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수해 현장 ‘공동체 중심 재난 대응’ “우리 도서관을 자원봉사 쉼터로 쓰면 어떨까요?” “어르신들이 선풍기도 없이 바닥에 비닐 깔고 지내신다는데 도울 방법을 찾읍시다.” 심각한 수해를 입은 전남 구례가 주민들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인구 2만5000여 명이 사는 구례가 폭우로 물에 잠기자 주민들은 공공보다 빠른 속도로 대응을 시작했다. 각자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후원금이나 물품을 모아 나누고, 마을도서관은 자신들의 공간을 자원봉사자용 쉼터로 내놨다. 생활협동조합은 더 조직적으로 피해 상황 파악을 진행했다. 다양한 주민 조직들이 초반 재난 대응 시기부터 지금까지 서로 안부를 묻고 일손을 보태며 지역을 일구고 있다. 주민이 주축이 된 대응팀, 공공보다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지난달 7일부터 이틀간 쏟아진 500㎜ 물 폭탄에 구례가 직격탄을 맞았다. 구례군에 따르면 수해 피해액만 1200억원으로 추정된다. 피해 직후 2주가량 매일 2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어 큰 도움을 줬지만, 겪어본 적 없는 큰 물난리에 자원봉사자 관리까지 겹치면서 군청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아이쿱생협이 먼저 나섰다. 지난 2017년 포항·경주 지진을 겪으며 생협 조합원 중심으로 ‘재난대응위원회’를 꾸렸던 아이쿱은 당시 획득한 노하우를 발휘했다. 구례섬지아이쿱생협 관계자들은 현장 복구를 위해 해야 하는 일부터 파악하기 시작했다. 대피소에 거주하는 이재민들의 목욕과 식사 지원, 필요 물품 등을 구례군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아이쿱과 협력하는 비영리단체 에이팟코리아도 주민들이 요구하는 물품들을 정리해 자원봉사센터나 다른 비영리단체와 공유했다. 구례에 기반을 둔 주민 조직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구례군 사람들의 문화 거점인 산보고책보고(산책) 마을도서관은 즉시 자신들의 공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