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미래를 꿈꾸며 가족과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살 수 있도록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국내 이주배경 아동·청소년들이 “안정적인 체류권을 보장해달라”며 법무부의 ‘조건부 구제대책’의 지속적인 시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주배경 아동·청소년들이 모여 조직한 ‘WE ARE ALL DREAMERS’는 지난 16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5년 3월 종료 예정인 ‘국내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이하 구제대책)’의 상시 제도화를 요구했다. 이날 전국 이주배경아동청소년과 시민단체 활동가 및 변호사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법무부는 2022년 2월부터 인권위 권고에 따라 한시적 체류허가제를 시행 중이다. 이 대책은 ‘국내 체류 기간’ 등의 요건을 충족한 아동에게 임시 체류자격(G-1 비자)을 부여하는 내용이지만, 오는 2025년 3월 31일까지만 시행된다. 이 때문에 이주배경 아동·청소년들은 이후 체류 자격을 상실할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거나 가족 일부가 미등록 상태로 남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중학교에 재학 중인 나이지리아 국적의 주시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자신과 동생의 상황을 호소했다. 그는 “엄마 혼자 다섯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넷째까지는 구제대책으로 신분증을 받았지만, 막내는 아직도 미등록 상태”라며 “구제대책이 계속되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홀로 자녀를 키우는 베이비 씨는 현행 제도가 여전히 안정적인 체류권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녀가 19세가 되면 부모는 체류권을 잃어 자녀를 지원할 수 없게 된다”며 “성인이 된 자녀와 일정 기간 함께 살 수 있는 권리, 자립할 수 있는 일할 권리를 부여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국적의 청년 손자영 씨는 연대의 뜻을 전하며 “강태완 씨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며 “이주민 40만 명이 우리 곁에서 ‘유령’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손 씨가 언급한 강태완 씨는 지난 8일 전북 김제의 특장차 제조업체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몽골 국적의 이주배경 청년이다. 강 씨는 한국에서 26년간 거주했지만, 고교 졸업 후 미등록 체류자로 생활하다가 합법 체류비자를 얻은 지 3년 만에 사고를 당했다.
손 씨는 “법무부의 한시적 구제권 부여 제도는 차별이며 폭력”이라며 “아동·청소년들은 어디서 태어났든 미래를 꿈꿀 권리,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과 함께 이주배경 아동·청소년들은 ‘머무를 권리, 꿈꿀 권리’를 호소하는 캠페인 ‘렛 어스 드림(Let Us Dream)’도 시작했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피켓 이미지와 함께 인증샷을 찍어 #머무를권리, #미래를꿈꿀권리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올리면 된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