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0일(토)

[더나미 책꽂이] ‘이토록 다정한 기술’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 ‘안녕, 열여덟 어른’

이토록 다정한 기술

싱가포르에서는 교통약자들이 보행자 신호등의 초록불 점등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정부에서 노인과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그린 맨 플러스’라는 카드 덕분이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신호등에 붙어 있는 단말기에 카드를 갖다 대면 횡단보도 길이에 따라 짧게는 3초, 길게는 13초까지 보행 시간이 늘어난다. ‘걸음이 불편한 이웃들이 마음 놓고 횡단보도를 건널 수는 없을까?’란 물음에서 출발한 작은 아이디어다. 때로는 소소한 고민이,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혁신을 만들어낸다. 형편껏 돈을 내는 식당 ‘문턱없는밥집’, 시각장애인을 위해 깨알로 점자를 새긴 ‘윔피 버거’…. 소외된 이웃들을 일상의 범주로 끌어들이는 아이디어가 결국 세상을 빛낸다. 이 책은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빚어낸 아이디어 90여 가지를 소개한다. 소개된 아이디어를 보다 생생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동영상이나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QR 코드도 같이 실렸다.

변택주 지음, 김영사, 1만6800원, 272쪽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

46억년 지구 역사에 새로운 지질시대가 도래했다. 네덜란드 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이를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라고 정의한다. 인간의 활동이 기후·자연생태계에 뚜렷한 변화를 가져왔고, 그 흔적이 지각에 고스란히 남아 지질시대가 바뀌어야 할 정도라는 뜻이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상기후 현상은 인류세 도래가 머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영국은 지난해 사상 최고 기온인 41도를 기록했고, 파키스탄에서는 홍수로 1486명이 사망했다. 이제 우리는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안다. 과학적 분석에 철학적 사고를 곁들여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저자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다루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로이 스크랜턴 지음, 안규남 옮김, 시프, 1만5000원, 204쪽

안녕, 열여덟 어른

열여덟. 입시 준비로 치열하지만, 순수함이 묻어 있는 나이다. 친구,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게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다만 열여덟에 어른이 돼야 하는 청춘도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이다. 이들은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다 만 18세가 되면 퇴소해 홀로 살아가야 한다. 매년 약 2400명이 시설을 떠나 홀로서기에 나선다. 당장 살 집을 구해야 하고, 끼니를 해결할 돈이 필요하다. 지원정책은 마련돼 있지만, 부모의 지원을 받는 아이들과는 사실상 출발선이 다르다. 자립준비청년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김성식 아름다운재단 1%나눔팀장은 이 책을 통해 이들 앞에 놓인 현실을 보여준다. 김 팀장이 건네는 말은 이렇다. “실패해도 괜찮아. 너희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어른들과 사회 안전망이 늘 옆에 있을 거야.”

김성식 지음, 파지트, 1만6000원, 237쪽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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