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FM 13주년… 공동체라디오, 지역사회를 꽃 피우다

1인 미디어와 팟캐스트 등 개인방송 매체가 범람하는 시대, ‘공동체 라디오’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공동체 라디오란 지역의 공동체가 직접 운영부터 제작까지 함께 해나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지상파 라디오 방송국이다. 2005년 방송위원회가 8개의 시범사업자를 선정하며 공동체 라디오를 의욕적으로 출범시켰다. 초기 8개 라디오 방송국은 광주시 북구청의 ‘광주시민방송’, 대구 성서의 ‘성서 공동체 FM’, 경북 영주의 ‘영주 FM’, 충남 공주의 ‘금강FM’, 성남 분당의 ‘FM분당’, 서울의 ‘관악FM’과 ‘마포 FM’, 그리고 전남 나주의 ‘나주 시민방송’이었다. 정식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탈락한 ‘나주 시민방송’을 제외한 7곳이 현재 출력 1와트로 방송을 하고 있다. 이중 가장 활발한 활동으로 손꼽히는 곳이 관악FM 공동체라디오다. 관악FM은 10개 이상의 마을미디어를 설계운영하고, 광주 고려인마을 고려FM 방송시스템이 안착되도록 도왔다. 영향력이 미미한 공동체라디오 중 유독 관악FM이 성장한 이유는 뭘까. 올해 13년째를 맞은 관악FM의 안병천(42) 대표를 만났다. “공동체 라디오는 소수 매니아를 위한 것이 아니고, 지역 주민 전체를 위한 매체입니다. 1인 미디어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지역 단위의 작은 이야기는 소외되고 있거든요.” 라디오는 전문적인 기술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매체다. 게다가 다른 매체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관악 FM의 경우, 관악구 중심 지역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100.3MHz으로 맞추면 들을 수 있는데, 현재 오전 6시부터 1시간 단위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방송되고 있다. 오전 6시, 노년층이 직접 노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송 ‘쾌지나 청춘’을 비롯해, 오후 11시 영화 음악 프로그램 ‘시네뮤직’까지 18시간 동안

대체 덴마크 자유학교가 뭔데?

시험, 자격증, 전공도 없는 학교 오로지 삶의 목적 배우는 교육기관   어른을 위한 학교 우리가 꿈꾸는 성인교육   퇴사생이 늘고 있다. 취업을 하고도 걱정이 생긴다. 끊임없이 되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삶의 목적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이 연신 떠나지 않은 이들은 퇴사, 혹은 이직을 택한다. 여기 ‘삶의 목적’을 찾는 이들이 가는 학교가 있다. 시험도 없고, 직업교육도 하지 않고, 그 흔한 수료증도 없다. 지난 5월 22일,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덴마크-폴케호이스콜레에 가다’ 세미나가 열렸다. 폴케호이스콜레는 1800년대 민중 자각을 중요시 했던 시기에 덴마크의 역사, 철학, 문학을 함께 배우기 위해 풀뿌리 운동으로 시작했다. 시간을 거쳐 오며 민중의 자기자각은 덴마크의 교육 철학이 되었다. 지식교육이 아닌,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나갈 것인가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교육하는 것. 다시 말해 성인들을 위한 인생학교인 셈이다. 지금은 덴마크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찾아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폴케호이스콜레를 덴마크에서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있다. “삶의 목적을 찾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어요.” 이해견씨는 고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떠났다. 박성종씨는 NPO직원으로 세 아이의 아빠였다. 이 둘은 덴마크에서 가장 유명한 국제 성인대학 인터내셔널 피플스 칼리지(International People’s College)를 다녀왔다. 양석원씨는 창업재단과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끈 경험이 있는 인물로, 크로거럽 호이스콜레(Krogerup Højskole)를 다녀왔다. 이들의 방문목적은 같았다.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것. “폴케호이스콜레는 100% 기숙학교에요. 24시간 생활하며 함께 사는 법을 배웁니다.” 모든 학생과 교사들은 교육기간 동안 먹고, 살고, 일상을 공유하면서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

창작자 제 몫 찾기 운동…바른음원협동조합 출범 이후 3년 되돌아보니

‘바른음원협동조합’ 신대철 이사장 인터뷰   미국 허핑턴 포스트는 ‘강남스타일’이 열풍이던 2012년 한해, 가수 싸이가 음원 부문에서 246만달러(26억원) 정도의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음원 판매 수익은 고작 6만달러(6500만원) 정도로 추정됐다. ‘똑같은 음악인데, 왜 미국에선 한국보다 40배가량 더 많이 받는 걸까.’ 한국의 음원수익 분배구조가 뮤지션에게 불공정한 방식으로 형성돼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바른음원협동조합(이하 바음협)도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4년 출범했다. 당시 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씨를 중심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고(故)신해철, 중식이밴드, 리아, 킹스턴루디스카 등의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바음협 출범 3년, 한국의 뮤지션들의 제 몫 찾기는 과연 이뤄졌을까. 바음협 신대철(50)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저작권법, 뮤지션 배제 시키는 ‘악법’   신대철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그의 작업실이 위치한 ‘플랫폼 창동’에서 진행됐다. 신 이사장은 현 음원수익 분배구조가 불공정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음원수익 분배구조의 불공정함은 상당 부분 저작권법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현재 음원수익 분배구조 문제의 핵심은 뭐라고 생각하나. “저작권법이 잘못됐다. 정확히는 저작권법 105조 5항과 8항이다. 음원 가격을 정하는 데 문체부 장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아주 이상한 조항이다. 뮤지션과 제작사가 돈과 노력을 들여 만드는 것인데 이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현재 음원 가격은 얼마로 책정되어 있나. “현재 다운로드의 경우 곡 당 600원. 스트리밍은 한 곡당 종량제의 경우 14원으로 책정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

[Recipe & Good] 다문화 요리 레시피③─몽골 ‘호쇼르’, 여름철 보양 간식 만들어요

다울림 강사들이 소개하는 다문화 요리 레시피   3탄―몽골 ‘호쇼르’   다문화 요리강사 서드 초롱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몽골에서 온 다문화 요리 강사, 서드 초롱입니다. 2011년부터 다울림 프로젝트와 함께 해왔어요. 강사들 중 가장 오래됐지요. 수익을 못 내던 시기에도 이 일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저를 가족처럼 믿어준 학생들 덕분이었답니다. 저는 2006년에 한국에 왔어요. 그전까지는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나고 자랐지요. 보통 몽골하면 초원을 생각하지만, 제가 살았던 울란바토르는 도시랍니다. 몽골은 겨울이 긴 곳이에요. 한국처럼 사계절이 다 있긴 하지만, 더울 때는 정말 덥고, 추울 때는 정말 추워요.   바삭바삭 몽골식 튀김만두 호쇼르   호쇼르는 단연 몽골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특히, 몽골의 국가 행사인 ‘나담(Naadam)’ 축제 때 많이 먹죠. 나담 축제는 매년 여름(7월 10~12일 무렵)에 열리는데, 한국의 추석, 설날과 비슷한 몽골인들의 축제랍니다. 700여년이 넘을 만큼 역사가 깊고, 축제 기간에는 대통령이 참석할 정도로 큰 행사가 열려요. 모든 마을과 도시에서 씨름, 활쏘기, 말 타기 등을 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대국민 운동회’와 같답니다.  추석 때 온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듯이, 몽골인들은 나담 축제 때 호쇼르를 만들어 먹어요. 반달 모양인 호쇼르는 여러 가지 크기가 있어요. ‘나담 축제’ 때는 ‘나미 호쇼르’라고 해서 어른 손바닥을 다 덮을 만한 커다란 크기로 만들어 먹지요. 평소에 가정에서 만들 때는 그보다 작은 아기 손바닥 크기로 만들어요. 한국에서 만두를 빚을 때처럼 가장자리에 모양을 내는데, 아직도 저는 우리 어머니만큼은

젊은 독립 예술가들의 숨은 산실, ‘복합문화공간 에무’

복합문화공간 에무 김선두 상임이사 인터뷰   “바보스럽게, 열정을 광기처럼 표출할 수 있는 공간. 이 ‘바보철학’이 우리 에무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복합문화공간 ‘에무’가 뭘 하는 공간이냐는 질문에 돌아온 사뭇 진지한 한 마디. 김선두 상임이사(59. 중앙대 한국화과 교수)의 대답이었다. 지난 6월 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에무를 찾았다. 광화문 인근 서울역사박물관 뒤 주택가 골목길에 위치한 5층짜리 건물. 목재와 철재, 석재까지 다양하게 어우러져 있고, 건물 외벽에는 상영중인 영화와 공연을 홍보하기 위한 천막이 걸려있었다. 지중해 요리로 유명한 1층 카페테리아 맨 안쪽 자리는 개방형 창틀을 사이에 두고 또 다시 바깥과 연결돼 있었다. 원래 ‘에무’는 ‘사계절’ 출판사가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출판사가 파주출판단지로 이전한 자리에,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갤러리, 공연장, 영화관, 교육공간, 식당까지 잇따라 들어섰다. 2012년에는 비영리단체로 등록됐다, 2013년 서울시 인증 전문예술단체를 거쳐 현재는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언뜻 들으면 이상한 뜻으로 오해할법한 이 공간의 이름은 유명한 인문학자 에라스무스에서 따왔다고 한다. “에무는 르네상스 시대 인문학자 ‘에라스무스’를 줄인 말입니다. 그의 정신은 바보철학을 통해 문화예술을 대중과 소통하게끔 하는 것이었죠.”   ◇독립예술가를 위한 ‘복합’ 문화공간   에무는 현대예술가들에게 일종의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 역할을 한다. 젊은 미술가들에게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제공해 주거나, 인디밴드들을 위한 공연을 지원해주는 식이다. 2층에는 영화관까지 있어서 저예산 독립영화가 자주 상영되곤 한다. 영화관 위치로는 외진 편이지만, 재방문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김 상임이사는 “요즘 카페랑 갤러리, 아니면 공연장을 합쳐 놓은 곳은 많이

나눔강연만 1000번 “주는 것뿐만 아니라 받는 것도 나눔이다”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 저자 전성실 인터뷰   주는 게 아니라 받는 게 나눔이라니…. 상식을 깨는 나눔 교육을 말하는 주인공은 바로 전성실(47) 나눔연구소 대표다. 그는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엄마가 주는 것을 받고 싶으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한다”며 “엄마의 노력이 고마워서 받기 싫은 걸 받아주는 아이 역시 나눔을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받는다는 건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행위이며, 결국 받는 것도, 지금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나눔이 된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올해 나눔 강연 1000회를 넘겼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2005년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 연수를 통해 나눔을 접한지 10여 년 만이다. 2014년엔 아예 사직서를 내고 나눔연구소까지 차렸다. 쏟아지는 강의 요청에 하루에만 3곳 이상 학교와 복지센터를 오간다. 최근에는 수년간 강연 내용을 모아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라는 책도 냈다. 전 대표는 지금의 나눔이 상대의 욕구에 공감하기보다 오로지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는 ‘단절의 나눔’이라고 설명했다. “복지 분야에서 10, 20년씩 계셨던 분들도 늘 ‘뭘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 수혜자가 ‘뭘 받고자 하는가’를 물어보지 못했다고 해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존재 인정, 공감의 욕구 등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못한 것이죠. 이렇게 받기만 하는 사람은 결국엔 평생 받으려고만 하게 되고 자존감도 바닥에 떨어져요. 이런 접근으로는 어린아이와 일하지 않는 사람이 60%가 넘는 2030년이 오면 나라가 무너질지 모릅니다.” 그는 현재의 청소년 자원 봉사 시스템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전 대표는 “대부분의 아이가 봉사 점수를 채우기 위한 의무적

아프리카 사회적기업들의 새로운 도전!

[더나은미래x영국문화원]글로벌 사회적기업 트렌드 읽기   지난 3월, 아프리카 가나 아크라(Accra)에서는 ‘아프리카 기업 회담(the Enterprise Africa Summit)’이 열렸다. 아프리카 기업 회담은 아프리카 개발(발전)에 있어 기업들이 수행하는 핵심 역할을 논의한 것으로, 영국문화원이 기획한 행사다. 회담의 주요 의제는 ‘탄력성(resilence)’. 아프리카에서 기업으로 살아남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이 스스로 강해져야 하며, 또한 속해있는 공동체의 탄력성을 키워줄 수 있을 만큼 강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 정해진 의제다. 기업가 정신은 번듯한 직업이 없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의 야망을 배출할 가치 있는 수단으로서 작용한다. 기업가적 역량을 키워주는 일은 젊은 세대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경제적, 또는 다른 역경에 맞닥뜨렸을 때에도 잘 성장하도록 돕는다.  특히 사회적 기업가의 경우, 사회‧환경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지역사회에 재화와 용역(service)을 공급할 수 있다. 스스로와 동료들의 수입을 올리면서도, 소셜 임팩트를 만들어내기 위해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지역의 자원과 기술을 활용하는 세 곳의 사회적 기업을 조명해보았다.   가나의 자콜(Zaacoal)   자콜(Zaacoal)은 가나에서 특별히 성공을 거둔 기업들 중 하나다. 자콜의 젊은 창립자 아민 설리(Amin Sulley)는 다면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첫째는 가나 사람들이 요리를 하기 위해 땔감 또는 등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된 이슈는 명백하다. 땔감은 나무로부터 오고, 나무를 태우기 위해 베어내는 일은 환경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아프리카 내 가정의 70-80%가 이런 방식으로 땔감 또는 숯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뿐 아니라, 실내에서 요리를 할 때 발생하는 연기는 건강

“학생이 수업의 중심”… 혁신학교를 가다

경기도 광명시 운산고등학교 현장 르포   “외계 행성 탐사 방법 중 ‘시선 속도법’이 있지요? 멀어지는 물체에서는 빛의 진동수가 감소하고, 가까워지는 물체에서는 증가한다는 ‘도플러 효과’를 응용한 것입니다.”   지난 2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운산고등학교 1학년 2반에서 지구과학 수업이 한창이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어?” “우리가 스펙트럼으로 관측하면 알 수 있어.” 학생들이 나서서 발표도 하고, 질문도 한다. 교사는 한 발 물러서서 학생들끼리 토론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본다. 이후 보충 설명과 내용 정리를 따로 해주지만 일방적으로 내용을 주입시키지는 않는다. 27명 중 졸거나 다른 일을 하는 학생은 없다. 책상 배열 또한 특이하다. 칠판을 향해 일렬로 늘어놓은 대신 ‘ㄷ’자 형태다. 토론하기 쉽게 서로 마주보고 앉은 것이다. 이날 발표를 했던 박지훈(17) 군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친구들이 발표하고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니 지루하지 않고 이해가 더 잘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은 수업에서 시작 ‘배움 중심 수업’   혁신 교육의 기본은 수업이다. 운산고의 ‘배움 중심 수업’은 수업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넘기는 것으로 시작했다. 교무부장을 맡고 있는 연현정(38) 교사는 “교사가 앞에서 가르친다고 학생들이 다 배우는 게 아니라는 회의감이 들었다”며 “진짜로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한 결과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단계가 배움의 가장 높은 단계라고 생각해, 이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수업 방식이 학생들에게 체화되려면 한 교과의 수업만 바뀌어서는 안됐다. 운산고가 수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반값 생리대로 여성 위생 인식을 바꾸는 소셜벤처 ‘29days’

대학가가 ‘반값 생리대’로 들썩이고 있다. 동덕여대, 서울여대, 조선대 등 몇몇 대학교에서는 최근 총학생회 주도로 29days 생리대를 공동구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오는 2학기에 공동구매가 예정돼있는 대학교도 4~5군데에 달한다. 반값 생리대에 열광한 건 대학뿐만 아니다. 지난해 연말 이뤄진 와디즈의 크라우드펀딩에서, 이 생리대는 펀딩 개설 10시간 만에 목표금액(200만원) 100%를 달성했고, 최종적으로 568%를 달성해 1136만8500만원을 펀딩받았다. 후원자들 덕분에 무려 2304팩의 생리대가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됐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반값 생리대를 만든 이들은 누구일까.   ◇여성용품을 만드는 남성 CEO   ‘대한민국 1호 반값생리대’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내건 ‘29days 생리대’를 만든 곳은 소셜벤처 (주)29일이다. 회사를 이끄는 이들은 젊은 두 남자다. 홍도겸(CEO), 심재윤(COO) 대표는 사회적기업가 양성 프로그램인 ‘언더독스’를 통해 만나서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왜 하필 여성의 생리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물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제약회사·전시기획사 등에서 근무했던 홍도겸 대표는 “소비자로서 여성의 문제에 관심을 갖다가, ‘왜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생리대 가격이 비쌀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셜리퍼블릭 창립멤버이자 ‘우리들의 작은 전시회’ 대표를 맡기도 했던 심 대표는 사회문제를 조사하다,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생리대 문제를 한꺼번에 듣게 됐다고 한다. “처음 5분 정도는 민망해하던 여성들이 한 시간 넘게 생리대에 대한 문제점을 수십 가지씩 쏟아내더라고요. 가장 근본적인 생리대의 가격구조를 들여다봐야겠더라고요.”(심재윤 대표) 생리대 한 개당 가격은 미국과 일본이 181원인데 반해, 한국은 331원으로 2배 가량 높았다. 이뿐 아니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소비자 물가지수가 10.6% 오르는 동안,

비영리 리더 스쿨, 홈커밍데이 개최

더나은미래·동그라미재단 ‘비영리 리더 스쿨’ 홈커밍데이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동그라미재단에서 열린 ‘비영리 리더 스쿨’ 홈 커밍 데이(home coming day) 현장. 이들은 모두 비영리 리더 스쿨을 수료했거나 현재 수강 중인 동문들. 3년 전 졸업한 1기부터 현재 수강생인 4기까지 약 50여명의 비영리 실무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비영리 리더 스쿨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동그라미재단이 함께 비영리 분야 중간관리자의 역량 강화를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수강생들은 총 12주 동안 영리와 비영리를 아우르는 전문가들의 강의와 워크숍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한다. 지난 2014년 9월 비영리 리더 스쿨 1기를 시작으로 1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현재 진행 중인 4기도 올 7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날 행사는 동그라미재단 출연자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교수와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의 인사말씀으로 포문을 열었다. 김미경 교수는 “비영리 리더 스쿨이 이렇게 좋은 날을 맞이하게 되신 것을 축하한다”며 “오늘(홈 커밍 데이)만남이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축사했다.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은 “비영리적인 방식을 고수한 예전과 달리, 지금의 사회혁신 트렌드는 비즈니스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수강생 여러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4년째 개선을 거친 교육 프로그램들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별히 새 정부 출범 이후 급변하는 기업 사회공헌 및 전반적 동향에 대응, 비영리 리더 스쿨 동문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특강도 열렸다. 첫번째 강연자는 김민창 소셜벤처 도너스 사업부 이사였다. 김민창 이사는 ‘후원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홍보·모금에 마케팅 테크놀로지(marketing technology)를 활용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기부 그 후] 컨테이너에 사는 남매, 그리고 매일 돌을 캐는 할아버지

지방의 어느 산 속 마을, 조립식 판넬로 지은 컨테이너집에 네 식구가 삽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초등학생인 정미와 현민이(가명) 남매. 날 때부터 할머니의 손에 큰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 대한 기억조차 흐릿합니다. 남매의 아빠는 집을 떠났고, 선천적으로 정신적 장애를 가진 엄마는 병원에서 지낸지 오래입니다. 홀로 네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험한 돌산을 오릅니다. 포크레인이 못 오는 산 위의 석자재를 아래 공장까지 운반하는 것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돌을 나르는 할아버지의 앙상한 어깨는 쉴 날이 없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일해 손에 쥐는 150만원이 정미네 가족이 한 달을 사는 유일한 수입입니다.      ◇아이들은 자라고 할아버지는 힘이 듭니다     조부모의 헌신적인 보살핌 덕분에, 남매는 구김 없이 자라줬습니다. 하지만 예순이 넘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남매의 공부까지 살뜰히 챙기기는 어려웠습니다. 할아버지가 직접 아이들의 공부방을 마련해줬지만, 컨테이너로 만든 집은 사시사철 찬 기운이 돌았습니다. 벌써 초등학교 5학년, 2학년인 남매는 학원은 고사하고 여태껏 제대로 된 책상 하나 없었습니다. 인터넷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 마을,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하릴없이 시간을 보냅니다. 산 속 마을에는 변변한 장난감도, 제대로 뛰어놀 공간도 없습니다. 이제 곧 중학생이 될 아이들을 보는 할아버지의 시름은 늘어만 갑니다. 할아버지에게 일은 점점 버거워지지만, 아직 기준 연령이 안돼 노인연금도 받지 못했고, 수급가정도 채택이 안 돼 필요한 지원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지난해 10월, 한국다문화사랑공동체는 남매의 학습 환경 지원과 긴급 생활 지원을 위한 해피빈 모금함을 열었습니다. 아이들의 차디찬 공부방에 단열시설을 보강하고, 언제 아플지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생활비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약 두 달 간의 모금

버려지는 수입 주류병에 ‘멋’을 입히다…청주대 창업동아리 500℃

“고온으로 올라간 유리는 액체가 되기 직전, 가장 뜨거우면서도 단단한 형태를 유지해요. 그 지점이 500℃죠.” 유리의 뜨거움과 단단함을 뜻하는 ‘500℃’는 청주대학교 창업동아리의 이름이 됐다. 500℃의 회장 이승호(26·공예디자인학과)씨는 “유리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유리공예에 전념하자는 뜻으로 500℃라고 이름 붙였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500℃가 다루는 유리는 조금 특별하다. 재활용되지 않는 ‘수입 주류병’이 주재료다. 국산 주류병이 아닌, 수입 주류병에 이들이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청주대 창업동아리 500℃를 찾아가 그 답을 들어봤다.   ◇영롱한 빛깔…쓰레기에서 구해낸 수입 주류병   평범한 유리를 재활용해 액세서리를 만들던 500℃는 우연한 계기로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찾았다. 밤늦게까지 작업이 있던 어느 날이었다. 500℃ 동아리원들은 학교 근처의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던 중 지금까지 보지 못한 파란색 맥주병을 발견했다. 이승호씨는 “국산 주류병은 대부분 초록색이나 갈색인 반면 수입 주류병의 색은 다양하고 디자인도 이국적이었다”고 말했다. 챙겨온 파란색 병으로 접시를 만든 500℃는 그날 이후 수입 주류병의 매력에 빠졌다. 알아보니, 수입 주류병은 ‘골칫덩어리’였다. 국산 주류병과 달리 빈병보증금이 없어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국산 주류병이 수거되면 96%가 재활용되지만, 수입 주류병은 100톤 중 23톤이 수거되고 그 중에서 1톤 정도만이 재활용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수입 맥주시장이 성장해 맥주병 폐기물량도 늘어나고 있었다. 500℃의 업사이클링(Upcycling) 기술이 꼭 필요한 분야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업사이클링이란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과는 달리, 디자인을 새롭게 하거나 활용방법을 바꿔 재활용품에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입힌 제품으로 바꿔내는 것이다. 이들은 ‘압축성형(토목)’을 통해 수입맥주병 유리를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