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필하모니 음악캠프의 마지막 날. 피아노 독주무대를 앞둔 준형이의 등으로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오랫동안 피아노를 쳐왔지만, 무대는 언제나 준형이를 떨리게 만들었습니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멘토 형, 누나들과 존경하는 음대 교수님들까지. 준형이를 위해 캠프에 찾아와준 사람들의 뜨거운 응원과 격려가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잠시 후, 준형이의 손가락이 건반을 스치면서 연주가 시작됐습니다. ‘실수하지 말자, 실수하지 말자’ 바로 그 순간, 준형이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습니다. 긴장감을 이기지 못한 준형이는 결국 연주를 멈추고 무대 아래로 내려가고 말았습니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망쳐버렸다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앵콜! 앵콜! 모든 연주회가 끝난 뒤, 무대 아래서 앵콜을 연호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준형이를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관중들의 함성에 용기를 얻은 준형이는 다시 피아노 앞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끝까지 연주를 해내고야 말겠다는 준형이의 열정에 선생님들과 관중들도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캠프의 강사진으로 참여한 한 교수님은 “내가 본 음악회 중에 가장 훌륭했다”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시각장애인 아동과 청소년을 위해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 1회 열리는 4박5일의 음악캠프는 아이들에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전문가를 초빙해 단기 집중 레슨을 실시하고, 앞서 음악가의 길을 걷고 있는 형, 누나 멘토들과의 만남도 주선합니다. 10명의 음악점역사(악보를 음악으로 번역하는 전문가)들이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으로 매일 출퇴근하며 아이들을 교육하는 연중 음악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최초로 서울예고에 합격한 민주 역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음악 교육을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자신의 꿈을 첼리스트로 정한 민주는 악보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습해왔습니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선생님들은 그런 민주를 위해 악보를 점자로 번역해주고, 무대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이 같은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선생님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