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Recipe & Good] 다문화 요리 레시피③─몽골 ‘호쇼르’, 여름철 보양 간식 만들어요

다울림 강사들이 소개하는 다문화 요리 레시피

 

3탄―몽골 ‘호쇼르’

다문화 요리강사 서드 초롱입니다.

서드초롱 선생님 ⓒ최서윤

안녕하세요. 저는 몽골에서 온 다문화 요리 강사, 서드 초롱입니다. 2011년부터 다울림 프로젝트와 함께 해왔어요. 강사들 중 가장 오래됐지요. 수익을 못 내던 시기에도 이 일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저를 가족처럼 믿어준 학생들 덕분이었답니다. 저는 2006년에 한국에 왔어요. 그전까지는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나고 자랐지요. 보통 몽골하면 초원을 생각하지만, 제가 살았던 울란바토르는 도시랍니다. 몽골은 겨울이 긴 곳이에요. 한국처럼 사계절이 다 있긴 하지만, 더울 때는 정말 덥고, 추울 때는 정말 추워요.

바삭바삭 몽골식 튀김만두 호쇼르

호쇼르는 단연 몽골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특히, 몽골의 국가 행사인 ‘나담(Naadam)’ 축제 때 많이 먹죠. 나담 축제는 매년 여름(7월 10~12일 무렵)에 열리는데, 한국의 추석, 설날과 비슷한 몽골인들의 축제랍니다. 700여년이 넘을 만큼 역사가 깊고, 축제 기간에는 대통령이 참석할 정도로 큰 행사가 열려요. 모든 마을과 도시에서 씨름, 활쏘기, 말 타기 등을 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대국민 운동회’와 같답니다. 

추석 때 온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듯이, 몽골인들은 나담 축제 때 호쇼르를 만들어 먹어요. 반달 모양인 호쇼르는 여러 가지 크기가 있어요. ‘나담 축제’ 때는 ‘나미 호쇼르’라고 해서 어른 손바닥을 다 덮을 만한 커다란 크기로 만들어 먹지요. 평소에 가정에서 만들 때는 그보다 작은 아기 손바닥 크기로 만들어요. 한국에서 만두를 빚을 때처럼 가장자리에 모양을 내는데, 아직도 저는 우리 어머니만큼은 예쁘게 못 빚네요.

몽골에서 열리는 나담 축제 전경 ⓒwikipedia

초롱 선생님의 호쇼르 레시피

※ 준비물(4인 기준) : 밀가루(중력분) 600g, 다진 소고기 500g(양고기도 OK), 양파 큰 것 1개, 감자 작은 것 4-5개, 구운 소금, 후추, 호쇼르 양념(암클락츠), 케찹, 식용유

호쇼르 양념 가루는 한국의 ‘다시다’ 같은 거예요. 주재료는 소금, 향신료, 양파, 마늘, 후추, 생강, 파프리카 등등이죠. 한국에서는 몽골타운(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8번 출구)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양념을 구입할 수 없다면 후추 2번, 다진 대파, 다진 마늘, 다시다 가루 등으로 대신해도 괜찮아요.

1. 요리 시작 전, 미리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둔다

밀가루 600g에 구운 소금 2꼬집으로 간을 하고,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반죽을 만들어요. 밀가루 반죽은 다 쓰지는 않아요. 넉넉한 정도로 계량했어요. 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30분 정도 숙성시킨 후에 요리에 사용하면 돼요.

2. 감자를 삶아 껍질을 벗긴 후, 봉지에 넣어 으깬다

감자는 껍질을 벗겨 삶아도 되고, 삶은 후에 식혀서 벗겨도 잘 벗겨져요. 원래 몽골식 호쇼르에는 감자를 넣지 않아요. 감자를 넣으면 촉촉해지고 식감이 좋아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레시피를 수정했지요. 실제로 맛도 더 좋답니다.

3. 양파를 잘게 썬다

4. 양파와 으깬 감자를 소고기에 넣고, 설탕 1 ½ 스푼, 호쇼르 양념 1 ½ 스푼을 넣어 간을 한 후 섞어 준다

여기에 물을 50g 정도 넣으면 훨씬 부드러워져요. 다만 물이 들어가면 가열한 후에 기름이 튈 수 있어서 위험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수업할 때는 물을 넣지 않아요.

호쇼르 양념이 없으면 후추, 대파, 다시다 등을 섞어 대신해도 좋아요. 양념을 넣어 만들어보고 싶다면 주말에 서울 동대문에 있는 몽골타운을 구경해보세요. 호쇼르 양념을 살 수 있는 식료품점도 있고, 단돈 2000원이면 호쇼르를 직접 사먹을 수 있답니다. 양고기 버전의 호쇼르도 있어요.(양고기 호쇼르는 1500원!)

5. 반죽을 긴 원통 모양으로 빚어서 3cm 또는 5cm 지름의 원 모양으로 자른 후, 밀대로 얇게 펴준다

나담 축제 때 먹는 커다란 호쇼르는 지름 5cm(사진 윗줄), 일반 가정에서 먹는 크기로 만들려면 지름 3cm(사진 아랫줄)의 원으로 반죽을 잘라주세요. 그다음에 밀대로 동그랗게 밀어주면 돼요. 아이들이 이 밀가루 반죽을 다루는 과정을 가장 재밌어 한답니다.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만들어보세요!

6. 얇게 편 반죽에 만들어둔 속을 2스푼 정도 넉넉하게 반달 모양으로 넣어준다

몽골에서 호쇼르를 많이 만들어봤냐고요? 사실 엄마가 귀찮아서 잘 안해주셨답니다. 그럴 때면 근처 식당에서 많이 사먹었죠.

7. 테두리에 모양을 내준다

가장자리에 모양을 내는 몽골식 방법이 따로 있어요. 우리 어머니가 잘하셨는데, 머리 땋듯이 얼기설기 모양을 빚어주는 거죠. 이 방법으로 하면 손바닥으로 꾹 눌러서 공기를 빼줘야 해요. 좀더 간편한 방법은 포크로 모양을 내며 눌러주는 거예요. 포크로 하면 따로 공기를 빼줄 필요도 없고 아이들이 따라 하기 쉽기 때문에 수업 때는 주로 이 방법을 써요.

8. 기름을 달군 후에 만든 호쇼르를 노릇노릇하게 튀긴다

일반 가정에서 호쇼르를 만들어 먹을 때는 뭔가 큰일을 치르거나 고생을 하고 나서예요. 몽골 사람들은 갓 튀긴 호쇼르를 맨손으로 후후 불어 먹으면 손가락 끝이 따뜻해져서 기운이 난다고 믿지요. 그래서 한국에서 기력이 없을 때 사골탕을 먹듯이 기운이 없을 때는 엄마의 호쇼르를 찾는답니다.

저도 원기 회복이 필요할 땐 집에서 수테차(우유로 만든 몽골의 차 종류)를 만들어 먹곤 해요. 힘들 때 고향 음식을 먹으면 확실히 뭔가 달라요.

9. 먹음직스러운 갈색이 되면 완성!

그냥 먹으면 바삭바삭한데, 뜨거운 호쇼르를 잠시 뚜껑에 덮어 뒀다가 먹으면 더욱 부드럽게 먹을 수 있어요.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하셨죠.

몽골에서는 호쇼르를 그냥 먹기도 하고, 차나 샐러드와 함께 곁들여 먹기도 해요. 김치와 먹어도 맛있고, 싱거울 때는 간장을 살짝 찍어먹어도 좋아요. 아이들에게는 케찹과 함께 줘도 맛있게 먹는답니다.

“지금은 아이들과 수업하지만 언젠가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수업도 해보고 싶어요. 저 같은 엄마들은 아이 교육에 관심도 많고, 직장 끝나고 와서 저녁 준비하는 것도 어려우니까 같이 요리도 하고 다문화도 체험하는 거죠. 언젠가는 가능할까요?”

한 어린이집에서 다문화 요리 수업 중인 서드 초롱 선생님 ⓒ다울림 프로젝트

다울림 프로젝트 블로그

※공간 협조 : 하나다문화센터 다린

※일러스트 재능기부 : 최서윤 (국민대 의류디자인학과)

Recipe & Good이란?
더나은미래와 다울림 프로젝트가 월 1회 다문화 요리와 그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다울림의 이주여성 강사들이 직접 소개하는 전세계 다채로운 요리들, 각각 레시피 속에 녹아있는 강사들의 특별한 스토리도 엿볼 수 있습니다. 레시피 앤 굿 다음 요리는 중국에서 온 주채홍 선생님이 소개하는 중국의 ‘탕수두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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