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지역의 아동 구호는 아이를 전쟁터에서 꺼내오는 일에서 끝나서는 안됩니다. 전쟁으로 고통받은 한 아이가 다시 건강하게 자라나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인도적 지원 정책 포럼’ 현장. 린제이 호킨 국제월드비전 UN 대표부 인도주의 정책 선임고문이 분쟁 지역 아동이 처한 상황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했다. 호킨 고문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약 3년간 남수단에서 월드비전의 아동 구호 활동을 총괄했다. 남수단은 지난 2011년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신생국가로 2013년 정부군과 전 부통령인 리에크 마차르를 추대하는 반군 세력의 대립으로 내전이 시작됐다. 포럼 당일 만난 호킨 고문은 “남수단에서는 지금도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700명가량의 아이들이 마을로 돌아오긴 했지만, 아이들을 위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아이가 전쟁의 상처 극복하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들에게는 병원이나 학교뿐 아니라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약에 취해 사람을 수없이 죽인 남자 아이들, 군인에게 성폭행당해 임신하거나 출산한 여자 아이들을 마을 사람들이 보듬어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아이들을 ‘살인자’나 ‘미혼모’로 낙인 찍고 손가락질한다. 심지어 가족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마을 공동체를 되살려내는 것까지가 아동 구호단체의 일이다.” –남수단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크게 보면 ‘협상’과 ‘구호’ 두 가지 일을 했다. 협상은 정부나 무장 단체를 상대로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