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공동체가 돈 모아 건물주로 … 전 세계에 퍼진 ‘시민자산화’ 물결

공동 소유 ‘시민자산화’가 뜬다 영국 축구 명가 리버풀FC의 안필드(Anfield) 홈구장 건너편엔 유명한 동네 빵집이 있다. 리버풀 지역 명물 ‘스카우스 파이’가 특히 맛있기로 유명한 ‘홈베이크드(Homebaked) 베이커리’ 다. 홈베이크드 베이커리가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파이 말고 또 있다. 재개발 구역으로 묶이면서 2010년 문 닫은 예전 빵집을 주민들 힘으로 심폐 소생시킨 곳이기 때문이다. 안필드 주민들은 빵집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2012년 공동체토지신탁(CLT)을 조성하고, 크라우드펀딩으로 1만8500 파운드(약 2700만원)를 모았다. 축구 경기가 열리면 임시로 가게를 열어 스카우스 파이를 1000파운드어치씩 팔아치우며 자금을 보탰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13년 10월 홈베이크드 베이커리는 다시 안필드 주민들 품으로 돌아왔다. 지역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동네 빵집, 카페, 공동 주택 등의 ‘주인’이 되는 ‘시민자산화<키워드>’ 물결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지역 공동체 붕괴, 주거난, 젠트리피케이션 등 급속한 도시 개발에 따른 부작용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서구권 국가 곳곳에서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협동조합, 유한회사… 다양한 유형 등장 시민자산화의 핵심은 지역 자산을 다수가 공동 소유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이익이 지역 사회 전반에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전은호 나눔과미래 시민자산화센터장은 “특정 주체가 자산에 관한 모든 권리뿐 아니라 자산의 가치가 창출하는 이익까지 독점하는 구조를 깨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런 큰 틀 안에서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시민자산화를 시도해보며 여러 모델을 만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자산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시민은 직접 지역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예기치 못한 만남’에서 아이디어가 싹튼다 … ‘USF서울’ 개최

내일(1일)부터 사흘간 서울 곳곳에서 ‘예기치 못한 만남’을 주제로 한 축제가 펼쳐진다. 영국의 사회혁신 기관 식스(SIX)가 서울혁신파크, 씨닷과 함께 주관하는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Unusual Suspect Festival Seoul)’이다. 다양한 분야의 개인 또는 조직이 만나 대화를 나누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행사다. USF는 2014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시작돼 글래스고, 벨페스트 등 영국 내 다른 도시를 거쳐 올해 처음 해외에서 열리게 됐다. 이번 ‘USF서울’에는 청년허브, Lab2050, 카우앤독, 진저티프로젝트, Sopoong, 빠띠, 루트임팩트, 공공그라운드 등 사회혁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해온 조직들이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콜라보레이터’로 참여한다. 이들이 다루는 주제도 다양하다. 청년문제, 일자리, 코워킹(co-working), 조직 문화, 도시 환경, 젠더 이슈 등을 둘러싼 여러 질문이 토론, 워크숍, 강연 형태로 다뤄진다. 이밖에 여성 개발자, 여행가이드, 통번역가 등 개인 활동가들도 콜라보레이터로 나서 ▲온라인 청소년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여성 개발자의 역할 ▲대학 전공을 살려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법 ▲사회혁신 분야에서의 통번역 등의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행사가 진행되는 사흘간 총 27개 프로그램이 서울혁신파크, 카우앤독, 공공그라운드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며, 참가신청은 USF서울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성의 사회 참여, 조직내 성 평등한 문화 정착이 우선”

‘2018 W20 토크콘서트’ 지난 26일 이화여자대학교 ECC극장에서 ‘2018 W20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EILD)과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GCEF)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18 여성경제정상회의(W20 Summit)’의 성과를 발표하고, 여성의 사회 참여를 촉진한 국내 기업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사로는 2018 W20에 한국대표단으로 참석했던 ▲강민아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강주현 GCEF 상임대표 ▲허금주 교보생명 상무를 비롯해 ▲정승혜 한국맥도날드 피플부서 부사장 ▲임미선 HSBC은행 COO(Chief Operating Officer)  ▲신은영 SAP 코리아 COO ▲민희경 CJ 사회공헌추진단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여성 권리 증진 위해 금융·노동·디지털·농촌 등 다방면 분석 W20은 G20의 공식 연계 그룹 중 하나다. 여성 기업인·NGO활동가·학자들이 모여 여성의 권리 증진과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정책을 논의해 이를 G20에 제안하고 있다. 올해 W20 정상회의에서는 금융·노동·디지털·농촌 등 4개 분야에서 ‘어떻게 여성 참여율을 높일 것인가’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총 3명으로 꾸려진 한국 대표단은 사흘 동안 20개국 여성 인사들과 다양한 토론을 벌였으며, 오는 12월 열리는 G20의 의장인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전달할 정책 권고안도 작성됐다. 권고안에는 ▲2025년까지 남녀의 노동 참여율 차이 폭을 25%로 좁히도록 노력할 것 ▲부동산 등 개인 자산을 소유하는 데 관한 제도와 법에서 여성이 차별받지 않도록 할 것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금융 서비스와 금융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여성이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장애가 없도록 정책을 마련할 것 ▲여성이 학교에서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 교육을 받을 기회를

[청년협동조합-①언니동생] “디저트 전문가 협동조합을 꿈꿔요”

“언니, 우유에 말아 먹는 죠리퐁 맛을 어떻게 케이크로 만들 수 있을까?” “동생, 그럼 복숭아 요거트 맛 마카롱은 어때?”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도 언니와 동생은 고민이 많다. ‘이 맛을 어떻게 디저트로 구현할 것인가.’ 경기도 부천에서 자그마한 디저트 카페 겸 공방 ‘언니동생’을 운영하는 박다정(27)씨와 김여정(23)씨의 얘기다. 두 사람은 프랜차이즈 디저트 카페에서 파티셰로 함께 일하며 자매처럼 친해졌다. 무슨 재료를 어떤 비율로 배합해 원하는 맛의 디저트를 만들 수 있을지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지만 새로운 레시피가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갈수록 마음은 답답해졌다. “만들어보고 싶은 케이크, 마카롱은 많은데 회사에서 주는 레시피대로만 디저트를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언니’ 다정 씨가 말했다. 이대로는 디저트 전문가로 성장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흔히 볼 수 있는 디저트 카페가 아니라, 레시피를 개발하고 디저트 만들기 수업을 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같은 동네 사는 두 사람은 일단 구청에서 진행하는 청년 사회적기업 창업 단기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그곳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다. ‘동생’ 여정 씨는 “언니동생 사업 모델이 여성 일자리 창출, 소자본 창업 지원 등으로 지역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고 말했다. “경력단절 여성, 진로 고민 중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디저트 교육을 하고, 저희 경험을 토대로 소자본 창업도 돕고요.” 언니동생이 주목한 건 ‘협동조합’이었다. “조합원이 어느 정도 모이면 디저트 수업이나 새로운 레시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모임도 정기적으로 열 수 있어요. 창업을 준비하는 조합원들은 서로 정보 공유도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에 투자 한다

사학연금ㆍ공무원연금,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탈 석탄ㆍ재생에너지 투자’ 선언  “하나, 우리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인류의 공동 노력을 기관투자자로서 적극 지지하고 동참한다. 하나, 우리는 석탄발전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임을 인식하고, 향후 국내외의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관련 회사채 등을 통한 금융투자 및 지원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나, 우리는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와 기존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지속가능투자에 노력한다.” 사학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이  오늘(4일) 오전 10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脫) 석탄ㆍ재생에너지 투자’를 선언했다. 한국 금융기관 중엔 최초로 석탄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등에 투자하지 않고, 태양광,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관련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두 기관의 선언 참여를 이끌어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의 김영호 회장은 “이번 선언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 발전을 줄이기 위한 국내 금융사들의 첫 걸음”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더불어 한국의 3대 연기금으로 꼽힌다. 사학연금의 기금 규모는 19조2103억원, 금융자산운용액은 15조8404억원(작년 말 기준)이며, 공무원연금의 경우 각각 11조원, 8조원이다. 두 기관은 현재까지 석탄 관련 분야에 투자한 적은 없으나, 앞으로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인권ㆍ환경ㆍ노동ㆍ지역사회 공헌도 등 다양한 사회적 성과를 잣대로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 활동) 확대의 측면에서 ‘탈 석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투자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일찍이 석탄 발전 분야 투자 배제와 재생에너지 관련 분야 투자 확대를 강조해온 해외 기관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 해외 전문가들이 꼽은 핵심 요소는?

2018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국제포럼 “고령화 문제, 저출산 문제, 보육 대란…. 서울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도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서울뿐 아니라 전 세계 도시들이 경험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서울시가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행하는 디자인 정책들은 해외 도시들에도 영감을 줄 수 있고, 반대로 우리는 해외 도시의 혁신 사례들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서울시청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8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국제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번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자신을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는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소개한 박 시장은 ▲범죄예방 디자인 ▲스트레스–프리(stress-free)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 등 사회문제를 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도입한 디자인 정책들을 소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올해 포럼의 주제는 ‘디자인,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길을 보여주다’. 모니카 마리아 모에스카 덴마크 디자인센터 수석 프로젝트 매니저, 제니퍼 가드너 미국 겔 인스티튜트 프로그램 매니저, 레온 크뤽생크 영국 랭커스터 대학 교수가 각국의 사회문제 해결 디자인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했고, 승정아 삼성카드 디자인센터장, 허미오 사회적기업 위누 CEO가 기업이 디자인을 접목해 지역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방식을 공유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주목해야 할 디자인 분야의 핵심 키워드를 각 연사의 이야기를 통해 정리해봤다. ◇ “프로토타입(Prototype)”: 디자인 아이디어를 실물로 제작해 효과를 입증하라   – 모니카 마리아 모에스카, 덴마크 디자인센터 “코펜하겐은 학생 주거 시설 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병동에 울려퍼진 오페라, 희망을 선물하다

종근당 문화나눔 프로그램 ‘오페라 희망이야기’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왔던 사슬을 벗어 던진다~.” 지난 5일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 로비에 귀에 익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간이 무대 위에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대표곡 ‘지금 이 순간’을 열창하는 이들은 팝페라앙상블 ‘DS’. 무대 앞에 임시로 가져다 놓은 의자 100여개는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로 이미 만석이었다. 음악을 듣고 모여든 사람들이 객석을 둥글게 에워쌌다. 병원 로비가 작은 콘서트홀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펼쳐진 공연은 종근당의 문화나눔 프로그램인 ‘오페라 희망이야기’.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음악으로 희망을 전달하자는 이장한 종근당 회장의 제안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8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전문 성악가와 연주자들로 구성된 공연 팀이 전국 주요 병원으로 찾아가 매년 30회가량 공연을 연다. 친숙한 오페라 곡들로 채워진 ‘오페라&콘서트’, 입원 중인 아이들이 노래와 율동을 따라 하며 공연을 즐기도록 꾸며진 ‘키즈 오페라’ 등 크게 두 가지 형태로 펼쳐진다. ‘오페라&콘서트’로 열린 이날 공연에서 첫 주자로 나선 팝페라앙상블 DS는 ‘그란데 아모레’ ‘네순 도르마(공주는 잠 못 이루고)’ ‘오! 해피데이’ 등 익숙한 음악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다음 공연자인 바리톤 우주호가 오페라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를 부르자 관객들이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꿈속에 살고 싶어라’를 독창한 소프라노 장지애도 큰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초대 가수인 ‘양파’의 등장에 객석의 분위기는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양파는 ‘하늘을 달리다’라는 노래를

과일은 에코백, 곡물은 유리병… “비닐 없이 장보기 문제없어요”

 ‘쓰레기 없는 장보기’ 망원시장에서 해보니 환경오염 주범 ‘플라스틱 없애기’  민간 활동가·상인들 합심해 실천 지금까지 가게 16곳 자발적 참여  에코백 기부받아 시장에서 활용  실천고객 대상 지역 화폐 제공 계획 작은 불편 감수하면 환경 지킬 수 있어 서울 마포구에 있는 전통시장인 ‘망원시장’이 오늘(18일)부터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민간 활동가와 상인들이 주축이 돼 플라스틱 쓰레기를 시장에서 몰아내기로 합심한 것이다. 프로젝트 이름은 ‘알맹@망원시장’. 랩, 스티로폼, 비닐봉지 등 불필요한 ‘껍데기’를 없애고 ‘알맹이’만 담아 판다는 뜻이다. 양손 가득 ‘검정 비닐봉지’를 든 사람들로 북적대는 전통시장에서 과연 ‘제로 웨이스트’가 가능할까. 지난 12일 저녁,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개장 준비 중인 망원시장을 찾았다. 에코백과 유리병을 챙겨 제로 웨이스트 장보기에 직접 도전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배민지 제로마켓 대표와 홍조원 ‘알맹@망원시장’ 매니저가 동행했다.  ◇“과일과 채소, 비닐봉지 대신 기증받은 에코백에 담아줍니다” 배민지 대표와 홍조원 매니저가 망원시장 내 ‘종로떡방’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망원시장 상인회장이자 떡방 주인인 최태규씨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배 대표는 “상인회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알맹@망원시장’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발 벗고 나서 다른 상인들을 설득해준 최 회장의 도움이 컸다”고 감사를 표했다. 최 회장은 “올 들어 쓰레기 대란도 있었고, 방송에서도 플라스틱 문제를 계속 지적해와서 시장 상인들도 뭔가 해야겠다고 느끼고 있었다”면서 “기왕이면 우리 망원시장이 모범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팔을 걷어붙이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 가게로 걸어가면서 배 대표에게 ‘알맹@망원시장’ 이야기를 자세히

[우리 옆집 난민 ②] “고국땅에서 못 이룬 법학 교수 꿈, 한국에서 이루고 싶습니다”

마퓨타 피오피오 프레디(45)는 경계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기자가 악수를 청하자, 잠시 망설이더니 조심스레 손을 잡았다. “그동안 기자들을 여럿 만났는데, 다들 심문하듯 꼬치꼬치 캐물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사람을 대하다니….”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난민이다. 고향땅 콩고민주공화국을 떠나 한국에 온 건 2006년. 콩고 최고 명문인 킨샤사대 법학과 2학년을 다니고 있을 때였다. “당시 콩고는 정치적으로 혼란기였어요. 지식인으로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죠.” 그는 장기 집권 세력에 반대하던 콩고자유운동(MLC)에 가담했다가 쫓기는 신세가 됐다. 법학 교수를 꿈꾸며 착실히 공부하던 모범생이 하루아침에 정치범이 된 것이다. 기약 없이 숨어지내던 그는 결국 고국을 떠나기로 했다. “한국으로 가겠다고 선택한 게 아니었습니다. 주선자가 건네준 비행기표의 목적지가 한국이었을 뿐이죠.” 바다 건너 낯선 땅에 오니,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법학 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난민 신청자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그저 하루빨리 난민으로 인정받기를 기도하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당장 먹고사는 것도 문제였다. 어릴 적부터 그냥저냥 연주해온 젬베(아프리카 전통 타악기)가 밥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공연팀을 만들었다. 대학 축제 등을 돌며 젬베 연주를 했다. 난민지원 비영리단체 ‘피난처’는 그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피난처가 없었다면,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이라며 “난민에게 무엇보다 힘이 되고 필요한 존재가 바로 ‘피난처’ 같은 비영리단체들”이라고 말했다. 12년을 기다린 끝에 그는 지난 2월 13일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난민 인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심정은…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잠시 먼

공유로 일상은 축제가 된다 … ‘2018 공유서울 페스티벌’ 개최(9/7~9)

마을 장터와 공원에 펼쳐진 돗자리에 앉아 책을 읽으며 쉬어가는 ‘돗자리도서관’, 주차공간 정보를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는 ‘모두의주차장’, 이웃끼리 필요할 때 서로의 반려동물을 돌봐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반달’, 짐을 보관하는 창고 공간을 빌려주는 ‘마타주’….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2018 공유서울페스티벌’이 펼쳐진다. ‘공유로 일상은 축제가 된다’는 슬로건 아래 펼쳐지는 이번 행사에서는 20여개의 공유경제 기업들이 이벤트 부스를 만들어 참여한다. 버스킹, 인디밴드 공연, 미술 전시회도 열린다. 시민들은 축제를 통해 공유경제의 개념을 이해하고 체험하게 된다. 돗자리도서관을 기획한 소설벤처 ‘히든북’의 박혜원 대표 등 다양한 연사가 출동하는 릴레이 강연도 마련된다. 2015년 설립된 히든북은 ‘책을 읽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소셜미션으로 도서관에 갇혀 있던 책들을 사람들 곁으로 끌어다 놓는다. 도시 유휴공간을 활용해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업 모델로 지난 2016년 ‘서울시 공유기업’으로 선정됐고, 매년 100회가 넘는 야외도서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박혜원 히든북 대표는 행사에서 야외 공유 도서관 운영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행사 첫날 오후 1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열리는 ‘공유도시정책 현황과 평가’ 포럼도 흥미롭다. 1부에서는 ▲서울시, 성북구, 광진구, 서초구의 공유성과 사례 ▲공유성과모델 개발 및 적용(김시정 디지털재단 책임연구원) ▲서울시 공유경제 성장 전략(송헌재 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사회적 가치 증진을 위한 공유도시 전략(김묵한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등의 주제 발표가 이어진다. 2부에서는 ‘공유도시가 가져올 삶의 변화’를 주제로 ▲사무실 공유와 오피스 문화 혁신(송인선 위워크코리아 커뮤니티 디렉터) ▲숙박 공유를 통한 여행 문화의

[키워드 브리핑]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키워드 브리핑]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침수 위험” 해안가 부자들, 고지대로 이동 … 구도심 원주민들 밀려나  몇 년 전부터 국내외 언론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낙후한 구도심에 고급 주거 지역이나 상권이 조성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래 거주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는 ‘기후 젠트리피케이션(Climate Gentrification)’이라는 말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가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미쳐 원주민이 주거지에서 내쫓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스 키난(Jesse M. Keenan) 박사가 이끄는 하버드대 연구팀은 지난 4월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바닷가 주거지의 침수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해안가 고급 주택에 살던 부유층이 고지대로 이동해 기존 주민들을 밀어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는 게 논문 요지다.   연구팀은 플로리다주 남동부 해변 지역인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Miami-Dade County)를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 사례로 다뤘다. 이 지역에서도 특히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이 두드러지는 곳은 마이애미 비치(Miami Beach)와 리틀 아이티(Little Haiti)다. 마이애미 비치는 미국의 대표적 휴양지이자 샤키라, 리키 마틴, 제니퍼 로페즈 등 팝 스타들이 사는 ‘부자 동네’로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마이애미 비치를 미국 내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지목해왔다. 최근 ‘참여 과학자의 모임(the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은 2045년까지 마이애미 비치의 1만2000가구가 해수면 아래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아이티 이주민 집단 거주지인 리틀 하이티는 마이애미 비치로부터 약 12km 떨어진 내륙에 있는 데다,

[카드뉴스] 해수면이 오르면 집값도 오른다고?

[키워드 브리핑]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리틀 하이티(Little Haiti)’에서 6년간 중고물품점을 운영해온 실러 사논-줄스(Schiller Sanon-Jules) 씨. 하지만 지난해 겨울, 결국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는 이 아이티 이주민 커뮤니티를 지키고 싶었어요. 하지만 불가능했죠. *젠트리피케이션이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다 앗아갔어요.” 임대료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 : 낙후된 지역에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돼 지역이 개발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한편 전문가들은 리틀 하이티 사례가 기후변화에 의한 젠트리피케이션, 즉 ‘기후 젠트리피케이션(climate gentrification)’에 해당한다고 설명합니다. 리틀 하이티와 가까운 해변 지역들이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위험에 처하면서 바닷가의 부유층들이 리틀 하이티로 몰려들게 됐다는 겁니다. 리틀 하이티는 내륙에 있는 데다 주변 해변 지역보다 고도가 1.5~2배가량 높아 침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작년 가을 3개월 동안에만 리틀 하이티의 평균 월세는 13%나 뛰었습니다. 사논-줄스 씨처럼 가게를 닫거나 집을 떠나는 원주민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은 사회 취약 계층의 보금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4월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을 다룬 연구를 발표한 제스 키난 하버드대 교수는 기후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어마어마한 영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괜찮은 걸까요?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에선 기후 변화에 따른 부동산 시세 변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현상이 계속된다면 한국판 ‘리틀 하이티’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