 청구

최근 미국 연방법원에 기후소송 한 건이 접수됐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푸에르토리코(미국 자치령) 내 16개 지방자치단체가 엑손모빌·쉘·셰브론 등 거대 석유화학 기업 12곳을 상대로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20일(현지 시각) 가디언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 지자체 16곳과 변호인단은 ‘리코법(RICO ACT)’을 적용해 피고인 석유화학 기업들의 혐의를 재판해달라는 소송장을 제출했다. 리코법은 1970년 미국이 마피아·조폭을 소탕하기 위해 도입한 연방법으로 불법 도박, 뇌물수수, 마약 밀매, 부당이익 등에 적용된다. 법안에는 범죄 집단이나 기업이 적법성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국가가 이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과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 담겨 있다. 기후소송에 리코법 적용을 시도하는 건 처음이다. 푸에르토리코 지자체가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기후재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지자체는 “석유화학 기업들은 판매율과 수익을 높이기 위해 기후위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숨겨왔다”면서 “12개 석유화학 기업은 교육·보건·관광 수입을 포함해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17년 허리케인 ‘어마’와 ‘마리아’로 인해 푸에르토리코는 940억 달러(약 119조8000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파손된 가옥 3000여채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붕에 파란색 방수포만 얹혀진 채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는 화석연료 기업들의 기업활동과 제품 판매로 인한 푸에르토리코의 기후재난 피해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지자체 측 변호를 맡은 멜리사 심스 선임변호사는 “푸에르토리코는 허리케인, 쓰나미, 폭염 등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면서 “이상기후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40.01%가량은 화석연료 기업들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매해 기후위험지수를 발표하는 독일의 기후연구기관 ‘저먼워치’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는 아이티·미얀마와 함께 지난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